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12회 아벨의 후예 Ch 48. 라오디케이아 (4)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5.27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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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의 활약 덕분에 다시금 복음의 반격이 불길을 되살려내었다. 지금껏 거짓된 프레임이 속았던 많은 청년들이 의로운 분노를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참된 가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야 말겠다는 경각심을 느꼈다.
마치 엘리스라는 소녀가 나오는 어느 동화에서 하트 여왕이 했던 말처럼, 현시대는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바람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자들은 자연히 퇴보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이는 영적 전쟁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잡아먹으려는 세력은 저토록 흉흉히 날뛰며 교활하게 숨어서 먹이를 노리고 있거늘 어찌 참된 의를 아는 용사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많은 신자들은 자신들의 게으르고 용기 없고 분별력 없었던 지난날을 회개하며 적극 뛰어들었다. 곧이어 혁명을 깨부수는 회개의 불길이 Upol들을 휩쓸었다.
리온 마흐무드는 깨어난 그리스도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그는 이제 어느덧 강인한 고목 같은 영적 지도자가 되어있었다. 하늘도시의 그리스도인들은 먼 옛날 자신들의 조상들에게 처음으로 복음의 씨앗을 전해주었던 전설적인 신앙의 위인이 눈앞에서 활동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격려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우상화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많은 영향을 주어 여러 사람을 고무시킨 점은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었다.
아울러 곧 여러 지역에서 증언이 속속들이 튀어나왔다. 리온이 지난 몇 년간 배후에서 종교개혁 측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일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굳이 본인이 밝히고 싶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그의 선을 재조명하였다. 리온은 영적 성취를 자랑하려는 유혹을 이미 오래전 철저히 뿌리 뽑아낸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난 행적을 묻는 자들에게 일부러 부인하는 거짓말을 할 생각도 없었다.
더욱이 그는 오랜 시간 겸손한 자세로 남들을 섬겨왔었기에 이미 지도자로서의 역량도 충분히 빚어진 상태였다. 또 아직 미복음화된 상태였던, 전면 개방 이전의 하늘도시를 모험하며 각종 어둠의 권세와도 싸워왔기에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
무엇보다 그는 명실상부 참된 대언자였다. 물론 자신이 하나님과 소통하는 내용을 남들에게는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철저히 감추었으나 그럼에도 그의 영성을 알아볼 자들은 진작 알아보았다. 그에게서는 다른 목회자와는 격이 다른 거룩한 인품이 느껴졌다.
덕분에 그의 올곧은 설교와 지혜로운 가르침에 대한 반응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는 영적 각성과 회개, 사회 개혁을 향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리온은 갈트론이 일으킨 음모와 거짓 프레임들을 대항하여 기독교적 가치관, 곧 이른바 ‘공의로운 사회’와 ‘거듭난 자의 삶’을 구성하는 원칙들을 재정립하였다. 곧 청지기 의식, 소명 의식, 연민과 긍휼, 강자가 약자를 섬기는 겸손한 구제,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 온 땅의 피조물을 거룩하고 선하게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문화 명령, 개인의 자유의지를 통한 순종이었다. 이에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세상 사회까지도 간접적으로 영향 받아 반응하기 시작했다. 리온은 기독교인이 아닌 이도 이 ‘선한 프레임’에 공감하도록 넓게 문을 열어놓았다.
부흥이란 본래 교회 안의 개혁으로 시작되지만, 종국에는 불신자들의 회심으로, 그리고 회심하지 않는 이들마저도 영향을 받는 강한 불길로 이어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현상들은 근래 들어 임한 부흥 중 가장 강렬하고 순수한 본질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갈트론도 지지 않고 또다른 음모로 맞대응했다. 그는 적나라하고 사악한 과학 기술력을 총동원해 인간들의 뇌리에서 기독교의 개념을 소멸시킬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나아가 그는 각종 궤변을 현란한 화술로 포장하여 설파하였고 이로써 사람들을 유혹했다.
심지어 그는 통신 네트워크를 악용해 수억 개 이상의 Upol에 동시다발적으로 ‘악마의 꼬드김’을 주입하였다. 분신들과 아바타들, 그리고 그의 전언을 전하는 인공지능들이 수족이 되어주었다. 제아무리 라오디케이아의 보조 기능과 성운의 후방 지원이 있다고 해도 리온 혼자서 적의 궤휼을 모두 쓰러트리긴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목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성령께서 사람들을 일제히 감동시키셨다. 그 결과로 리더의 뜻을 잇는 젊은 후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들고 일어섰다. 갈트론이 온갖 분신술을 써서 이뤄낸 일을 리온은 기술력의 도움 없이 오로지 성령의 도움만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더욱이 그분의 조언은 탁월했다. 그분은 최상위 초인의 간교한 거짓말을 능히 맞상대하고도 남을 지혜를 선사해 주었다. 마치 초대 교회의 지도자들이 학식 없이도 유대교의 지도자들을 능변으로 이겼던 것처럼, 신적 지혜가 공급되자 두뇌의 격차는 쉽게 극복되었다. 만일 이 싸움이 단지 두뇌 대결에 불과했다면 그리스도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갈트론 하나에게 패했겠지만, 영적 대결은 그런 원리로 진행되지 않았다.
“저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성령을 모든 사람에게 주셔서 모두가 다 선지자 되게 하시기를 원합니다.(민 11:29)”
[네가 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
과거에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기도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번에는 리온이 대표로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이에 과연 그 어떤 분신술보다도 효율적인 권능의 역사가 벌어졌다. 스승을 제자가 능가하고, 후발주자가 선발대를 넘어서는 청출어람이 반복되었다. 곳곳에서 더 나은 복음의 일꾼들이 출현해 더 놀라운 범주의 활약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영예를 버리고 그리스도만을 드러내려는 자에게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최고의 보상이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이들을 보게 하시는 것. 겸손한 자의 눈앞에서 이런 복은 하나님의 영광을 볼 기회였다.
반대로 갈트론의 무리한 악행은 그로 하여금 초인들의 지원과 지지를 모조리 잃어버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애초에 성운과 카이젤이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이렇듯 성운의 이해관계, 카이젤의 이해관계, 그리고 리온의 이해관계가 교묘한 형태로 서로 실타래처럼 뒤얽혀 하나의 기묘한 결과물을 조성하였다.
리온은 과거 하늘도시 선교 여행에 관하여는 그 사건의 실재를 인정하되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어쩌면 이는 인류연합이 은폐하고자 하는 ‘우주 인류의 역사’와 직결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현재 카이젤은 우주 인류 앞에서 지구의 역사를 교묘히 감추는 중이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이미지의 내용을 덧입혀 포장했다. 또한 그는 지구와 우주에서 타임필드가 어떻게 가동되었는지, 그 역사 기록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은폐했다. 혹은 역정보와 소문을 적절히 섞어 대중이 ‘복잡하게 개변된 시간축’의 진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철저한 정보 우위에 있던 카이젤이기에 완전 범죄로서의 역사 왜곡은 매우 쉬웠다.
리온이 만약 의도적으로 그 옛일을 들춰낸다면 자칫 그 ‘역사를 감춘 베일’에 금이 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리온은 굳이 그런 짓을 하여 인류연합과 승부수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그렇게 하려 해도 통일시스템의 광역 정신 조작 때문에 안 먹힐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도자와 당장 척질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자신과 옛 동료들의 하늘도시 선교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삼갔다. 자신과 같은 오래된 역사 속 인물이 어떻게 현재 버젓이 살아 활동하는지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리온의 행적에 관해서는 그가 냉동인간이니 시간 여행자이니, 인격 보존 기술을 썼다느니 혹은 거짓말쟁이니 하는 각종 음모론이 팽배했다. 정작 본인은 그러든 말든 개의치 않았지만.
대신에 리온은 옛 하늘도시에서 벌어졌던 인류연합의 여러 실험들에 대해서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발언을 몇 차례 흘렸다. 그리고 나아가 그런 비인도적 실험들이 갈트론과 관련 있을지 모르겠다는 뉘앙스의 말들도 흘렸다.
이것은 도전이기에 앞서 나름 인류연합 측에 선회의 기회를 준 셈이었다. 이런 메시지였다. 당신들도 언제까지고 옛 흑역사를 덮어둘 수만은 없으리라. 무리하게 인류 기억 조작을 시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미봉책으로 버틸 작정이 아니라면 그 불미스러운 일들의 의혹은 전부 갈트론을 희생양 삼아 독박을 씌워라.
그러자 나름대로 전과가 있어 찔렸던 제1 철인왕 칼리드나 제3 철인왕 스튜아는 오히려 리온이 유도한 이 무언의 제안에 동조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처벌하기로 예정된 갈트론이니 그에게 나머지 간부들의 치부까지 떠넘겨버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일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불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하자 갈트론도 더는 여유 부리며 지체하지 못하게 되었다. 무시했던 적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하게 물린 격이었다. 이제 리온과의 승부수를 단기간에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역으로 자신이 처벌로 봉인 당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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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작별의 시간이 도래했다.
“목사님, 그동안 많이 배웠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재현은 허리를 푹 숙여 공손히 경의와 감사를 표하였다.
“재현 씨와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저도요. 앞으로 건강 조심하세요. 계속 승리하시길 기도할게요.”
예상했던 바보다 리온의 활약상이 커져 버리자 수현은 재빨리 약속을 재촉했다. 그는 형인 재현을 안전히 회수하기로 작정했다. 이렇게 일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다가 자칫 다른 초인이 리온 곁에 있는 재현이라도 주시하게 된다면 카이젤과의 계약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취되지 못할 위험성이 커진다.
게다가 마침 성운이 개입하여 사르디스를 라오디케이아로 확장해 주는 바람에 수현도 이번 일에 꽤나 깊이 연루되고 말았다. 두 형제가 자신들이 감당 못 할 최상위 초인들의 세력 다툼에 휘말리게 생긴 것이다. 그는 더 일을 늘리기보다는 신속히 발을 빼고 형의 안전만 챙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현의 강력한 권고에 재현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어차피 떠나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지금은 재현 생각에도 퇴장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이젠 굳이 내가 곁에 없어도 목사님은 훌륭히 일을 완수하시겠지.’
내심 씁쓸한 마음과 허전함이 들었다. 자신을 필요로 해주던 이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되었던가. 자신의 역할과 가치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에 마음이 슬퍼졌다.
‘그래도 분명 다행이야.’
목사님이 소명을 잘 성취해 내셔서. 재현은 애써 아쉬움을 잊고자 노력했다. 한편으로 리온과 자신의 대조되는 모습에 마음이 위축되었다. 목사님은 목숨까지 걸고서 저토록 최선을 다하셨다. 끝내 종교개혁도, 선교 운동도, 반-혁명 전선도, 회개 운동도 하나님의 뜻대로 열매를 거두셨다, 반면 자신은 어정쩡하게 중도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동생의 영향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약한 마가 요한, 중도 하차자. 자기 모습이 그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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