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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23회 아벨의 후예 Ch 26. 지구 해체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9.22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무수한 공중섬들이 웜홀을 뚫고 대기권에 들어왔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한 환상적인 도시였다. 과학력과 마법과 신적인 능력이 하나로 모여 만들어진 걸작품 같았다. 지구의 공중섬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웅장했다.

   그 공중섬들은 지구의 경관에 이질감을 더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지구 부속 구조물들과 융합하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되기라도 한 것처럼.

   이어서 바다로부터 전설 속의 고대 문명, 아틀란티스를 연상시키는 물체들이 치솟았다. 황금빛으로 칠해진 최첨단 건물들로 즐비한 아름다운 섬들이 떠올랐다. 섬을 수호하는 거대 이종족도 함께 튀어나왔다. 그들은 전설의 동물처럼 아름답고 정교하고 웅장했다. 그들이 내뿜는 방대한 기운에 기존 해상도시에 살던 주민들은 위압 당했다. 대자연 앞에 선 왜소한 존재가 된 그들이었다.

   이어서 수억 개의 필라들이 대기권을 관통하여 땅으로 내려왔다. 필라마다 독특한 형태의 빛나는 구조물들이 박혀있었다. 마치 하노이의 탑을 연상시키는 형태였다. 원반 형태의 구조물 하나하나가 전부 도시였다. 그것들은 지구에 있던 기존 도시들과 접촉하더니 기묘한 방식으로 융합해버렸다. 주로 공중에 떠 있던 도시들이 본보기로 융합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 그리운 공기의 향, 아름다운 토양의 흙내음, 맑고 푸른 별.”

   “상상 속으로 그려왔던 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답잖아.”

   “내 살아생전에 이곳을 눈에 담게 될 줄이야.”

   “당장 내 발로 직접 저 땅을 밟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이렇게 훌륭한 땅을 고작 100억 명이서 독점해왔다니.”

   “참 불공평한 처사야.”

   지구 시민들의 뇌리로 수많은 텔레파시 음성들이 침투했다. 급작스러운 소음에 겁에 질린 그들은 일제히 귀를 막았지만 헛수고였다. 이것은 통일시스템에 의해 직접 뇌세포로 전달되는 메시지였다. 통일시스템이 조금 전 벌어진 천지합일 현상을 통해 지구로 진출한 우주 인류의 생각을 여과 없이 전송해주고 있었다. 기존 지구 원주민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경악했다.

   “이젠 다 우리 거야.”

   “무능력한 자들은 죄다 내쫓아야지.”

   “우리도 인간인데 마땅히 지구를 쟁취할 권리가 있다고.”

   “게다가 우린 정당한 경쟁 절차를 밟고서 여기까지 올라왔어.”

   거듭되는 음성의 쇄도. 여기에 더해 시각 정보까지 텔레파시로 전달되었다.

   지구에 있던 자들 눈에도 이제 똑똑히 보이게 되었다. 웜홀과 게이트, 공간의 틈새, 차원의 벽, 환상과 현실의 틈 등을 통해 쏟아져 내려오는 우주 인류와 그들의 문명의 권능을.

   불행히도 지금 강림한 저들은 전체의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방벽 뒤에는 이들의 수천 배에 달하는 수효의 우주 인류 도전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우주 인류라고?”

   “바깥 세계의 문명이 저런 모습이었어?”

   “실제로 보니까 외계인 문명 같잖아.”

   “저들이 우리를 쫓아낼 거라고?”

   한편 지구 원주민들의 생각 역시 여과 없이 우주 인류 측에 전송되었다.

   ‘외계인이라니.’

   조상 적부터 대대손손 숱한 고생을 해오며 겨우 인류의 고향에 당도했더니 자신들을 이렇게 평가하다니. 힘도 지능도 생명력도 뒤떨어진 나태한 조무래기들 따위가! 우주 인류는 투지에 불타올랐다.

   어서 빨리 무능력자들이 쫓겨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새로워진 지구의 일원이 되고 싶다. 새 역사를 써 내려갈 주역이 되리라. 나태한 자들은 이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려라. 욕망이 그들 마음속에서 화덕처럼 불붙었다.

   이제 통일시스템은 지구 원주민들로 하여금 차원 건너편도 보여주었다. 그곳에도 이동형 우주 인류 문명이 준동 중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수천억 명의 학생이 인기 있는 강좌 백 좌석을 놓고 핵전쟁보다 치열한 온라인 수강 신청 전쟁을 벌이는 장면을 방불케 했다.

   지금도 우주 인류는 저들끼리 치열하게 승부 중이었다. 어떻게든 더 많이 득점하여 자질을 입증받아 지구라는 특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무능력한 원주민들은 경쟁 상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원주민들은 그저 얼마든지 돌을 굴려 튕겨낼 수 있는 박힌 돌들이었다. 눈에 띄이는 경쟁자는 오로지 자신들과 같은 우주 인류뿐이었다.

   강림은 서서히, 천천히 조절된 페이스로 진행되었다. 우주 어딘가에서 나타난 문명들이 지구라는 시공간과 안정적으로 융합하였다. 기존의 지구 민간 문명들은 점점 구석에 몰렸다. 이미 국경선이니 수도니 하는 개념은 온데간데없어진 상태였다. 이날은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날, 곧 행성 교체의 날이었다.

 

   그때 하늘에 거대한 괴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찌나 거대한지 순간 여러 도시가 낮이 밤으로 바뀔 지경이었다. 괴수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 지구에 생중계되었다. 그 위압감의 등장에 우주 인류마저도 벌벌 떨었다.

   그 괴수는 질서를 위반하고 새치기하려는 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한 경찰이었다. 동시에 지구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선포자였다.

   괴수의 몸은 급속도로 수축되었다. 이윽고 그것은 사람 형체로 바뀌었다. 검은색 제복을 입은 채 눈가만 가리는 반쪽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갈색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한 키 큰 남성이었다.

   그의 뒤에는 무수한 괴이의 군단이 뒤따르고 있었다. 남자처럼 괴수화의 능력을 갖춘 인간들이었다. 남자는 비웃음과 함께 발치 아래 놓인 지구 전역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초능력을 통해 지구 원주민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동시 감찰했다. 그의 우아하고 위압적인 자태가 통일시스템의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실시간 입력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정체를 눈치챘다.

   ‘북미 연합의 수장이 아닌가.’

   ‘인디언들의 지도자였다던 그 위인?’

   ‘저분이 어째서 왜?’

   ‘왜 외계인들이 저분께 고개를 조아리며 눈치를 보고 있지?’

   ‘저분은 설마 지구 시민들을 버렸단 말인가?’

   원주민들이 의식 중으로 떠올린 생각들마저도 실시간으로 전송되어 공유되었다.

   ‘귀찮군.’

   이윽고 태양을 삼킨 늑대가 떠들썩거리는 사람들의 사념파를 잠재우기 위해 공식 성명을 표명했다. 그가 분출한 거대한 존재감과 흑색의 초능력 에너지가 하늘을 가려 일식을 만들어내었다. 이름 그대로 태양을 집어삼키는 모양 같았다. 원주민들은 공포에 질렸고 외계 문명의 구성원들은 경외를 표했다.

   “난 양쪽 중 어느 편도 아니야.”

   그의 묵직하고 둔탁한 목소리에 일제히 정적이 흘렀다.

   “난 표식에 속박된 우주 인류도 아니고 곧 쇠퇴할 구시대 인류도 아니지. 나의 소속은 인류연합과 U-society, 내가 소속된 종족은 호모 데우스(Homo-Deus)다.”

   일반인들을 자신 아래로 깔보는 냉담한 시선, 그들을 하등한 존재로 여기는 오만한 어투. 굳이 태양을 삼킨 늑대가 악역을 자처하며 이런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은 그의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먼저, 더는 지구 민족들의 비위를 맞춰주지도, 뒤치다꺼리를 해주지도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 그리고 앞으로는 선정과 더불어 공포감에 의한 강력한 통치도 병행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과연 그 의중을 깨달았는지 동요가 일며 사람들의 사념파가 흔들렸다.

   “보이는 대로야.”

   태양을 삼킨 늑대가 다시 운을 뗐다. 이번에는 온 공간과 정신 세계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텔레파시에 권능을 담았다. 어찌나 크고 강렬한 지 행성 근방의 모든 지성체가 그의 포고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원망스럽게 생각하지 마. 우리는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것뿐이야.”

   그는 친절히 우주 인류에 관해 원주민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이 오래전 지구에서 떨어져나온 인간들의 후예이며 같은 뿌리를 가진 인간임을.

   아울러 인간에게는 누구나 지구를 찾으려는 귀소 본능이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또 우주 인류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번성해왔으며 어떤 고난의 여정을 거쳐왔는지. 그들이 얼마나 높은 경지까지 성장했으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고생을 했는지도.

   “같은 인간끼리 공정 경쟁을 하려면 사다리가 필요하지. 사다리 위에 있는 자들이야 억울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생각이요, 이중잣대에 불과해.

지구처럼 한정된 자원이라면 마땅히 공정한 수순에 의해 실력 순서대로 배분이 이뤄져야 하지. 능력과 자질 있는 자가 높은 자리에 올라 기회를 얻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인 일이 아니겠어?”

   Upol로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 지구까지 올라가는 데 필요한 사다리, 징검다리 권역. 이곳 지구에 강림한 우주인들은 하나 같이 그 험난한 징검다리 권역들을 차근차근 거쳐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먹음직스런 보상이 놓였다.

   “억울한 자들은 반론해도 좋아. 다 받아주지.”

   태양을 삼킨 늑대는 그의 유창한 웅변 실력과 탁월한 변증법을 발휘했다. 왜 우주 인류가 지구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그는 모두 앞에서 역설했다. 어찌나 변증에 능숙한지 누구도 끼어들 엄두를 감히 내지 못 했다.

 

 

 

 

 

 

 

 

*

 

 

 

 

 

   태양을 삼킨 늑대가 대기권에 좌정한 채 모두를 내려다보는 중, 또 다른 메시지가 지구 전역의 원주민들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공지되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지구 축출에 대한 통보였다.

   {지구 해체 5단계, 그리고 ‘Surival 111’의 제1차 경합을 동시 진행합니다.}

   이후 장문의 메시지가 통보되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았다.

 

   현 시간부로 지구 원주민들은 시민권 유효 기간이 만료되었음을 통보한다. 하지만 행성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점을 숙려하여 유예 기간을 마련해준다. 이 유예 기간은 유동적이며 앞으로 진행될 ‘1차 경합’에 의해 변동될 예정이다.

   단, 유예 기간은 민족 별로, 국가별로, 도시별로, 집단별로, 성별별로, 씨족 별로, 심지어 개인별로도 각기 다르게, 개별적으로 계산될 것이다. 한 개인의 최종 숙려기간은 위에 제시된 소속 집단 변수들을 전부 합산해서 계산되며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숙려기간 내에 각 개개인은 지구 시민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경제적 보상이 지불된다. 도출된 최종 숙려기간이 길수록, 숙려기간 중 일찍 자발적으로 포기할수록, 경합을 통해서 도출된 기타 점수가 높을수록 이 보상의 크기가 달라진다. 누구든 숙려기간의 3배 이상의 시간을 넘긴 채 체류하면 강제 축출이 발동된다.

   제1차 경합은 기본적으로 무기한이며 인류연합의 결정에 따라 도중에 중단될 수 있다. 1차 경합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숙려기간이 유동적으로 계속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숙려기간을 넘긴 개인도 그 기간의 3배에 달하는 시간에 도달하기 이전에 숙려기간 연장을 얻는다면 그 연장분까지는 체류가 허가된다. 이 경우 발생하는 보상의 차감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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