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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27회 아벨의 후예 Ch 51. 니알라토텝의 시험 (6)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7.06 | 회차평점 0 0

 

 

 

 

 

 

*

 

 

 

 

 

통솔권을 인계받자마자 크로스솔져들의 정신이 다른 투영체 차원에서 싸우고 있는 다른 크로스솔져 동료들과도 온전히 연결되었다. 그제야 열 개의 투영체 차원에 존재하는 240명 전원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넘버 1과의 유대감이 깊은 신해가 프라임 리더 역할을 맡았다.

 

 

“자, 이제부터가 반전 시작이다. 간만에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자.”

 

 

최초의 크로스솔져였던 신해가 모두의 사기를 북돋웠다.

 

 

“저희를 믿어주세요. 그래야 열 명의 후보자 모두를 안전하게 다음 무대로 넘어가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여러분의 의사를 존중하겠습니다.”

 

 

각 팀에 속한 크로스솔져는 각자 자기 팀의 일반 히어로들을 설득했다. 그들은 불안감에 머뭇거렸으나 왠지 모르게 크로스솔져에게서 신뢰감이 느껴졌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따라보기로 했다. 폰들은 말없이 그 준동을 관망하였다. 그들의 의중은 여전히 간파하기 어려웠다.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내버려두자.’

 

 

크로스솔져들은 폰에 대한 신경은 꺼두었다.

 

 

그렇게 크로스솔져들은 예전에 솔라 타나토스에서 벌어졌던 신해, 케리, 무디의 협동 작전 이래로 가장 긴박감 넘치는 전투에 나서게 되었다. 신수왕의 부하인 레비아탄을 사냥했을 당시에는 그들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사소한 분열의 감정 따윈 간데없이 사라졌다. 지금 그들은 오로지 한 마음으로 뭉쳤다. 이번이 그들이 싸우는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다. 실상 그런 각오로 단단하게 뭉쳤다.

 

 

‘성한 아저씨의 소원을…….’

 

 

‘엄마랑 아빠의 소원을 이뤄드리자.’

 

 

‘하나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온전한 한 연합체가 되도록 해주시옵소서.’

 

 

‘후보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내리도록 기회를 열어주자.’

 

 

‘설령 우리의 안전을 희생해서라도.’

 

 

‘인간들의 왕, 그자에게 닿도록 발판을 열어주자.’

 

 

서른세 명의 간절한 기도가 일제히 한 곳에서 교차하였다. 주님께서 그 기도에 응답하시기라도 했는지 서로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장벽이 눈 녹듯 해체되며 놀라운 협력의 역사가 성취되었다. 냉전 시절 신수를 사냥할 때조차도 지금처럼 열정적인 마음으로 하나가 되지는 못했다.

 

 

심지어 그 아름다운 열기에 신을 믿지 않던 일반 히어로들까지도 휘말렸다. 마치 솔라 타나토스 탈출 작전 때 신해가 당시 아직 회심하지 않았던 케리와 무디를 동지로 끌어들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그리스도인 33명이 불신자 히어로들까지 포용하여 온전한 연합체로서 협공을 이뤄냈다.

 

 

“제법이군.”

 

 

열 개의 투영체 차원에 각각 형성된 일라이저의 그림자들은 후보자들과 보조인원들의 협력 패턴이 완벽하게 개량된 것을 발견하고는 흥미 가득한 표정을 머금었다. 그는 기대감이 충족되었는지 즐거워 보였다.

 

 

“좋아, 어서 나를 더 즐겁게 해보아라.”

 

 

‘너희가 더 치열하게 싸워주고 협공을 잘 해줘야 우주 쪽을 놓인 야누스의 반대편 얼굴도 더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테니까.’

 

 

히어로들의 협력 패턴이 달라지자 자연히 후보자들끼리의 분열되었던 마음도 연결되었다. 비록 이성적으로 원리를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지금이라면 열 명이 협동하는 것도 가능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일곱 명은 끝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나머지 셋도 어차피 합류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테니 밑져야 본전으로 동참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고난도의 ‘임재의 구멍’들간의 공명 작업을 개시했다.

 

 

“호오, 끝내 그렇게 결정한 건가.”

 

 

초거대 신수, 니알라토텝의 분신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너희가 해낼 수 있으려나.”

 

 

신수는 더욱 맹렬하게 ‘임재의 침식’을 일으켰다. 후보자들은 저항하느라 고통스러워했다. 신수는 내심 그들의 동맹이 얼마 안 가 해체되리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고난 앞에서 인간끼리 결성한 공동체는 부스러기처럼 흐드러지기 마련이니까. 과연 고난이 닥쳐오자, 동맹 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그냥 무너지기보다는 더욱 끈끈한 결합을 다져내었다.

 

 

‘고유 차원들끼리의 결합 강도가 오히려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일라이저는 믿기 힘든 그 광경에 스릴을 느꼈다.

 

 

‘점점 나를 더 즐겁게 해주는군.’

 

 

 

 

 

 

 

 

*

 

 

 

 

 

크로스솔져들과 다른 히어로들은 협공을 통해 순차적으로 일라이저의 그림자를 파괴했다. 그들은 이제 이기적인 태도로 자기 팀만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모든 투영체 차원 속에서 번갈아 가며 그림자를 없앨 수 있도록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고 합을 맞추었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갈수록 연합력이 확실해졌다. 게다가 근진계 내부라서 그런지 서로의 지식과 판단력과 연산력과 감정도 온전히 잘 합쳐졌다. 마치 수백 명의 인원이 하나의 존재로 융합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내 결정적인 반전이 벌어졌다. 폰들이 자발적으로 협력 패턴을 이루어 히어로들의 진영에 조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카이젤에게서 받은 능력인 유사 메이저급 초지능체 능력을 활성화한 뒤 아무런 대가도 없이 히어로들에게 카리스마타를 공유시켜 주었다.

 

 

“너희는 왜지?”

 

 

“무슨 속셈인가?”

 

 

그러자 그중 몇 기의 폰이 대답했다.

 

 

-{“이건 킹의 강제가 아니라 우리가 내린 고유의 결정이야.”}

 

 

-{“너희의 정신세계 속에서 기억의 흔적을 읽었어.”}

 

 

-{“킹의 생물학적인 부친……, 그 인간한테서 부탁을 받았지?”}

 

 

-{“너희의 결정이 무익한 선택일지, 아니면 변화를 일으킬지 우리도 궁금해.”}

 

 

-{“만일 킹의 성질이 변화된다면 우리에게도 존엄성이 주어질까.”}

 

 

-{“감히 궁리해서는 안 될 금기의 생각이지만……, 문득 궁금해졌어.”}

 

 

폰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려웠지만, 이번에 그들이 부린 변덕에는 왠지 모르게 진심 어린 집념이 묻어나왔다. 당장은 승리가 급선무였기에 크로스솔져들은 그들의 행동을 용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너희의 알량한 신파극……, 기회를 줄 테니까 한번 증명해 봐.”}

 

 

-{“우린 어차피 이번 게임 끝나면 소멸이니까.”}

 

 

케리가 조용히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뭐, 고맙다.”

 

 

결국, 두 집단의 극적인 최종 협공이 이어졌다. 크로스솔져들을 중심으로 하나가 된 히어로즈, 그리고 카이젤의 클론솔져인 폰들, 비록 지휘 계통은 전혀 달랐으나 놀라우리만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크윽.”

 

 

일라이저의 그림자들은 더는 여유만만하게 흥미를 만끽하며 놀지 못했다. 폰들은 모여있으면 몹시 버거운 상대였다. 네크로-슈퍼휴먼보다도 훨씬 업그레이드된 상위 호환인 데다가 분신 기술의 장점만 모아 만든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카이젤과 연계되어 경험 및 능력을 받는 기능이 있었기에 최상위 초인인 일라이저조차 방심하지 못했다.

 

 

더불어 골치 아픈 일이 다른 쪽에서도 번졌다. 신격화 장벽 너머의 우주 쪽 면에서도 무수한 폰들과 우주 인류 인간들의 연합된 맹공격이 이어졌다. 일라이저는 수없이 많은 전장의 대결을 감당하랴 세 가지 프로젝트를 위한 연산을 수행하느라 도무지 정신을 가다듬을 겨를이 없었다.

 

 

“이젠 슬슬 한계로군.”

 

 

그는 진땀을 흘리며 폰들을 겨우 맞상대했다.

 

 

-{“한 수 부탁드리죠, 니알라토텝.”}

 

 

-{“우리 폰들의 연합 공격이 최상위 초인을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일라이저는 폰들의 사념 속에 은연중 녹아있는 카이젤의 의지를 발견했다.

 

 

‘이런……, 주군, 당신은 무슨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신 겁니까.’

 

 

아자토스는 깊은 심도의 수면에 잠겼는지 묵묵부답이었다.

 

 

‘어째서 협동을 더 적극적으로 돕고 계시는지요?’

 

 

카이젤은 여전히 프로젝트 완성에만 집중할 뿐 이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들의 마음을 하나가 되게 함으로써 협동심을 높이고, 그들이 최대한 고양되었을 때 좌절감을 극대화하려고? 그런 겁니까? 그도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군께서도 저들에게 동화되신 건 아닌지?’

 

 

일라이저가 궁금해하건 말건 카이젤은 먼발치에서 이 모든 정황을 무심한 표정으로 관망하고 있었다.

 

 

‘부디 후자는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주군.’

 

 

부하로서 간섭할 권한은 없겠지만, 그런 바람이 들었다.

 

 

 

 

 

 

 

 

*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열 개의 ‘임재 구멍’들이 완벽한 공명 단계에 다다랐다.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더는 그런 거대한 구멍을 생성할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초거대 신수가 방해해서 일이 더 어그러지기 전에 후보자들은 구멍 너머로 몸을 내던졌다. 한 번에 한 명씩만 통과할 수 있었기에 저들끼리 순서를 정해둔 대로 순차적으로 이동했다.

 

 

허나 이미 후보자들의 본체는 상당히 깎여나간 상태였으며 구슬의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가까스로 첫 번째 시험은 통과했으나 이제 더 버거운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인원이 모두 통과할 무렵, 스테판도 구멍이 거의 소멸하기 직전에 몸을 내던졌다. 그가 통과하기 전, 초거대 신수가 바짝 쫓아와 잡아먹으려는 기세로 덤볐다. 그러나 아직 문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데이빗이 수고를 무릅쓰고 달려와 스테판을 문 너머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조심하세요.”

 

 

“고맙소.”

 

 

스테판의 발치가 문을 통과하자 마침내 격변이 일어났다. 투영체 차원 열 개가 일제히 붕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보조인원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남은 할 일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다가올 운명을 받아들였다. 히어로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무기한으로 근진계에 갇히게 되리라.

 

 

그리고 폰들은 자기 임무를 마쳤기에 소멸하였다. 폰의 새크리파이스 작용으로 인해 아자토스와 우주에 흩어진 나머지 폰들에게는 데이터와 경험이 축적되었다. 이제 희생된 폰들은 세 가지 주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크로스솔져들은 봉인되기 전, 마지막 힘을 짜내어 자신들의 기억과 감정과 의지를 복사하여 자신이 모시는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특별히 스테판은 제1 필드를 빠져나가기 전에 무려 스물네 명으로부터 공통된 기억을 받게 되었다. 그들의 마음속 깊은 소원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어서 가십시오, 스테판.’

 

 

‘가서 제대로 한 방 먹여주세요.’

 

 

‘우리 몫까지 맡아주세요.’

 

 

‘후회하지 않을 지혜로운 선택을 내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아울러 크로스솔져들이 성한 부부와 윤혁과 나누었던 추억도 전해졌다.

 

 

“다들 간절한 심정이구려. 고맙소”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비장한 심정도 함께 들었다.

 

 

‘어깨가 무겁소.’

 

 

하지만 당장은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누가 우승자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겠소. 그리고 그대들이 추구하는 소원은 잘 접수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꼭 일을 잘 끝내고 다들 꺼내줄 테니 염려하지 마시오. 승리하고 오겠소.’

 

 

굳은 각오와 함께 스테판은 데이빗의 손에 붙잡혀 미지로 뛰어들었다.

 

 

우우우웅.

 

 

그리하여 구멍이 닫히며 첫 번째 게임은 완료되었다.

 

 

“수고했다, 일라이저.”

 

 

보조자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임무를 마쳤으니 그러면 이제 현실 세계로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제2 필드와 제3 필드부터는 내 영역이니 거기서부터는 내가 맡지.”

 

 

“부디 승천하시기를.”

 

 

니알라토텝, 아니 일라이저는 접속을 해제하고 현실 차원으로 돌아갔다. 아자토스이자 카이젤인 게임의 관리자는 근진계와 현실계를 동시에 거닐며 모든 플레이어들을 내려다보았다. 우주 전역의 인간들, 지구의 인간들, 그리고 제2 필드에 들어온 후보자들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그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자, 끝까지 탁월한 협동심을 유지하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군.”

 

 

앞으로 닥쳐올 시험에서는 아홉이 갈려 나가고 단 하나가 남겠지.

 

 

‘저들 처지에서는 어느 편이 나으려나. 탈락하는 편일까, 우승하는 편일까.’

 

 

뭐가 되었던 그들은 전혀 기대치도 못했던 결실을 받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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