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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68회 아벨의 후예 Ch 37. RS-월드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1.21 | 회차평점 0 0

 

 

 

 

 

 

Chapter 37. Survival Contest : RS-월드

 

 

 

 

 

 

 

 

   정체불명의 특수 공간 내부, 과격한 파열음과 함께 대격돌이 전개되었다.

   콰과과과과광.

   케리도 미지의 적과 대치 중이었다. 그도 폰이라는 존재에게 습격당했고 싸우는 와중에 어떤 공간 왜곡에 휘말려 정체불명의 공간 너머로 빨려 들어가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조용히 피하고자 했으나 다짜고짜 상대가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통에 원치 않는 데도 싸움에 참여해야만 했다.

   따로 준비해오지 않은 탓에 휴대 중인 무장은 없었다. 대신 시스템이 무기를 실체화시켜주었다. 그 중에는 솔져나 히어로 시절 다루었던 전용 무장들도 모두 포함되어있었다. 훨씬 더 강화된 버전으로. 놀랍게도 무기 자체에 자율 진화 기능이라도 담겨있는지 싸움이 전개될수록 무장이 스스로 변신하기까지 하였다. 더욱이 한번도 다루어보지 못한 무기 기능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저절로 사용자의 머릿속에 흘러들었다.

   -{“제법이네. 초능력 미사용자라길래 시시할 줄 알았는데.”}

   폰은 갑자기 자신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외양과 목소리와 무장이 변형되더니 순식간에 케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였다. 케리는 당황하여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뭘 놀래? 이제 잠시 후면 겉껍데기뿐 아니라 본질까지 동기화할 텐데.”}

   “뭐라고?”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폰은 의문스러운 능력을 자신 속에서 해방하였다. 소위 허상의 초능력이라 불리는 폰의 고유 능력이었다. 그 여파로 염동력, 물리 법칙 왜곡, 그리고 물질 개변이 이루어졌다. 케리는 단단히 각오하며 이를 악물었다. 상대는 강했지만, 전혀 못 상대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마치 폰이 찾아온 것이 처음부터 자기를 꺾는 게 목적이 아닌 것 같았다.

   ‘설마 나를 실험용 쥐로 이용하려는 건가?’

   -{“정답.”}

   생각속으로만 되새기던 말을 꿰뚫어 본 폰이 대답했다. 그의 금안의 형태가 변형되었다. 눈동자 위에 겹쳐져 있던 붉은색과 푸른색의 고리는 나선 형태로 바뀌었다. 이어서 이번에는 허공에서 수천 마리의 괴물들이 생성되었다. 이종족 같았다. 케리는 어쩔 도리 없이 그 괴물들과 맞서 싸웠다.

 

   한편, 다른 곳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도니람은 폰이 소환한 사역마들을 상대하느라 분주했다. 폰의 조종 능력은 그 어떤 인형 제어술보다 정교하고 완벽하고 오묘했다. 마치 사역마들 각각이 한 몸을 이루어 움직이는 듯했다. 심지어 그들은 각자가 지닌 서로 다른 특수 능력을 일종의 공명을 통해 공유하는 듯했다.

   ‘말도 안 돼. 이렇게까지 효율성이 극대화된 팀워크가 가능하다고?’

   당황하는 그를 보며 폰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떠벌려댔다.

   -{“인비저블 마인드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도 못한 모양이네. 촌뜨기들.”}

   “그게 무슨 소리지?”

   -{“너희가 퇴역하기 전에 수 개월간 맞서 싸웠던 신수들, 그 문젯덩어리들이 왜 갑자기 고분고분해졌는지 혹시 한 번도 궁금해한 적 없었어?”}

   폰의 의문스러운 말들에 머리가 복잡해진 아도니람이었다.

   “인비저블 마인드?”

   -{“모든 인위적 창조물을 다스리는 권능이지. 그 원본에는 못 미치긴 해도 우리에게도 그 하위 호환 격의 권능이 나눠졌거든. 그분이 지닌 원조 인비저블 마인드에 비하면 우주 앞의 먼지 하나만도 못한 하찮은 수준이지만.”}

   은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아도니람. 그는 무시하고 계속 결투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이상한 감이 들었다. 사역마를 하나 쓰러트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기괴한 정신 에너지가 자신을 조금씩 묶고 종속하는 것이 선명히 느껴졌다. 마치 사역마로부터 감염원 같은 것이 옮는 것만 같았다.

   -{“이 통상 차원에서 싸우면 네게 승산 따윈 없어. 그러니까 나도 밸런스를 맞춰줄게. 상위계로 올라가자. 너희에게는 우리와 달리 ‘영혼’이 있잖아.”}

   폰은 마치 악마가 속삭이며 유혹하듯 달콤하게 말했다. 아도니람은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싸움이 계속 불리하게 진행되자 정신 속박이 강해졌다. 어느 순간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련의 최면에 걸린 듯 특정 행동으로 유인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 공간 배경이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느껴지는 미시감이 몹시도 불길했다. 현실 차원과는 현격히 다른 느낌이 피부로 전달되었다.

   ‘내가 설마 차원 승격을 본능적으로 선택한 건가? 놈에게 쫓겨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바람에? 아니면 최면에 이끌려서?’

   귀신에 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의 싸움은 66명의 크로스솔져를 포함하여 모든 보조인원 중 정확히 절반에게 임하였다. 840개의 장소에서 대결이 각각 전개되는 중이었다. 폰과 히어로의 대치 구도였다. 각각의 전장은 시스템들의 개입으로 인해 점점 복잡다단한 형태로 확장되고 발전하였다. 그리고 싸움이 진행되면서 게임의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정체불명의 차원으로 이끌려갔다.

 

   한편, 격전 중 웨슬리는 통일시스템의 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능력 전이 완료. ‘클론솔져’에서 ‘히어로’에게로 제387번 권능 전이.}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분명 어떤 힘이 자기 몸에 침투하여 들어왔다. 자의로 승낙하거나 받아들이지도 않았는데도. 정확히는 힘이 강제로 몸에 들어왔다기보다는, 대치 중인 상대가 가진 능력과 자신이 가진 능력이 자연적으로 물감 섞이듯 뒤섞이는 듯했다. 마치 미시 세계에서 전자의 오비탈 궤도들이 겹쳐지면 하나의 분자 오비탈을 형성하는 것처럼.

   -{“놀라지 마. 이건 내게서 온 내 능력이야. 차원 근간을 이루는 방정식에 간섭하는 이능력이지.”}

   폰은 친절하게 웨슬리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어째서 네 능력이 내게로 넘어왔지?”

   -{“이 영역에서는 너와 나의 개체 구별성 경계가 사라져. 물감처럼 섞일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네 본질도 내게로 흡수될 텐데 뭘. 한 마디로 너는 본질을 압수당하는 거야.”}

   “본질?”

   -{“본질이란 건 바로 상위계 차원에 속한 인간의 본질적 구성 요소. 너희가 ‘혼’이라 말하는 성분이지.”}

   “미친 녀석이군.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다니.”

   -{“미안하지만 사실이야.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내가 의도한 판은 아니야. 나는 그저 연극의 소품일 뿐이지. 이제 곧 너희는 RS-월드에 빨려 들어갈 거야.”}

   폰은 뜻을 알기 어려운, 이해할 엄두도 나지 않는 어떤 두려운 용어를 스치듯이 언급하였다. 잠시 후 그는 다시금 무차별 돌격에 들어갔다.

 

   그 시각, 녹스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는 싸움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지적 능력과 권능이 비약적으로 강렬해지는 것을 체감했다. 본질적 성장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현재 폰과 함께 어떤 상위 차원으로 끌려가고 있었는데 그 여파가 자신을 일깨우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는 인간 본연의 잠재력을 더 극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본질 차원으로 끌려가는 중이었다. 점차 몸은 흐릿하게 인식되었다. 대신 혼이 마치 또다른 몸처럼 인식되는 감각이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혼 자체가 아닌, 혼이 상위 물리 차원이라는 영역에 투사된 홀로그램 같은 무언가, 그것이 자기 정체성으로 인식되었다.

   이런 기현상이 겹쳐진 나머지 흡사 이런 착각이 들었다. 일반인이었던 자신이 초자연적으로 승격되어 초인으로 진화하는 듯한 망상적 환각.

   -{“네 능력을 모두 발휘해.”}

   폰이 최면이라도 거는 것처럼 암시를 걸었다. 녹스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전매기술인 기계 드론 조종술을 동원하였다. 과거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능력으로. 곧 허공에서 수억의 기계 군단이 소환되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런 스케일의 능력을 다룰 수 있는지는 이해되지 않았다. 전투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시스템이 자신과 폰을 함께 현혹시키는 것 같았다.

   폰도 기계들을 소환했다. 그의 사역마 노릇을 하는 기계들은 녹스가 부른 기계들을 잡아먹더니 특질과 속성을 해석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였다. 그것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녹스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을 감지하였다. 기계들의 율법. 간소화된 버전의 기계 율법이 폰으로부터 발산되고 있었다.

   “그건 뭐지?”

   -{“말하자면 ‘기계들의 신’의 분신이랄까. 마치 우리가 그분의 분신인 것처럼. 그분의 일부 또한 복사되면서 우리의 일부로 새겨진 셈이지.”}

   이번에는 해킹 공격이 이어졌다. 사이버 차원의 전투가 벌어졌다. 잠시 후 녹스는 다시금 경악하였다. 무형의 영역인 사이버 전투가 현실 차원 위에 실체화되는 것이 아닌가. 더 정확히는 녹스의 눈이 사이버 차원과 물리적 차원을 동시에 인지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의 연속이었다. 자신에게서 생긴 변화도, 폰의 능력도, 당췌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른 곳에 대결 중이던 스펄젼, 그는 이 상황에 대한 답을 상대방에게 들었다.

   -{“너희 아직 익숙하진 않나 봐. 액자식 구조를 띠는 차원계 말이야. 충고하건대 빨리 적응하는 편이 좋을거야.”}

   “액자식 구조라고? 뭔 헛소리를.”

   -{“그래,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나? 어느 한 소설 속 세계에 들어왔다고 치자. 그 극중 세계 안에 또 다른 가상의 소설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이러한 액자식 진입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허황된 이야기나 떠들어대려면…….”

   -{“우리가 여행하는 이곳이 바로 그런 액자 세계야. 상위의 현실은 하부 현실을 만들어내지. 그리고 그 하부 현실 안에 또다시 하부 현실이 생성된다. 이런 프로세스가 무한히 진행되는 연속체, 우린 그 속에 빨려들었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개념이었다.

   ‘시뮬레이션 우주를 말하는 건가? 아냐, 아냐, 이건.’

   묘하게 현 상황과는 맥락이 달랐다.

   -{“뭐, 이해 못했으면 계속 나한테 멍청하게 얻어터지던가. 머리가 나쁘면 고생이지. 거듭 말하지만 서둘러 익숙해지는 편이 유익할 거야. 너와 나의 전투장이 점점 높은 좌표로 끌려가고 있어. 그러면 너와 나는 한 번의 싸움으로 결착을 맺지 못한채로 무기한의 난전에 빠져. 수천억, 아니 수천겁 개의 하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싸워야 해. 그건 끝나지 않는 아수라장이지. 그런 수준으로 스케일이 확대되면 넌 정신 붕괴로 머리가 터져버릴 거야.”}

   처음에는 도무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폰의 말이 진지한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개념으로 이해되지 않는 형이상학적 현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음 회차에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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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크로스솔져들의 이름은 모두 기독교의 선진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맞습니다. 강성한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지어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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