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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27회 아벨의 후예 Ch 3. 지구 교회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1.27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윤혁과의 통화를 마친 리온은 자신이 만든 메시지 깊숙한 곳에 담긴 최종 요청을 수락한 사람들에게 모임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였다. 이번 모임이야말로 지구 기독교의 대미를 장식할 최후의 교회를 구성할 발판이 될 것이다.

   ‘이미 떠나갈 사람들은 다 떠났어.’

   지난 2차 선교 여행 때 주님께 헌신적인 신자들이 대거 식민지 전도에 참여하는 바람에 본진인 지구 쪽은 영적 역량을 크게 잃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그 이전부터 지구의 기독교는 끝물이었다. 종교통합 운동에 가담하려는 준동이 교회를 잠식하는 바람에 정통 복음주의 진영은 극소수의 입장으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예수님을 신실하게 믿던 참된 교회마저도 차차 젊은 세대를 잃어가던 차였고 교인 대다수가 쭉정이가 되어버린 실정이었다. 하필 그런 때에 최전선에서 싸우던 믿음의 용사들마저 대거 우주로 빠져나갔으니 지구의 기독교가 그나마 남은 생명의 불씨마저 잃는 것은 예정된 절차였다.

   물론 리온은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의 몰락은 실상 몰락이 아니다. 교회의 공간적 무게중심이 옮겨졌을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적 교회는 더욱 강건케 되었다. 도리어 선교 활동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부어진 덕택에 우주 식민지 전역을 단기간에 복음화시켰으니 기뻐 뛰며 노래해야 할 판이었다. 일개 작은 행성 하나의 기독교를 소모해서 지구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수의 영혼들을 살려내었다.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백번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건 아직 리온의 고향 땅은 지구였다. 그는 우주 인류뿐 아니라 지구 시민들의 영혼도 사랑했다. 그는 인류애도 투철했으나 고향 행성과 소속 국가를 향한 사랑도 절대 희미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지구 시민들의 마음이 하나님을 떠난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꼭 돌아오기를 소망하는 바였다. 어찌 소생시킬 방법이 없을까?

   ‘우주 쪽에서 지구 쪽으로 사람들을 보내준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식의 교류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했다. 아나스타샤의 예견대로라면 앞으로 우주에서 지구로의 이동은 통제받게 될 것이다. 초인이나 초인에 근접한 유능한 인간이 아니고서는 감히 지구에 발을 디디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현재 지구에 거주하는 하늘도시 탄생 이전 세대의 인간들은 몇 년 안에 지구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을 통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물갈이가 이뤄지리라.

   ‘불가피한 흐름이니 미리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지.’

   리온은 궁금했다. 지구를 채울 새로운 주민들은 어떤 자들일까? 그들이 예수를 믿게 된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기대대로 되지는 않을 성싶다. 지구의 시민권을 새로이 취득할 자들은 아무래도 초인에 버금가는 실력자들일 테니까. 본래 뛰어난 사람은 그 마음이 오만해지고 완악해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 일단 지금 일만 생각하자.’

   남은 불씨라도 최대한 끌어모아서 최후의 불길을 살려내 보리라. 원 시민들이 지구에서 쫓겨나든 말든, 주민의 물갈이가 이뤄지든 말든, 국경의 개념이 소멸하든 말든 상관없다. 리온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사람의 영혼이 구원을 받는 일. 주어진 시간이 짧을지라도, 결국은 지구 주민들을 보호하는 행성 국경과 소속 정체성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끔히 지워질지라도, 사랑하는 동향 시민의 영혼이 하나라도 더 구원받는다면 영원의 관점에서는 이익 아니겠는가.

   이러한 신념에 붙들린 사람은 비단 리온만이 아니었다. 지구의 신실한 복음주의 목회자들은 지구 위에 남은 알곡 성도들을 모조리 모아 기필코 마지막 끝 불을 피워내리라는 다짐을 품었다. 물론 지구 시민 가운데 그리스도인은 극소수로 전락한 처지였다. 어차피 지구라는 행성 자체도 거대한 인류 영토 속의 지극히 작은 알갱이로 전락한 마당이라 지구의 교회 규모는 크든 작든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남은 소수가 힘을 모아 모이기를 힘쓸 타이밍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세상적인 관점으로는 무력한 잔챙이에 불과해도 여전히 지구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연합적 사명이 남아있다고 믿었다.

   리온도 그들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나아가 그는 지구 교회 연합의 행동 대장을 맡았다. 우주 인류의 존재를 잘 몰랐던 과거에는 혹 에큐메니컬 운동을 답습해 변질할까 두려워서 통합을 피해왔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여유 부리며 꾸물거릴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지금은 각종 가라지를 오롯이 배제한, 진짜배기들끼리만의 최후 동맹을 이룰 때였다.

   ‘지구에서 쫓겨나기 전에 우리의 마지막 소명을 꼭 발견해야 해.’

   그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며 앞날을 신중히 계획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사역자로 성장하여 꼭 필요한 자리에서 쓰임 받고 싶었다. 소명의 발견을 넘어 그 소명을 최대한 올바르게 이뤄내고 싶었다.

 

 

 

 

 

 

 

 

*

 

 

 

 

   긴장감으로 잔뜩 표정이 굳은 윤혁은 거대한 사무실 안쪽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찬란한 사적 공간. 이미 몇 차례 들어와 보긴 했지만, 매번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과연 현존하는 인간 중 최고로 탁월하고 압도적인 과학기술, 지식, 재력을 갖춘 자의 개인 서재답게 디자인과 웅장함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갔다. 분명 지극히 아름답고 화려하고 조화로우며 섬세하고 정교한 것은 사실이나,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천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오기라도 한 것만 같아 이질감이 짙게 느껴졌다.

   “흐음, 일주일만이라. 이번에는 일찍 찾아왔군.”

   차원의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안락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던 남자가 의자를 돌려 윤혁에게 흘깃 눈짓을 주었다. 순도 높은 금빛을 띤 태양 같은 동공이 윤혁을 응시하였다. 백금처럼 맑고 깨끗한 피부와 완벽한 황금비례를 이룬 이목구비가 옆모습만으로도 대단한 존재감을 발산하였다. 그는 박제된 것처럼 스무 살의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동시에 수만 년의 세월에 농축된 성숙미와 카리스마로 인해 그리스 남신을 연상케 하는 짙고 매혹적인 아우라를 뿜었다. 늘 변함없는 얼굴임에도 매번 볼 때마다 점점 더 외모의 아름다움이 짙어지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아마도 아우라의 영향이 크겠지.

   “형이 그리도 보고 싶었나 보군.”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왜 또 존댓말이지? 둘만 있을 때는 편히 대하라고 해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사적인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니까요.”

   윤혁은 형에게 뭔가 가르침을 받을 때면 항상 말을 높여 거리감을 두었다. 무의식적으로 그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카이젤은 그러한 동생의 거리 둠을 내심 아쉬워했다. 비록 영적으로는 불가피한 대립이 있긴 하다지만 어쨌건 윤혁이 친근한 형제로 다가오는 편이 더 좋았다.

   “윤혁아.”

   “네, 형.”

   “너는 왜 그렇게 나를 경계하지?”

   적청(赤靑)의 광채의 고리가 씌워진 태양 빛깔 홍채가 연약한 검은자위를 응시했다. 부담스러움과 압박감을 느낀 윤혁은 애써 눈의 마주침을 회피하려 애썼다. 하지만 자석처럼 강제하는 어떤 무형의 힘이 윤혁의 시선을 고정하였다.

   “그, 그렇게 느껴지세요?”

   “음.”

   카이젤은 동생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것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문초하듯 캐물으면 겁을 먹고 달아나버릴까 봐 걱정되었다. 다른 이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동생과는 약속이 맺어져 있으니 그리 대할 수는 없는 노릇. 그는 동생을 편히 놔준 뒤 곧장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 이번에는 뭘 배우고 싶지?.”

   윤혁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화제를 꺼냈다.

   “초능력 시스템……, 그 구동 원리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호오.”

   의외의 화제였는지 카이젤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너는 그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랬었죠.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요.”

   “뭐, 좋군. 하지만 초능력 채널 시스템의 원리라……. 네 수준에 맞춰 설명해주기에는 너무 어렵고 고차원적인 주제인데 말이지. 괜찮을까?”

   “개요만 알아도 괜찮습니다.”

   이에 카이젤은 옅은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윤혁을 압도하는 큰 신장과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위압적이고 우람한 근육질 체격. 가만히만 있어도 저절로 위엄이 뿜어졌다. 그는 동생 곁에 다가오더니 느긋하게 어깨에 손을 얹어 몸을 자신 쪽으로 당긴 뒤 다른 손을 동생 머리 위에 올렸다.

   “혹시라도 그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렴.”

   윤혁이 긴장감에 흠칫했다.

   “지금의 발전 단계로는 일반인 혼자서 다루기는 힘들겠지만, 네가 그 힘을 탐낸다면 내가 특별히 챙겨줄 수는 있어. 내게 특혜를 받으면 웬만한 초인 이상은 할 수 있을 거다. 그 힘은 본래 내게 최적화되어 있거든.”

   설탕처럼 달콤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귀에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윤혁은 형의 몸을 단호하게 밀어내었다. 금강석처럼 단단한 몸이었지만 의외로 쉽게 밀려났다. 지난번처럼 윤혁에게서 초자연적 기운이 뿜어지는 것을 감지한 카이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동생의 매서운 눈길에 형은 쳇 하고 혀를 차며 물러섰다.

   “그렇게까지 까칠하게 굴 필요는 없는데.”

   “힘으로 꼬드길 생각은 마세요.”

   카이젤 자신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대. 그런 상대를 마주한다는 것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최근 들어서 몇 번씩이나 동생에게 역으로 위압 당한 것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귀엽게 봐주는 셈 쳐야겠다.

   “알았다.”

   그는 잔에 향이 좋은 차를 담아 동생에게 건네준 후, 일반인인 윤혁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간략하게 요약해서 개요부터 차근차근 설명하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자세히 들어가면 네가 이해하지 못하겠지.”

   허공에 수많은 공식과 홀로그램 도면이 현란하게 펼쳐졌다.

   “최대한 쉽게 요약하자면……, 그래, 상위 차원의 방정식들의 변수들을 조작해서 하위 차원의 법칙을 개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소스 차원의 변수를 살짝 뒤틀면 홀로그래피 차원의 법칙에 커다란 변형이 생기지. 마찬가지로 리얼리티 차원에 접근한다면 하위 계인 시뮬레이션 우주를 가공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 차원에 그런 변개를 가져오면 그것이 초능력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지.”

   “상위 차원으로의 접근이라면……, 테서렉트 아키텍처를 활용하나요?”

   “그것들도 초능력 시스템의 핵심 구성 인프라 중 하나이지.”

   과연 예전에 그가 테서렉트 아키텍처를 두고 ‘워프와 게이트의 발명 이래로 인류 최고의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평가한 것이 마냥 자화자찬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그 위엄은 굉장했다. 이미 인류가 장악한 수천만 개의 은하의 중심부에 설치된 기틀에서부터 자라나 상위 차원으로 뻗어나간 테서렉트 아키텍처들의 군집은 상상 이상으로 높고 넓은 영역까지 확장된 상태였다.

   “여기에 내가 소유한 메이저급 초지능체들의 힘도 응용했지. 갖가지 고차원 기술들도 투입되었고. 최신식 과학 이론들의 접목은 말할 것도 없지. 상식을 뛰어넘는 에너지원들도 부싯돌 역할을 해줬지.”

   현재의 초능력 생산 및 전송 시스템은 다섯 단계의 계단식 체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파워 소스 - 메디에이터 - 스템 - 허브 – 리셉터. 윤혁 일행이 한창 하늘도시들에서 선교 여행을 하던 시절 카이젤은 손수 위 다섯 단계의 계단으로 조직된 우주적 시스템을 제작해내었다.

   사실 단순하게 뚝딱 만들어낸 것처럼 표현하긴 했으나 사실 초능력 생산 체제의 발명은 경탄스러운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특별히 파워 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인류가 여태 쌓아온 상위 차원 간섭 기술이 총동원되었다. 나머지 네 단계 또한 발명 과정이 복잡다단했다. 전부 카이젤의 공적이었다. 유일하게 타인의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낡은 시대와 새 시대’ 프로젝트를 통해 칼리드가 디자인한 구체적인 리셉터 운용 방식뿐.

   여하튼 그렇게 해서 최초의 초능력 시스템이 완성되었었고 현재까지 숱한 개량과 더불어 통일시스템의 지휘까지 더해짐으로 더욱 놀라운 경지로 도약하여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본래 그런 야심 프로젝트는 쉽게 실패하거나 중도 하차에 빠지기 마련이건만, 카이젤이라는 희대의 걸출한 인간 덕분에 한 번의 시행착오도 없이 순탄하게 오늘의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그나저나 역시 그때 우리가 보았던 기괴한 유사 종교들은 형과 칼리드가 초능력을 완성하기 위해 실험용으로 도입한 일회용 재료들이었구나.’

   결과적으로 정작 최종 완성된 결과물인 초능력은 이교도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성질의 내용물이 되었지만, 실험 과정에서 수많은 우주 주민들이 거짓 종교에 농락당했던 점을 회상하니 그리스도인으로서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게다가 힘에 취하기 쉬운 인간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이고 주체적인 최종 완성품이라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분명 초능력도 마약과 같은 모종의 중독성은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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