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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13회 아벨의 후예 Ch 23. 핍박에 굴하지 말라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8.29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현재 갈트론의 목적은 이제 막 우주 식민지에 뿌리 내려 부흥을 한창 이루고 있는 그 종교를 우주 전체에서 깡그리 소멸시키는 것. 하지만 무작정 핍박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거나 풍족한 물질문명을 제공해 나태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사상적 이념 속에서 신의 자리를 지워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만 아빠와 인류연합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지.’

   갈트론의 이 계획은 단순한 기독교를 향한 심술 때문만으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비록 말썽꾸러기 아들이었지만 그도 본질적으로는 위버멘쉬에게 충성하는 초인 사회의 일원이었다. 충성스러운 칼리드가 아버지에게 큰 신임을 받던 것이 내심 부러웠던 차였다. 자신은 늘 뒷세계 일만 도맡아 했거늘. 그렇게 온갖 지저분한 일을 처리해주었더니 도리어 사고뭉치라고 형제들의 멸시만 받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사람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돌려서 장차 도래할 절대 정권의 기반을 닦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도 조금 더 점수를 따지 않겠는가. 나름 공을 세워보려는 그만의 독특한 발상이었다.

   갈트론이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지구의 어리석은 철학자들이 미처 다 확립하지 못한 채 방치한 그 ‘유물론’이라는 이름의 미완성곡을 완성하는 것. 부족한 점들을 채우고 쓸데없는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더 수준 높은 차원의 사상으로 승격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장차 도래할 인류연합의 완전 지배의 기반이 되도록 만든다. 다른 것의 도움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도덕적, 철학적, 윤리적 체계를 이룩한다. 굳이 신의 율법이니 신의 법칙이니 하는 것이 필요 없도록.

   ‘그러려면 자연법칙, 윤리 법칙, 영혼의 법칙을 한 번에 관통해야만 한다.’

   그가 새로 강화된 유물론 안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법칙은 비단 윤리나 사회 영역의 법칙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자연법칙마저도 그 속에 포괄시키고 싶었다.

이것은 아주 터무니없는 망상은 아니었다. 실제로 인류연합은 지난 몇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심지어 물리법칙과 물리 상수를 어느 정도 변형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익히기에 이르렀다.

   신과 완벽히 결별을 이룬 독립적인 철학 체계를 만들어내려면 단순히 도덕을 새로 만드는 것을 넘어 신의 창조계와 독립적인 별도의 물리계 또한 제작해야 한다. 마치 하늘도시 안에 인공 우주를 생성해내었던 것처럼.

   ‘아니지, 그때보다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해.’

   엄밀히 말하면 그 부분까지는 갈트론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의 과학 기술로는 그 정도 경지까지는 다다르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위버멘쉬의 일이다. 대신 적어도 일반인들로 하여금 그러한 신 질서에 적응케 도와줄 새 철학을 심어주는 일 정도는 능히 수행할 수 있다. 침례 요한이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했듯, 갈트론은 장차 도래할 초인들의 왕의 통치를 예비하리라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그러려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지구의 낡은 유물론은 이미 폐기되었다. 이는 상위 차원과 초자연이 존재함이 발견된 탓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은 어떤 초인도 옛 유물론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심지어 인류연합 부대표 에녹 아담즈는 이러한 유물론의 어리석음을 역이용함으로써 인류 이외의 비인간 종족들을 영원한 노예 신세로 만드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 사람은 확실히 기독교에 우호적이었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에녹 그자는 부친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했었지. 2대째 위버멘쉬가 잠재력을 다 끌어내지 못한 상태로 낡아버린 것도 그 병균 같은 종교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현 3대째의 부친도 기독교인이라고 했던가. 갈트론은 의외로 이 싸움이 질긴 장기전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미리 쐐기를 확실히 박아줘야겠군.’

   유물론을 새롭게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한다면 취해야 할 전략은 단순하다. 영혼이니 뭐니 하는 모든 상위 차원 영역까지 다 통틀어 그저 ‘물질계’의 일부로 환원시키면 그만이다. 심지어 초자연과 신마저도 물질 일부로 환원시키면 된다.

   어차피 최근에는 상위 차원의 관측 및 조작 기술도 한창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5차원이든 11차원이든 무한 차원이든, 계속 인간의 정복 범위 아래 둔다면 언젠가는 영혼이라는 실체까지도 물질과 매한가지로 조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 영의 세계도 어쩌면 특별한 불가침의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단순히 차원이 높은 물리법칙에 속한 상위 계통의 물질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원리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서 정복하다 보면 결국 신까지도 이해하고 분석해내겠지.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겠지. 인간이 무한한 역량에 도달할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탐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간과한 생각이야.’

   적어도 갈트론의 사상 체계 속에서는 끝없이 인간이 발전하다 보면 언젠가 영을 포함한 만물을 정복하는 것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낯설지 않았다. 도덕적 체계에 있어서도, 물리적 창조 체계에 있어서도, 심지어 공리의 영역에 있어서도.

   이렇게 그는 오랫동안 무신론자들을 지배해온 사상에 감염되었다.

   ‘불가지론적 초차원적 유물론(Agnostic super-dimensional materialism).’  

   이것이 갈트론이 새로 정립한 사상 체계의 이름이었다.

   우선 ‘불가지론적’이라 함은 인류가 개척 가능한 실체적 영역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른다는 의미였다. 신이나 초자연 역시 언젠가 도달 가능한 상위 차원의 실체에 불과하며 그 위로도 무엇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서 갈트론은 어떤 존재가 ‘스스로 존재한다’ 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했다. 곧 모든 존재 위에는 반드시 더 높은 상위 존재가 있음을 가정하였다.

   또한 ‘초차원적’이라 표현은 초자연계란 그저 아직 관측되지 않은 높은 차원의 물질일 뿐이며 과학의 발전과 지성의 진화를 통해 얼마든지 도달 가능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함의하고 있었다. 현재는 다루지 못하는 영역일지라 해도 미래에는 얼마든지 지배하고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한 사상이었다.

   갈트론의 책략대로라면 이 ASDM의 사상적 질서가 정교하게 확립되는 직후, 미디어와 여러 정치 수단을 통해서 우주 인류 사회 전역에 이 정신이 배포될 예정이었다. 조만간 그날이 이르면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는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존립마저도 보장받기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입게 되리라.

 

 

 

 

 

 

 

 

*

 

 

 

 

 

 

   사역팀의 네 일꾼이 다 함께 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일들에 충성하며 핍박을 아랑곳하지 않자 곧 그들이 거하는 Upol에 성령의 열매가 맺혔다. 이에 대해서 주님께서 세미한 음성으로 리온에게 칭찬하셨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큰 기쁨도 허락하리라. 말해 보아라. 네가 너 자신을 부인하고 내게 모든 것을 맡겼으니 나도 너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하나님께서는 그 무엇이든 요구해도 좋다며 기회의 문을 열어주셨다. 물론 그분은 리온이 어떤 대답을 할지 미리 알고 계셨다. 그렇기에 허락하신 것이었다. 만약에 이기적으로 소원을 취할 자였더라면 리온을 위해서라도 그런 기회를 내주지 않으셨을 것이다.

   “송구스럽지만 주님, 말씀하신 대로 정말로 당신의 종에게 은총을 베푸실 뜻이시라면, 부디 이곳에서 제게 보여주셨던 은혜들을 다른 하늘도시에서도 동일하게 보여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얼마나 많은 곳들에서 이뤄주기를 원하느냐.]

   잠깐 리온은 고뇌하며 망설인 뒤 조심히 대답했다.

   “1억 개……. 1억 개의 Upol에서도 동일한 역사를 이뤄주시길 소원합니다.”

   과하다고 할 줄 알았건만, 의외로 더 큰 너그러움의 대답이 돌아왔다.

   [너는 왜 나의 능력을 제한하느냐. 내가 허락한다면 1조 개의 하늘도시 전부에서 동시에 내 뜻을 이룰 수도 있다. 너는 나를 믿지 않는 것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제 기도로 말미암아 하늘도시들이 은혜를 얻었다고 생각하며 자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모든 것이 주님께서 행하신 것임을 알고 고백하지만, 제 뿌리 깊은 자아는 늘 교만에 약합니다. 제가 잘 행함으로써 주님의 일을 해냈다는 자기 칭찬에 빠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교만에 빠지지 않을 절충선이 1억 개라는 뜻이로구나.]

   “주님께서 제 그릇과 믿음의 분량을 아시오니 적절한 경계선을 정해주소서.”

   하나님께서 흡족하게 그의 대답을 받으셨다.

   [네 겸손을 보았노라. 그러니 네 뜻대로 행해주마. 지금부터 너에게 1억 개의 하늘도시를 내주겠다. 물론 누구도 네가 그곳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모르도록 은밀한 방식으로 말이다. 심지어는 너 자신도 모를 정도로.]

   자신이 교만에 취약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겸손의 시작인 법이다. 리온은 자신을 겸손히 낮춤으로써 더 큰 은혜를 풍성히 체험할 기회를 허락받았다.

   이제 그는 Upol-67,100,200,300을 떠나라는 명령을 지시받았다. 하나님께서 비슷한 배경을 지닌 다른 Upol들을 소개해주겠다고 계시하셨다. 아울러 리온이 밟는 땅에서 벌어지는 부흥이 새로운 일꾼을 낳음으로써 연속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키리라는 약속도 받았다.

   [그 1억 개는 그저 담보로 주겠다. 몇 달 안에 이 일이 이뤄질 것이다. 그 뒤에는 새로운 임무를 맡길 생각이다. 네가 너 자신의 영광이나 의를 구하지 않았으니 또다른 은총까지 네 요구 위에 더하여 선물해주겠다.(왕상 3:11-13)]

   “주님의 무한하신 자비에 감사합니다.”

   물론 리온 스스로 취할 영광은 주지 않겠다고 하셨던 첫 날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했다. 다만, 이제는 리온도 하늘의 관점에서 하늘에 속한 일들만 바라볼 만큼 영적으로 충분히 성장했기에 스스로 영광을 자부할 일은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에 베풀기로 한 약속과 저번의 제약은 모순되지 않았다.

 

   떠나기 직전, 그는 경고의 계시를 하나 더 받았다.

   [조심하라. 사탄이 그의 강력한 체스말 하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느니라.]

   “그자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인간입니까? 악령입니까?”

   [이미 네가 아는 자다. 지난 여행 때 너희 앞에 가증함을 두었던 그자 말이다.]

   주님의 경고는 딱 이 부분까지만 제시되었다. 불현듯 불길함이 스쳐 갔다.

   “그자는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하겠습니까?”

   [지구를 거닐었던 모든 무신론자를 합친 것보다 더 위험할 것이다.]

   “제가 그런 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의심과 불안감이 스멀스멀 일어나자 성령님께서 따스한 권면과 충고로 리온 속의 그 감정을 쫓아내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어찌하여 네 마음에 염려가 일어나느냐.]

   “하, 하지만…….”

   [나는 그자를 네 원수로, 너를 그자의 원수로 만들겠다. 허나 내게 네가 붙어있어서 나만을 의지하면 너에게는 반드시 최후 승리가 주어질 것이다. 내가 원수들의 권능을 밟을 모든 권세를 네게 주노니 누구도 네 혼을 해하지 못할 것이다.]

   리온은 주님 주신 약속에 대한 굳거한 믿음을 바탕으로 두려움의 감정을 쫓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았다. 하늘도시 선교 여행 당시에는 자신이 직접 위대한 초인과 맞설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방패막이도 없이 거대한 세력과 맞서야 할 판국이다. 어쩌면 초인 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축에 속한다는 그 존재와도. 몹시 긴장되었다.

   ‘아니야, 방패막이가 없다니. 이 무슨 불온한 불신이냐.’

   이제 리온은 세상의 다른 요소들이 아닌, 주님 한 분만을 든든한 산성과 방패로 삼고 마음 속에 세워둘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 평생을 요하는 씨름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럴 가치는 있었다.

   한편, 재현과 지현과 찬영은 앞으로의 길에 대해 깊은 고민에 잠긴 그들의 지도자를 위해 자신들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로 응원하고 중보하였다. 바야흐로 운명의 때가 도래했다. 핍박에 맞서는 진정한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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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5-08-27 | 조회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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