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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16회 아벨의 후예 Ch 49. 최강의 크로스솔져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6.08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뭐, 잡담은 여기까지 하지.”

   갈트론은 리온을 캡슐 안에 집어넣고 입구를 봉했다. 곧 복제 작업이 개시되었다. 리온과 똑같이 생긴 분자 덩어리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갈트론이 준비해 둔 갈트론의 복제 뇌들도 별도의 캡슐 안에 담겼다.

   리온은 자신과 똑같은 입자 배열을 가진 채 생성되는 물체들을 바라보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그러나 운명은 혹독하고도 무자비했다. 곧 1천 개의 몸체들의 입자가 자신 속에 뒤섞였다. 리온의 의식 속으로 불쾌하고 끔찍한 이질감이 섞여 들어왔다. 찢어질 듯한 영적 고통이 임했다. 강제로 죄악을 이식받는 기분이란 참으로 절망적이었다.

   ‘나, 나는……, 인간은, 입자들의 배열 따위가 아니야.’

   필사적으로 그는 저항해 보았으나 갈트론의 준비는 철저했다.

   ‘이대로 끝인가?’

   거대한 폭풍우 앞에서 그는 무기력했다. 자기 정신, 자기 생각마저 마음대로 가누지 못했다. 이제야 그는 벌거벗겨진 자기 내면이 얼마나 연약하고 꺾이기 쉬운, 덧없는 한 포기의 풀이었는지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

   하나님께서는 리온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셨다. 아브라함에게는 귀중한 독자 이삭을 요구하셨다. 이제 자신에게는 자신의 모든 존엄성을 제단 위에 내려놓을 것을 요구하셨다. 그가 밑바닥까지 내려갈 것을 청하셨다.

   ‘이제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나는 절망 가운데 놓이겠지.’

   갈트론이 집행하는 사악의 수술이 집행된 뒤에도 그는 멀쩡한 인격체로 존립할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말끔히 죽어서 하나님께 가는 것이라면 모를까.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악한 자의 꼭두각시로 이용당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자신의 손으로 훼방해야 한다니. 이보다 더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러나 바로 그때 리온의 머릿속에는 전날 발견한 희미한 환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고배를 마실 마음의 준비를 하던 무렵, 하나님께서 아주 잠시 졸음 중에 환상을 보여주셨다. 구체적인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것은 보좌의 영광이었다. 선지자 이사야(사 6장), 선지자 다니엘(단 7장), 사도 요한(계 4장)이 보았던 위대한 보좌. 유한한 인간의 인지력으로는 그 위엄을 조금도 담아낼 수 없었다. 잠깐 영적 차원으로 끌려가서 아주 약간의 ‘맛’을 보았을 뿐이었다. 그 장면은 너무도 위엄 차고 웅장했다. 무궁한 거룩함 그 자체였다.

   위대한 자리, 그곳에 서 있던 천사 중 가장 말단의 연약하고 작은 개체조차도 심히 광대했다. 천상의 지극히 작은 자의 털끝, 아니 털끝의 털끝조차도 인류가 이룩해놓은 거대한 문명 전체를, 아니 물리적 상위 차원계 전체를 먼지만도 못한 미물로 보이게 할 만큼 거대했다. 영적 세계의 광활함은 상상과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물며 그와 같은 위대한 천사들이 하나님 곁에는 무수히 진을 치고 있었다.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무한대(無限大)의 수만큼의 천군이 보좌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무한한 수효의 천사들의 질량을 모두 합해도 전능자에게서 나오는 한 자락의 영광에 비추었을 때 한낱 점보다도 왜소하게 작아졌다.

   그 기억이 되살아나자, 순간적으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이토록 위대한 천국이 존재하거늘, 하나님이 이토록 무한하시며 여전히 보좌에 앉아 계시거늘 왜 자신은 그리도 이 땅에서 아등바등 싸우며 마음을 졸였던가.

   ‘아, 설령 내가 아무리 이 땅에서 가장 비참한 처지로 내던져지고, 내 목숨과 자유의지와 존엄성과 명예와 종교적 열심과 의로움마저 쓰레기만도 못하게 내버려지더라도, 하나님의 영광과 보좌의 높음은 여전히 한치의 변함도 없구나. 나의 실패와 고난이 아무리 많아도 그분의 영광을 한치도 훼손하지 못하는구나.’

   결국, 이 깊은 깨달음 속에서 리온은 눈물을 흘리며 위대한 체념을 이룩해내었다. 그는 담대히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다. 자신의 존엄성과 자유의지에 대한 아집마저도 내려놓았다. 그 어떤 쓴 고배라도 기쁜 마음으로 마시기로 마음먹었다. 주님께서 그 십자가 위에서 인류를 대신하여 ‘저주와 죄’ 자체가 되어주신 일이 떠오르자, 번뇌로 흔들리던 마음의 풍파가 고요해졌다.

   ‘철저히 나 자신에 대해서 죽어야 한다. 육신의 생명은 물론 존엄함까지도 함께 끌어안고…….’

 

 

 

 

 

 

 

*

 

 

 

 

 

   “젠장, 열리라고! 당장!”

   분노한 재현은 처절한 탄식과 함께 울부짖으며 훼손된 라오디케이아 안으로 돌진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인증코드를 공유했기에 쉽게 들어오고 나갔겠지만, 이미 갈트론이라는 침입자가 공간을 침식하여 어지럽힌 탓에 진입이 쉽지 않았다. 재현은 끝내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이능력을 써서 무리해서 진입했다.

   ‘목사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지금으로서는 도무지 온전한 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불과 몇 분 전의 일이었다. 그는 수현의 입으로 직접 진실을 들었다. 형을 속이던 것이 끝내 양심에 찔렸는지 수현은 진실을 털어놓았다. 리온 마흐무드 목사가 제7 철인왕의 직접 표적이 되었고 유성운 회장이 이를 미끼로 그자를 몰락시킬 작정이다.

   사실 이런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이르게 되면 형도 잠잠히 포기할 줄로 기대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재현은 경악하며 동생의 멱살을 잡고 다그쳤다. 전부 다 자세히 털어놓으라고. 죄책감에 마음이 약해진 수현은 성운이 꾸미던 계획에 대해 낱낱이 말해줬다.

   “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어차피 형이 개입해 봐야 아무런 소용 없어. 유성운 회장에게 다 맡겨야 해.”

   “그 인간을 어떻게 믿으라고? 다 알면서도 사람을 미끼로 사용하는 이기적인 인간을!”

   “형, 제7 철인왕 그분의 몰락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버멘쉬의 뜻에 따라 정해진 수순이야. 차라리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죄목을 드러내어 봉인의 기회로 삼는 편이 나아. 어차피 내버려뒀어도 갈트론님은 언젠가 리온 마흐무드 목사를 죽이거나 해치려 시도했을 거야.”

   그러나 재현은 동의하지 않고 동생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이거 놔, 천수현.”

   “천재현, 허튼 생각하지 마.”

   당황한 수현은 초능력을 써서 형을 봉쇄하려고 했다. 그러나 순간 형이 자신을 경멸하듯이 쳐다보는 눈빛을 발견했다. 그 이채가 낯설어서 순간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 평생 순하게 살아왔던 형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날 막기만 해봐. 평생, 다시는 네 얼굴 안 볼 거야.”

   “형!”

   잠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현은 라오디케이아에 접속했다.

 

   가까스로 심장부에 들어왔으나 때는 늦어 있었다. 라오디케이아 심장부는 이미 갈트론이 만들어낸 특수 공간에 의해 절반 이상 침식당했다. 포획된 리온은 초차원 구조물 형태의 캡슐 안에서 봉쇄되어 의식을 잃은 채 조작당하고 있었다. 분개한 재현은 전력을 끌어내어 갈트론을 향해 자신의 최강의 일격을 가차 없이 던졌다.

   콰과과과광.

   텔레포트 이능력에 더해 몸에 축적된 모든 초능력이 융합되더니 극한의 파괴력을 이끌어내었다. 만약 통상 공간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휘둘렀더라면 그 충격파만으로 항성계 단위의 붕괴 현상이 일어났을 법한 위력이었다. 심지어 이곳 라오디케이아 안에서는 에너지의 흘림으로 인한 낭비가 없기에 정면 관통력은 더 높게 보존되었다. 하지만.

   “키킥, 일반인 주제에 이런 위력이라니. 간만에 흥미로운 물건이 나왔군.”

   갈트론은 고작 손가락 끝만으로 재현의 필살기를 너무도 손쉽게 상쇄시켰다.

   “그렇군. 네가 바로…….”

   “시끄러워.”

   재현은 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곧장 다음 일격을 쏟아부었다.

   “설마 목사 양반에게 이런 히든카드가 있었을 줄이야.”

   이번에도 갈트론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여유만만하게 재현을 농락했다.

   “지구의 고전 소설에 나오는 그거랑 비슷한 건가. 법사를 수호하는 제천대성. 불교 버전을 기독교 버전으로 바꾸니 이런 독특한 모양새로군. 그런데 말이야.”

   재현은 불길하고 섬뜩한 감각을 느끼고 텔레포트로 몸을 내뺐다. 그러나 곧장 엄청난 압력이 그의 몸을 단숨에 짓뭉갰다.

   “넌 부처님 손바닥 안의 원숭이란다, 애송아.”

   갈트론도 천재현이라는 자의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전면개방 이전 시절에 확률왕이 저 녀석을 히든카드로 사용해 신수왕과의 내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지. 게다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도 천재현과 그의 동생을 지나치게 주시하고 있고. 그에게 특별한 힘이라도 있는 걸까?’

   카이젤은 왜 재현을 주목했을까.

   갈트론은 이번 기회에 그 궁금증을 탐구하여 풀어보기로 했다.

   “그래, 어차피 목사 양반의 비참한 나락은 이미 확정된 미래, 겸사겸사 그 전에 여흥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빠가 왜 그렇게 원숭이 네놈에게 심혈을 기울이는지……, 나와 유리스의 세력을 기꺼이 내어줄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 보물인지 진심으로 궁금하군.”

   그는 재현에게 도발하듯 손을 까딱거렸다.

   “최대한 봐줄 테니까 네 힘을 죄다 이끌어 내서 도전해 봐.”

   “목사님을 당장 놔줘!”

   재현은 가까스로 끓어오르는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그는 단 한 가지 자신이 바라는 바를 요구했다. 폭력과 힘에 의존하지 않겠노라고 주님 앞에서, 그리고 목사님 앞에서 약속했는데 이렇게 쉽게 결의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 무슨 낯으로 그 앞에 서겠는가.

   “하하, 참으로 눈물겨운 우정이로군.”

   “저분을 놔주면 물러가겠다.”

   재현의 요구를 듣자, 갈트론은 소스라칠 듯 공포스러운 사악의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멍청한 얼x이 녀석. 지금 너 따위가 나를 협박할 처지로 보이냐? 너 같은 건 지금처럼 내 힘 대부분을 봉인 당한 상태로도 숨 쉬듯 박살 낼 수 있어. 오히려 거래를 제안하는 쪽은 이 몸이야. 네가 내 여흥을 잘만 돋궈주면 저기 저 목사 양반을 좀 더 일찍 내줄 수도 있는데 말이지.”

   “일찍?”

   “그래, 시간이 금이라는 격언도 있지. 지금 목사 양반은 내 ‘폰(pawn)’으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이야. 아마 풀려날 때쯤이면 나와 일심동체가 되어있을 테지. 기독교의 선두 주자인 리온 마흐무드 목사가 악마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텐데…….”

   재현의 전신에서 절제할 수 없는 분노의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다.

   “오호라, 자, 이젠 좀 덤벼볼 마음이 생겼으려나.”

   “……부탁한다. 그를 놔줘.”

   마지막으로 한번, 재현은 울분을 억누르고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킬킬.”

   하지만 그건 상대가 이성적이고 대화가 가능할 때나 먹히는 수단이었다.

   “잘도 엎드리시는군. 그런데 말이야.”

   별안간 갈트론은 초능력으로 재현을 결박하여 목을 졸랐다.

   “네가 만족스러운 싸움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대로 목사가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도록 만들겠다. 자, 그러니까 되지도 않는 성자 행세는 집어치우고 짐승답게 본성을 드러내라고. 그래야 내가 너와 맘껏 놀아줄 수 있지.”

   목을 조르던 억누름의 결박력이 느슨해졌다. 재현의 마음속에는 갈트론을 향한 의로운 격분, 그리고 리온을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마구 뒤엉켰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주님, 저는 당신 앞에서 칼로는 일어서지 않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죽을 만큼 괴롭습니다. 어리석게도 그 서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이 나약한 종을 부디 자비로이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목사님, 당신께도 미안합니다. 힘으로 싸우지 않겠다는 그 약속, 지금은 못 지킬 것 같습니다.’

   재현의 옷이 변형되었다. 그가 원래 갖고 있던 유사 제복 위에 또 다른 옷이 덮어씌워졌다. 재현의 옷과 링크되어 있는 수현의 제복이 부분적으로 원거리 소환되어 이식되었다. 그것은 인류연합 간부만 사용하도록 허락받은 고차원 비밀병기. 마침내 재현이 그 소유권을 온전히 인정받았다.

   바야흐로 제대로 된 진검승부가 시작되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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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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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회 아벨의 후예 Ch 49. 최강의 크로스솔져 (2)
등록일 2026-06-04 | 조회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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