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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45회 아벨의 후예 Ch 7. 선한 유대인 이야기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3.10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내 동생에게 무슨 말을 건넸지?”

   카이젤은 불쑥 본론으로 다가갔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내가 내 손님을 대접했을 뿐인데.”

   “쓸데없는 짓을 반복하면 더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거참 무섭기도 해라. 협박하는 남자는 더욱 별로인데.”

   카이젤은 윤혁이 숨어있는 쪽을 한쪽 눈으로 흘겨보았다. 이내 그는 통일시스템을 이용하여 윤혁에 몸에 깃든 레리엔의 흔적을 감지해냈다. 그는 레리엔이 짜놓은 알고리즘들을 역연산하여 원본의 형태를 머릿속에서 재구성했다.

   “생명의 파편이라. 네 것을 주었을 리는 없고, 네가 어린 시절 흡수했던 아키라와 헥터의 생명력 조각인가? 생명 에너지를 직접 넘겨주는 식이 아닌, 임시소유권을 형성해서 선물하는 방식이라, 특이한 재능이로군.”

   카이젤 속에는 과연 ‘학습의 괴물’이 살아숨쉬는 것 같았다. 단 한 번의 읽음을 통해 그는 순식간에 레리엔의 고유 재능을 기본 원소 단위까지 분석해냈다. 레리엔은 눈앞에서 자신의 모든 밑천을 간파당하는 와중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왜? 탐이라도 나나?”

   “그럴 리가. 대체 수단이야 차고도 넘치는데. 다만, 응용하기에 따라 효용이 나쁘진 않을 것 같군. 적어도 네 고리타분한 방식보다는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해줄 수 있겠지.”

   메시아닉 유대인들에게 선의를 베푸는 데 쓰였던 레리엔의 재능. 그런 보배로운 선물도 카이젤과 같은 독재자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정반대의 방식으로 남용될 수 있다. 레리엔은 대화 중 처음으로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카이젤은 상대의 의사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레리엔과의 텔레파시 채널을 강제 연결하였다. 곧 발동된 ‘학습의 괴물’이 포식을 시작했다.

   “왜 내 앞에서 감춰왔던 거지?”

   “지금처럼 양아치 짓을 할까 봐 그랬지.”

   “그래도 어린 시절에는 나를 신뢰했던 게 아니었던가?”

   “카이, 난 감정과는 상관없이 너를 신용했던 적이 없어.”

   “유감이군.”

   심술궂는 포식의 시간이 한 순간에 종결되었다.

   ‘카리스마타마저 순식간에 복사해서 자기 것으로 흡수했다. 나, 티아라, 엘, 망할 발란마저도 당했던 절대적 우위의 반칙. 카이, 괴물은 여전히 괴물이구나.’

   초인만의 개인별 특수 재능, 천혜의 은택, 카리스마타(CHARISMATA). 

   일반인에게도 허락된 보편적 재주, 곧 창조적 사고력, 수학적 연산력, 예술성, 운동 능력, 전략적 사고 등의 일반 재능의 강화판인 ‘달란트(Talent)’와는 달리, 오롯이 초인 중 일부에게서만 나타나는 재능이다.

   성령이나 악령에 빙의된 인간이 받는 영적인 선물(Spiritual gift, Charisma)도 언어적으로는 같은 단어인 카리스마타로 지칭된다. 그러나 초인의 카리스마타는 그 개념이 다소 다르다. 그들의 힘은 오롯이 본인들의 영에서 생성된 재능이었다.

   한 인간의 본체인 영의 질량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나머지 블랙홀이 생성되듯 축퇴 응축되어 생성된 압축 특이점, 그것이 카리스마타가 발생하는 원리였다. 초인들끼리는 카리스마타를 편의상 ‘고유 재능’ 혹은 ‘특수 재능’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카리스마타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한 시대는 3세대 초인의 각성기부터였다. 이 능력의 발현은 3세대가 앞선 두 세대를 압도적으로 뛰어넘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2대째 위버멘쉬, 이벨리아 아담즈는 비록 원조 ‘학습의 괴물’이었지만 그 시절에 통용되는 카리스마타가 아예 없었기에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반면, 카이젤은 달랐다. 그의 주변에는 삼킬 카리스마타가 넘쳤다. 어린 시절의 그는 레리엔, 티아라, 엘, 발란듀르비치, 에녹의 카리스마타를 모두 복제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흡수본을 훨씬 강력한 단계로 개화하여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감사히 습득하도록 하지, 레리.” 

   학습의 괴물이라는 특성은 카리스마타나 달란트나 복제만 해낼 뿐, 원주인의 재능을 소멸치는 않는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 원주인의 재능도 같이 성장시켜준다. 그 덕에 카이젤은 본인의 능력을 진화시키는 동시에 부하들의 성장까지 이끌어내었다. 인류를 다스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재능이었다.

   레리엔이 지금껏 은폐했던 카리스마타 또한 카이젤에게 흡수당함과 동시에 한 층 더 높이 각성했다. 그 감각에 그녀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기분이 되었다. 표정이 미묘히 일그러진 레리엔.

   “여전하네, 넌. 변함이 없어.”

   “인류를 위한 길을 걸을 뿐이지.”

   “그 재능을 네가 좋은 목적으로 쓸 리는 없겠지.” 

   학습의 괴물로서 카이젤이 타인의 카리스마타를 흡수할 때는 가끔 변형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로는 상위의 능력으로 개화시키기도 하고, 정반대의 속성을 띤 능력을 생성하기도 한다. 만약 레리엔의 능력이 역방향으로 진화된다면 분명 인류 전체의 존엄성이 위협받을 것은 자명했다.

   “관점의 차이군. 내 윤리관에는 하자가 없다.”

   “일 다 봤으면 어서 이곳에서 나가.” 

   레리엔은 냉담한 어투로 싸늘하게 쏘아붙혔다.

   “바쁘다면서 다 거짓말인가보지? 이런데 올 정도로 한가하고 말야.”

   “그것참 까칠하군.”

   순간 카이젤의 목소리가 무섭게 가라앉았다.

   “레리,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닐 텐데?”

   그는 기습적으로 그녀에게 옛일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능력을 복제 당하는 와중에도 담대함을 잃지 않았던 레리엔이 순간적으로 수그러들었다. 그 비극에 얽힌 아픈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그녀는 더는 큰소리를 칠 수 없게 되었다.

   “그건!”

   “네게 입을 뻥긋할 자격이 있었던가.”

   “나는 그날의 일을 다 해명했어. 속죄하기로 마음먹었고.” 

   레리엔은 두려운 눈 마주침을 회피하며 가까스로 정죄를 방어하였다.

   “그래, 나도 내 미련함으로 큰 곤경을 겪었어. 뼈저린 교훈을 얻었어.”

   “뼈저린 교훈이라고?”

   이제 카이젤의 말투에는 미약하게나마 분노어린 감정까지 섞여들었다.

   “이상하군. 너 역시 나를 몰아내기를 원했던 게 아니었나?”

   “맹세코 그렇지 않아. 나는 엘에게 속았어. 그녀가 그렇게까지 선을 넘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그리고 그 영원히 저주받을 역겨운 자……, 그자에게 연루될 줄은 더더욱 몰랐어. 나 역시 이용당한 희생양이었어!”

   단아하고 고고한 레리엔의 입에서 험한 욕설이 섞인 처절한 호소까지 나오자 윤혁과 루디아는 화들짝 놀랐다. 그나저나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과거를 되돌아보며 기억을 되새기는 레리엔의 눈에는 수치심과 깊은 분노가 깃들어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하군. 누가 들으면 너도 피해자인 줄 알겠군. 나는 덕분에 열 차례나 목숨을 잃을 뻔지. 어디 그뿐인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심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철저히 짓밟혔는데 말이지.”

   “카이, 말을 좀 들어줘. 너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레리엔 로즈!”

   무섭고 섬뜩한 호통이 공기를 짓눌렀다. 그와 함께 거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커버넌트의 영향인지 직접적인 초능력이나 파괴력으로 환산되지는 못했지만, 기백만으로도 주변의 모두를 겁에 질리게 하고도 남았다.

   “그래, 나는 너를 믿었었다. 넷 중에서 유일하게 신뢰할만한 친구라고 생각했지. 내심 너를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할 동료로 인정했었어. 그런데 그런 네가, 나를 축출해야 할 존재로 규정한다고? 감히 반역자들을 도와?”

   으르렁거리는 포효 같기도 했고 슬픈 울부짖음 같기도 했다.

   “입이 열 개라도 말할 자격이 없음은 알아. 인정할게.”

   레리엔은 고개를 숙인 채 숙연하게 꼬리를 내리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카이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부하들에게 엄벌을 내리던 그때의 분노와는 전혀 다른 색채의 감정이었다.

   “네가 같은 아픔을 깨닫는다면 비겁한 변명으로 도망치는 일을 멈추겠지?”

   그 무시무시한 압박감에 곧바로 레리엔의 눈은 경계심으로 흔들렸다.

   “안돼! 가족들에게는 손대지 마!”

   자신의 아이 보호하고자 승산없이 맹수를 대적하는 어미새마냥 그녀는 날카로이 방어태세를 세웠다. 그녀가 말한 가족은 피를 직접 나눈 혈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루디아는 자신의 일족을 아가씨가 가족으로 인정하는 말을 듣고 가슴이 떨렸다. 이 상황의 무서움과 공감으로 인한 안쓰러움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윤혁은 두 초인 사이의 감정대립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긴장했다.

   “너는 나서지 마, 룻.”

   “윤혁아. 그렇지만!”

   “내가 말릴거야.”

   “안돼, 네가 다칠 거야.”

   그 사이 기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점입가경이라 해야 할지, 첩첩산중이라 해야 할지. 금방이라도 폭발할 기세였다. 둘이 체결한 커버넌트가 아직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에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확률은 작겠지만, 감정이 격해진 카이젤이 이성을 잃고 힘이라도 사용할까 봐 두려웠다.

   “그만둬. 이젠 너에게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잖아.” 

   듣고 있던 윤혁은 레리엔의 항변에 움찔하였다.

   “그들이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기뻐할까?” 

   레리엔은 필사적으로 상대의 공포를 견디며 제지해보았다.

   “내 가족은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너에게 그들이 소중하듯, 내게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나 역시 괴로워.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의 망령에만 사로잡혀 있을 거야? 넌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잖아? 내가 알던 카이는 적어도…….”

   “시끄러워.”

   카이젤은 차디찬 음성으로 말을 끊었다. 그의 손가락 중 하나가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며 까딱 굽혀졌다. 그 작은 움직임이 의미하는 바를 아는 윤혁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곁에 있던 루디아도 같이 반응했다. 기겁한 두 사람은 즉각 몸을 숨기던 나무 뒤에서 튀어나와 판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가씨, 위험해요. 피하세요!”

   루디아가 레리엔을 끌어안은 채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마치 폭발로부터 보호하고자 몸을 감싸주듯, 필사적으로 아가씨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그것이 효과가 있든 없든, 루디아의 본능은 자신보다 레리엔의 안전을 향했다.

   “형, 제발! 그만해! 진정해줘!”

   윤혁은 카이젤의 등 뒤에 붙어 안간힘을 써 상대를 붙들었다. 그제야 한창 격렬한 감정의 홍수에 휘말렸던 두 남녀는 가까스로 이성과 균형을 되찾고 본래의 안색으로 돌아갔다. 특히 카이젤은 하마터면 자신 때문에 동생이 위험에 휘말릴 뻔했다는 상상에 당황하여 자책감에 정신을 차렸다.

   “루디, 위험하니까 뒤에 있으라고 했잖아.”

   레리엔이 염려해주는 어투로 나무랐다.

   “미안해요, 아가씨. 당장에라도 아가씨가 휘말릴 줄 알고…….”

   “그래, 걱정해줘서 고마워.”

   레리엔은 한숨과 함께 루디아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이런 데 나서면 안 돼. 네가 위험해지잖아.”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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