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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57회 아벨의 후예 Ch 9. 전략 회의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11 | 회차평점 0 0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한참의 고민 끝에 그녀는 제법 그럴 듯한 대답을 주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선언한 약속, 유대인에게 돌아가리라고 약속된 몫, 그것을 취하는 게 좋겠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말이죠. 그보다 덜 요구했다가는 훗날 합법적인 몫을 되찾을 기회를 잃을 겁니다. 그보다 더 요구하면 두고두고 황제에게 여러분을 옭아맬 빌미를 줄 겁니다.”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었다. 루디아는 고민이 되었는지 아나스타샤에게 좀 더 시간을 두고 같이 상의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아나스타샤는 자신이 루디아와 메시아닉 유대인 사이에서 연결책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명한 판단이네.’

   윤혁이 보기에도 확실히 그편이 나았다. 이번 계약은 루디아가 중심이 되는 만큼 그녀의 의견이 중요한 입김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다른 유대인들도 엄연히 계약 대상자인 만큼 그들의 의견도 경시될 수는 없다. 이런 때에 만약 어른들이 신앙심으로 포장된 자신들의 개인적 욕망을 앞세워 루디아에게 특정한 방향의 거래를 강요한다면 일이 곤란해진다.

   그러므로 이미 탁월한 지혜로 유대인들 사이에서 자격을 증명받은 아나스타샤가 양쪽을 조율해주는 편이 나을 듯했다.

   “그러면 나머지 두 가지 주의점은 무엇인가요?”

   윤혁은 궁금했던 바를 질문했다.

   “하나는 이미 방금 말씀 드렸던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요. 커버넌트라는 기술 자체가 혹시라도 계약 당사자들의 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문제죠. 제가 간파한 부분까지만 고려하면 일단은 안전해요. 하지만 혹시라도 전혀 예상치 못 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은 걱정이 되네요.”

   엄연히 아나스타샤의 분석은 겉핥기 식의 판단. 그러므로 확답은 금물이었다. 정답은 하나님만 아시기에 예스 또는 노라고 결정적으로 공언해주기는 대단히 부담스러웠다.

   사실 과거에도 세상에 어떤 발명품이 나타날 때마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영적으로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중립적이다 라는 등 의견이 엇갈리는 일이 꽤나 흔히 있었다. 심지어 신실하고 복음적이고 지혜로운 목회자들 사이에서도조차. 아나스타샤라고 여기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분명 제 지혜를 넘어서는 영역이니 저 대신 하나님을 붙잡고 기도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죠. 원하신다면 저도 생명을 걸고서라도 그분께 해답을 구해볼게요.”

   걱정은 남았으나 그렇게 대답해주니 한결 안심되었다. 두 사람은 아나스타샤에게 감사의 뜻으로 화답하였다.

   “저도 같이 기도 할게요.”

   “저도요.”

   이제 마지막 유의점에 대한 설명의 차례가 돌아왔다.

   “계약 내용, 계약의 성질, 계약의 매개체에 대해서는 다 논의했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은 바로 계약 당사자에요.”

   “형 말씀이군요.”

   “네, 저로서는 솔직히 걱정돼요. 그자는 자기 자신도 커버넌트를 깨트리지 못한다고 증언했죠. 그 말은 아마도 사실일테지만, 이런 생각이 지워지지 않네요. 저런 엄청난 지식을 만들어낸 괴물이라면, 언젠가는 커버넌트마저 뛰어넘는 기술도 만들어내겠구나.”

   순간 윤혁의 뇌리에 최근 들은 몇 가지, ‘퀘이사’와 ‘라와 가이아’가 스쳤다. 레리엔은 그 기술로 인해 자신의 커버넌트도 위협당하는 중이라고 했다. 카이젤의 지혜는 현재진행형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그것도 타 초인들을 압도하는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말이다. 지금만 해도 기겁할 수준이거늘 앞으로는 대체 어디까지 이를 것인가. 그의 손에서 또 무엇이 탄생할까? 미래를 생각하자니 겁이 났다.

   이 와중에 아나스타샤는 한편 성경 구절 중 하나를 떠올렸다. 윤혁과 루디아 앞에서는 차마 그것을 꺼내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 “그가 장차 많은 사람으로 더불어 한 이레 동안의 언약(Covenant)을 굳게 정하겠고.” 부디 예언서에 적힌 그 구절이 이번 일과 얽혀 적용되어서는 안 될 터인데.

   ‘아니야, 그전에 그자가 정말 멸망의 아들인지 아닌지도 확신이 없잖아. 에드레이 선생님은 확률상 99%를 넘는다고 하셨지만, 하나님의 예언에서 확률이란 개념은 무의미해. 0%냐 100%냐 둘 중 하나일뿐. 정답은 하나님만 아신다.’

   굳이 인간 측면의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자면.

   ‘강윤혁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어. 그가 형을 살리는 데 실패하면 모든 미래의 궤적은 순식간에 성경의 예언대로 빨려들어가 성취될 거야.’

   짐승의 우상과 짐승의 표.

   때와 법칙을 변천하는 능력.

   그리고 신성모독하는 입.

   이미 현시대의 지식은 위의 모든 조건을 현실로 성립시키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완비되었다. 부품은 다 갖춰졌고 아직 조립만 안 되었을 뿐 카이젤이 작정만 하면 전부 완성될 것이다.

   그러므로 3대째 위버멘쉬가 최후의 위버멘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가 사탄과 융합하는 순간 인류의 시대는 끝이다. 그것을 막아낼 성령의 권능은 억제자의 영 내부에 담겨있다. 막는 것이 주님의 뜻일지, 이번 대에서 끝내는 것이 주님의 뜻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겠지. 두렵고 떨리는 심정이었다.

 

 

 

 

 

 

 

 

*

 

 

 

 

   아나스타샤는 좀 더 섬에 머물며 메시아닉 유대인들과 상의를 하였다.

   일단 계약의 세부 정보에 대해서는 감춰두었다. 그 부분은 대략의 맥락만 이해할 수 있도록 은유적인 표현을 위주로 사용하여 소통하였다. 다행히 필요한 만큼의 정보는 그런대로 잘 받아들여진 듯했다.

   그녀는 탁월한 협상 능력을 십분발휘하였다. 어른들이 루디아의 의견을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이끌었다. 아울러 혹시 탐욕의 생각이 개입될까 염려하여 성경 말씀의 경고를 통해 토론자들을 일깨우는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카이젤의 기대대로 유대인들은 욕망에 넘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령님의 지혜는 세상의 지혜와 달랐고 일은 세상 지도자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면 대강 방향은 확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의견들이 얼추 종합되어 계획안이 완성되었다.

   “루디아씨에게는 여기서 토의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당분간 그녀는 섬의 중앙부에 머무르며 마음의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녀의 의견에 변화가 생기면 여러분에게 피드백을 주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아나스타샤의 일방적 지휘를 독단적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두뇌도 탁월했고 영적 혜안 또한 충만했다. 그녀는 에드레이의 후임답게 하나님께서 맡기신 임무를 충실하고 현명하게 해내었다.

   이제 추가적인 논의가 몇 가지 남았다.

   “한 가지, 레우벤 몰데카이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미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유대인들에게 밝힌 바 있었다. 원대한 계획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레우벤이 핵심 포인트, 최소한 핵심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확실한 예견 때문이었다.

   사실 공략이라고 해봤자 특별한 건 아니었다. 그저.

   “여러분이 그에게 복음을 전해 회심하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간단한 목표 하나뿐.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으나 아주 잠시 회의장에 술렁거림이 임했다. 마땅히 맡아야 할 책무이긴 하지만, 그게 공식적인 논제로 논할만큼의 중대 사안이었단 말인가. 궁금증에 모두의 귀가 아나스타샤에게로 집중되었다.

   “제가 직접 나서서 그분을 설득해도 되겠지만, 저보다는 여러분이 적격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는 여러분의 동족이니 좀 더 깊은 공감대를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유대인 전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점은 예슈아를 영접한다는 결정이 유대 뿌리로부터의 절삭 내지는 정체성 부정, 혹은 이방 종교로의 개종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잘 납득시키는 데 있다. 오히려 그들에게 마땅히 먼저 주어졌어야 할 혜택이 올바른 주인을 발견한 격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제가 나서서 회심을 요구하면 그저 기독교라는 외부 종교를 유대인에게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지만, 여러분이 설득하면 레우벤 자신이 믿어온 여호와 하나님과 메시아의 정체를 더 올바르게 깨달으라는 요청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숙제를 내주는 데는 다른 목적도 있었다. 지금의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아직 온전한 선교사로서 활동하기에는 한끗 정도 부족함이 있다. 그들은 허물을 다 깨트리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조차 복음 전하기를 망설인다면 장차 지구에 도래할 시민들을 무슨 수로 상대하겠는가.

   어쩌면 상대가 은인인 레리엔의 가족이라는 이유가 망설임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사람들은 자신에게 큰 물질적 은혜를 끼친 이에게 복음을 전할 때 더 망설이기 마련이다.

   그렇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마상처를 주기 싫은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도덕적 우열 의식이 장벽이 되리라. 은혜를 입은 주제에 은인에게 정죄하듯 훈계해야 하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하지만 성장하려면 이 장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숙제를 내준 또 하나의 목적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였다. 아나스타샤는 어떻게든 레리엔과 접촉하여 그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느꼈다. 현재로서는 카이젤을 제어해주고 유대인들의 선교를 도와줄 자는 그녀뿐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으니까.

   더욱이 티아라 같은 거짓 선지자와는 성향이 다른 그녀이니 신앙적인 측면에서 올바른 변화를 겪는다면, 하나님을 두려워하거나 최소한 기독교와 복음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그런 변화는 분명 유대인들과 성도들에게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레리엔과 메시아닉 유대인들을 연결해줄 직접적인 징검다리가 필요했다. 이미 루디아라는 도움이 있긴 하지만, 이중 결합의 세기를 증폭하려면 레우벤이라는 인물도 필요했다.

 

 

 

 

 

 

 

 

*

 

 

 

 

   한편 윤혁은 루디아를 데리고 섬 밖으로 나가 잠시 드라이브를 즐겼다. 둘은 차를 몰고 지구 곳곳을 둘러보았다. 윤혁의 새 차에는 자유 통행권이 탑재되어있었다. 덕분에 지표면 위의 거의 모든 영역을 오갈 수 있었다.

   최근 전면개방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의 수도 역할을 맡은 지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모습으로 발전해있었다. 인공적인 부분이 많아 아쉬움은 들었으나 그 또한 별 문제는 아니었다. 테라포밍 기술이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른 덕에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자연경관이 오히려 자연 상태보다 더 아름다웠다.

   ‘정말로 행성혼이라는 게 존재하는 걸까?’

   더욱 화려하게 업그레이드된 자연계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 윤혁.

   ‘만약 그렇다면 형은 지구의 행성혼도 퀘이사 엔진이라는 괴물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조종해봤을까? 가능성은 충분하겠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마저 구축해내는 테크놀로지의 이면에 그런 무서운 기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생각하자니 조금 불편감이 들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고민을 입 밖으로 꺼내어 옆에서 잘만 감상하는 중인 루디아를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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