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64회 아벨의 후예 Ch 36. 폰 (pawn) (1)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1.12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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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 Survival Contest: 폰(pawn)
최강의 병기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QUASAR-II. 그것에는 다소 특수한 기능이 몇 가지 탑재되어 있었다. 첫 번째로는 거리라는 개념을 무시한 상호작용, 두 번째는 천체혼(天體魂)과의 공명을 통한 조종 기능, 세 번째로는 자체적으로 발육하여 다수의 동일 개체로 복제되는 자가증식(mitosis), 네 번째로는 에너지에 자율적 의지를 씌워서 특정 물체와의 상호작용을 선택적으로 골라 차단하거나 제어하는 능력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것이지만, 사실 QUASAR-II의 한계는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먼저, QUASAR-II에는 특수 속성의 권능을 생성해 내는, 모종의 창조적인 능력이 있었다. 이 특수 속성 에너지는 기존 초능력 채널 중 그 어느 것으로도 분류되지 않는 힘으로 활용하기에 따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각각의 에너지는 종류별로 제각기 다른 상호작용 방식을 지녔다. 하위계 뿐 아니라 상위계와도 상호작용이 가능했기에 물리법칙 한도를 넘어 다양한 물리 현상을 일으키는 것마저 가능했다.
흥미롭게도 QUASAR-II는 증식 분열을 일으키면 원본 개체가 소유했던 것의 가짓수보다 몇 배는 되는 다양한 특수 권능이 추가로 생성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불과 네다섯 차례의 분열만 거쳤음에도 이미 기하급수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힘들이 창조되었다.
이러한 특수 권능 생성 기능이 QUASAR-II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면,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로 퀘이사-플랫폼(Flatform)이었다.
퀘이사-플랫폼은 흥미롭게도 하드웨어임에도 무형의 개념에 가까웠다. 특수 속성 권능은 QUASAR-II 본체에서 생성되는 반면, 퀘이사-플랫폼은 엔진 위에 덮어 씌워진 형체가 없는 옷과 같았다. 마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개념이 원래 정의와는 정반대로 뒤바뀐 것 같은 역설적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미 지나치게 상식 밖으로 과학 기술이 발달한 이 시대인지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모호한 경계선은 해체된 지 오래였다.
퀘이사-플랫폼이 물리적으로 구현될 때는 감춰진 정보와 데이터가 실체화되어 물질화되어 작동하는 기전이 가동되었다. QUASAR-II 자체가 일종의 초고성능 슈퍼컴퓨터와도 같았기에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도 매순간 창의적인 형태로 다양하게 재창조되었다. 그 덕에 시간이 흐를수록 플랫폼의 다양성과 효율성은 고도로 진화했다.
실체화된 플랫폼은 여러 가지 형태로 빚어졌다. 때로는 우주선의 기능을, 때로는 모선과 요새의 기능을, 때로는 발전기의 기능을, 때로는 이종족이나 기계를 생산하는 공장의 기능을, 때로는 통신 장비나 컴퓨터 역할을 했으며 대체로는 한꺼번에 그 모든 기능을 두루두루 다 수행하기도 했다.
QUASAR-II의 자체적인 에너지 출력은 너무도 방대하기에 기계 자신이 실체화한 퀘이사-플랫폼 외의 다른 보조 장비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그 출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참고로 그리고 드물게 사용될 용도였지만, 퀘이사-플랫폼의 모드 중에는 무기로서의 용도도 있었다. 무기형 플랫폼은 QUASAR-II의 특수 속성 권능을 효율적인 형태의 탄환으로 재가공해서 방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전쟁용이라기보다는 유용한 수련용 도구였다. 그 상대역을 맡아줄 개체가 단 하나밖에는 없긴 하지만.
퀘이사라는 괴물을 상대로 카이젤은 최근 몇 달간 꾸준한 훈련을 연습했다. 오늘도 그는 자신이 지닌 연산력을 활용해 QUASAR-II를 조종하여 여러 무기형 퀘이사-플랫폼을 구축했다. 목적은 하나, 그는 자기 몸으로 전력을 다해 자력(自力)으로 그것과 맞대응했다. 이것이 그가 몸을 단련하는, 현재로서 유일하게 유효한 방식이었다.
아무리 강하다곤 해도 일개 인간 개체가 우주 최강의 전략무기와 단신으로 맞서는 행위란 원래라면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하지만 위버멘쉬란 어떤 어려움에 대해서도 가능성의 답을 찾아내는 존재다. 그의 압도적 신체와 잠재력, 카리스마타는 불가능을 상식의 범주 안으로 끌어당겼다.
곧 QUASAR-II가 가동되었다. 그것은 즉석에서 3만 종류의 특수 속성 권능을 추가로 만들어냈다. 카이젤은 그것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평가해주기로 했다. 그는 원격 조종으로 막 생성된 권능들을 섞는 ‘삼중 조합’을 개시했다. 3만 종류가 세 개씩 한 쌍으로 뽑혀 섞이고 공명하였다. 조합된 힘은 한 종류 한 종류 분리되어 있을 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출력으로 상승되었다.
그렇게 QUASAR-II는 27조(兆) 종류의 칵테일 에너지를 결전 병기용 플랫폼에 담았다. 이후 주인에게 모든 힘을 전력으로 방출했다. 자연계의 법칙을 산산조각 내며 깨부수는 초광속의 에너지 덩어리들이 주인의 육체를 향해 무자비하게 돌격하며 에워 감쌌다.
하지만 3대째 위버멘쉬는 순식간에 27조 종류의 파멸의 빔을 하나하나 미리 피부로 감지하고 예지하고 체득하였다. 그는 그 기본 구성 메커니즘을 파헤쳤다. 이후 그의 세포들은 각 칵테일 권능의 역(易)속성에 해당하는 힘을 생성하는 기전을 깨우쳤다. 그의 몸과 혼이 새로운 마중물이 되어 퀘이사가 발사한 권능을 상쇄할 상위 권능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영 능력과 카리스마타를 소유한 인간만 해낼 수 있는 묘기로 현 과학 지식을 초월한 영역의 일이었다. 더 무서운 점은 이 모든 위업을 무조건 반사적으로 이뤄내는 그의 행동 속도였다. 단 몇 초 만에 그의 탁월한 천재성과 초고성능 두뇌가 27조 종류의 연합력(聯合力)에 대한 ‘해독법’을 일일이 터득하였고 그의 신체가 그 해독법에 순식간에 적응하였다.
곧 체내에서 모든 형태의 역력(逆力)이 생성되었다.
과거 카이젤은 자신이 우주 인류 가운데 거둬들인 아크삼형제로부터 카리스마타를 흡수했다. 그녀들은 두 가지의 고유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자아의 흔적을 흡수하는 것, 다른 하나는 무언가를 변질시키는 힘이었다. 처음 것은 사실 그리 쓸모없었지만, 후자는 그에게도 나름의 유용성이 있었다.
이 카리스마타를 열쇠로 응용한 덕에 카이젤은 특정 권능에 대응하여 그 힘을 상쇄하고 더 나아가 지배하고 변형할 수 있는 상위 권능, 곧 ‘하젠트라’를 생성해 낼 수 있었다. 아직 기전조차도 불분명한 그 미지의 힘을, 그는 숨 쉬듯이 가볍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실 정작 원본 카리스마타를 소유한 아크삼형제들은 퀘이사의 천체혼 공명 능력에 대한 하젠트라를 생성한 것이 고작이었다. 오히려 후천적으로 ‘변질 형태’의 카리스마타를 습득하여 복사한 카이젤이 이를 더 요긴히 활용하는 판이니, 주객전도도 이 같은 것이 없다 하겠다.
참고로 그가 최초로 생성하는 데 성공한 하젠트라는 바로 현존 초능력 채널들에서 나온 힘에 대한 상위 권능이었다. 그는 도합 720! 종류의 기초 초능력 채널을 한 번에 융화시켜 통합된 힘을 만들었다. 이후 그 통일장(統一場)에 대응하여 그것을 상쇄하고 다스릴 상위 역력을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그는 QUASAR-II의 도움도 빌려 역력 생성에 힘을 기울였다. 우선 도구인 QUASAR-II로 하여금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특수 속성의 권능들을 만들도록 자유도를 부여하였고 그 산물 각각에 대해서도 하젠트라를 거뜬히 생성하였다.
이렇게 하젠트라가 추가로 생성되면 그는 그것을 몸에 깃들이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얻어낸 새 힘의 작동 기전을 물리 이론적으로 완벽히 이해하였고 몸에는 체득시켰으며 본능과 뇌리에도 선명하게 각인시켰으며 깨우침을 통해 힘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였다.
하젠트라는 과학적인 이론으로는 아직 온전한 해석이나 보증이 이뤄지지 않은 미지의 힘이었다. 현 기술로 인류가 접촉할 수 있는 범위보다 상위 차원에 소속된 힘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법칙의 제약도 덜 받는 것처럼 보였다. 현재 기준으로도 마법을 방불한 힘이라 하겠다. 또 생성하는 데 원본 주물이 된 권능과 비교했을 때 하젠트라는 위력과 효율 면에서나 범용성 면에서나 압도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절대우위의 상성을 지녔다. 한 톨의 힘으로도 바다와 같은 용량을 압도할 수 있는 반칙의 상성을 말이다.
인간 몸의 출력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지 만약에 하젠트라를 공장에서 양산하는 일이 가능했다면 큰 혁명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을 깨부수는 힘이다 보니 아직은 카이젤의 혼과 몸에서만 생성될 수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가 그런 후불 대출을 마음껏 행할 수 있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오늘도 새로운 힘을 얻은 그는 갓 생성한 하젠트라를 몸속에서 증폭시켰다. 증폭시킨 후 그는 힘을 더욱 개화했다. 그 뒤 순수하게 정제하였다. 순수 정제 후에는 여러 성분으로 분리하였다. 분리 후에는 각각을 농축하여 극대화하였다. 극대화 후에는 여러 성분을 질서 정연하게 공명시켰다. 재조직하고 융합시켰다. 이렇게 막 만들어진 투박한 원석 하젠트라는 완성된 가공품으로 변화하였다.
콰아아앙.
“크윽.”
열심히 27조 종류의 합력에 대해 하젠트라 생성과 가공을 마친 카이젤은 뜻밖의 타격에 잠시 당황했다. 퀘이사-플랫폼의 마지막 일격이었다. 3만 종류 신생 권능을 한꺼번에 초압축 상태로 응축한 관통 빔 수억 가닥이 일시에 날아왔다. 한발 한발이 한 은하를 소멸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새로 얻은 하젠트라들을 동원해 강대한 멸격들을 상쇄시켰다. 힘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절대 상성 덕분에 적은 양의 힘으로도 천문학적 현상들을 거뜬히 소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빔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말끔히 소멸했다. 다만, 체력이 소진되어서인지 다섯 방 정도가 몸을 스쳤다. 인류의 재산인 은하계들에 손상을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으로 흡수하여 상쇄시켜야 했다.
강대한 여파로 맞은 부위의 제복들이 부서졌다. 하지만 정작 육체는 표피 한 겹조차도 찢어지지 않았다. 최고의 공학 기술이 모인 결정체인 옷의 내구도를 몸 자체가 넘어선 격이다. 다만 여파가 없는 건 아닌지 스친 부위 근처로 검은 기운은 스며들었다. 찰과상이 생긴 그 부위로 기운들은 침식을 일으켰다. 환골탈태를 통해 강화된 신체의 힘이 이 침식 현상을 억제했다.
“마지막 훈련은 다음번으로 미뤄야 하려나. 아쉽군.”
그는 부상을 치유하기 위해 테서렉트 아키텍쳐 속으로 차원 이동을 하였다. 한없이 우주적으로 강화된 육체라고 해도 피로는 미약하게나마 존재했고, 최고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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