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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14회 아벨의 후예 Ch 49. 최강의 크로스솔져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6.01 | 회차평점 0 0

 

 

 

 

Chapter 49. Reformation : 최강의 크로스솔져

 

 

 

 

 

   갈트론은 리온이 반혁명 저항을 시작한 뒤로도 그리 당황하지 않았다. 심지어 리온의 활약이 기대보다 훨씬 큰 반향을 일으켰을 때도 그랬다. 라오디케이아 같은 비대칭 병기를 사용했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스물넷 중 하나가 뒤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리라’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리온의 유지를 이어 뜻깊은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이 우주 각지에서 들고 일어났을 때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꼈으나 그 감각도 늘상 추구하던 ‘일상적인’ 범위의 스릴 정도에 불과했다.

 

   오히려 갈트론은 리온 마흐무드라는 인간이 전면에 나서서 기독교 세력을 일깨워주는 이 상황이 역설적으로 몹시 즐거웠다. 같은 스승을 두어서 그럴까? 비록 따르는 영(靈)의 방향은 정반대였음에도 그는 상대를 곧장 알아볼 수 있었다. 리온이란 자에게는 티아라의 교육방침이 흔적처럼 묻어 있다.

 

   티아라는 범인이 일부러 지문을 남기듯, 짐승이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듯, 항상 자신을 거쳐 가는 제자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곤 했다. 또한 티아라의 제자라면 누구든 그 흔적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제자들마다 남겨진 자취의 형태는 제각각이었다. 즉 리온에게 묻은 잔흔과 갈트론에게 남은 티아라의 잔흔은 완전히 성질이 달랐다.

 

   ‘저 일반인 녀석에게서는 특이한 고귀함이 느껴지는군.’

 

   저자를 다스리는 영 때문인가. 아니면 성녀가 남겨둔 흔적의 영향인가.

 

   ‘저 당당함, 저 순결함이 뒤집힌다면?’

 

   참을 수 없는 자극. 갈트론은 무언가가 타락으로 ‘뒤집히는’ 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깨끗하고 흰 것일수록 더럽혀질 때의 충격은 파격적이다. 이 사실을 갈트론만큼 절박하게 이해하는 이가 또 있을까.

 

   그는 성녀를 오염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애초에 갈트론의 스승이기도 한 그녀는 그릇에서부터 그와는 격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패배는 해소되지 않는 콤플렉스의 근원이었다. 갈트론은 적절한 수단만 주어진다면 자신의 양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인간을 자기 뜻대로 타락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렇기에 티아라라는 산은 늘 그의 숙제였다.

 

   그런데 그 티아라조차도 유일하게 의지를 꺾지 못한 또 다른 제자라니. 한을 풀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대체재가 또 있을까.

 

   ‘기독교를 암흑의 세대로부터 구해낸 저 영웅, 만약 내가 저자의 의지를 무너뜨리고 내 꼭두각시로 만들어서 자기 손으로 섬기는 신을 모욕하도록 만든다면 어떨까? 그때도 예수쟁이들은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였다. 이 지독하게 뒤틀린 악의에 힘입어 갈트론은 리온을 직접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다른 이에게 그냥 넘겨주기에는 자극을 참을 수 없었다.

 

   <<어서 가서 최악의 절망을 안겨주거라. 그리스도인들의 ‘백기사’를 추악한 쓰레기로 만들어버려라. 순교와 같은 고귀한 결말을 안겨줄 수야 없다.>>

 

   공포의 왕은 자신에게 중독된 가련한 노예에게 세이렌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라오디케이아’는 걸작이었다. 카이젤의 각종 권능, RS-월드를 모방한 알고리즘, 유성운의 탁월한 두뇌와 카리스마타, 천재현의 속성을 모방해 낸 천수현의 기술력, 이 모든 게 합해져 탄생한 특수 병기였다.

 

   그것은 ‘유사 준-무한 공간’이었고 겹겹의 차원 방벽을 지녔으며 고차원적 통신, 교통 간섭 능력이 있었다. 자체적인 시스템이 내장되어 그에 의해 보안이 관리되었으며 나아가 초인들의 권능에까지 간섭할 수 있었다. 초인들의 지도자 격이 일개 기독교 지도자에게 이런 엄청난 무기를 선물해 준 것은 유례없는 특혜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갈트론을 저격할 총알을 준 것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성운은 라오디케이아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그가 1년 반 전쯤부터 계획해 온 ‘갈트론 사상 전멸 프로세스’를 염두에 두었다. 쥐를 잡기 위해 만들어놓은 최상의 덫. 성운의 기존 역량에 더해 RS-월드 후폭풍으로 성운이 얻은 초월적 진화까지 모두 반영된 작품. 리온 마흐무드 목사는 단지 쥐를 잡기 위한 탐스러운 치즈 조각이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리온 일행이 새카맣게 모르는 사이에 갈트론과 성운의 진영에서는 치열한 정치전이 물밑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무인 기업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변화하여 사이버 세계에 분신들을 생산해 뿌렸다. 아울러 성운이 새로 개발한 ‘초고도 예측 시스템’이 흑색 종자들을 수색했다. 이로써 그는 갈트론의 음모를 단숨에 훼파하고 세력을 봉인하기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었다.

 

   갈트론은 자신을 사냥하는 세력이 있음을 감지했으나 그 배후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짚어내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성운이 여러 철인왕들을 자기편으로 포섭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칼리드와 스튜아가 이미 암묵적으로 성운을 지원해 주기로 동의했다. 아울러 성운은 유리스에게 가서는 그가 미리 알아둔 그녀의 약점을 들먹였다. 그렇게 기회를 얻어 그녀의 옛 수하들이었던 교황들에게 접근했다. 이로써 갈트론과 버려진 교황들의 접점을 찾아냈고 충분한 증거물과 증인 및 이중 첩자들을 확보했다.

 

   시뮬레이션 우주, 사이버 세계, 그리고 그 외의 여러 서버와 네트워크상에서도 치열한 정치 공방전이 벌어졌다. 물리적 무력을 행사하지만 않았다 뿐이지 전쟁을 방불케 하는 혈전이었다.

 

   갈트론이 기계들과 이종족들 사이에 뿌려놓은 ‘흑색 종자’와 ‘회색 종자’와 ‘바이러스 프로그램’, 그리고 성운이 거느린 무인 기업들과 그가 에녹에게서 빌린 ‘엔젤시스템’, 이들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무수한 사이버 군단이 정치, 경제, 언론 영역에서 뛰노는 것은 물론 정신 간섭까지 동원하면서 2등 시민들의 사회 내에서 집요한 접전을 벌였다.

 

   오랜 신경전 끝에 과연 갈트론은 사고뭉치답게 과감한 도박을 개시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배후의 원수가 원하는 바가 뭔지 정확히 짚기 어려웠으나 그자의 진의를 드러내 보기 위해 기꺼이 미끼를 물어보기로 했다. 아울러 그는 리온을 무너뜨렸을 때 발생할 혼란의 여파도 기대하였다. 그는 항상 잘 짜여진 상대방의 계획을 혼돈이라는 검으로 찔러 무너뜨리는 데 익숙했다. 또한 그는 굳이 ‘계획’이라는 틀에 얽매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갈트론의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성운과 갈트론 양쪽 모두가 마지막 전면전을 벌일 만반의 대비를 갖추었을 즘, 갈트론은 상대가 예측한 시간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 기습적 행보를 선보였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성운은 그 사고뭉치가 그렇게 신속히 움직임을 보일 줄은 예측지 못했다. 나름 허를 찔렸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운 역시 미리 모든 덫을 깔아놓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한 상태였다. 성운은 갈트론의 행동에 걸맞게 자신도 속공을 시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행동 개시에 앞서 미리 빼내지 못한 불안 요소인 자기 막냇동생을 자기 손으로 직접 전장으로부터 대피시켰다.

 

 

 

   이후 침략자 갈트론은 라오디케이아의 입구를 해킹해 낸 뒤, 그 진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 휘하의 ‘군단’을 동원하려 했다. 첫 방벽을 마모시키는 데는 이 방식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곧장 성운이 준비해 둔 부비트랩이 발동되었다. 바로 카이젤이 최근에 업그레이드한 기계 율법이었다. 그것이 곧바로 갈트론의 군단에 스며들었다. 라오디케이아를 깨부수려는 자들뿐 아니라 후방에서 대기 중이던 군단까지. 일시적으로 갈트론은 무력 군단을 휘두를 수 없는 무방비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그는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기회가 생긴 지금 리온을 잡기로 결단했다.

 

   초능력으로 무식하게 방벽들을 차례차례 깨부수며 들어가던 중 여러 함정이 거듭 발동되었고 갈트론 세력은 성운이 안배해 둔 올무에 겹겹이 묶였다. 그제야 갈트론은 일을 벌인 배후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미 최상위 초인 중 어느 누가 와도 대비할 수 있도록 각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게다가 지금 거느린 군대나 세력을 잃어도 언제든 다시 새것을 장만할 수 있기에 아쉬워할 필요도 없었다. 갈트론은 무언가를 잃고 훌훌 털고 나서 다시 쟁취하는 과정에 익숙해져 있었다. 자기 세력을 굳건히 지키는 데 노골적으로 집착하는 칼리드와 달리, 갈트론은 거리의 갱단만큼이나 유연하고 변칙적인 사고 체계를 지녔다.

 

   그는 자기 세력과 준비해 둔 각종 비장의 카드들을 하나하나 소모해 가면서 결국 라오디케이아의 심장부에까지 다다랐다. 어느 단계에 이르자 마침내 입장 가능한 대상이 본인의 몸뿐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앞에는 성운이 준비한 장치가 하나 놓여있었다. 처음으로 갈트론은 불쾌감을 표했다.

 

   “이건……, 아빠 제복의 파편? 아빠가 확률왕에게 일부러 승인해 줬군.”

 

   카이젤의 제복에서 나온 일부. 비록 털실 한 가닥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인류연합 간부의 모든 종류의 분신과 제복을 봉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족쇄를 받아들이고 들어오라는 메시지였다. 누가 봐도 뻔한 함정이었다.

 

   “곤란한걸. 함정에 걸려주는 게 좋을까, 이쯤에서 포기하고 물러나야 할까?”

 

   이미 밟아버린 뒤라 손해가 컸고 뒤늦게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들었다.

 

   ‘제복을 잃으면 확률왕과의 최종 싸움에서 크게 불리해진다.’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배후에 남겨둔 회심의 히든 카드가 여럿 있었다. 일단은 그것들이 만들어낼 혼돈을 믿고 뒤를 맡겨보자.

 

   “귀찮은데. 그냥 쳐들어가 보지 뭐.”

 

   갈트론은 제복을 잃은 채 사복 차림으로 침입을 재개했다. 물론 그에게는 여전히 수많은 권능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성운의 덫이 거듭 나왔고 그로 인해 대부분의 초능력과 권능들이 봉인되었다. 어차피 리온 하나 잡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기에 갈트론은 개의치 않았다.

 

 

 

 

 

 

 

 

*

 

 

 

 

 

 

 

   찬영은 온몸으로 열기를 흡수했다. 에너지를 상쇄시키는 그의 이능력을 한계까지 쥐어짜 발동했음에도 몇 초 견디는 것조차 버거웠다. 갈트론은 손가락 하나 까딱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껏 찬영이 맞상대해 온 그 어떤 적수조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음, 흥미롭게 설계된 능력이네. 구식이긴 하지만 말이야.”

 

   “크윽.”

 

   “확률왕께서 만든 작품인가? 비교적 옛날 사양이네. 너 최신작이 아니구나.”

 

   모욕적인 발언에 분개할 틈새도 없을 정도로 적은 너무 강했다.

 

   “역시 확률왕은 목사 양반을 미끼로 삼아 날 잡으려 했었군. 하지만 이 몸은 어차피 잃을 게 별로 없어. 꼬리 자르기와 도망치기는 내 주특기라서. 설령 내 기반을 전부 다 잃어도 아쉬울 게 없지. 거기다가…….”

 

   이번에는 갈트론이 리온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검은자위와 녹색 눈. 섬뜩했다.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 엄청난 이질감에 리온은 공포에 질렸다.

 

   “귀한 미끼를 마련해주셨는데 물어주는 게 예의 아니겠어?”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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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회 아벨의 후예 Ch 48. 라오디케이아 (5)
등록일 2026-05-29 | 조회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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