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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88회 아벨의 후예 Ch 42. 유리스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3.18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이후 유리스가 제일 먼저 시행한 일은 인간 이외의 인공 이종족과의 교섭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차원의 신앙관을 이종족들 속에 심어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양아버지, 3대째 위버멘쉬를 ‘절대신’으로 여기도록 교육하였다.

   한편으로는 참으로 발칙한 발상이었으나 어떤 의미로는 상당히 교묘한 전략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인비저블 마인드’ 때문에 이미 이종족들은 하나의 예외 없이 위버멘쉬에게 종속된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절대신’에 대한 복종이라는 키워드까지 심어주었으니 지배는 더욱 체계화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 방식은 서파와 북파 사이의 사상적인 거리를 좁혀주는 효과를 낳았다. 서파가 말하는 ‘모든 길이 하나로 수렴하는 궁극적인 실체’, 원래는 허상만 존재하던 그 형이상학적 자리에 인류연합과 위버멘쉬라는 실체를 놓는 방식으로 연합된 것이다. 카이젤은 썩 동의하진 않았지만, 어쨌건 정치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었기에 유리스 식의 세뇌 활동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갤럭시 클래스 바이오스피어 같은 초거대 군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더욱 철저한 복종 의식이 심어졌다. 과연 유리스의 카리스마타는 여기서도 놀라운 빛을 발하였다.

   이전에 셀레스티언 폭주 사태에서 드러났던 대로 갤럭시 클래스 바이오스피어는 유독 여타 이종족과는 달리 통제가 어려웠다. 그러나 유리스의 재능을 활용해 ‘절대신’ 키워드를 심자 개선점이 나타났다. 갤럭시 클래스 바이오스피어들은 오히려 굳건한 신앙심을 이식하기에 몹시 유리한 성향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전에는 통제 불능 위험성이 높았던 잠정적 위험군이 이제는 변치 않는 충성 집단으로 변모하였다.

 

   다음으로 유리스가 시행한 과업은 ‘종족 간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여기에는 다소간에 위험성이 따랐다. 이종족과 인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의 벽이 허물어진다는 건 잠정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열 가능성이 컸다.

   과거에 ‘TUNER’를 다루어보았던 인류연합 부대표는 거듭 유리스에게 이 점을 경고했다. 함부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정신적, 신체적, 문화적, 문명적 경계선이 흐리려는 것은 자칫 예기치 못한 대혼돈을 낳게 되리라고. 티아라였다면 콧방귀만 뀌었겠지만, 일단 유리스는 인류연합의 녹을 먹는 자였기에 에녹의 조언을 경청하고 수용하였다.

   “부대표님, 저희 저번 사태 때도, 그러니까 셀레스티언들을 진압할 때도 합을 잘 맞췄잖아요. 저도 적절한 선은 유지할 줄 아니 염려하지 마세요. 오히려 과도하게 경계선을 강화하여 분리만 강조하면 나중에 댐에 터져버리기 쉽답니다. 본래 아주 조금 느슨한 울타리가 최고로 안전한 법이랍니다.”

   이에 에녹은 한숨과 함께 노파심에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종족 간의 혼합은 절대로 안 됩니다. 하늘도시에서 주민들이 제멋대로 벌여놓은 종족 통합의 여파 때문에 얼마나 골치 아팠는지 모르시겠죠. 인류연합 측에서 혼종화된 개체들과 일족들을 일일이 회수해서 피코머신으로 치료해 놓느라 시간이 상당히 낭비되었죠.”

   “그래도 덕분에 순작용도 있었잖아요. 치료 후에는 오히려 혼종의 성질이 강력한 특성으로 소화되어 인류의 유전적 잠재력이 크게 성장했죠.”

   “그건 소가 뒷걸음치다가 우연히 쥐를 잡은 격입니다. 요행이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조언은 새겨들을게요.”

   이번에 유리스가 장벽을 허물기 위해 도입한 개념은 ‘종족별 특수 인권’이었다. 쉽게 말해서 인권이 있듯 이종족에게도 존엄성 개념을 세운 것이다. 물론 그녀는 인간과 이종족에게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듯, 이종족이나 의식이 있는 인공지능에게도 ‘유사 인권’ 정도는 필요했다. 유리스는 관련된 법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성과는 아주 괜찮았다. 언뜻 듣기에 도덕적으로도 합당해 보였다.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종족들은 유리스의 정책에 크게 만족했다. 그리고 그녀를 ‘제2의 성녀’로 칭송하였다.

   처음에는 인간들의 불만이 있었다. ‘왜 굳이 하위종족의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하는가.’ 이런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유리스가 도덕과 화합 정신에 호소하며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재능을 발휘하자 차츰 그들 다수가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였다. 덕분에 유리스는 차별 의식을 깨부수고 이종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성공한 ‘선각자’ 포지션을 당당히 차지했다.

   이러한 유리스의 승전 행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잠정적인 위험이요 치명타였다. 본래라면 응당 그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거늘 기독교인들은 내부의 부패로 인해 삐걱거리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종교개혁 세력이 밤낮으로 부단히 애를 썼지만, 내부 개혁에 애쓰는 그 틈에 유리스 세력은 교회 밖 세상에서 사회 정의와 관련된 모든 명성을 독차지했다. 날이 갈수록 그녀의 위세와 명망은 높아져만 갔다.

 

   그렇게 부풀려진 유리스 세력은 급기야 교회에마저 마수를 뻗치며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지구의 로마 가톨릭교회는 수백 년의 시간 동안 공을 들여가며 서서히 주류를 차지했다면, 유리스가 우주 시대의 교회를 집어삼키는 데는 몇 달이면 충분했다. 이는 그만큼 통신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이 극도로 발달한 시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먼저, 유리스는 교황청들에부터 마수를 뻗쳤다. 이미 우주 교회도 타락의 범람에 휩쓸린지라 거대 교회마다 교황이나 다를 바 없는 종교 지도자들이 형성되었다. 이미 우후죽순처럼 교황들이 만 은하들에 대거 속출한 상태였다. 교황을 지칭하는 새로운 고유명사만 해도 천 가지가 넘게 만들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황의 숫자도 수십억 단위를 넘겼다. 이렇게 참된 복음을 버리고 각양각색의 부패를 일삼는 이들은 그야말로 유리스의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이었다.

   나아가 유리스는 ‘티아라의 세례’를 응용해 자신만의 세례 법을 창시했다. 이것은 종교적 의식이라기보다는 고도의 과학 기술이었다. 텔레파시 기술과 정신 간섭 기술, 3대째 위버멘쉬가 남긴 ‘초월 진화의 표식’을 활성화하는 알고리즘, ‘인비저블 마인드’의 영향력을 인간에게까지 옮겨심는 비법, 유리스 자신만의 고유 재능, 진과의 거래를 통해서 얻어낸 ‘커버넌트 링’의 기술력, 칼리드 사건 때 벌어졌던 현상을 역이용한 전략, 마지막으로 ‘아크삼형제’와 비밀스럽게 거래하여 얻어낸 ‘트리니티 알고리즘’까지, 온갖 재료들이 이 세례법을 만드는 데 총망라되었다.

   이후 유리스는 유력한 교황들에게 세례를 내려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이윽고 교황들은 다시금 자신보다 하위의 교황들에게 세례를 내렸다. 그들은 한 명마다 세 명씩의 후임자를 만드는 규율을 따랐다. 하나는 ‘법황’, 하나는 ‘미황’, 하나는 ‘도황’으로 삼는 식으로. 이렇게 한 단계에서 아래 단계로 나아갈 때마다 삼중의 증식이 이뤄졌다. 그 연쇄가 이어지다보니 어느새 Upol에서 활약하던 교황들은 죄다 유리스의 계열로 흡수당했다.

 

   각 계열에 두드러지는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법황(Karma Pope)은 율법주의의 화신이었다. 그들은 계율을 만들어내는 자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입법부였다. 이들의 생산물에는 비단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률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이종족을 위한 계율, 인공지능들을 위한 계율, 심지어는 특정 권역의 국소적 물리법칙 조작에 관여된 계열이 포함되었다.

   이들이 입법부임에도 불구하고 더 큰 권위인 인류연합의 규율인 컨스티튜션셋에 위반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존재했다.

   일단 유리스는 교황들에게 세례를 내리는 순간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인비저블 마인드’와 ‘이데아’와 ‘코스믹 옵틱스’의 강제 지배력의 파편을 뇌리에 같이 심어 넣었다. 그러므로 사실상 법황들이 제작하는 법도는 그들 고유의 자유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닌, 초지능체들의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카이젤이 이런 편법을 직접 허락해 준 건 아니었고 단지 유리스가 중재자 역할을 맡긴 했다.

   그리고 법황들은 그 칭호가 뜻하는 바에서부터 알 수 있듯, 오래전에 하늘도시에서 처음 초능력이 개발되던 당시에 쓰인 프로토타입 기술인 ‘카르마(karma)’ 시스템의 연장선으로 나온 기술에 종속되어 있었다. 이 의문의 ‘업보’ 매질은 법황들이 위버멘쉬의 초지능체들에 강력하게 속박당하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다.

   

   두 번째로 미황(Maitreya pope, 彌皇)들은 자기들끼리의 은어로 소위 ‘우주적 메시아’라고 부르는 ‘마이트레야’의 대리인을 자처했다.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나 이자들의 신성모독적 망발을 분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황들은 놀라운 이적들을 베풀어 사회 발전과 과학 기술의 진보에 지대한 이바지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교활했다. 그래서 누구도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이단적 철학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자연스레 이들의 선행이 세상에 부각되었고 이는 이들의 위세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유리스는 ‘마이트레야(彌勒)’라는 개념을 새로운 차원으로 재해석해내었다. 그녀는 초인들의 왕, 곧 위버멘쉬(Ṻbermensch)라는 존재를 은근슬쩍 마이트레야와 동치의 개념으로 엮어내었다. 물론 위버멘쉬가 아직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는 않았기에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암시적으로 장차 ‘위대한 세계 지도자’가 궁극적인 권능으로 강림해 ‘삼라만상의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교리를 경전 속에 은밀히 녹여내었다.

   눈치가 빠른 그리스도인들은 유리스 세력이 주장하는 마이트레야 사상이 곧 적그리스도의 등장과 같은 말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반론하자니 제약이 따라 방해를 받았는데 이는 통일시스템 때문이었다. 정신마저 통제 가능한 이 시스템은 유리스의 사상을 공개적으로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반박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어쨌건 잠정적으로 지도자를 향한 부정적 견해가 될 주장은 예방해야 했던 것이다. 교활한 유리스는 이점을 적극 활용했다.

   “우리는 맘껏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그대들은 낼 기회가 없죠.”

   그리고 일들은 확실히 그녀의 선언대로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도황(Sage Pope)들은 모든 율법으로부터의 해방, 곧 그녀가 ‘유사 복음(Pseudo-Gospel)’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포하였다. 이는 구약 시대 때 계시된 모세 율법을 신약 시대 때 복음으로서 성취한 그 거룩한 구속의 패턴을 악랄하게 모방해 낸, 일종의 가짜 모방품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무법(Anomia)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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