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86회 아벨의 후예 Ch 41. 야르베스 (3)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3.13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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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Planet-1,998,123. 그것은 송두리째로 통상 공간 밖인 압축 공간이 놓인 차원 이면으로 끌려갔다. 행성 전체와 그 부속물들까지 한꺼번에. 즉각 행성을 두르던 ‘케루빔의 바퀴’는 방어 모드를 발동시켰다. 곧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난으로부터 행성을 물리적으로 보호할 채비를 하였다.
케루빔의 바퀴는 엄청난 열기, 고중력, 시간 간섭, 심지어 특수 차원의 법칙 붕괴 여파로 인한 물질 붕괴 현상까지 막아낼 만큼 탁월하고 완벽한 전천후 방어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행성이 소환당하는 현상을 막지는 못했다.
인터갤럭틱 호와 데미안의 아바타는 이미 그들과 떨어져 강제로 다른 차원으로 내던져진 상태였다. 행성에 착륙한 이들은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세미온이 나 몰래 반칙을 벌이고 있었군.”
칠흑 같은 검은색의 머리를 한 미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운이 썩 좋지 않았군. RS-월드 후폭풍이 가동되려는 때가 하필 임하다니 말이야. 이번에는 네 판단이 평소보다 경솔했어. 내게는 행운이었지만.”
그 남자는 초광속으로 공간을 횡단하여 행성 안쪽으로 침투했다. 케루빔의 바퀴가 잠시 그의 진로를 방해하려 했지만, 이내 그는 초능력을 사용해 가뿐히 통과해버렸다. 마치 유령이 미끄러지듯 벽을 통과하는 듯. 그는 순식간에 윤혁과 세미온이 대화를 나누는 장소 앞쪽에 당도했다.
“저 사람은?”
윤혁은 갑자스레 폭풍과 함께 공중에 출현한 괴한을 올려다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세미온과 꼭 닮은, 정확히는 지금 사용되는 세미온의 분신과 꼭 닮은 외모의 남자였다. 차이가 있다면 머리가 더 짙은 색깔의 흑색이라는 점? 굳이 하나 더 들자면, 유들유들해 보이고 상냥해 보이는 인상의 세미온의 몸체와 달리 한없이 차갑고 냉철해 보였다. 흡사 처음 만났을 때의 카이젤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세미온.”
흑발의 남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세미온은 살짝 곤혹스러워했다.
“야르베스구나. 이런, 들켜버렸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오해하지마. 그저 파파의 동생을 잠깐 내 뜻대로 조종해보려는 것뿐이었어.”
“녀석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우리끼리 약속하지 않았나?”
“그랬었지. 하지만 파파의 헌법에 어긋나진 않잖아. 비공식 약속이었고.”
“변명 참 궁색하군. 네 의도가 뭘 지는 뻔히 보인다.”
야르베스라고 불리던 남자는 윤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놈을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을까.”
순간 윤혁은 ‘슈퍼에고’가 자기를 위협했던 일이 기억났다. 그때의 감각과 상당히 유사한 기시감이 들었다. 세미온은 전에 분신 중 ‘에고’ 계열이 자신의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노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나타난 저 사람이 만약 세미온의 형제라면 저자는 ‘슈퍼에고’에 많은 지분을 쥐고 있는 걸까?
“틈만 나면 건방지게 파파를 휘두르려고 시도하다니.”
야르베스가 쏘아보는 눈매가 어찌나 혹독하고 무서운지 오금이 저렸다.
“직접적인 정신 조작은 파파의 커버넌트에 위반되니 곤란하고…….”
맥락을 짐작컨대 윤혁에게 처분 내릴 방도를 궁리하는 듯했다.
“심장을 꺼내지도 못하겠군.”
섬뜩한 기운에 온몸에서 식은땀이 주룩 흘렀다. 세미온과 마찬가지로 야르베스라는 자에게서도 거대한 초능력이 느껴졌다. 차이가 있다면 세미온이 상대가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억누르고 갈무리하는 중이라면 야르베스는 일부러 압도감을 주기 위해 살기 흉흉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만일 그 보호자를 믿는다면 허튼 기대야.”
야르베스가 중얼거렸다.
‘보호자라면, 루디아를 말하는 건가?’
윤혁은 그녀의 안위가 문득 걱정되었다.
“비록 무형이긴 해도 우리 역시 커버넌트의 수혜자야. 그녀의 힘은 안 통해.”
야르베스는 진지하게 나올 듯한 기세였다. 최상위 초인이니 필시 이 행성에 머무르고 있는 최대 아군 전력인 멜카드제윈이라고 해도 전혀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전에 일개 하위 분신인 이드에게도 당했던 적이 있으니 본체에 가까운 분신이 강림한 지금은 더욱 속수무책이리라.
“이봐, 차분히 하지 그래, 형제여.”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세미온과 야르베스 사이의 실랑이가 점차 깊어져 갔다. 두 사람의 초능력이 치열한 충돌을 일으켰다. 최대한 억누르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성 전체가 내핵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흡사 두 힘 센 씨름꾼이 하나의 달걀을 쥐고 힘의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었다. 만일 두 사람에게 행성혼을 제어하는 재능이 없었다면, 힘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균형이 깨어져 행성째로 부서졌으리라.
그 여파로 발생하는 엄청난 지진의 위압감 속에서 윤혁은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정신줄을 붙잡았다.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예전처럼 초감각 능력이 제멋대로 각성되었다. 그 영향인지 저 너머 광년 거리 단위의 영역이 한꺼번에 보였다. 심지어 이차원의 이면까지 저절로 관측되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윤혁의 눈에 야르베스가 이끌고 온 대함대가 보였다. 아니, 그걸 과연 함대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다.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광활한 거대 공간을 빼곡히 메운 것이 아닌가. 게다가 행성만큼이나 거대한 기계 물체들이 중력이나 관성마저 무시한 채 잔뜩 쌓여있었다.
‘거짓말!’
이전에도 대규모 함대를 본 적이야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상식이 최소한으로나마 허용되는 수준에서 아주 살짝 벗어난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것은 ‘상식을 깨부쉈다’라는 문장으로조차도 온전히 표현이 불가능했다. 이미 형의 교육 덕에 각종 현대 과학 기술과 인류의 경제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아왔음에도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수천 년 뒤에나 나타날 수 있는 미래형 군단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강림한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야르베스는 윤혁이 기겁하는 모양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역시 알트루즘 덕에 감각 능력이 증강된 건가. 차라리 잘 됐군.”
그 순간, 세미온이 신속으로 돌진해 야르베스를 물리적으로 막았다. 두 최상위 초인은 서로 양 손을 힘겨루기 하듯 마주한 채 강력하게 힘의 충돌을 일으켰다.
“계약을 잊은 건 아니겠지? 게다가 여긴 사람들도 살고 있어.”
세미온이 말했다.
“네가 계약 타령을 한다니 참 가관이군.”
“화풀이하려면 내게 해. 그리고 잊었나? 지금 저자를 망치면 계획이 곤란해져.”
“나도 저자를 해칠 생각은 없다. 다만, 적당히 좌절감 정도는 주는 편이 좋겠어. 때마침 내가 이끌고 온 군대를 관측할 수 있는 모양이니 이번 기회에 우주적 공포를 확실히 심어주는 것도 괜찮겠군.”
세미온과 야르베스가 한창 대치하던 와중, 멜카드제윈의 분신과 루디아가 달려와 윤혁의 상태를 살폈다. 루디아는 그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급박하고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윤혁이 멜카드제윈에게 물었다.
“이 행성이 통째로 역소환 되었어. 지금 쳐들어온 저 사람의 짓인 것 같아. 지금 이 행성은 통상 공간에서 벗어나 벌크 차원에 놓인 또 다른 멤브레인으로 이동한 상태야. 케루빔의 바퀴 덕택에 냉기, 열기, 중력이나 관성 같은 물리 충격으로부터는 보호를 받겠지만, 저자들의 초능력은 감당하지 못할 듯해.”
“저 사람들의 정체를 아세요?”
“딱 다른 인류연합 간부들이 아는 만큼만. 근데 너에게 그 정보를 전달해주지는 못해. 알다시피 보안 때문에.”
급한 대로 루디아가 커버넌트의 힘을, 멜카드제윈이 초능력을 발동해서 일행의 몸을 에워감싸는 보호막을 생성해내었다. 하지만 세미온과 야르베스가 가볍게 합을 나누는 충돌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여력의 여파조차 감당하기 버거워 보였다.
“그나저나 꽤 힘이 강해지셨네요 멜카드제윈 씨?”
힘겹게 막아내며 버티는 멜카드제윈에게 윤혁이 질문했다.
“나? 다른 초인들도 전부 다 비약적으로 강해졌을걸. 지능이건 초능력이건.”
“왜 갑자기 이렇게 다들 상향되어 버린 거죠? 저 사람도 예전에 만났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던데.”
“참고로 초인들만이 아니야. 우주 인류, 이종족, 기계, 무한의 플랜트, 테서렉트 아키텍쳐, 갤럭시 클래스 바이오스피어, 빅뱅 제너레이터, 퀘이사까지, 한마디로 인류가 낳은 모든 게 폭발적으로 진화하고 고도화되는 중이야. 더욱이 지금은 그 성장이 불균질하게 산발하는 중인지라 다소간에 혼란이 예상돼.”
“아니, 그러니까 뭐 때문에 강해졌다는 겁니까?”
멜카드제윈은 보호막을 가까스로 유지시키며 힘겹게 대답했다.
“RS-월드!”
“네?”
“야, 동생. 자세한 건 나중에 네 형한테 가서 직접 따져라. 우린 지금 그 후폭풍을 맞는 중이니까. 온 세계가 그 여파에 휘말리는 중이야.”
윤혁은 묻고 싶은 부분이 더 많았으나 질문을 더 잇지는 못했다. 그의 눈이 다시금 천체 현상을 관측했다. 이번에는 한층 더 경악스러은 광경이 보였다. 어디선가 거대한 항성들이 나타나 공간을 찢고 튀어나왔다. 인공 항성이 아닌 자연계의 항성급이었다. 그것도 태양이 아닌 초 적색거성 급이었다. 색도 푸른색인 것을 보아 온도도 극도로 뜨거웠다. 야르베스가 그것들을 소환한 것인지 아니면 초능력으로 생성해낸 것인지는 불확실했다.
“이건!”
흡사 은하의 모든 별들을 통째로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한 장면이었다. 하늘에 시퍼런 불덩어리가 헤아릴 수 없이 가득히 채워졌다. 어찌나 섬뜩하게 밝은지 눈이 멀어버릴 듯했다.
흥미롭게도 야르베스의 함대는 열에 절대적인 내성이라도 있는지 항성들의 열기에도 그을림 하나 없었다. 야르베스는 신호 삼아 손가락을 튕겼다. 이에 별들이 마법에라도 걸린 듯 일제히 뒤틀리더니 구형 형태에서 벗어나 창의 형태로 바뀌었다. 창끝에는 별 내부의 핵융합 에너지가 극도로 압축되어 집결되었다. 이 장면을 하나하나 지켜보던 윤혁은 순수한 우주적 공포감을 체험했다.
‘환각이 아니야. 실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저런 게 인간에게 가능한 일이라고? 형이라면 모를까. 저건 애초에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화한 셈이잖아.’
까무러칠 듯 경악하는 일행을 하찮게 흘깃 내려다보며 야르베스가 말했다.
“똑똑히 봐둬. 이걸로 네게 내기를 벌이기 이전 충분한 경고가 되었으면 좋겠군. 네가 절망하고 낙담할수록 우리에게는 유리해지니까. 합의점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데 용이해지지. 얌전히 우주적 공포 앞에 짓밟혀라. 거대한 우주마저 제어하는 우리 ‘호모 데우스’ 앞에서 절망해라. 구시대의 폐물, 넌 그 심장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
그때 세미온은 반격의 권능으로 야르베스가 만든 별의 창들을 찢어내었다. 그는 흩뿌려진 에너지의 잔해들을 모아서 초고밀도로 응축한 뒤 산탄 형식으로 날렸다. 몇몇 항성이 충격에 튕겨 나갔다. 야르베스의 함대도 상당수 깨어졌다. 하지만 마법에 의해 시간이 되돌려지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재생하였다.
행성 바깥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급의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행성이 통째로 중력과 열기에 찢기지 않은 것은 순전히 케루빔의 바퀴의 방어력 덕분이었다.
치열한 권능들의 전투는 한참 이어졌다. 루디아는 하늘에서 번쩍거리는 빛이 너무도 밝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하지만 윤혁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동된 자신의 관측 능력 때문에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직면해야만 했다.
관측력이 너무 증폭되어서 그런지 적들이 방출하는 초능력의 모든 부분이, 단순한 현상만이 아닌 본질까지 선명히 느껴졌다. 야르베스와 세미온, 둘 다 최소 수천조 가지 이상의 채널을 동시에 다루는 중이었다. 그것도 각 채널의 거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도 모자라 공명까지 완벽하게 이루고 있었다. 최대한 서로의 힘을 상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 그렇지, 만일 파괴에만 전념했다면 얼마나 거대한 파괴가 일어났을지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다.
‘개개인에게 저런 거대한 힘과 권능과 지력을 맡기다니……, 인류는 아직 저렇게 강대한 힘을 책임질만한 여력이나 책임감이 없는데?’
윤혁은 다시금 속으로 경악하며 반문했다.
‘형은 대체 뭘 꾸미는 거야? 그 인간 제정신인 거 맞지?’
만일 이게 그 ‘후폭풍’이란 것의 시작에 불과하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더 큰 여파가 일까. 인류 전체가 초인화 되기라도 하는 걸까. 기존 초인은 또 얼마나 강력해질까. 그런 그들을 다스리고 제어할 시스템은 또 얼마나 강대해질까. 이미 인류는 신에게 대적할 적그리스도 지배 체계를 완성해낸 것이나 다름 없지 아닐까.
한참을 싸움을 지켜보던 중, 마침내 구원의 손길이 닿았다. 인터갤럭틱 호가 봉쇄에서 풀려났다. 마침 후폭풍의 영향이 그쪽에도 닿았는지, 함선이 스스로를 개조하며 고속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곧 함선에 여러 신기술이 자가 업데이트되었다. 강력해진 함선은 특수 역소환 기술을 발동해 세미온과 야르베스의 공간에 있던 행성을 다시 통상 공간의 원위치로 소환했다. 그와 동시에 통일시스템은 둘이 격전의 여파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당 멤브레인 차원을 즉각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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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에 돌아온 윤혁과 루디아는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둘은 덜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멜카드제윈의 분신은 너무 과한 크기의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소모한 바람에 잠시 작동불능 상태가 되었다. 한동안은 그의 도움을 받지 못할 듯했다.
두 사람은 즉각 의료시설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보호막 덕분에 특별한 부상은 없었다.
“윤혁아, 너 괜찮아?”
공포감에 부르르 떠는 윤혁의 손을 루디아가 잡아주었다.
“……지금은.”
“또 바깥에서 벌어진 현상들을 직접 본거지?”
“응, 이번에는 눈을 감았는데도 관측을 막지 못했어.”
“무서웠지. 이젠 괜찮아.”
“난 역시나 겁쟁이인 걸까.”
“누구든 그런 비상식적인 힘과 마주하면 공포에 질렸을거야. 우리는 신이 아니잖아.”
“하긴 그랬지.”
절대자이신 하나님의 임재를 생각하자 벌렁거리던 가슴이 조금 차분히 가라앉았다. 인간이 제아무리 신처럼 되려고 발버둥을 쳐도 결국 그분께는 발끝에도 닿지 못할 테니까. 틀림없이 하나님께서는 이런 천지가 요동치는 사태 속에서도 잠잠한 시선으로 자기 자녀들을 바라보셨을 것이다. 그 어떤 우주적 폭풍도 그분께는 곤충의 날갯짓과 다를 바 없으니까.
한편, 겔다는 지친 두 남녀를 아이 달래듯 돌보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도록 도와주었다. 조금 전 우주선이 아공간에 봉쇄당했을 때, 겔다는 두 아이가 위험에 휘말렸다고 생각하며 크게 걱정했었다. 그들은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윤혁은 겔다를 걱정시키지 않도록 자신이 본 천체 대격돌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공포의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된 윤혁은 루디아와 함께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상의하였다. 그녀는 이제 그와 함께 임무를 짊어진 동반자이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으니까. 하필 정식으로 교제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흉흉한 괴물들과 맞닥트리는 바람에 데이트고 뭐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지.’
이젠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남아있으리라고 사고방식을 뒤바꿔보았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상의가 하나 남았다.
“그자, 분명 ‘가족’이란 것에 대한 개념을 뒤바꾸겠다고 선언했어.”
윤혁은 세미온에게서 받은 정보를 조심스레 루디아에게 공유했다.
“지금으로써는 추리할만한 단서가 부족하네.”
루디아도 개운치 않은 어투로 말했다.
“응,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둬야 할 것 같아.”
윤혁은 한 가지를 더 말해주었다.
“내가 공포감을 느끼거나 좌절하게 되면 그들이 내기에서 유리해진다고 했어. 뭔지는 몰라도 나를 정신적으로 꺾은 뒤 내가 갖고 있는 이 심장을 이용하려는 속셈 같아. 구체적인 방식은 전혀 감이 안 잡히지만 말이야.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녀석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겁에 질린 바람에…….”
미세하게 그의 손이 떨렸다. 루디아는 자신의 작은 양손으로 그의 넓은 손을 감싸 쥐었다. 포근한 온기가 전달되었다. 그녀는 소리를 내서 윤혁을 위해 기도하였다. 그리고 난 뒤 걱정하지 말라며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너라면 꼭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윤혁은 고개를 숙인 채 앞날을 생각했다. 가족. 이 한 단어에는 참으로 많은 의미가 함축되었다.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섞여 사는 혈육 개념의 가족, 그리고 지역 교회라는 이름의 가족, 보이지 않는 우주적 교회인 그리스도의 몸, 더 나아가 인류라는 종족 또한 아담으로부터 시작된 한 가족이다. 세미온, 야르베스, 그리고 다른 한 존재. 그 괴한들은 틀림없이 이 모든 개념을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들며 상식을 위협할 작정이다.
‘주님의 몸 되신 교회, 그리고 피로 이어진 가족, 그 두 질서 모두를 반드시 그들의 마수에서 지켜내야 해.’
이것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닌 가치를 지키는 전쟁이리라. 나아가 자신에게도 소중한 가족들이 있다. 영적 형제들과 혈육의 가족들. 무엇보다 형제이자 구해낼 사람인 강재혁의 폭주도 막아내야 한다. 어깨가 한 결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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