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60회 아벨의 후예 Ch 34. 타야테라 (4)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2.31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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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칼리드가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기독교의 영성이 여타 종교와 차별화되어있음은 충분히 증명되었다. 실제로도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많은 선한 열매를 낳았다. 분하지만 그런 열매의 혜택을 지금껏 후손들이 누리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성운의 크로스솔져 데이터도 바이오닉 솔져의 진화에 이용되지 않았는가. 그자들이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다면 그런 성과가 나왔겠는가.
‘이건 어쩌면 오히려 내가 이용당하고 있는 것일수도.’
문득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리온의 주장을 마냥 무시하려니 아쉬움이 들었다. 성운은 리온에게 토론 거리를 몇 가지 더 던져보았다. 상대가 신학 전문가라 경제나 정치에 능숙하지 못할 것을 감안해 최대한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서 대화를 형성했다.
과연 리온은 성운의 기대 이상이었다. 지식이나 박식함 자체야 성운에 비할 바 아니지만, 세계관의 깊이가 상당히 풍성하고 지혜로웠다.
‘초지능과 지혜란 다른 차원의 요소라 이건가?’
어느새 리온의 성경적 세계관에 내포된 매력과 타당성과 효율성에 저도 모르게 솔깃해하고 있음을 발견하는 성운.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런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재미있는 성과가 도출될 것만 같았다. 구미가 자꾸 당겼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성운은 유리스 일당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영성의 가치를 신세대 경제 체계에 반영할 방도를 모색하는 참이었다. 마침 유리스는 티아라의 유지를 물려받았고 여러 교황청을 규합하여 탁월한 영성 실력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그녀는 종교와 전자아 훈련법을 융화시켜 기존보다 뛰어난 우주 인류를 배출해내었고 선행과 평화 지향의 정신을 기반으로 인류의 도덕 수준을 향상시켰다. 아무리 보스가 유리스를 주의하도록 감시를 명령했지만, 내심 성운은 유리스에게서 가능성을 얻어내려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지금 리온을 만나기 전까지는.
‘유리스의 방식, 아니 티아라의 방식, 그것은 절대로 리온 목사의 방식과는 상존하지 못한다.’
만일 어느 한쪽을 택하려면 어느 한쪽은 버려야 한다. 어떻게든 꾀를 내어 하나로 섞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성운의 천재적 두뇌로도 둘의 융합 방도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양쪽 모두 양팔 저울 위에 올려놓고 적당히 부산물을 빼앗아 먹다가 최종적으로 가치를 증명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 나으리라.
“당신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모르겠군요, 목사. 솔직한 심경으로는 앞으로 경제 개념을 개편하는 데 당신의 조언을 응용해보고픈 소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대적의 편을 들어주고 싶기도 합니다.”
곁에서 듣고만 있던 재현과 찬영은 내심 리온이 무관심하게 반응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온은 철저하게 복음과 개인 전도에만 집중하는 복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리온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인간이 고안해낸 모든 제도는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선악과 이후 인간의 본성은 원죄에 물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님을 영접하기 전에는 그 어떤 개인도 본질적 변화를 겪지 못하며 주님이 재림하시기 전에는 세상의 본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런 말을 자주 들어왔기에 제자들은 성운의 도발에도 리온이 무관심으로 응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믿고 따라 보시죠.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리온은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호오, 세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책에도 관심이 있는 모양이군요.”
“아뇨,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인류연합에는 조금도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리온은 인간 스스로 유토피아를 만든다네 뭐네 하는 레퍼토리를 전혀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 정치를 없는 것처럼 여기고 외면하는 산 속의 수도승도 아니었다. 인간의 삶은 어차피 정치적 결정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치적 결정과 판단을 회피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지혜를 발하며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재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자의 삶은 어차피 신앙과 분리될 수 없다. 만약 내가 삶에서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면 그 판단은 반드시 하나님의 말씀과 가치관에 기초해야 해. 그것이 내 바람대로 궁극적인 실현을 거두건 아니건 말이야.’
기독교의 힘으로 현세에 유토피아를 건설하지는 못하겠지. 어차피 불신 세계는 주의 재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완악해질 테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언가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윤혁도 그런 이유로 자기 형과 영적으로 내기를 하며 분투하고 있지 않은가.
좀 더 흥미가 생긴 성운은 리온과 더 깊은 화제로 토론을 나누었다. 토론 와중에도 성운의 머리는 수천억 가지를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느라 팽팽히 회전하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저자들이 만든 열매를 이용해먹을까 궁리했다. 물론 그는 그러한 생각을 품은 자기 자신이 어떤 보이지 않는 전능한 존재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어느 정도 관심이 부푼 성운은 이렇게 제안했다.
“나는 말입니다, 기독교인들의 행태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해보시죠.”
“내가 보아온 다수의 기독교인들은 당신들이 말한 신이 아니라 재물을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섬기는 듯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와 그들의 본질이 뭐가 다른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예리한 지적이었다. 리온도 그 실태를 이미 뼛속까지 알고 있었다. 정통 프로테스탄트 교파 내에도 소위 ‘메가처치(Mega-Church)’가 숱하게 형성된 형국이다. 이러한 장사치들을 필두로 하나님이 아닌 세속적인 풍부를 추구하는 종교적 타락이 이미 팽배해있었다.
실제로 어떤 교회는 하늘도시 하나 규모의 권역을 통째로 점거한 수준을 넘어 프랜차이즈 식으로 다수의 하늘도시에까지 마수를 뻗쳤다. 부유함이 극에 도달하자 종교적인 위선만 늘어 갔고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는 사실상 기업이나 정부의 조직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전락했다.
‘그래, 지금도 이미 과거 지구에서 있었던 일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복음을 올바르게 소유한 정통 진영마저 이런 식으로 ‘하나님을 잘 믿으면 현세에서 복을 받는다’라는 식의 기복주의에 물들어있으니, 율법주의나 전통주의에 물들어 이단으로 변질된 교황청 세력들을 상대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이미 지구의 역사를 보아본 리온은 로마 교황청과 거대 교회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통합 운동에 흡수당하여 배교의 장으로 달려갔지. 초대째 위버멘쉬, 일찍 죽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분명 그 거대 종교를 손아귀에 쥐었을 테지.’
만일 그랬더라면 짐승과 거짓 선지자가 한 짝을 이루어 세계의 경배를 받으리라는 계시록의 예언이 이전 세대에 성취되었을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우주 시대가 전개되었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의 역사는 과거와 유사한 모습으로 재현되는 반복 진행 단계에 있었다. 스케일만 수조 배로 증폭되었을 뿐이다.
“나는 그런 현상을 나쁘게 보지만은 않습니다.”
성운은 소위 ‘메가 처치’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어차피 나에게는 그저 이용의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그러시겠죠.”
리온은 덤덤한 투로 반응했다. 기업으로 전락한 교회의 냄새를 기업가가 더 잘 알아보고 달려드는 꼴은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니리라.
“하지만 저울질을 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뜻대로 기독교적 세계관을 제도에 접목시키는 것, 그리고 반대로 기독교 체계에 세속 제도를 접목시키는 것, 두 방향 중 어느 것이 더 인류연합에 이용 가치가 있는지 재보고 싶군요. 만약 당신의 말대로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쪽이 전자라면…….”
성운은 잠시 말끝을 흐리며 고심하였다.
“속는 셈 치고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죠.”
재현과 찬영, 그리고 지현까지 일제히 놀랐다. 오직 리온만 의연함을 유지했다.
“원하는 방향이라면?”
“이런, 나름 우리 생각이 잘 통한 줄 알았는데요?”
“…….”
리온은 아직은 자신이 하나님께 무슨 지시를 받았으며 무엇과 대적할 작정인지 성운과의 토론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 흥미롭게도 타야테라 도시로 성운과 리온을 끌어들인 키워드는 같았다.
교황청.
이 도시는 이미 Upol 사회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교황 계열 종교가 짙은 향내를 풍기는 곳이었다. 유리스는 그 종교들을 개조하여 새로운 카테고리의 시스템으로 개편해낼 작정이었고 이곳은 그 터요 모판이요 시작점이었다. 이곳에서 세례받은 수없이 많은 미황, 법황, 도황들이 벌써 우주 전역으로 흩어져 파송되었다. 그들은 세례를 통해 온갖 후계자를 양성하였다. 불과 몇 달 만에 대다수의 기존 교황이 유리스파 계열의 교황으로 대체되었다.
리온은 교황청이라는 거짓 세력을 무너뜨릴 방도를 찾으러 이곳에 왔다. 그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주님의 지시만 믿고 이곳을 밟았다. 사실 그가 뭔가를 알고서 여기에 접근한 건 아니었다. 유리스의 최초 세례는 비밀리에 진행되었기에 이곳이 성지인 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성운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기반으로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그는 유리스의 영향력을 감독할 목적으로 왔다. 정확히는 그녀가 흩뿌린 씨앗들의 이용 가치가 얼마나 될지를 재단하러 왔다. 은연중에 성운과 리온은 같은 상대를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물론 동상이몽의 목적이긴 했지만. 여하튼 그 덕에 성운은 리온의 주안점을 쉽게 간파해내었다. 그래서 그는 교황청들을 향해 일거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을 리온에게 보상으로 내걸었다.
“난 진정으로 품격있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싶습니다. 보스와 우리 시대의 품격에 걸맞는 제도 말입니다.”
“그게 교황청이나 교회와는 무슨 관련이죠?”
“우리의 목적을 이루려면 진정으로 건전한 영향력을 갖춘 영적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진정한 가치가 없는 종교라면 그저 일회용으로 단물을 빨고 버릴 작정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영구적 가치를 입증해내기만 한다면 시스템 근간을 이룰 재료로 진지하게 고려할 것입니다.”
이제 성운은 리온에게 내기를 하나 걸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기라기보다는 가치 평가의 시험이었지만, 리온 입장에서는 내기나 매한가지였다. 지난 번 티아라와의 대결에서는 윤혁의 도움을 받는 바람에 자기 힘으로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그 설움을 극복할 재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도전인가?’
성운은 리온에게 제안했다. 메가 처치로 대표되는 기복주의적이고 물질만능주의적인 기독교 시스템의 취약점을 증명해보아라. 반대로 세속 제도를 기독교적 정신의 힘으로 재구성했을 때 발생할 긍정적 잠재력도 증명해보라.
다만, 이번 내기에서는 대립 구도를 취하는 대신에 성운과 리온이 함께 협력하여 두 주제를 증명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보았다.
“필요에 따라서 내가 거느린 무인 기업 시스템의 힘을 빌리십시오. 제가 메가 처치들을 냉혹한 시험대에 올려놓겠습니다. 그 외에도 원하는 사항이 있으면 지금 말해보시죠.”
성운은 선심을 쓰듯 제안했으나 리온은 무관심한 태도로 대답했다.
“정치적 선택은 당신 마음대로 하시죠. 저는 제 방식대로 따로 가겠습니다.”
*
내기의 성립과 함께 사역팀의 활동은 색다른 기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리온은 성운과 딱히 정기적 소통을 갖지는 않기로 정했다. 성운을 같은 편으로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내기라고는 했으나 승리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본전인 싸움이었다. 그는 세상의 잘난 세력가를 믿기보다는 하나님의 전략에 귀를 기울이기를 원했다. 유성운이라는 잘난 인간도 결국은 주님의 큰 그림 아래에서 이용당하는 막대기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한편, 지현은 성운과의 만남에서 돌아온 이후로 영 표정이 편안치 않았다. 이는 그가 큰형에게 어떤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성운은 이번 내기에서 사역팀이 제대로 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지현더러 자진해서 하차할 것을 종용했다. 이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나의 개입이 시작되었으니 조만간 마흐무드 목사는 좋든 싫든 연합 간부들의 세력 다툼에 휘말리게 된다. 아무리 냉혈한인 나이지만 난 절대로 내 가족을 그런 난장판에 빠지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다.”
“하지만!”
“얌전히 내 말 들어, 유지현.”
성운은 매섭게 목소리를 내리깔며 고압적 태도로 명령했다. 지현은 끝내 저항하지 못했다. 아직 큰형의 존재감이 너무도 무겁고 거대했다. 당당하게 주장하기에는 여전히 무서운 사람이었다. 또 형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품어주고는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도 벅찼다. 막상 그 강대한 벽을 마주하니 평소에 젖어 있던 형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세속과 기독교, 둘 중 어느 쪽이 다른 하나를 물들일까를 두고 내기한다고?’
황당하기 그지 없는 내기 내용을 전해 들은 지현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두 영향력의 줄다리기란 마치 형과 자신의 관계를 보는 듯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정작 리온은 아무런 염려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지현이 염려하는 고민을 듣더니 밝은 목소리로 지현을 칭찬해주었다.
“좋은 통찰력이었어요. 덕분에 잘 해결할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제가요? 하지만 제가 도운 일은 아무것도 없는걸요.”
지현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라 갸우뚱거렸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하나님께서 창조 이후 가장 먼저 설립한 시스템은 교회가 아니에요. 가정이죠. 지현씨 덕분에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가정 교회야말로 기복주의로 오염된 교회를 고칠 해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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