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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15회 아벨의 후예 Ch 24. 스미르나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9.03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이제 카이젤은 다시금 성운에게 당부를 주었다.

   “갈트론을 손볼 겸 한 가지만 더 부탁하지.”

   “말씀하시죠.”

   “유리스를 좀 주시했으면 좋겠군.”

   이에 성운은 이해하지 못하여 잠깐 멈칫했다.

   “제5철인왕을요? 그녀에게는 특별한 문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아,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유리스는 말을 잘 듣는 아이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잠시 정적이 임한 이후 나직이 대답이 돌아왔다.

   “티아라 그녀가 유리스에게 자신의 역할을 인계하는 중이다.”

   “성녀께서요?”

   “그래, 티아라는 제자 중에서 유리스를 유독 살뜰하게 대했지. 그녀를 제일 잘 따르는 수제자이기도 했고. 실제로 철인왕 중에서 유리스는 티아라와 성향이 제일 잘 맞았지. 절대적 평화주의라는 사상적 체계도 비슷하고 말이야.”

   카이젤은 유리스의 최근 준동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었다. 이를테면 티아라가 소유했던 세 타이틀인 법황(karma pope), 미황(Maitreya pope), 도황(Sage pope) 칭호가 유리스에게로 넘어갔다는 이야기까지도.

   “하지만 그런 허울뿐인 칭호는 기껏해야 역사의 뒤안길로 파묻힌 교황청의 부스러기 아닙니까? 보스께서 신경 쓰실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만.”

   “그랬지. 티아라가 그 타이틀을 보유하기 전까지는 말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게 큰 문제가 될 리가.”

   물론 10대 초반에는 미황 겸 법황 겸 도황이 된 티아라가 카이젤 입장에서도 아주 조금은 골치 아팠다. 허나 반역 사건에 연루된 직후에는 커버넌트를 매개로 그녀의 모든 잠정적 권력을 몰수해버렸다. 그 이후론 티아라가 U-society에 아무런 힘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탓에 세 칭호는 사실상 사장된 타이틀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인류연합의 정식 권한 일부를 소유한 최고 간부 중 하나인 유리스가 하필 티아라의 그 유지를 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나는 티아라의 사상이 내 영토를 더럽히는 현상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녀의 존재는 내게 있어서 이용하기 조금 좋은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만일 그 이상으로 존재감이 커진다면 두고 볼 생각은 없어.”

   성운은 곧바로 보스의 의중을 이해하고 그에게 동조했다.

   “그렇다면 제가 유리스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유리스는 갈트론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녀는 인간은 물론이고 인공지능과 이종족 사이에서도 신망이 매우 두텁습니다.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나도 안다. 그녀는 지적설계종마저 세 치 혀로 설득했던 전적이 있지.”

   “게다가 저로서는 열심을 다해 그녀를 쳐내야 할 명분이 없습니다.”

   “쳐내라는 뜻이 아니다. 감시하고 제어하라는 말이야. 아직은 경제 시스템이 새로운 질서로 개편되기 전이니, 네게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꽤 남아있지. 돈줄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제어하기 쉬운 도구 아니었던가.”

   “돈으로 새 교황들을 압박하라는 말씀이군요.”

   “적당한 선은 네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해.”

   혹을 떼려다가 새로운 혹이 붙어버리자 성운은 골머리가 아파왔다. 주인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찾아가면 늘 이런 식으로 임무가 하나 더 붙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갈트론을 합법적으로 몰아붙이려면 보스의 허락이 필요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갈트론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김에 구태여 이득도 없는 유리스의 행태의 감시도 겸하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늘 수고가 많군.”

   카이젤은 흡족스러운 투로 성운을 응원하였다.

 

 

 

 

 

 

 

*

 

 

 

 

 

   “이 정도까지 부흥의 물결이 거세질 줄은 몰랐어요.”

   핍박을 감당해내고 맺은 결실이 이렇게 클 줄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지현은 내심 크게 감탄했다. 지구에 남아있었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체험이었다. 처음 대부흥을 목도했던 Upol-67,100,200,300 이후로는 비슷한 은혜는 더 만나지 못할 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번에 방문한 Upol과 같은 은하계에 속한 Upol들, 거기서 교류를 위해 순회 온 다수의 소규모 사역팀과 개척 교회들이 소문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리온의 설교와 부흥 현장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생생한 간증을 들었다. 거기에 솔깃함을 느꼈는지 그들은 리온 일행을 직접 초대하였다.

   놀랍게도 그곳을 방문한 리온이 말씀을 전했더니 이전에 보았던 것보다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급진적으로 죄를 회개하며 자신의 삶을 180도 개혁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피상적인 반응으로 끝나지 않고 교회당 밖에서도 실제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졌다.

   Upol 자치권은 강압으로 이들을 쫓아냈다. 그러자 오히려 비기독교 시민들이 자치권에 분노하여 들끓었다. 기독교는 해방의 선두주자 대우를 받으며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막상 시민운동이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끓어오르자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폭력을 예방했다.

   이러한 모범적인 움직임은 다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통일시스템이 교회를 선역으로 인정해주고 역으로 자치권을 악역으로 여겨 배제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놀라운 반전들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리온의 설교에 귀를 기울였고 수많은 목회자들이 나태에서 벗어나 열의와 헌신의 길로 돌아왔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불과 며칠 만에 Upol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나의 Upol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의 불씨가 다른 곳으로도 퍼졌다. 영적으로 깨어난 신자들이 지역을 이주하여 개척 교회를 짓거나 개인 영상 매체 등을 통해서 자기 지역에서 벌어진 회개의 역사를 다른 곳에도 간증했다.

   아울러 그들은 자기 지방에서 벌어진 일, 곧 핍박을 물리치고 선한 세력이 승리한 사건들을 만방에 알렸다. 이에 용기백배한 타 지역의 교회들도 힘을 얻었다. 그들은 핍박에 아랑곳않고 성결한 생활과 이웃 사랑의 실천에 힘썼다.

   ‘아직이야. 주님께서 약속하신 1억 개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어.’ 

   리온은 놀라지 않았다. 주께서 약속하신 결실이 이뤄질 것을 너무 당연하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의 기대는 그보다는 이것들 이후에 있을 일에 닿아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시련이 닥쳐오리라고 예상했다. 크나큰 좌절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각오했다. 큰 기쁨 뒤에는 연단과 훈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리온은 차분히 기도를 통해서 앞으로 있을 환난에 대비했다.

   “목사님은 참 신기하단 말이죠.”

   “어떤 점에서요?” 

   재현의 질문에 리온이 호기심을 비쳤다.

   “아, 나쁜 뜻은 아니에요. 그냥, 항상 의연하신 모습이 대단하셔서요. 안 좋은 일이 닥쳐와도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으시잖아요. 그렇다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없으신 것도 아닌데.

   그리고 반대로 기쁜 일이 생겨도 마냥 들뜨기보다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시고요. 그것도 기쁨과 감사는 넘치도록 표현하시면서도 더 큰 일을 바라보시며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보였나요?”

   재현이 보기에는 사도 바울이 말했던 일체의 비결, 곧 가난하든 부요하든 늘 온전하고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는 태도가 리온의 삶에서 뚜렷이 엿보였다. 숱한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걸까?

   아직까지 재현 자신은 상황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마음이 성장하지 못했기에 조금은 리온이 부러웠다. 저런 태도는 단기간에 갖출만한 성질의 자질이 아니겠지.

   “고맙지만, 사실은 열어놓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저도 무서울 때가 많단 말이죠. 염려도 많이 들죠. 때로는 전혀 위기의 징조가 없어도 불안감을 가질 때도 있고요.”

   리온이 고개를 저으며 겸양히 말했다.

   “그래도 저보다는 훨씬 나은 걸요. 하나님 말씀에는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기도와 간구로 감사와 더불어서 하나님을 의지하라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아서요.”

   “아무래도 누구든 마찬가지겠죠.”

   “우리의 믿음이 연약해서 그런 걸까요?”

   주눅 든 표정이 된 재현. 리온은 그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었다.

   “두려움, 염려, 짜증, 공포, 증오, 분노……, 이런 감정들 말이죠, 그 자체로 그릇된 것은 아니에요. 기쁨과 행복이라는 감정이 그 자체로 선한 게 아니듯. 감정이란 것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피조물일 뿐이에요. 동물더러 선하다거나 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감정은 우리의 뇌와 혼 속에 탑재된 하나님의 피조물일 뿐이에요.”

   “그런 해석은 처음 듣네요.”

   “하나님께서도 질투하시고 증오하시고 분노하시는걸요. 중세 시대 교회는 질투나 분노를 대죄로 정의했지만, 그것은 애초에 감정의 본질에 대해서 오해하고 잘못 정의내린 거예요.”

   리온은 가르쳐주었다. 하나님께서도 죄악에 대해 분노와 증오를 내뿜으시며, 우상숭배에 대해서 격한 질투를 나타내심을. 이는 그것들이 정말로 악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정적인 감정이란 악한 것을 없애고 회피하라는 목적으로 창조된 감정들일 뿐이다. 짜증을 통해서 불편한 것을 개선하고, 염려를 통해서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분노를 통해서 악의 횡행을 제거하고, 증오를 통해서 사탄을 배척할 수 있다.

   만일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선한 것에는 긍정적인 감정을, 악한 것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그 순서와 방향이 뒤틀리거나 올바른 절차를 어긋나면 죄가 되는 것이겠죠.

   솔직히 우리 인간들은 죄에 오염된 본성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올바른 쪽에 투사시키지 못하거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저도 물론이고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니 조금은 부담이 덜하네요. 지금까지는 특정 감정이 무조건 잘못된 것인 줄로만 느꼈거든요. 게다가 아시다시피 저는 몸 특성상 더욱더 극렬한 감정에 취약했어요. 잘 휘말렸죠.”

   “고민이 많으셨겠네요.”

   “네, 거의 최근까지도 힘들었죠.”

   재현의 신체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계열의 초능력이 추가로 깃드는 중이었다. 다행히 신체의 특수 성질 때문에 몸의 부담은 없었지만, 강력한 힘이 주는 정신적 영향력은 술에 취하는 것만큼이나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초인의 정신을 보유치 않은 재현에게는 초능력 고유의 취기가 크게 작용했다. 이렇다 보니 거듭 몸에 깃드는 힘이 감정을 순결하게 유지하는 데 방해를 주었다. 재현이 원하여 벌어진 일은 아니었지만, 이 같은 감정의 격변은 분명 믿음의 선한 싸움을 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으로 작용하였다.

   “많이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곁에서 기도할게요.”

   리온이 격려의 의미로 재현의 등을 툭툭 토닥여주었다.

   “차라리 주님께서 능력을 통째로 앗아가주셨으면 좋으련만.”

   “그랬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짐의 짊어짐을 허락하시기도 하시죠.”

   “사도 바울이 지녔던 ‘사탄의 가시(고후 12:7)’처럼요?”

   “그것과 비슷하겠네요. 분명 천재현씨의 궁극적인 유익을 위해서 잠시 고난을 허락하신 것일 테니까 믿고 기다려봐요. 혹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쓰임 받을지 어떻게 알겠어요. 해결은 주님이 뜻하신 때에 이뤄질 거예요.”

   재현은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내심 기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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