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15회 아벨의 후예 Ch 49. 최강의 크로스솔져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6.04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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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갈트론이 힘을 발산하였고 그 순간, 리온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염동력? 아니다, 이건!’
느낌이 달랐다. 정신은 멀쩡했는데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신체를 마음대로 구속하는 건가?’
갈트론은 인심을 쓰듯 말했다.
“조무래기에겐 관심 없어. 난 리온 마흐무드 목사에게만 볼 일이 있다.”
“시끄러워.”
찬영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의지력을 발휘해 입을 열었다.
“너에게는 나갈 기회를 주지.”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졌다. 갈트론이 아주 조금만 더 힘을 가해도 찬영은 잿더미가 되어 녹아내릴 기세였다. 반면 찬영이 에너지를 모두 흡수해 줘서인지 리온은 아직 멀쩡했다.
“놓으세요, 김찬영 씨.”
“그럴 수 없습니다.”
“적이 노리는 건 저입니다. 당신까지 말려들 수는 없어요.”
“상관하지 마시고 절대로 저 놓지 마세요.”
혹시나 열기에 타버릴까 봐 찬영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스승을 붙들었다.
“신파극은 별로인데…….”
갈트론은 다소 지겹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그럼 원하는 대로 해주지.”
갈트론은 다시금 선심 쓰는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탁 튕겼다. 쾅 소리가 잠시 울렸다. 그리 대단한 공격도 아니었다. 번갯불에 무언가를 튀기듯 너무도 신속하게, 그리고 허무하게 이뤄진 과정이었다. 리온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처량한 광경을 무력히 바라보았다.
“기, 김찬영 씨?”
의지로 충만했던 눈동자가 일순간에 허망함에 물들었다.
“아, 안돼!”
조금 전까지 찬영이었던 물질이 새하얀 재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죽기 직전에 찬영이 귓속말로 남긴 말이 두개골 속에서 윙윙 울렸다.
“죽더라도 상관없어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야 해요. 제 몸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그 형이 알아차릴 거예요. 그때까지 1초라도 적의 발목을 잡아야 해요.”
찬영은 한 줌의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죽음과 동시에 찬영은 찬란한 광채 속에서 눈을 떴다.
‘지난번에 죽음을 겪었을 때는 이곳이 아니었는데?’
과거 한 번 임사 체험을 했을 때 그는 시커먼 어둠 속으로, 무저갱의 검은 화염 속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눈뜬 곳은 한없이 고요하고 가벼웠으며 생명이 넘쳐흘렀다. 무엇보다 평온함과 부드러운 기운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운이 이상하리만큼 익숙했다. 평생 곁에서 머무르던 존재의 기운이었다.
“제가 이 껍데기에서 해방된 건가요? 제 삶은 마무리된 건가요?”
그러자 빛의 문이 열리며 찬란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버지의 품으로 오거라. 내 아버지 집에 네가 거할 곳이 많도다(요 14:2)]
그 순간, 찬영은 그 어떤 인간이나 어떤 천사도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무한히 위대한 존재감과 한없이 강렬한 권능, 거룩하고 장렬한 절대적 존재의 임재 앞에 홀로 놓였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경외감으로 인해 그는 저절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누어 절하게 되었다. 다만, 육체를 벗어버린 터라 괴로움이나 떨리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두려움이라고는 해도 순수한 경외의 감정이었다.
“지난번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 말에 순종해 주었구나. 이제 이곳에서 네 형제들을 기다리거라.]
“만왕의 왕이신 주님이여.”
희고 깨끗한 의복으로 입힘을 받은 찬영은 그분께 질문하였다.
[물으려는 것이 무엇이냐. 어서 말해 보아라.]
“혹시 무례가 아니라면……, 이곳에서도 당신께 부탁을 드릴 수 있는지요?”
놀랍게도 기도의 말이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곧장 응답이 돌아왔다.
[삶의 끝자락 이후에도 기도가 가능하냐는 질문이냐? 물론이다. 너희는 지상에서부터 이미 하늘의 통치를 받아왔던 자들이다. 그리고 나를 통하여 아버지와 성령과 더불어 이미 친밀한 관계를 누려왔다. 그 기쁨은 이곳에서 더 크게 늘어나지, 중단되지 않으리라. 너는 앞으로도 영원히 예배하고 찬양하고 기도할 것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그 깊이의 정도였다. 이제는 예배의 행위를 하는 모든 일들 가운데 창조주의 뜻을 거리낌 없이 온전하게 깨닫게 되리라는 점이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그가 패배를 당했다고 생각했건만, 되려 그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해진 결과가 다가왔다.
[무엇을 구하겠느냐. 네 피에 대한 탄원을 원하느냐(계 6:10)?]
“주님께서 때가 되면 행하실 줄로 압니다. 제 지금 소원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말해 보아라.]
그분께서는 이미 알면서도 그의 입으로 듣기를 원하시는 모양이었다. 이에 찬영은 신중히 입을 열어 소원을 고백하였다.
*
눈앞에서 어처구니없는 동료의 죽음이 벌어지고도 슬픔의 겨를이 주어지지 않았다. 리온은 갈트론의 힘에 칭칭 묶여 절체절명의 위기를 목도하였다. 무색의 권능이 온몸의 세포를 일일이 비틀어 짜는 중이었다. 숫양이 희생당할 순번이 돌아왔다. 이 순간, 리온은 무력했다. 그리스도인들을 각성시킨 영웅도, 우주 선교를 이뤄낸 위인도 이 자리에는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한 명의 무력한 인간뿐이었다.
“조무래기까지 없앨 생각은 아니었는데…….”
“으읍읍.”
입마저 강제로 봉쇄되어 있었기에 말조차 불가능했다.
“이곳까지 오느라 너무도 출혈이 컸어.”
갈트론은 사악하게 웃으며 리온의 뺨과 턱을 조롱하듯 주물럭거렸다.
“그래서 그 값을 좀 치뤄줘야겠어. 너희를 철저히 뽑아먹을 생각이야.”
“…….”
“내가 널 어떻게 할지 궁금한가? 하긴 이쯤이면 무서움이 들 법도 하지.”
솔직하게 말하면 리온도 이런 정신 나간 상황에서 온전한 의연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무서움이 없을 리는 없었다.
“물론 널 죽이지는 않을 거야.”
갈트론은 가증스러운 악독함을 입가에 건 채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라오디케이아 내부 공간에 균열을 발생했다. 갈트론의 몸에서 나온 특수한 권능과 특수 공간이 꿈틀거리더니 라오디케이아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미리 준비해 뒀던 거대한 차원 구조물들이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갈트론의 남은 전력은 거의 소모되었으나 아쉽게도 리온이 바란 대로 완전히 지치지는 않았다.
“너무 쉽게 죽이는 건 아깝잖아. 누구 좋아하라고 말이야.”
“…….”
“널 바닥까지 추락시킨 뒤 네 손으로 네 종교를 붕괴시킬 생각이야.”
이윽고 허공에 여러 기계 장치들이 소환되었다. 열댓 개 정도의 캡슐이 나타났다. 초차원 구조물에서부터 빛으로 된 촉수가 뿜어져 나오더니 리온의 몸을 사정없이 짓밟으며 관통했다. 극렬한 불쾌감과 공포감이 전신을 감쌌다.
{복제 프로세스 시작합니다.}
{개체 인식: 인간, 리온 마흐무드, 클론 1천 기체 생성 개시.}
{특수 샘플 봉인 해제 완료.}
{혼(魂)-뇌(腦) 융화 프로세스 준비.}
프로그램들이 알리는 메시지는 듣기만 해도 섬뜩한 내용이었다.
‘이걸로 끝인가.’
리온은 고통으로 숨을 헐떡거렸다. 이 순간,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의 죽음도 자신의 망가짐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하나님의 왕국의 명예가 훼손될 것이 두려웠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희롱당하고 악마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건 그렇다 쳐도 그 뒤에 상처 입을 영혼들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심장이 찢어질 듯 괴로웠다.
“이 프로세스가 시작되면 넌 무슨 일이 전개되는지 자각하지 못하게 되겠지. 그러니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지나가긴 아쉬워. 자, 특별 서비스다. 네가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할지 미리 상세하게 알려줄게.”
이렇게 말하면서 갈트론은 남은 초능력으로 리온의 몸과 마음을 희롱하듯 농락하며 모욕감을 주었다. 뱀처럼 혀를 할짝거리는 그의 저열한 모습을 보니 구역질이 올라왔다.
“네 전신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정보를 완벽히 추출 후 복제하여 네 입자 배열과 똑같이 배열된 물체들을 생성할 거다. 말하자면 네 클론이지. 단순한 유전적 차원의 클론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기억 뉴런 하나의 전기 정보까지, 아니 그 전기 신호의 전자 스핀 값까지 똑같은, 말 그대로 너와 완벽하게 똑같은 클론이 될 거야.”
갈트론은 유물론(ASDM)의 대가, 리온은 영적 전쟁의 대가였다. 고로 지금 이 작업은 단순한 폭력 행위가 아닌, 누구의 가치관이 승리할지를 판가름하는, 소위 사상을 두고 겨루는 진검승부였다.
“나아가 나는 네 혼마저도 복제해 낼 거야. 그리고 복제된 1천 기의 분신을 서로 연계시킬 거야. 물론 본체인 너도 함께 말이지. 그리고 카드를 셔플하듯 본체와 분신들의 입자를 서로 교환할 거야. 그래야 어느 쪽 몸이 진짜인지 너 자신도 분간할 수 없겠지. 그러면 아마 1천 기 모두가 너 자신과 다름없게 되겠지.”
가장 끔찍하게 악랄하고 변태적인 천재만이 해낼 수 있는 발상이었다.
“이후 마지막으로 내가 미리 복제해 둔 ‘나의 두뇌와 정신’을 복사한 복제품들을 천 명의 너들과 강제로 융합시킬 거야. 상위 차원 영역, 정신과 정보의 영역, 입자의 영역까지 아울러 총망라함으로써 말이지.”
참고로 이 아이디어는 갈트론의 독창성이라기보다는 남에게서 본뜬 것이었다.
‘아빠의 클론솔져들이 대단하긴 하군. 베낀 아류작만 해도 이 정도라니.’
흥미가 잔뜩 동한 갈트론은 계속 흥얼거렸다.
“천 명의 리온들이 갈트론의 꼭두각시 분신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때도 네 자의식이 살아있을까. 그때도 너를 ‘너’라고 정의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 네가 믿는 그 영혼이란 게 존재한다면 그건 과연 어디쯤에 붙어있을까나.”
리온은 속으로 절규했다. 상대를 저주하여 시편의 신원을 내뱉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몸과 정신은 여전히 갈트론의 속박에 묶여있었다.
“그 뒤에는 내가 너를 나의 대리인으로 삼아서 내 일을 시행할 거야. 혁명의 완수 말이야.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할지는 아직 안 정했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한 달 안에 너는 기독교를 자기 손으로 부숴버린 악인이 되어있을 거야. 많은 신자에게, 아니 모두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거다.”
끔찍한 발언이 그에게서 쉴 새 없이 나왔다. 리온은 보이지 않는 힘에 묶인 상태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이건 역행하지도 못해. 치료도 불가능하지. 설령 내가 권력에서 떨어져 나가도 네 속에 심긴 나를 통해서 내 일을 계속할 수 있어. 너는 곧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거야. 기독교인들이 믿는 신앙이 송두리째 속임수였음을 네 손으로 증명해 주겠지. 그리고 악마와 신이 하나임을 말해줄 거야. 그것도 아주 교활한 말로 모두를 속여넘김으로써 말이지. 그리고 끝끝내 인류연합을 선전하고 동쪽 녀석들을 인류연합 수장에게 복종케 할 카드로 전락할 거다.”
리온은 욥이 왜 절규하였는지 비로소 온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 내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욥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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