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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36회 아벨의 후예 Ch 5. 루디아의 편지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2.24 | 회차평점 0 0

 

 

 

 

 

 

Chapter 5. 루디아의 편지

 

 

 

 

 

 

 

   지구 교회(Global church)는 10월 무렵부터 공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네 명의 원로 목사들이 성경 말씀을 가르쳤다. 또한 그들은 성도들을 권면하고 위로하면서 건전한 교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사역자들은 정치적 세력과 얽힐 수 있는 발언은 가급적 삼갔다. 선지자적인 사회 참여 역할을 외면한 비겁함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곤란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을 것이었다. 교회를 둘러싼 세상은 더는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었다. 이는 비단 현세대만의 일은 아니었다. 1세대 초인이 등장한 이래로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번영을 대가로 평등과 자유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나마 허울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우주 인류의 존재가 공공연히 선포된 뒤로는 인류연합은 아예 공개적으로 전제적 성격을 드러내었다.

   바야흐로 교회와 성도들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찰나에 처분당할 수 있도록 세팅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과거 그 어느 큰 정부도 지금만큼 막강하지는 않았다. 공산정부도, 이슬람 국가도, 파시즘도, 군부독재 정권조차도 인류연합에 비하면 공룡 앞의 개미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그런 정부들은 민중의 힘으로 뒤엎을 가능성이 극히 드물게나마 있었다. 하지만 인류연합을 상대로는 그런 희망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은 이 전제 정권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통일시스템의 힘이 인류 전체의 합보다 막강한 이 현실 속에서도 이전 시대처럼 체제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발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다. 과거의 독재 체제와는 다른 거대한 포용과 탁월한 도덕성 때문이었다. 인류연합은 무한 권력의 주체인 동시에 너그러움을 발할 줄 알았다. 마치 능히 같은 우리 속의 토끼를 잡아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내버려 두는 자비로운 호랑이처럼.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당장 일반인들이 받는 물질적 피해부터 계산해봐도 손실이랄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세계정부는 세금을 걷지도 않았고 강제징집을 하지도 않았으며 특정 자유권을 박탈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끝없이 샘솟는 샘물처럼 경제적 자원을 공급했고 자유 경쟁에 따른 차등 보상도 철저히 지켜주었으며 자아실현의 기회도 이전보다 더 넓게 열어주었다. 이런 마당이니 누가 구태여 힘들게 자유민주주의를 추억하며 회한에 젖겠는가.

   그러나 신실하게 하나님을 믿으려는 그리스도인들은 처지가 달랐다. 세상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자기 배와 자기 자아만 불려준다면 인류연합과 그 지도자를 백번이고 천 번이고 신처럼 섬겨줄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황제를 주님으로 여길 수 없던 그리스도인들은 큰 딜레마에 봉착했다.

   물론 당장은 공개적인 핍박의 칼날이 그들을 향하지는 않았다. 일단 인류연합은 제국 내의 모든 이에게 자유로운 종교 생활을 허락했다. 하지만 이 처우는 손바닥 뒤집듯 언제든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견제할 방도 자체가 전무한 권세의 변덕에서 우러나온 일시적인 자비심은 든든한 반석이 되지 못하는 법. 황제 마음먹기에 따라 모두의 운명이 갈대처럼 좌지우지될 것이 자명한 현실은 그리스도인들을 심리적으로 심히 위축시키는 압박감이 되었다.

   인류연합의 절대적 지배는 피부로 와닿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현 통일시스템은 거시적 범위로는 초은하단, 미시적 범위로는 원소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감찰할 수 있는 초정밀 초광역 시공간 관측 및 예측 기능을 보유한 존재였다. 또한 우주 시대를 지탱하는 두 축인 오늘날의 교통 기술과 통신 기술도 대부분 통일시스템, 인류연합, 그리고 위버멘쉬의 철저한 통제 아래 있었다. 기반이 된 기술인 워프와 게이트가 그의 제어권 아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어떤 임의의 인간이 인류연합에 거슬리는 존재로 판단되면 굳이 일일이 체포할 필요도 없이 원거리에서 즉사시킬 수 있는 초능력급 기술들이 범람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 가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예가 바로 지난번에 칼리드가 세웠던 거짓 휴거 계획.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으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현실화 일보 직전까지 끌고 갔던 초인의 추진력과 그것을 가능케 한 현대 과학의 위력만큼은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큰 경종을 울렸다.

   확실히 현시대는 당장 어느 순간에 적그리스도를 맞이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때였다. 과거 청교도들과 순교자들이 세상의 권세를 대적하여 외쳤던 당당한 구호, 곧 ‘우리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영혼과 믿음은 해할 수 없으리’라는 고백. 이제는 그 같은 멋진 신앙 고백을 꺼낼 용기조차 낼 수 없는 텃밭이 온 세계 위에 구축되고 말았다.

   그런 두려운 시대에 하필 인류연합 본거지이자 적진 한복판인 본성(本星)에서 예배를 드리는 지구 교회의 신세는 그야말로 풍파 한가운데 놓인 격이었다. 그저 고요한 태풍의 눈 한가운데 앉아 언제 잔인한 폭풍이 자신 위에 몰아칠까 조마조마 떨면서 잠잠히 처분을 기다려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두려움 가운데에서도 그들의 마음과 영혼은 역설적으로 공포 대신 평강을 붙들었다. 그들은 주께서 [두려워 말라] 라며 격려하셨던 말씀을 기억했고 또한 실제로 그 명령을 능동적으로, 자유의지를 통해 따랐다. 세상이 결코 알지 못할 그 평화는 그들 자신이 스스로 자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닌, 오로지 하늘나라로부터만 공급받을 수 있는 축복이었다.

 

 

 

 

 

 

 

 

*

 

 

 

 

   천여 명의 지구 교회 교인의 대다수는 서민층이었다. 아무래도 재물을 향한 사랑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데 있어 강력한 걸림돌인 모양이었다. 부유한 사람은 세상 향락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개는 하나님의 초대를 거절했다. 심지어 주님을 따르다가도 중도에 하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실 워낙 풍족한 시대였기에 가장 가난한 사람조차도 물질문명의 풍부함을 충분히 누릴 만큼 누릴 수 있었고 그렇기에 가난은 더는 신을 원망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편안과 안락이야말로 신을 따르는 길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부는 절대자를 향한 갈망을 메마르게 하였다.

   허나 마냥 단순하게 일반화시킬 수는 없었다. 비록 한 손에 꼽을 만큼 수가 적기는 했지만, 부자 중에서도 진지하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말씀에 순종하려는 이들이 더러는 있었다.

   가족들의 품으로 되돌아간 이후로도 재현은 신앙생활 영위를 위해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는 교회를 분주히 찾아다녔다. 이미 기독교가 소멸하기 직전에 이른 지금의 지구 안에서는 그런 곳을 찾기 어려웠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며 혼자서 신앙생활을 할까 고민하던 차, 우연히 그는 지구 교회의 초청을 받게 되었다. 이는 그의 삶에 있어 주요한 반향이 되었다.

   용기를 내어 찾아가 본 지구 교회. 겉보기에는 썩 내세울 만한 화려함이 없었다. 지구 교회라는 거창한 이름에 비해 한 번에 출석하는 인원도 기껏 4백에서 7백 명 남짓하였고 실내도 비좁았다. 지구라는 행성에 근 2천 년 이상 뿌리내려왔던 기독교는 황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귀의 훼방에 쫓기고 쫓겨 이제는 더 물러날 수도 없도록 핀치에 몰린 상태였다. 주님밖에는 의지할 곳 없는 배수진. 재현이 받은 지구 교회에 대한 솔직한 인상은 그러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배수진 때문인지 역설적으로 평안의 분위기가 지배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잠시 묵념하며 기도하던 중 자신을 부르는 듯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재현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짙은 고동색 머리에 보랏빛 눈동자를 지닌 한 지적인 느낌의 젊은이가 서 있었다. 기억을 돌아보니 유성운 회장의 집에서 보았던 바로 그 청년이었다. 연령대로 보아 유 회장의 동생인 듯했다.

   “반가워요. 그때 그곳에 있었던 분?”

   “아, 네, 그랬었죠.”

   사실 그때 일은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것와는 별개로 반가움이 들었다. 재현은 무려 그 유 회장의 동생이 설마 자신처럼 예수님을 믿을 줄은 미처 상상도 못 했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란 것 같은 청년인데 의외였다. 하기야 자신도 비슷한 입장이긴 하다만.

   “제 이름은 유지현입니다. A 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어색함을 깨트리기 위해 지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는 천재현입니다.”

   재현도 상냥하게 받아주었다. 사실 지현은 이미 재현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천 형제가 찾아온 얼마 전 그날, 지현은 용기를 내어 큰형 성운에게 두 사람에 관해 직설적으로 질문해보았다. 의외로 성운은 순순히 진실을 말해주었다. 덕분에 지현은 천재현이라는 사람이 14년 전에 사고로 부상을 입고 가사 상태에 빠졌으며 큰형에 의해 치료되었고 크로스솔져라는 영웅 집단과 줄곧 협력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인생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모르는 사이임에도 괜히 마음이 갔다.

   “우리 이름도 비슷한데 친하게 지내요.”

   지현이 먼저 붙임성 좋게 허물을 녹이며 다가갔다.

   “네, 고마워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보다 훨씬 더 형님이신데.”

   “아저씨라고 부르진 않아서 고맙네요.”

   “얼굴이 워낙 젊으셔서요.”

   “별말씀을요.”

   “저한테는 편하게 말 놓으세요.”

   “네, 아니……, 응, 알겠어. 고마워, 지현아.”

   사실 동안이니 뭐니, 의미는 없었다. 재현도 실험체로서, 그리고 히어로로서 피코머신을 주입 당한 처지였기에 사고 이후로는 줄곧 노화가 정지된 상태였다. 아마도 피코머신의 반영구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그런 상태가 유지되겠지. 그런 사정까지는 지현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겠지만, 여하튼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칭찬받는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둘 다 온화한 성격이었기에 금세 가까워지기 안성맞춤인 만남이었다.

   “큰형이 재현 형님에게 했던 일에 대해서는 들었어요.”

   “나쁘게 보지만은 말아줘. 어쨌건 내 생명의 은인이니까.”

   “저로서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이젠 자유의 몸으로 풀려났으니까 괜찮아.”

   사실 괜찮지 않은 사정은 남아있었다. 지금이야 이능력과 초능력들이 안정화되어 있지만, 추후로도 계속 축적된다면 언젠가 다시 폭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재현은 능력들을 완전히 적출해버리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였다. 동생 수현이야 초인이고 강하니까 괜찮다지만, 부모님이나 다른 친구들에게는 자신의 폭주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태로는 친구조차 마음을 놓고 사귈 수 없으니 이 얼마나 불편한가.

   ‘이 어린 친구와 친분을 나눠도 괜찮을까?’

   평소 소심한 성격 탓인지 더 망설여졌다. 그런 재현의 복잡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현은 살갑게 다가와 재현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똑같은 내향적이고 차분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지현은 내유외강의 성정 때문인지 재현과는 다르게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일에 능숙했다.

   공예배 시간이 이르긴 전 그들은 자유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여러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분야를 전공했는지, 가족은 어떠한지 등의 개인적인 주제부터 시작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 평범한 일상생활의 이야기도 공유했다. 나중에는 세상 돌아가는 풍조와 변화하는 세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감상하는 바도 이야기하며 편안한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둘은 마음과 성정과 관심사가 잘 맞았는지 생각보다 서로에 대해 빨리 알게 되었다.

 

 

 

 

 

 

 

 

(다음 회차에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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