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18회 아벨의 후예 Ch 50. 소원 (1)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6.12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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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0. Contest: 소원
지구 위에 RS-월드가 처음 전개되었던 날 이후로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인류와 문명의 급속 발전. 이것은 지구, 외우주, 상위 차원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현상이었다. 그날 이후로 지구는 인류연합의 그 어느 영토보다 찬란하고 웅장하고 위엄 넘치는, 소위 ‘선택받은 자들의 땅’이라는 칭호에 합당한 세계가 되었다. 이제 우주 인류는 그 행성을 ‘지구(地球, The Earth)’ 혹은 ‘본성(本星, Home Planet)’이라고 부르는 대신에 ‘천상계(天上界)’라고 칭했다.
하지만 커버넌트로 보호를 받는 자치 구역인 이스라엘과 하와이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RS-월드 전개가 끝난 후, 66인의 크로스솔져와 나머지 히어로, 스테판과 데이빗을 비롯한 열 명의 승격자, 그리고 아나스타샤는 모두 무사히 귀환하였다. 한편 지구 문명이 전에 알던 것과 너무 다르게 변해버린 탓에 성한과 유진 부부는 아예 하늘도시 쪽으로 이사할까 하고도 생각 했으나 재혁이 이를 만류했다. 그는 작은 보호구역을 지정하여 부부의 평온한 생활을 보호해 주었다.
이들 외의 다른 ‘초인의 가족’들은 대부분 Upol로 이주했다. 다만, 성운처럼 자기 가족을 보호하려는 자들은 지구 안에 가족들을 남겨두었다. 아무래도 다른 초인과의 정치전에 휘말리지 않게 하려면 지구만큼 안전한 성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혁은 이들을 위한 보호구역도 만들었다.
여하튼 보호구역 안에서는 성한 부부도 전과 별다른 바 없는 평범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물론 너무도 고도로 진화해 버린 1등 시민들 틈에 섞여 살기는 어려웠다. 그들 대신 인공지능들이나 이종족들 중 몇이 이웃 노릇을 해주었다. 부부는 그들도 차별 없이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었다. 그리고 크로스솔져들이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며 봉양했기에 외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경합 후보자 중 합격자가 열 명밖에 남지 않는 바람에 스테판을 따르는 스물넷, 그리고 신해를 포함해서 넘버 1, 5, 13, 19, 37, 103, 12, 72, 108을 따르도록 배치된 아홉 명까지, 총 33명을 제외한 나머지 크로스솔져는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나야 했다. 처음 시작 멤버인 66인 가운데 정확히 절반이었다. 한때는 온건파와 강경파로 양분되더니 이제는 정말로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그 덕분인지 이제 그들은 서로의 의견 차이를 내려놓고 숙연한 마음으로 다시금 하나가 되었다. 어느 쪽 의견에 속하건 일단 경합이 끝날 때까지는 올바른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만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종 후보는 무려 상급으로 ‘소원 성취’를 발동할 수 있다. 그 원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며 인류연합 대표를 신뢰하기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내다 버리기 아까운 전략적 기회임은 분명했다. 그러니 반드시 사리사욕이 아닌 올바른 대의를 따를 줄 아는 자가 우승자로 선택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수고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나머지는 맡겨둬라.”
떠나기로 되어있는 자들에게 남은 자들이 안부를 전했다.
“잊지 않고 기억할게.”
“함께해서 즐거웠어.”
이들은 다시는 못 볼 것마냥 진지하게 인사를 나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지구와 우주 인류 사이에 세워진 장벽은 높고 가팔랐다. 한 번 지구 밖에서 축출되면 징검다리 권역을 차근차근 밟아서 승격을 통해 올라오지 않는 한 지구에 발을 디디지 못하리라. 게다가 휴먼 솔져 시절에 무수한 공적을 세워 기껏 표식 스위치를 OFF 상태를 바꿨는데 이마저도 원상 복구되었다.
물론 떠난 이들에게도 2등 시민권 정도는 주어질 테니 예전처럼 일곱 표식의 억압을 심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 Upol은 활발하게 종교개혁과 복음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신앙생활을 하는 데도 별다른 문제는 없으리라. 그럼에도 착잡했다. 아무래도 혜택을 상실한 채 표식의 목줄 아래 놓일 생각에 아쉬움이 들었다. 내심 슬프기도 했지만, 그 옛날 바빌론으로 포로가 되어 잡혀갔던 유다 민족의 심정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중 절반이 바깥에 나가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동료다.”
“그리고 형제자매지. 영적으로든, 전우애로든. 우린 같은 식구야.”
서른셋은 미련 없이 지구를 떠났다. 남은 자들에게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남은 33인은 이제 강경파건 온건파건 상관치 않고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앞날을 궁리하였다. 상당히 오랜만에 그들은 거의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게 되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올바른 우승 후보를 찾는 일, 그리고 더 나아가 성한 아저씨를 위해서 강재혁이라는 두려운 인간을 폭주하는 길에서 다시 돌이키도록 정상화하는 일이었다.
첫 번째는 단기적인 급선무였고, 두 번째는 기약은 없다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물론 여전히 대다수는 두 번째 임무가 거의 가망성 없는 희망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아저씨네 막내라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 우리로는 무리다.”
무디가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 사랑이란 강력해. 그 힘은 공간과 시간마저 넘어서니까.”
케리가 희망을 섞어 대답했다.
“자, 그 사항은 오로지 주님께 맡깁시다. 일단 우리는 누가 올바른 우승 후보에 가장 가까운지를 바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각자가 맡은 후보자에 대해서 정보를 나눠주세요.”
이에 넘버 1을 감시해 온 신해부터 시작해서 아홉 명의 크로스솔져가 각자 말을 꺼냈다. 그들은 자신이 곁에서 지켜봐 온 후보자의 면모를 밝혔다. 각 후보자의 신앙적 태도, 삶의 가치관, 세계관을 바라보는 태도, 인품, 강점과 약점, 어떤 유혹에 취약한지까지도. 대강 참고 사항 정도는 되었으나 이것만으로 한 사람의 모든 본질을 속단하기는 일렀다. 이들은 하나님이 아니었기에 안타깝게도 사람의 깊은 내면을 꿰뚫어 볼 능력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스테판 씨나 넘버 1을 비롯한 일곱 명은 확실히 바른 신앙관이 잡힌 그리스도인들이 분명해. 실제로 그들은 RS-월드 속에서 올곧은 테마 생성자로 활동했어. 덕분에 기독교적 가치관이 RS-월드에 반영될 수 있었고 RS-월드 후폭풍도 우리에게 유리한 형태로 바로잡힐 수 있었지.”
허버트가 말했다.
“넘버 1과 넘버 111을 제외하면 모두 프라임 넘버네.”
신해가 중얼거렸다.
“그 일곱을 제외한 나머지 세 합격자는 번호가 12의 배수야. 이들도 그리스도인답게 성경적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RS-월드 때도 나름 스테판 편에서 활약했어. 하지만…….”
일곱 명과 세 명은 어디에선가 구분되는 느낌이었다. 딱 잘라서 명료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차별화되는 특징이 존재했다. 참고로 크로스솔져들은 2차 경합 당시 조연 배우로 활약했기에 테마 제너레이터 역할인 이레귤러들의 사고 활동을 상세히 감지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근진계는 상위 차원이었기에 사람의 내면을 더 깊이 감찰하는 것도 가능했다. 덕분에 전에는 몰랐던 타인의 영적 상태도 자세히 내다보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그런 관찰을 요약한 결과 실제로 이레귤러들 중에는 명목상 신자, 즉 가짜들이 제법 섞여 있었다. 기독교인 행세를 하기는 했으나 그 내면에서 역사하는 영은 전혀 종류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에 나오는 가라지라고 할 수 있겠다. 가라지들 대부분은 이미 낫에 잘려 나갔다. 즉 경합에서 패배하여 떨어져 나갔다.
“성령님께서 그렇게 이루어지도록 역사하셨겠지.”
“그래, 아마도 RS-월드 후폭풍의 방향을 선하게 바로잡기 위해서.”
“헌데 과연 남은 열 명도 전부 알곡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카이퍼가 의문점을 표했다.
“모르지. 우리가 구분하려 애쓸 필요 없어. 추수 날에 밝혀질 거야(마 13:29-30).”
크랜머가 고개를 저으며 설레발치지 말자고 말했다.
“그래, 우리 주제에 그건 주제넘은 일이야.”
“우린 일단 후보자들을 믿어주자고.”
“그래도 감은 잡아두는 편이 좋겠어.”
“난 역시 일곱 명 쪽에 걸고 싶어.”
“나도. 알곡이라면 그들 쪽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 RS-월드 때만 봐도…….”
“혹시 모르지. 정반대일 수도 있잖아.”
“그럼,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지 뭐.”
크로스솔져들을 제각각 의견을 나누며 진지하게 토론했다. 그들로서도 물론 타인의 신앙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기 신앙부터 올바로 점검하기도 바쁜데 뭐 하러 남을 판단하겠는가.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최종 우승자는 무려 카이젤이라는 거물과 얽혀 인류의 운명을 판가름할지도 모를 ‘소원’을 발동하게 된다. 불가피하게 이번에는 후보자를 판단하는 데 신중함을 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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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경합 이후로 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아무래도 그가 과학 기술 쪽 자문이다 보니 카이젤과 함께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거의 모든 자유시간을 반납해야만 했다. 특히 그는 RS-월드 관리 작업에도 끼었기 때문에 한층 더 업무가 무거워졌다. 포스트 RS-월드 시대를 끌어나갈 책임 때문이었다. 카이젤, 에녹, 세 비서관, 킴벨리아, 진은 몇 달간 여러 프로젝트에 전념했다.
“인류의 미래가 과연 어느 모양으로 흘러갈지 참으로 궁금하군.”
이제 진은 어이가 없다 못해 반쯤 해탈한 상태였다. 미래는 이미 그의 예측반경을 한참 벗어난 지 오래였다. 어쩌면 조만간 아버지의 예측마저 벗어날는지도 모르겠다. 예언자라 하던 킴벨리아만 해도 이번 RS-월드 후폭풍을 예측하는데 실패했지 않은가.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2등 시민들의 세계에서는 이번 이변과 맞물린 덕분에 종교개혁이라는 운동이 한창 벌어진 듯하다. 철인왕 형제자매 중 가장 가까운 유리스가 어찌나 진에게 투덜거리며 한탄하던지 이젠 진도 골머리가 아파져 왔다.
“강윤혁 씨가 맨땅에 머리 부딪히듯 나서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이젠 벌써 그 정도까지 번지다니…….”
그 종교는 이제 철인왕들의 손을 떠나 통제 불능의 영역에까지 다다랐다.
“과연 대단하군.”
이 흐름이 시민들의 자유 획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류연합의 통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진은 그 결괏값이 궁금했다.
“부디 내가 기대하는 타협점으로 수렴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어차피 이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일. 그는 미련을 훌훌 털어버렸다.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업무가 눈앞에 산적해 있었다. 지금 그가 고민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세 가지였다.
1번. 인과율-택스(tax) 시스템.
2번. 신격화 장벽.
3번. 신세계 구축.
RS-월드가 펼쳐진 후, RS-월드 후폭풍과는 별개로 지구와 우주 사이에는 새로운 변화가 하나 더 발생했다. 바로 근진계 내에서의 위상 격차였다. 저번 RS-월드는 어디까지나 지구 위에서만 전개되었다. 그 영향으로 전개가 다 끝난 이후로도 지구는 여타 은하계의 다른 좌표와 비교했을 때 ‘리얼리티-시뮬레이션 축’과 ‘소스-홀로그래피 축’ 상에서의 위상 좌표가 높아지고야 말았다. 영구적인 변화였다.
이것을 발견한 카이젤은 이를 ‘RS-gradient’라고 정의했다. 어떤 이변 현상이건 통찰하여 자기 뜻과 유익을 위해 활용해내고야 마는 그 천재는 이것을 두고 세 가지 경악스러운 아이디어를 내었고 얼마 가지 않아 모두 구체적으로 현실화하였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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