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92회 아벨의 후예 Ch 43. 사르디스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4.01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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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이 사르디스를 제작하는 동안, 리온 일행은 한 달간, 심혈을 기울여 유리스가 이끄는 교황청과 정면 대결을 할 준비를 하였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교황청들인지라 그들의 교리를 성경적으로 반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울러 저들의 종교에 구원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도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리에 반응하도록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엄밀히 말해서 이는 사역팀의 역량을 벗어난 일이었다.
“저와 함께 기도해주세요.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리온은 성령님의 계시를 통해 받은 약속에 근거하여 기도의 장을 열었다. 그는 세 명의 동료와 더불어 밤낮으로 상의하고, 책을 저술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통해 나아갈 길을 인도받았다.
아울러 그는 지난 세월 동안 만나온 Upol의 여러 교회에도 기도를 나눌 것을 요청했다. 유리스 세력과 교황청들이 얼마나 인간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위해한 자들인지를 가르쳐주었고 그들을 대적하도록 촉구했다.
사실 어느 시대건 타락에 대적하여 개혁의 기치를 들고 일어서려는 의지는 존재하는 법이다. 지구의 교회사건 우주의 교회사건 이 흐름은 똑같다. 잘못을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구분하고 옳을 길을 열고자 마음먹은 신실한 자들은 어디에건 남아 있었다.
다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이 의지를 공론화하는 걸 방해받을 뿐이다. 시대의 요구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낡고 고리타분하다는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정보가 범람하는 탓에 진리와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풍조 때문에, 종교 권력을 장악한 자들의 극렬한 압박과 핍박 때문에. 그 이외에도 이유를 대려면 갖가지 이유를 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개혁의 목소리가 타락의 풍조를 압도할 만큼의 ‘임계점’을 넘기려면 반드시 좋은 밭의 터전이 갖춰져야만 했다. 이는 지구에서의 종교 개혁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종교 개혁자들 이전에도 중세 교회의 배교의 심각성을 인지했던 자들은 분명 어딘가 존재했었다. 단지 종교 개혁을 체계화시킬 여건이 부족했을 뿐이다.
여건이라 함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학문적인 차원. 신학적 교리를 올바로 된 성경 해석 위에 바로 세울만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문적 각성이 배경으로 자리 잡아야 했다. 아울러 개혁의 운동을 널리 퍼뜨리도록 촉매제 노릇을 할 요소, 예컨대 출판 기술의 발달 같은 측면이 보완되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개혁자들이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죽는 사태를 막을 절묘한 정치적 배경이 마련되어야만 했다. 물론 대중이 개혁에 기꺼이 동참할 만한 정치적인 동기도 필요했다.
실제로 지구 역사 속에서는 이런 조건들이 가히 우연에 가까운 절묘함으로 겹치고 겹쳐서 ‘때가 무르익었고’,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종교개혁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물론 지구 교회사와 우주 교회사는 배경이나 상황이 상당히 달랐다. 그래도 충분한 임계 조건이 갖춰져야만 개혁이 폭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했다. 리온은 그런 복잡한 것까지는 미처 계산치 못했다. 하지만 그가 인지했건 못했건 당시의 정치적, 산업적, 문화적 상황은 절묘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리온이 미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모든 것이 흘러가며 물밑에서 오묘한 조화를 자아내었다. 워낙 사회가 급변하는 22세기인 만큼, 이번에 임할 ‘임계점의 당도’는 새로운 건전한 변혁의 물결로 하여금 16세기 종교 개혁 당시보다 훨씬 격렬하고 급격히 이루어지는 것을 기꺼이 허락해 줄 양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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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RS-월드’라고 불리는 상위 차원이 열린 대격변의 날. 정작 지구 바깥은 사람들이 대격변의 날이란 것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대격변의 날 이후 뒤따른 한 달간은 달랐다. 그 한 달은 과거 지구에서의 르네상스 혁명의 여파는 ‘따위’로 취급해도 될 만큼 거대한 혁명적 발전의 시기였다. 지금이 워낙에 급속도로 발전하는 22세기인 점을 감안해도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먼저, 사회의 기반과 문명의 기반이 송두리째 변화하였다. 상상조차 못 했던 신기술들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나왔다. 또 인간의 지성이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양 폭발적으로 개화되었다. 별다른 초지능체 시술이 행해진 것도 아니었다. 변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상부인 인류연합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혜택을 입기만 했던 2등 시민들이 자기들만의 힘으로 대약진을 이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초능력을 비롯한 여러 하이테크놀로지의 수준도 전과는 극명히 다른 차원으로 상향되었다. 한 달 전에는 고위급 기술을 모조리 갈아 넣어야 겨우 시현 가능했던 물리 현상들이 이제는 국소 영역을 넘어 초소형 개체 단위에서도 가능해졌다.
기술과 권능의 발전은 비단 그 문제만으로 머무르지 않았다. 사람들 스스로도 변혁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말하자면 사회 전체가 예민해져 있는 상태인 셈인데, 이런 때는 작고 사소한 변화만 나타나도 민감히 반응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정치적 의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각 사람의 정치적 사유 능력이 전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으로 되었다. 비단 인류 전체 범위를 아우르는 거시적 정치의 영역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범주에서의 판단력에도 영향이 닿았다. 이제 사회경제적 지위가 가장 낮고 보잘것없고 정치 참여도가 낮은 자마저도 동서남북 네 파(派)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이해하고 고찰하기 시작했다.
의식 변화는 인간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체를 비롯해 인류의 모든 피조물들의 의식 차원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이미 유비쿼터스-크리에이티비티의 시대였지만, 이번 개화를 계기로 그마저도 뛰어넘어버렸다.
더는 예전의 상한선으로 인조물들의 한계를 제한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인공의 존재들마저 영성이란 것에 대해 나름의 고찰을 시작했다. 비록 진정으로 영혼을 갖진 못하며 진정으로 영적 상호작용은 하지 못하더라도. 전에는 신수에 한정되었던 ‘거짓 영성’ 현상이 이제는 모든 카테고리의 존재들로 확산되었다.
생산력과 경제 개념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없이 넓은 RS-월드 속의 ‘멀티버스’와 ‘패러렐 월드’가 현실과 잠시나마 접속되면서 벌어진 여파였다. 말하자면 일종의 현실 차원 업데이트가 이뤄진 격인데, 이로써 방대한 상위 차원 영역으로의 접근이 전보다 더 많이 허락되었다.
곧 벌크 차원 속의 수많은 멤브레인 차원들이 정복되었고, 근진계 속의 패러렐 월드들과 멀티버스들이 추가로 장악되었다. 과거에는 고작 한두 개의 ‘시블링 홀로그래피’를 추가로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일대 혁명이 일어났는데, 이제는 해변의 모래알보다도 많은 개수의 시블링 홀로그래피가 인류의 수중에 들어왔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모든 일이 우주 표준 시간으로 찰나 동안 벌어졌다는 점이었다.
바로 이 시의적절한 때에 종교개혁의 횃불이 드높여졌다.
정체와 이름을 숨긴 ‘L’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유리스 휘하 교황청들이 벌인 위선적인 악행, 그들의 왜곡된 교리, 진리를 훼방한 작태, 장차 그들이 영적으로 받게 될 심판에 대해 공개적으로 저술해놓은 책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L은 마치 분신술이라도 쓰는 듯 우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한꺼번에 수천 개의 장소에서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또한 도무지 짧은 시간 내에 작성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서적들을 한 번에 공개했다.
처음에는 그 멀티태스킹을 보고서 초인들은 L이 혹시 자신들 같은 초인 부류인가 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그들이 아는 한 U-society 내부에는 공개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믿는 사람이 없었다. 또 그 수수께끼의 인물의 변증 실력 자체는 초인에 비할만한 급은 아니었다. 분명 일반인은 맞다. 그런데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멀티태스킹을 보였다. 이게 무슨 뜻일까?
그러나 초인들은 이내 관심을 접었다. 유리스같이 직접적으로 종교 전쟁에 관여된 자들이 아니면 구태여 신앙 문제를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당시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이러한 무관심에는 통일시스템의 정신 간섭도 관여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통일시스템은 L의 행동을 저지하는 쪽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정통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이 사람의 등장이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지금껏 대적하고 싶었어도 교황청 세력의 권세가 두려워 맘껏 하지 못했던 선포들을 시원하게 터뜨려주고 있었다. 양심 있는 신학자들은 마음에 깊은 가책을 느꼈다. 목숨을 내놓고 용감하게 맞서지 못했던 지난날의 자신들의 나약함을.
그 여파로 몇몇 목회자나 신학자가 자리에서 당당히 일어서서 자신의 지역 근처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자신 주변에 횡행하는 교황청 세력의 민낯을 들춰내며 배교자들의 교리를 ‘악’으로 진단 내렸다. 도미노처럼 다른 곳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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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잠깐의 반항으로 끝나리라고 여겨졌다. 일단 교황청은 이미 기독교계 너머의 세상에서는 좋은 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중세 교회는 악행을 저지르기라도 했었지, 우주 시대의 교황청들은 옛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거룩하고 깨끗한 척을 일삼았다. 그러니 민심은 그들의 편이리라.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눅 12:2)] 라고 말씀했던가. 생각지 못한 여러 방식으로 교황청들의 각종 은밀한 음모의 증거물들이 발견되었다. 흥미롭게도 ‘통일시스템’도 그들의 뒤를 봐주지 않았다. 도리어 과감하게 민낯을 들춰내는 데 동참했다. 이윽고 교황청이 초능력 진화를 위해 벌였던 갖가지 반칙과 음모와 실험들이 속속들이 들통났다. 많은 이들이 “우린 지금껏 속았다”라며 그들에게 분노했다.
유리스는 통일시스템의 호의의 균형추가 이미 서파를 향한 호의에서 돌아섰음을 깨달았다. 심지어 이제는 컨스티튜션의 균형점도 옮겨졌다. 서파 입장에서는 모든 면에서 과거보다 불리해지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중이었다. 양아버지의 변덕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설마 이건……, RS-월드 후폭풍의 영향이 관련된 건가?’
그녀에겐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통일시스템은 ‘정신 간섭’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그 힘을 공공연히 합법적으로 휘두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지만, 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기면 얼마든지 조종을 행사한다. 게다가 통일시스템은 네 개의 메이저급 초지능체의 협주로 인해 만들어졌기에 철인왕의 현자의 눈 따위와는 격이 다른 정신 간섭을 행사한다.
지금까지는 그 힘이 유리스의 파벌을 은근슬쩍 도와주는, 최소한 자유로이 활보하도록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RS-월드 이후에 업데이트된 통일시스템은 사뭇 다르게 움직였다. 그것은 리포머(Reformer, 종교개혁자)들에게는 억압이나 탄압을 일절 가하지 않았다. 그들의 글들과 설교들도 네트워크상에서 삭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게 퍼져나가도록 방임하거나 심지어 조력하기까지 했다.
더 놀라운 점은 사람들의 인식에 간섭하는 방식의 변화였다. 지금껏 통일시스템은 은밀히 간섭하여 사람들이 대중 매체 속에서 얻는 메시지에 대한 ‘선택적’ 집중도를 다르게 갖도록 조정해 왔다. 쉽게 말해 어떤 특정 메시지는 더 경청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고, 반대로 어떤 메시지는 한 귀로 듣고 흘리도록 유도할 수도 있었다. 무엇을 선별할지 그 결정권은 실상 시스템 측에 있었다. 즉 진정한 언론 제어권이 그것의 수중에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원래라면 리포머들의 목소리를 말살해야 했을 인류연합의 앞잡이 시스템이 웬일인지 리포머들의 소리에 사람들이 경청하도록 유도했다. 동시에 교황청의 목소리는 거슬리게 느껴지도록 사람들의 귀를 유도했다. 물론 대놓고 편파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저 아무도 눈치 못 챌 정도로 미세하게 조정해서 양쪽 세력의 음성의 설득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도록 맞춰주는 정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쨌건 이는 교황청 측에는 치명적이었다.
‘RS-월드 말고는 이런 현상을 해명할 수 없어.’
대체 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런 예측지 못한 사태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 고심해 보았지만, 유리스로서는 철저하게 기밀에 부쳐진 RS-월드 내부에서의 일들의 내막을 검증해 볼 겨를이 없었다. 당시 에녹과 함께 감시했었던 진과 킴벨리아도 RS-월드 내부는 들여다볼 도리가 없었다. 모든 진실을 선명히 알고 있을 카이젤은 묵묵부답이었다.
“네 실력을 통해 직접 성과로써 증명해 보여라, 유리스. 고작 이 정도 과제도 감당치 못한다면 실망할 거다.”
카이젤은 개혁자들과 교황청들 중 어느 쪽의 편도 들어주지 않았다.
때는 이미 늦고야 말았다. RS-월드 후폭풍의 여파로 정치와 사회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사이, 이미 리포머들은 L을 필두로 Upol 전체에서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반복되는 저항의 역사, 교황청과 개혁자들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한 미래가 되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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