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25회 아벨의 후예 Ch 51. 니알라토텝의 시험 (4)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7.01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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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체? 아니면 시스템?”
“아니다, 저건…….”
넘버 19가 뭔가를 감지해 내더니 깨달음을 얻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초인이다. RS-필드에 진입한 초인이야.”
모두가 일제히 당황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입을 열었다.
“자, 어리석은 자들아, 이곳은 너희가 제2 필드로 넘어가기 전에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너희가 각자에게 맡겨진 자원들을 얼마나 지혜롭게 다루는지 평가해 보도록 하겠다.”
초거대 규모의 신수 모양 생명체가 천둥 같은 음성을 내뱉었다.
이와 같이 새로운 판의 게임이 벌어짐과 동시에 후보자들에게 부여된 각각의 투영체 차원마다 어떤 외부 존재의 형상이 하나씩 나타났다. 무수한 싸움과 시련을 무사히 마치고 최종 관문에 다다라 한숨을 돌리며 안도하고 있던 보조인원들은 난데없는 침입자의 난입에 크게 긴장하였다. 그곳에 나타난 형체는 바로 제복과 가면을 입은 인류연합의 간부였다.
“이런, 이거 오랜만이군.”
당연히 스테판에게 배당된 크로스솔져들이 모인 차원 안에도 같은 형체의 사람이 나타났다. 사내가 가면을 벗자마자 매우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스물네 쌍의 눈이 일제히 경악으로 물들었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지금은 지구 해체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리타니아 연합을 이끌었던 수장, 핏빛의 붉은 눈동자와 찬란한 백금발이 돋보이는 화려한 미남, 신수왕이었다. 냉전 시절 그의 수하들에게 당해왔던 뼈저린 기억이 떠올랐다.
“뭐 하는가, 약자들. 어서 덤비지 않고.”
일라이저가 도발하듯 크로스솔져들을 부추겼다. 아니, 부추긴다기보다는 사실상 직접적인 정신 간섭에 가까웠다. 붙잡던 손만 내려놓으면 용수철은 저절로 튕기듯 그들은 반사적으로 협공 태세를 갖추고 일제히 달려들었다.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거의 최면에 가까운 유도였다. 하지만 상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살짝 힘을 발산하는 것만으로 전원을 가볍게 짓눌러버렸다.
“실망인걸. 지금 너희 앞에 생성된 내 ‘그림자’는 딱 너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권능과 지력을 갖도록 설정되어 있는데……, 너희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재주조차도 이토록 형편없다니,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역시나 과대평가였어.”
동시에 다른 아홉 후보자에 연계된 투영체 차원에도 동일한 일라이저, 아니 일라이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 역시 각 팀의 통합된 역량에 알맞은 분량의 힘만을 가진 채 정밀하게 조절되어 현현하였다.
그는 흥미를 위해 다짜고짜 예고도 없이 스물넷으로 구성된 각 팀을 공격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대치하고 있는 건 그저 그림자이다. 스물넷의 역량과 힘과 무력과 지력에 딱 맞게 힘이 재조정되는, 맞춤형 분신에 불과하다. 보조인원들이 전력을 다해서 죽일 각오로 덤비지 않는다면 승부는 나지 않으며, 따라서 후보자도 승리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일라이저는 일부러 룰을 자세히 노출해 주었다.
히어로들과 폰들과 크로스솔져들은 제각기 자기 팀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일라이저의 그림자를 향해 덤벼들었다. 정작 자신들이 어떤 거대한 게임이 던져진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로.
*
근진계(根眞界)의 심장부이자 상층.
아자토스로 화한 카이젤은 자신의 거대한 실체를 광활한 차원 위에 펼쳐놓았다. 생성된 아자토스의 본체인 얼굴 쪽은 RS-필드 중 지구와 연결되는 부분에 위치했다. 반면에 몸통은 Upol이나 외계행성들에 맞닿는 RS-필드의 우주 쪽 연결 단자에 놓였다. 아자토스의 얼굴과 몸통을 나누는 경계선은 바로 목이었다. 그 목 부위의 단면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것이 바로 ‘신격화 장벽’이었는데, 아무래도 지구와 우주를 나누는 그 경계선이 얼굴과 몸의 연결부에 걸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현실계의 신격화 장벽이 근진계라는 고차원 공간에 투영되니, 마치 그 모습은 아자토스의 목구멍과 같이 변화하였다.
목을 지나는 단면, 곧 신격화 장벽은 쭉 확장되어 거대한 넓은 면이 되었다. 아자토스는 양손을 쥐어 뻗어 그 면의 안쪽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의 손가락 끝마다 작은 점이 하나씩 존재했다. 그 점들이 바로 근진계 속에 진입한 경합 후보자(이레귤러)들이었다.
아자토스는 커다란 구슬을 양손으로 말아서 쥐듯 손의 모양을 취했다. 곧 둥근 꽃받침 모양으로 손을 오므렸다. 손안에 에워 둘러싸인 빈 주먹의 공간, 그것이 바로 RS-월드의 제1 필드들이 겹친 연속체였다.
아자토스의 목을 지나가는 거대한 가상의 곡면, 곧 신격화 장벽의 현현체는 아자토스의 양손 또한 횡단하면서 지나갔다. 이로써 면을 기준으로 한쪽, 곧 얼굴과 함께 존재하는 공간에는 손가락들의 말단부가 들어갔다. 면을 기준으로 그 반대쪽, 곧 몸통이 있는 쪽의 공간에는 손바닥이 들어갔다.
니알라토텝으로 화한 신수왕은 현재 아자토스가 손으로 감싸 쥔 빈 주먹의 공간인 제1 필드 연속체 안, 그중에서도 신격화 장벽이 지나가는 단면 위의 중앙점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야누스라는 매질과 융합한 뒤 분리되는 과정을 거쳐 야누스의 속성을 같이 획득하였다.
니알라토텝의 분신이 된 야누스는 장벽을 기준으로 양방향으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현현하였다.
먼저, 아자토스의 손가락 끝에 맞닿은 위치에 있는 이레귤러들은 신격화 장벽을 기준으로 안쪽인 지구 쪽과 위상이 일치했는데, 야누스는 이 ‘내부 세계’ 방향으로 발현될 때는 마치 꽃봉오리가 모여들듯이 움츠러들면서 수렴(收斂)하는 전개 패턴을 취했다. 이는 신격화 장벽의 안쪽에서는 모든 존재의 힘과 권능과 존재감의 축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야누스에 깃든 니알라토텝의 임재(presence)는 크게 위축되어 한없이 작아진 점의 형태로 이레귤러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원래의 질량이 워낙 막대하다 보니 그 작아진 형태마저도 이레귤러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거대하고 편재에 가까운 궁극적인 신수의 형상이었다.
반면, 우주와 그 행성들이 있는 쪽인 신격화 장벽의 바깥쪽, 즉 아자토스의 손바닥이 위치한 쪽에서는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그쪽을 향해 뻗은 야누스의 얼굴은 발산(發散)이라는 패턴을 취하여 한없이 거대하게 변했다. 반대쪽 얼굴과 비교해 무한에 가까울 만큼 더 방대한 크기로.
이렇게 거대화된 야누스의 얼굴을 통해 결합한 존재인 니알라토텝의 속성도 강화되어 발현되었다. 그 여파로 무수한 기묘한 나무들(세계수)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것들은 끝없이 가지를 뻗치며 드넓은 영역을 향해 확대되었다.
아자토스의 막대한 손바닥 안에는 무수한 ‘눈’들이 있었다. 그 냉혹한 눈들은 바깥쪽을 향한 야누스의 얼굴로부터 돋아난 니알라토텝의 분신체, 곧 나무 형상들을 감찰하였다. 신격화 장벽 바깥쪽의 버프로 거대해진 니알라토텝 분신체들조차도 아자토스의 손바닥에 비하면 한없이 왜소한 존재로 나타났다.
아자토스의 손바닥 위의 눈들은 니알라토텝 분신체를 ‘상(相)’의 형태로 그것들의 망막에 담았다. 마치 인간의 눈이 빛의 상을 담아내듯이. 그 후 망막에서부터 뻗어나가 확장되는 시신경 다발들이 상(相)의 정보를 신경계에 전달하였다. 전달될수록 상의 파편은 옅어지고 분산되고 단순화되었다.
손바닥의 눈들마다 연결된 시신경은 색깔이나 주행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이 다발들은 하나의 공통된 영역에서 하나로 교차하였다. 그 교차 영역이 바로 ‘현존하는 모든 제1 필드들의 연합’이 투영되어 만들어진 ‘종합적 투영체 공간’이었다.
그 종합적 투영체 공간 안에는 우주 인류 측에서 RS-필드 게임에 참여한 모든 배우가 있었다. 우주 곳곳의 외계행성이나 Upol에서 이 게임에 참여하여 제1 필드로 끌려들어 온 세 종류의 배우, 곧 클론솔져인 폰들과 그리스도인들, 폰과 연접하여 카리스마타를 얻은 인간들이 있었고 그들의 화신들도 있었다. 지난번 RS-월드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훨씬 거대한 규모의 게임이 된 것이다.
각 배우들의 앞에는 아자토스의 눈에서 나온 각색의 시신경을 거쳐 흘러들어온 니알라토텝의 상(相, image), 그것들이 파편화되어 분배된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실체화되어 나타났다.
카이젤과 일라이저가 구태여 이런 엄청나게 복잡한 다단계 작업을 설계한 이유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완성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신격화 장벽을 경계로 나뉜 야누스의 두 얼굴을 하나는 ‘수렴’ 패턴을 다른 하나는 ‘발산’ 패턴을 취하게 구분함으로써 얻는 유익. 이 실험을 통해 신격화 장벽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입증하고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아자토스의 손바닥 위의 눈들에 연결된 무수한 시신경들을 통해서 니알라토텝의 속성을 담은 분신체의 그림자를 무제한으로 양산해 내는 작업을 함으로써 ‘신세계 구축’ 알고리즘의 이론에 틀린 부분이 없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니알라토텝의 분신체들의 그림자들을 배우들과 더불어 겨루게 하여 온갖 종목의 대결을 벌이도록 하는 과정에서 ‘인과율-택스 시스템’의 효율성을 증명해 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대결 중에는 권능 대결, 수수께끼 대결, 아바타 대결, 무력 대결, 지력 대결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목이 포함되었다.
한편, 야누스의 두 얼굴은 긴밀하게 양자적으로 얽혀있었다. 신격화 장벽 바깥 면을 바라보는 얼굴은 카이젤의 세 프로젝트를 완성하라는 임무와 직접적으로 얽혀있었고 그만큼 더 중요했다. 하지만 지구 쪽, 즉 신격화 장벽 안쪽을 바라보는 면도 중요했는데 이곳을 보는 얼굴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하나로 연결된 야누스의 특성상 오랜 시간 가동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이레귤러들과 작게 수축한 니알라토텝의 신수 형상, 그 두 세력의 대결 역시 이번 작업에서 비중을 차지했다.
근진계에 들어온 덕에 나름 의식 차원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은 여전히 신수에 비해 한없이 왜소했다. 거대 신수 모습으로 형상화된 야누스의 지구 쪽 얼굴, 곧 니알라토텝의 분신은 후보자 각각의 눈 속에 자신의 상(相)을 집어넣었다.
우주 쪽 근진계에서는 니알라토텝의 모양을 포착하는 카메라가 아자토스 자신의 손바닥 속 눈들이라면, 지구 쪽 근진계에서는 그 역할을 경합 후보자들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그 여파로 투영체 차원에 흘러 들어가 실체화된 것이 바로 지금 보조인원들 앞에 출현한 일라이저의 그림자였다.
다시 말해서 이번 경합은 큰 관점에서 보면 열 명의 후보자와 아자토스의 내기와도 같았다. 후보자인 이레귤러들이 자기에게 배당된 차원 속에 24명씩 보조인원을 소유하고 있듯, 아자토스 형체로 화한 카이젤에게도 자기 소유의 차원이 배당되었다. 그것은 무려 외계행성들과 Upol들에 펼쳐진 RS-필드 총체이며, 그곳에서 참여한 우주 인류 출신 시민들과 비시민들 전체가 그의 보조인원인 셈이었다.
니알라토텝과 야누스는 이레귤러들의 작은 게임과 카이젤의 거대한 게임, 그 두 게임판을 연동시키는 일개 저울추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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