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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61회 아벨의 후예 Ch 35. 가정과 교회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1.02 | 회차평점 0 0

 

 

 

 

 

Chapter 35. Reformation: 가정과 교회

 

 

 

 

 

 

 

   지현은 결국 성운의 제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가족들도 지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절대적인 가치는 되지 못했다. 신을 믿지 않던 가정에서 자라났던 그가 우연한 기회로 회심하게 되면서 체험한 중요한 변화 중 한 가지는 삶의 주도권이었다.

   과거에는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연장선 상에 있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마음속의 모든 부분들을 통치했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들의 지배권을 오롯이 그리스도께서 차지하셨다.

   일찍이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및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한다 (눅 14:27)] 라고 선언하신 그분의 말씀 그대로였다. 아무리 귀중해도 가족 간의 의리는 그저 상대적 가치일 뿐 절대적인 보배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라도 단호히 부인해야만 했다.

   ‘이제야 좁은 길을 걷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 같네.’

   문자 그대로 가족을 향해 미움을 품거나 의절할 뜻은 없었다. 아마 이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리라. 대신 믿지 않는 가족들을 향한 마음속 집착의 끈을 내려놓았다. 마음속에 제 멋대로 그려낸 가족에 대한 기대와 허상을 과감히 버렸다.

   따지고 보면 자기 인생 또한 자기 것이 아니지 않은가. 모든 것이 주의 소유라면 가족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연하게 자기 소유로 여길 것이 아니라 원래 없었던 것을 주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믿자.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 편안해졌다. 이제는 형이 자신을 강압적으로 다루고 협박하더라도 미움이나 불평이 들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를 향해 연민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해요, 형님.

   어떤 의미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는 이해하지만, 저는 그 말에 따를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여정에서 돌이킨다면 그건 저의 편의와 안락만 고려한 이기적인 결정이 될 테죠. 제가 걷는 이 길은 그런 태도로는 시작될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 동행하는 세 분의 동료들은 제게 있어서 육신적 친족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들을 내버려둘 수 없어요. 부디 원망하지 말아주세요. 형님을 위해서도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편지로 뜻을 전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주님을 만남으로써 부모님과 형제 및 자매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여전히 그들을 깊이 사랑하긴 하지만, 그들은 이제 지현이 가려는 길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이 또한 예견된 일이거늘.

하지만 그 고통을 감내하고 결정을 굳힘으로써 새 형제들을 얻게 되었다. 혈통의 형제가 아닌, 예수님께서 흘리신 보혈을 공유한 형제들. 그들과 함께 걷는 이 길이 너무도 행복했기에 마음속의 공허감이 충만으로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육신의 가족들을 사랑하는 방식도 예전과 달라졌다. 전에 가족을 아꼈던 애착은 어쩌면 그저 자기 욕심과 자기 사랑의 연장선에 불과했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큰형을 두려움과 동경이 섞인 시선으로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우상화했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을 주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로 말미암아 사랑하게 되었다.

   편지를 받은 성운은 허탈감을 느꼈다. 예전에 크로스솔져들이 자신의 조종에서 벗어나 독립했을 때는 그저 예측 밖의 변수에 허를 찔렸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동생이 자기를 거역하는 모습을 보고 든 감정은 그 깊이가 달랐다. 허무함에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이 터져나왔다.

   ‘너도 끝내 강윤혁씨처럼 될 모양이구나.’

   보스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언젠가 반드시 골머리가 아파질 거라며 호언장담했는지 깨달아졌다. 된통 당했다는 생각에 내심 분함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제 지현은 성운에게 휘둘리지 않지만, 거꾸로 성운은 지현에게 휘둘리는 신세가 되었다. 권력 관계와는 별개로 형제의 갑을 위치가 뒤바뀌었다.

   ‘내심 리온 마흐무드 목사에게서 적당히 단물을 빼고 버릴 생각도 몰래 품었건만, 이제는 그렇게 만만히 대하지 못하게 되었군. 진지하게 임해야겠어.’

   성운은 다시 한번 혀를 찼다. 그는 우주 전반의 일들을 감찰하며 자신의 경영권에 대한 현황 데이터를 펼쳤다. 그리고 장차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청사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

 

 

 

 

 

   지구 교회 사역팀은 메가처치 중 위세로는 손에 꼽히는 Upol-2,329,176 지역의 교회를 방문했다. Upol-2,329,176은 Upol 중에서도 유독 규모가 큰 축에 속했으며 교역과 신기술 개발의 중심지였기에 경제력이 상당한 문명권이었다.

   이곳에는 무려 다섯 개의 구각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규모의 초거대 교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단적인 교리를 가르치거나 거짓 교사를 허용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은근슬쩍 부정하는 인본주의적 신학 노선도 아니었다. 겉으로는 성경을 그런대로 올바로 가르치는 듯했다. 하지만 영적 실상은 올바르지 않았다.

   그곳들의 강대상에서는 회개의 선포와 거듭남의 진리가 전해지기보다는 번영신학의 가르침만이 전달되었다. 그들은 신앙을 현세에서 물질적인 복을 받는 수단으로 둔갑시켰다. 불행히도 많은 신자들이 이 가르침에 솔깃 귀를 기울였다.

   초거대 교회의 예배당. 한구석에서 몰래 설교를 듣던 리온이 옆에 있는 세 동료에게 조용히 첨언하였다.

   “주님께서도 사람들의 필요나 배고픔에 무관심하시진 않았어요. 그분께서는 영적인 갈급함 뿐만 아니라 자칫 사소하게 보여 간과하기 쉬운 작은 고통에도 긍휼과 연민을 품으셨죠(막 7:34).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우선순위는 아닙니다.”

   리온은 타로카드 점술사 이야기를 비유로 들려주었다. 그들은 “잘 풀릴 거예요” 혹은 “이렇게 하면 액운을 막을 수 있어요” 같이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예언해줌으로써 장사를 하는 장사치들이다. 사실 사람들은 거창한 축복까지 볼 것도 없이 그저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을 덜고 남들 하는 만큼의 평범한 삶의 행복을 보증받기 위해, 그런 소박한 목적으로 점술가들을 찾는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남들만큼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직장을 구하는 이런 소소한 것들. 그 심정이야 십분 이해된다만, 문제는.

   “저런 류의 설교가 그런 주술사들과 무엇이 다를까 염려되네요.”

   찬영이 지목한 요점대로 이것이 문제였다. 교회가 이런 주술과 닮아간다는 점.

   “네, 차이가 있다면 타로카드 대신에 성경 텍스트를 사용했다는 점뿐이네요.”

   리온의 말대로 이곳 강단에는 복음의 겉모양만 있을 뿐 정수는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께 빌어서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게 전부였다. 물론 필요를 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나 그것만이 신앙의 전부인 것이 문제였다. 이 교인들은 안락과 형통의 소망을 들어준다면 하나님이 아니라 마귀가 제안한다고 해도 넘어갈 자들이었다.

   그들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그분의 거룩한 뜻을 위해 핍박받는 기쁨, 죄의 형벌로부터 값없이 구속받는 은혜에 관하여는 관념적으로만 알뿐 삶으로는 알지 못했다. 자연히 타인의 영혼 구원이나 자기희생적 사랑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당연히 삶에서 열매가 맺힐 턱 없었다.

   “부끄럽지만 사실 우리의 귀는 저런 말씀에 혹할 때가 많죠.”

   그 말에 일제히 세 제자의 입이 잠잠해졌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때 일들이 잘 풀리고 형통하리라는 부분에만 집중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고픈 충동이 들 때가 자주 있었다. 정작 이 현생에서는 주의 제자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는 성경의 예고를 들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은 외면할 때가 많았다.

   “이제 판을 흔들어봅시다.”

   사역팀의 리더가 제안한 전술은 혁명적인 과격함과는 무관했다. 그는 교회 체제를 공격하지도 않았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봐자 아무 변화도 맺을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리온은 교인들이 스스로 자정 작용을 일으킬 기회를 주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동역할 사람을 찾기였다. 리온이 비록 훌륭한 목사일지는 몰라도 가정을 보호하는 가치 추구 운동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일단 그는 오랜 시간을 사역에 몰두했기에 그 분야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미혼이었으며 어린 시절 에이든을 잠시 돌본 것을 제외하면 양육 경험도 없었다.

   사역에 동참할 동료를 간절히 구하며 기도하였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오묘한 방법으로 응답을 내려주셨다. 리온은 어떤 섭리에 이끌려 한 목회자네 가정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는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였고 그 가정이 살고있는 지역을 찾아내었다. 그 과정에서 일행은 Upol-2,329,176에 다다르게 되었다.

   일행은 헨리 렉스터라는 목사의 부부가 사는 가정을 방문했다. 헨리는 지혜로운 느낌이 풍기는 중년 사내였다. 물론 피코머신 때문에 겉보기 외모는 30대였지만. 그의 가정은 본디 기독교 신앙과는 무관했다. 본고향은 징검다리 권역 안에 존재하는 세계였다. 일찍이 그의 조상은 지구에 도달하기 위해 징검다리를 한 단계씩 밟으며 실적을 쌓아오던 무리에 속했다.

렉스터 부부는 그 일족에서 난 자들로 징검다리 권역 속 세계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결혼하여 가정도 이루었다. 처음에 그들은 가문의 부흥과 목표 성취를 위해 세계의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만을 존재 목표로 삼았었다.

   하지만 거듭된 경쟁에서 밀려났고 결국은 출발점인 Upol에까지 추락하였다. 스스로를 낙오자로 자책하다 못해 가정은 위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던 중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내가 먼저 그리스도를 영접하여다. 이로 인해 붕괴하던 가족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처음에는 분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차츰 아내의 삶의 태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도 마음의 찔림을 받아고 끝내 회심하였다.

   부부는 십자가 앞에 겸손하게 엎드렸다. 그들은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체험하였다. 이기심으로 인해 무너졌던 가정 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재구성되기에 이르렀다. 불과 몇 달 만에 온 집안 친척들이 구원에 이르렀다. 자녀 중 일부는 부모를 비웃으며 세상 밖으로 나아갔지만 몇몇 자녀는 신앙의 길을 택했다.

   나아가 부부는 자신들처럼 상위 세계에서 경쟁에서 밀려나 내려온 성인 고아들을 일곱 명이나 입양하였고 그들을 사랑으로 품고 영적 멘토가 되어주었다.

렉스터 부부와 만난 리온 일행. 목사 부부는 지구인들을 제 자식처럼 기쁘게 맞아주었다. 리온은 그들의 사연을 전해 듣고 깊은 경의를 표하였다. 이후 신뢰를 쌓은 그는 자신들이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위기에 처한 이 시대의 가정들을 하나님 안으로 이끌어 회복시켜야 한다. 가정 안에서부터 복음의 불씨가 되살아나야 한다. 십자가의 은혜가 가정을 통로로 삼아 사회로 흘러나가 생명수처럼 공급 되어야 한다. 리온이 이 비전을 공유하자 헨리는 감탄하며 고백하였고 젊은이들을 높이 평가하였다.

   “하지만 아쉽군. 나는 그저 영향력 없는 약소한 목회자일 뿐입니다.”

   헨리는 큰일에 선뜻 직접 나서지는 못한 채 망설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렉스터 목사님네 가정은 십자가 위에서 주님께서 거두신 승리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좋은 모형이지 않습니까. 가정 예배의 문화를 회복시키고자 목소리를 싣는 데 당신만한 적임자는 몇 되지 않습니다. 저희도 힘 닫는 대로 돕겠습니다.”

   리온은 끈질긴 설득으로 헨리의 마음을 고취감과 소망으로 움직였다. 결국, 헨리도 리온과의 협동 전선을 이루기로 작정했다. 이 모든 것은 교회를 개혁하기 위한 협업이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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