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63회 아벨의 후예 Ch 35. 가정과 교회 (3)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1.07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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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고심한 뒤 성운은 이내 결론을 내렸다.
“Upol들을 시험장으로 삼아서 각각 다 독립적으로 시행해봐야겠군.”
마침 실험장들은 충분히 마련되었다. 1조 개를 넘으니 기회는 충분하다. 다만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두 실험장이 서로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거리를 충분하게 두어야겠지. 아울러 샘플 하나의 크기도 충분하게 마련되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합당하게 비교하려면 표본들의 조건도 서로서로 어느 정도 동질성을 갖춰야 한다.
성운은 이 조건들을 어떻게 만족시킬지를 찬찬히 생각해보며 쓸만한 표본 사회들을 떠올려보았다. 1조 개 Upol에 대한 개략적인 개요 데이터가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워낙에 기회들의 가짓수가 많다 보니 후보는 어렵지 않게 추려졌다.
성운은 북파, 서파, 남파, 동파, 이 넷이 어떤 식으로 대립하고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뤄낼지 몹시 궁금했다. 그 최적의 균형점은 무엇일까. 자신이 왕이었다면 더 많은 실험을 해보았을텐데. 자신에게 경제 이외의 정치적 결정권이 없음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었다.
계획을 대략 수립한 성운은 자료 정리를 마쳤다. 이제 그는 새로운 홀로그램 도면을 펼쳤다. 리온과의 내기 이후 이 문제 또한 성운의 새 고민거리가 되었다. 도면의 상단부에는 성운의 계략 곧 교회들을 인류연합의 충성스러운 부역자로 부려 먹기 위한 전략들이 적혀있었다. 거대 교회는 그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였다.
‘재물을 주인으로 섬기는, 몹시 다루기 쉬운 존재들.’
그런 이들에게는 적당히 물질적 복을 퍼다 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인류연합에 고개를 숙이게 되겠지. 그러면 지금껏 다루기 어려웠던 기독교 세력도 손쉽게 정치적으로 제어하게 된다. 이것이 기존까지의 성운의 전략 노선이었다. 세속화되어 본질을 잃어버린 교회들을 경제를 통해 컨트롤하는 것.
하지만 리온과 토의하다 보니 또 다른 가능성의 생각이 스쳤다. 어차피 세속화된 초대형 교회들은 맛을 잃어버린 소금에 불과하다. 그런 하찮은 자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들 무슨 유익이 있을까. 설탕만 먹는다면 인류라는 종족은 서서히 부패의 길로 접어들지 않을까. 오히려 짜고 떨떠름하더라도 소량이나마 소금을 남겨두는 편이 건강하지 않을까.
‘보스는 종종 우리의 탈선을 방지할 대비책의 필요성을 말씀하셨지.’
현 인류는 위버멘쉬와 그가 거느린 초인들을 주축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분명 지혜롭다. 자기 도덕 기준에 충실히 부응하며 창조성도 풍부하다. 실제로 그들은 여러 성과를 통해 유능함을 입증해내었다. 세부적인 평은 다를 수 있어도 분명 초인이 철인적인 존재임을 부정할 자는 없다. 하지만 만약 위버멘쉬와 초인들마저 그릇된 길로 걸어간다면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인정하긴 싫지만……, 달콤한 설탕만 먹다 보면 몸이 망가진다. 부패를 방지할 소금으로써의 기능을 지닌 건 리온 마흐무드 목사 같은 유형의 사람이야.’
혹은 강윤혁 같은 사람이라던가. 성운의 생각이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였다.
‘정말 이것이 괜찮은 선택일까?’
성운은 도면 하단부에 놓인 다른 계획안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상단부에 적힌 그의 원 계획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기독교적 가치를 세속 세계에 접목했을 때 벌어질 일들을 시뮬레이션한 내용이었다. 특별히 사회 정의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그 예측도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아카식 레코드보다 강화된 엔젤시스템마저도 그것이 만들어낼 미래를 완벽하게 다 예측하지 못했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실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리라.
‘괜히 이러니까 더욱 신경이 쓰이는군.’
성운은 리온의 움직임을 아직 좀 더 면밀히 주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 다른 도면 하나를 펼쳤다. 이 부분은 성운이 감히 건드릴 내용은 아니었다. 그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마련된 자료에 불과했다. 그것은 사회 내부의 통합과 조화, 이른바 종족과 종족, 계급과 계급 사이의 통합을 어떤 식으로 이뤄낼지에 대한 도안이었다.
북파는 철저한 계층 분화, 질서의 형성, 법치와 시스템 통제 아래에서의 공정하고 건설적인 경쟁을 통해 온 사회가 같이 진보하고 성장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이 사상을 묘사한 개략적 도안은 여러 개의 동심원 형태의 경계선에 의해 권역들이 또렷하게 나누어진 형태로 표현되었다.
반면 평화, 인류애, 도덕을 강조하는 서파의 방식을 그림으로 표현하니 마치 여러 색채의 물감이 섞여가는 듯한 혼합된 양상의 그림으로 나타났다. 본질부터가‘We are the World!’를 부르짖는 작자들이니 필연적인 일이리라.
다만, 이 경우 서로 다른 종족 간의 혼합의 위험성이 너무 높았다. 분명한 질서의 선을 정해두지 않는다면 결국 세계관과 가치관의 혼선이 나타나리라. 무엇보다 서파는 양립이 불가능한 여러 철학을 부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 통에 자체적인 모순 충돌이 많이 벌어졌다. 중심 축으로 두기에는 무리였다.
남파의 경우에는 문자 그대로 잡탕이었다. 온갖 이종족과 기계를 창조하고 그들이 또다시 이차적으로 창조 행위를 하도록 내버려 두는 무책임함, 자유라는 미명하에 질서를 해체하여 혁명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도가니. 오로지 자연선택과 무질서의 아름다움만을 신뢰하는 괴이 사상. 개인적으로 성운의 미학에는 심각히 위배되었다. 그 지저분하고 혼잡한 도면을 지켜보자니 쓰레기통에 폐기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그렇다면 동쪽의 축은 어떤 모습으로 복구되려나.”
아직 성운으로서는 섣불리 그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북파는 보스, 서파는 성녀와 유리스가, 남파는 마녀와 갈트론이 주축으로 자리하였다. 동파도 사상적 기틀을 제공할 조력자가 필요해. 기본적으로는 정통 기독교인들이 그 재료를 제공하겠지. 하지만 초인의 사상전에서 대등하게 맞서려면.”
누군가가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잠깐 자신이 직접 나서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너무 과하게 휘말리는 것 같아서 내키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은 카테고리 분류 불가 레벨의 초인들처럼 어떤 한 노선의 주축을 확고하게 다질만한 거물은 아니었다. 이에 성운은 다른 적임자를 하나 떠올렸다.
‘나 혼자서 고민하려니 답이 안 나오는군. 레이디에게 이 자료를 전송할까.’
과연 그녀라면 어떤 식으로 행동을 보일까. 원조의 지혜를 기다려볼까나.
*
헨리와 리온의 사역은 Upol-2,329,176과 그 인근의 세계들에 잔잔하지만 무시하지 못할 여파를 전달했다. 가정 예배를 통한 교회와 가정의 회복, 그 메시지를 경청한 여러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가정을 이끄는 가장들이 솔선수범하여 예배 모임을 회복시켰다. 부부 중 아내만 신자인 경우에는 아내가 주축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가정 내 가족 구성원 중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예배에 초청하였다. 처음에는 이것이 갈등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인본주의와 무신론에 물든 식구들은 기독교적 예배에 무관심했다. 심한 경우 반발도 하였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정이 예배를 꽃 피웠다. 그 배경에는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정이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되리라는 믿음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순작용이 나타났다. 소규모 모임을 통해 성경을 직접 상고하고 탐구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복음의 참된 의미를 깊이 깨닫기 시작했다. 이것은 헨리 목사 일행의 중보 기도 덕택이기도 했다.
신앙의 참 본질을 깨달은 사람들은 지금껏 잘못 믿어왔던 것들을 하나둘 회개하였다. 성경과 그리스도가 최우선의 권위로 내세워지지 않았던 교회의 교인들은 이 기회를 통해 얼마나 현 세대 교회의 타락이 심각했는지를 직시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가정이 알맹이와 알짜가 없는 기복주의식 교회에서 이탈했다. 반대 급부로 초대 교회 시절처럼 작은 가정 몇이 모여서 예배드리는 교회가 늘어났다. 전문 사역자의 수는 부족했지만, 성도들 개개인이 직접 말씀을 숙고하고 묵상할 기회가 제공되어 오히려 영적 성장이 풍성하게 이루어졌다.
더욱이 가정 예배는 가정 안의 앙금과 불화를 치유하는 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믿지 않는 친척들에게 복음 전파가 이루어지는 계기도 되었다. 이런 순작용이 알려지면서 가정 예배의 부흥은 급속도로 가속되었다. 이런 소문이 번져나가자 급기야는 다른 Upol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초거대 교회들로부터 교인들이 이탈해 올바른 말씀과 복음에 기초한 소형 교회를 재구성하는 운동이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훗날의 이야기다.
또 물질만능주의와 번영신학에 물들어 침체되어있던 영혼들이 되살아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회복된 가정은 사실상 교회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하게 되었다. 그 역으로 교회들도 가정의 성질을 얻기 시작했다. 새로 세워진 건전한 교회들은 가족이 없는 소외된 이웃들을 받아들여 부모, 자식, 형제, 자매처럼 대했다. 차츰 성도들은 영적인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나갔다.
가정 교회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이로부터 몇 년 이후의 일이지만, 리온과 헨리가 사역한 지 몇 달 만에 어느 정도의 성과는 드러났다. 성운은 그들의 준동과 그로 인한 결과물을 금방 눈치챘다.
겉보기에는 별 볼 일 없는 변화 같았다. 하지만 성운은 리온이 호언장담했던 데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었다. 속으로는 내심 두려움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깊어졌다.
때마침 성운의 연구인 동서남북 방향의 사상축에 가상의 경제 알고리즘들을 대응한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도 나왔다. 결과값은 흥미로웠다. 시간이 더 많이 지나 봐야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겠지만, 성경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제 사회적 시스템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효력이 있었다. 리온의 예견대로였다.
‘소금이 짜더라도 버리지 말고 놔둬야 한다 이건가.’
깊은 상고 끝에 성운은 처음 생각했던 노선을 약간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처음에는 북파와 서파를 주축으로 세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박 삼아 다른 길을 택했다. 성운은 서파 측에 맞춰서 조정된 무인 기업들의 행동 프로토콜을 수정하였다. 다른 초인들과 정면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아주 교묘하고 신중하게.
“나중에 잘못되면 책임을 묻지. 일단은 속는 셈 치고 들어주죠.”
성운은 무인 기업들에 몰래 명령어를 심었다. 경제력을 무기로 하여 교황청들을 은근히 압박하도록. 서파의 주축을 이루는 우주구의 종교들을 보이지 않는 손들을 이용해 꽁꽁 싸매고 정신없게 만들고 흔들어버리도록 설정했다. 이로써 리온 일행이 제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차단 당하는 일이 없도록 시간을 벌어주었다.
마침 그 시절의 유리스는 위버멘쉬와 아크삼형제로부터 트리니티 알고리즘을 대출하여 새로운 교황 시스템에 접목시키려던 중이었다. 그녀는 티아라보다 한 수 더 나아가 우주 단위의 통합 종교를 만들 작정이었다. 나아가 외계행성에 서식하는 비시민들과 인간 이외의 종족에도 그 종교를 포교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이를 위해 여러 가지를 채비하였다. 아버지인 카이젤과 상의하여 북파와 서파의 연합 노선을 구축하였다. 비록 카이젤은 그녀의 행보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생길 이용가능성을 고려해 허가는 내주었다.
이어서 유리스는 인류연합의 인간 초월 진화 프로젝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연결하여 접목시켰다. 아울러 그녀는 미황, 도황, 법황으로 된 삼 교황 시스템에 ‘트리니티 알고리즘’을 접목함으로써 대거 개편했다. 그녀는 이를 통해 종교, 초능력, 뉴에이지적인 영적 운동, 도덕주의, 범 종족 융화 주의, 과학 지상주의, 전투 종교(크루세이드), 렐릭(성물) 쟁탈전, 과학 기술로 실체화시킨 이교도적 요소 등을 죄다 합쳐 기괴한 복합물을 구성했다.
법황들은 선행과 도덕을 강조하며 신도들을 자신들이 자의적으로 개조한 율법 체계 아래 종속시켰다. 도황들은 신비주의적 구원(유리스는 이를 초월 진화와 결부시켜 정의했다)을 위한 여러 길들을 제시하였다. 미황들은 법적 종속에 지친 이들을 구원해내겠다고 나서며 소위 미륵(Maitreya, cosmic christ)을 통한 ‘만인구원론’을 제창하였다.
유리스는 자신만의 트리니티 시스템을 구축해 세 교황에게 세례를 주었고, 그들은 각각 또다시 세 교황을 선택하였다. 이런 식으로 무한의 연쇄를 이어나가며 이 시스템은 작은 교황들의 수를 무수히 불렸다. 하나의 거대한 통합 종교와 그 하수 종교들은 유리스의 타고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힘입어 확산되었다. 우주 인류의 영역은 물론이고 이종족에까지도.
그리고 그 반동으로써 바야흐로 대대적인 종교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압력도 커져갔다. 바야흐로 상반된 방향의 두 복음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둘 사이에서 진위를 가려내야 할 필연성이 대두되었다. 무력이 아닌 영적 힘을 통해 겨루는 우주적 전면전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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