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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19회 아벨의 후예 Ch 50. 소원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6.15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우선 새로운 프로젝트 중 첫 번째인 인과율-택스 시스템,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문자 그대로 세금을 걷는 시스템이었다. 다만, 물질적, 경제적 개념의 세금은 아니었다. 징수 대상도 인간이 아니었다. 인과율-택스 시스템은 ‘지구혼’이 징수자가 되어 나머지 ‘천체혼’으로부터 징수를 하는 거래였다.

 

 

그 목적은 경쟁 과열의 해소였다. 비록 지구혼을 향한 인간의 본연적 끌림으로 인해 나타나는 ‘귀소 본능’이란 것이 2등 시민을 부추겨 지구로 향하려는 경쟁 구도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이런 경쟁이 너무 과열되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

 

 

아울러 오로지 소수의 당첨자들만이 지구 귀소의 욕구를 만족하는 독점적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열기를 식힐 겸 희소 자원을 보편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에 지금까지 카이젤은 이 문제를 두 가지 미봉책으로 해결해 왔다. Upol의 경우처럼 지구혼의 속성을 아바타들에게 공명시키거나 외계행성처럼 기존의 천체혼을 지구혼에 근접한 속성으로 테라포밍하는 방법.

 

 

그런데 RS-월드 첫 전개 이후 RS-gradient라는 뜻하지도 않은 수확이 발생하였고 이것이 타개책이 되었다. 카이젤은 이를 활용해서 손쉽게 천체혼을 유사 지구혼으로 변형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결실이 인과율-택스 시스템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하늘도시 또는 테라포밍된 외계행성은 ‘인과율-택스’를 조공 바침으로써 그 보상으로 지구혼에 근접한 속성을 영구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대신 세금으로써 인과율을 바치면 해당 세계와 그 인근의 우주는 인과율 측면에서 지구에 운명이 종속된 세계가 된다. 운명이나 법칙은 물론이고 세계의 근간이 되는 질서가 철저히 지구에 예속된다.

 

 

이 인과율이라는 것 안에는 시간에 대한 인과율, 역사에 대한 인과율, 물리 법칙에 대한 인과율, 방정식에 대한 인과율 등 온갖 복합적 개념들이 포함되었다. 이를 일일이 다 설명하긴 어렵다. 여하튼 이 시스템을 통해서 카이젤은 지구를 일종의 은혜 베푸는 위대한 성역, 곧 ‘천상계’로 만들었다.

 

 

이렇게 인과율-택스를 조공 받게 된 지구는 근원적인 운명을 극복할 힘, 즉 한계를 초월하여 인과율의 속박을 거부할 능력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축적했다.

 

 

비유하자면 이런 그림을 상상할 수 있다. 만약 우주 전체에 일종의 얇은 층의 물이 덮여있다고 상상해 보자. 여기서 각 지역의 수심은 ‘운명에 저항할 수 있는 역량의 크기’을 나타낸 것이다. 운명이란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법칙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인과율-택스 시스템이 정립되면 고르게 있던 여러 지역의 물이 한 지점에 인위적으로 모여 높은 물기둥을 이룬다. 그런데 이 물들은 전체 양이 보존된 것이 아니다. 자동적 복원이 가능하다. 즉, 물을 빼앗겨 수심이 얕아진 곳도 다시금 원래의 수심은 회복한다. 잔뜩 쌓인 물기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이렇게 물기둥 여럿이 생성된 뒤 한 물기둥에서 다른 물기둥으로 다시 물이 착취되는 다중 착취 구조를 형성된다. 어느덧 고르게 분포하던 평등한 물 층은 수천 개의 비정상적인 물기둥(水塔)들의 숲이 된다.

 

 

즉 인과율에 저항할 권능이 불평등하게 일정 지역에 응축되는 셈인데 이로써 신적인 위세를 방불한 강력한 성역이 생성되는 것이다. 카이젤은 이 가설을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해 냈고 한 달 만에 실전에 돌입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신격화 장벽이다. 이는 RS-gradient를 일종의 산지로 삼아 가공해 ‘산성’으로 바꿔낸 구조물이다.

 

 

신격화 장벽은 지구와 태양계 사이에도, 태양계와 은하계 사이, 우리은하와 초은하단의 사이, 초은하단과 가시우주의 사이, 가시우주와 누벼 이은 우주의 사이에도 모두 설치되었다. 말하자면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이루었다.

 

 

이 보이지 않는 추상적 구조물은 일종의 ‘환상 장벽’으로 중앙지역과 변방 지역의 ‘존재적 격차’를 분리하는 카스트 제도였다. 신격화 장벽의 안과 밖 사이에는 말 그대로 격의 제약이 발생했다. 또한 이곳을 통과하는 모든 자도 그 영향을 받았다. 쉽게 말하면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자는 지력, 권능, 힘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능력이 급감하였고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면 반대로 증폭되었다. 이는 외우주의 강대한 세력이 감히 지구에 들어와 설치지 못하게 하는 장치였다.

 

 

나아가 이 장벽에는 지구 세력이 손쉽게 외우주를 통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세계 간의 서열을 분명하게 나누어주는 신개념 카스트였다.

 

 

카이젤은 신격화 장벽의 기초 공사를 완성한 뒤 세부적인 디자인은 몇몇 최상위 초인의 재량에 맡겼다. 이제 카이젤 본인, 커버넌트를 소유한 자, 그리고 예외적으로 허락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모든 존재가 이 장벽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심지어 최상위 초인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신세계 구축. 이 프로젝트는 두 번째와 첫 번째 프로젝트를 교묘하게 조합한 뒤 일종의 ‘반칙’을 첨가함으로써 이뤄낸 성과였다.

 

 

신격화 장벽을 넘을 때는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는 감쇄가, 안에서 바깥으로 나갈 때는 증폭이 이뤄진다. 그런데 특정 에너지체에 한하여 나갈 때의 증폭을 허락하되, 들어올 때의 감쇄를 없애는 반칙을 허락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때 그 에너지체를 매개물로 하여 그 안에 조공 바쳐진 인과율-택스를 주입하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천체혼을 생성해 내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했다. 지금까지는 피조계에 존재하는 기존 천체혼을 사용해야 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응용은 훗날에야 이뤄졌지만, 이 프로젝트는 무제한으로 유사 지구혼을 양산해 내는 생산 체계를 확립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나아가 이 기술은 항성혼을 만드는 데도 접목되었다. 이로써 QUASAR-II만의 특성인 무한 자가 분열 속성을 ‘일반 항성 요새’에까지 덧입히는 일이 가능케 되었다. 한마디로 별의 혼을 무제한으로 이분 증식시키는 무시무시한 일마저 현실화되었다.

 

 

나아가 그 증식된 천체혼들을 여럿 조합하여 합체형 구조물을 만드는 데도 제약이 줄어들었다. 마치 세포 여럿이 모여 조직체를 이루고 조직이 모이고 모여서 장기를 만들며 끝내는 생물 개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천체혼은 인간의 세포들보다 훨씬 더 큰 조합 잠재력을 지녔다. 별이 인공적으로 개조되고 세포처럼 무한 복제되고 다양한 형태의 유전정보를 소유하도록 진화되고 자기들끼리 합쳐져서 거대한 구조물을 형성하는 방식. 인류는 이미 이런 단계의 문명에 다다를 초석을 마련해 냈다.

 

 

나아가 테서렉트 아키텍쳐와 같은 상위 차원 구조물에도 동일한 잠재력이 탑재되었다. 신세계 구축 원리가 정립되자 이내 테서렉트 아키텍쳐에는 이것이 반영되었다. 지금까지의 발전이 무색할 만큼 큰 혁명적인 변화였다. 오랜 세월 꿈꿔왔던 ‘바인’ 프로젝트의 실현이 덕분에 이제는 코 앞으로 다가왔다. 처음 계획했던 바보다 웅장하고 장엄한 수준으로.

 

 

이제 초인들은 이렇게 확신했다.

 

 

‘옛 시대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그들의 기대는 결코 허황된 망상이 아니었다.

 

 

 

 

 

 

 

 

*

 

 

 

 

 

‘확실히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권능이 증폭되었다.’

 

 

신수왕은 우주 공간에서 자신의 힘을 찬찬히 점검해 보았다. 그는 한계까지 힘을 끌어올려 모든 능력을 발휘해 보았다. 과연 예전에 다루었던 초능력이나 신체 능력은 마치 행성 앞의 먼지처럼 느껴질 만큼 하찮게 다가왔다.

 

 

RS-월드 후폭풍의 영향은 인류 문명, 무인 시스템, 경제력, 인간의 의식체계에만 닿은 것이 아니었다. 개개인의 지적 역량, 권능 역량이 향상되었다. 특히 타고난 잠재 능력이 무제한인 초인들의 경우 더없이 거대한 성장을 이룩하였다. 특별히 720! 개의 초능력 채널 전부의 특화가 가능해진 점이 초인들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에게 주어진 ‘신수왕’이라는 칭호는 사실 아이 장난 같은 민망한 칭호이긴 했다. 그러나 힘이 개화된 지금은 그 칭호가 과연 문자 그대로 성립하게 되었다. 우주적 존재를 방불한 존재감. 과거의 존재들이 보았다면 신처럼 추앙했을 것이다.

 

 

그리고 RS-월드 후폭풍이 준 진정한 특혜는 하나 더 있었다.

 

 

‘주군의 카리스마타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까지.’

 

 

카이젤은 이제껏 ‘학습의 괴물’로서 타인의 재능을 단방향으로 흡수하는 일만 가능했다. 하지만 RS-월드 개막 이후로는 그는 반대 방향의 능력도 획득했다. 즉 분신에게 본체의 능력을 공유해주듯 타인에게 자신의 카리스마타를 공유시켜 주는 일이 가능해졌다.

 

 

특히 초인의 경우 이런 공유가 시공간적 제약도 없이 허가되었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가능은 하지만 반드시 ‘폰(pawn)’을 매개체로 써야 했다. 폰 자신의 경우 카리스마타를 공유받는 혜택을 누리진 못했으나 대신 주인에게 빌린 메이저급 초지능체의 권능을 좀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원리는 이런 식이었다. 카이젤의 분신인 폰들과 일정 이상 유대감을 형성한 일반인에게는 카이젤의 재능이 부분적으로 공유되었다. 공유 시 카이젤 본인의 능력은 분산으로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게 자극되어 성장했으며 공유 상태의 on/off 여부도 언제든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즉 공유받는 쪽과 해주는 쪽 모두에게 큰 이익이었다.

 

 

아주 잠시 그의 카리스마타를 공유받는 것만으로도 영구적 역량 성장 측면에서 엄청난 유익이었다. 일반인의 경우 둔재가 한순간에 천재가 되는 수준이고 초인의 경우야 말할 것도 없었다. 카리스마타의 공유가 중단되어도 ‘긍정적인 변화’는 영구적으로 남았다. 바로 기존에 각 개인의 한계를 초월한 인지능력의 성장이었다. 부작용도 없었다. 이렇게 긍정적 영구 효과를 얻은 인간들이 여럿 연합하면 더욱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라이저는 자기 힘을 한계까지 측정한 뒤, 조만간 있을 임무에 관해 고민했다.

 

 

“신격화 장벽과 인과율-택스, 그 두 프로젝트를 점검해 볼 차례인가.”

 

 

주군은 마침 그에게 3차 경합의 심판관 자리를 맡겼다.

 

 

“그나저나 엘 피어슨, 아니 알라드 마흐디, 그 쓰레기 같은 악녀가 남긴 이레귤러, 아니 폐기물들을 내가 관리해야 한다니. 그건 좀 번거로운데 말이지.”

 

 

일라이저는 조소하는 표정으로 비웃음을 지었다.

 

 

“녀석들은 과연 알려나 모르겠군.”

 

 

경합의 경품인 ‘소원’이란 것의 정체를. 그들 중 하나가 우승해서 소원을 거머쥐었을 때 벌어질 일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신은 누군가를 골탕 먹이고 싶을 때 그자의 소원을 이뤄준다고 했던가.”

 

 

간절하게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했던 걸인이 막상 부유함을 누리면 공허감과 허탈감이 밀려온다. 인기를 갈망하며 고생하던 무명 배우가 마침내 대중의 사랑을 누리게 되면 그것을 잃어버릴까 봐 불안과 신경증이 몰려온다. 평생 몸이 낫기를 바랐던 장애인이 기적적으로 치유를 받으면 일생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온다.

 

 

소원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원한다고 이뤄지지도 않고, 이뤄져도 바라는 방식대로 이뤄지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원하는 대로 해결되어도 그 끝에는 공허감만 남는다. 복수건 소원 성취건 그런 면에선 똑같다.

 

 

“주군께서 정말 신적 존재가 되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그가 벌이는 사업들을 보면 정말로 초월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 같긴 하다.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애초에 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만약 소원으로 사람을 골탕 먹이는 존재가 신이라면 주군의 모습과 딱 어울리긴 하군.”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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