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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29회 아벨의 후예 Ch 52. 제2필드와 제3필드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7.10 | 회차평점 0 0

 

 

 

 

 

 

*

 

 

 

 

 

의식을 되찾았을 무렵에는 이미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열 명의 후보자는 지금껏 근진계를 겪어오면서도 상상해 보지 못한 형태로 화하고야 말았다. 그들은 무려 별도의 ‘차원’ 혹은 ‘세계’ 자체가 되어있었다. 첫 RS-월드 개막 때 아자토스가 생성해 낸 거대한 ‘막’, 곧 인간의 지배력에 감염된 근진계의 경계선, 그것과 비슷하게 이번에는 후보자들 한 명 한 명이 작은 ‘막’이 되어있었다.

 

 

열 개의 차원은 제2 필드 내부의 일부로 현현한 채로 서로 긴밀하게 겹쳐 있었다. 서로의 생각과 의지를 전달하는 의사소통 행위는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넘버 12, 72, 108은 완전히 자아를 빼앗긴 채 어떤 무형의 의지력 비스무리한 상태 되어버렸다. 나머지 일곱 명은 다행히 원래의 자의식과 의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각자의 상태를 감지한 뒤, 일곱 명은 황급히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토론을 나누었다.

 

 

“우리 안에 심겨진 표식에 내재된 그녀의 ‘최초의 오류’가 활성화됐습니다.”

 

 

넘버 5가 당혹스러운 마음을 가까스로 다스려가며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때마침 모두가 ‘차원’으로 승격 되어버린 덕분에 복잡한 이치를 향한 통찰력도 증대된 상태였다.

 

 

“맞습니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QBE가 섞여 들어가더니…….”

 

 

“애초부터 우리의 그 특성을 겨냥하여 제작한 물질이 아니었을까요?”

 

 

넘버 13과 넘버 19가 말했다.

 

 

“그나저나……, 나머지 세 분은 끝내 의지를 잡아먹혀 버렸군요.”

 

 

이번에는 데이빗이 말했다.

 

 

“무엇에 침식당한 걸까요?”

 

 

넘버 103이 질문했다.

 

 

“아마도……, QBE 혹은 강제로 개화된 ‘최초의 오류’겠죠.”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아도 조금 전에 떠올랐던 과거의 여러 기억의 파편들이 추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최초의 오류는 틀림없이 그녀가 말했던 신적 존재, 곧 ‘현월’과 관련이 있었다. 직감적으로 데이빗은 그 현월이란 것의 본질을 감지했다. 본래부터 영적 감각이 예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월……,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지, 아니면 실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녀의 손길에는 ‘악한 존재’의 사념이 묻어있었습니다. 원래는 현월이 단순한 우상 신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쩌면 악마적 힘과 맞닿아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침식력을 발휘하는 것일지도.”

 

 

이에 일곱 명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의지를 상실하지 않았고 저들은 잃어버렸죠? 무슨 차이로?”

 

 

넘버 5가 넘버 12, 72, 108이 처한 상태를 의아히 여기며 되물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하나님의 영적인 간섭이 ‘최초의 오류’를 이미 오래전에 상쇄시켰기 때문으로 보이오. 우리가 처음에는 불완전한 상태였다가 주를 영접하고 회심하고서야 비로소 이레귤러로서의 불안정성을 완전히 해결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스테판은 자신이 이곳에서 감지해 낸 섭리,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조합해 내 결론을 내린 뒤, 그들의 궁금증에 대해 나름의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실제로 윤혁 일행으로부터 복음을 듣기 전후에 자신에게 나타난 일련의 영적, 정신적 변화를 단계별로 선명히 기억하였기에 여기에 대해 자신 있게 확답할 수 있었다.

 

 

“그 말인즉.”

 

 

넘버 5가 변질된 셋을, 이젠 적이 되어버린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래요, 슬프게도 애초에 저들은 우리와 같은 영을 가진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데이빗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RS-월드에서 우리와 함께 편이 되어 싸우지 않았습니까?”

 

 

넘버 103이 당최 이해되지 않는다는 투로 되물었다.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요. 성경 말씀을 올바른 진실이라고 믿고, 교리에 대해서 바른 지식과 열린 태도를 보이며, 경건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고, 나름대로 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선행과 종교적 성취에 열심을 다하고, 주님을 믿고 따르려고 노력은 하지만……, 심령 가장 깊은 곳에서 진정한 회심과 거듭남은 정작 일어나지 않은 자들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데이빗도 괴롭고 불편한 어투였다.

 

 

“불행히도 넘버 1의 말이 사실인 듯하오. 성령님의 권세가 아니고서는 이 기괴한 기술, ‘그녀’가 남긴 최초의 오류와 인간의 왕이 만든 QBE의 정신지배력을 상쇄하지 못하오.

 

 

만일 이레귤러로서 최종 각성을 하는 데 결정적인 트리거 역할을 한 영적 간섭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지금 저들처럼 필시 QBE에 지배당하고야 말았을 것이오. 나와 넘버 1이 여분의 기름을 넘겨주었지만, 되살아난 건 넘버 5와 넘버 19뿐이었고 저들은 끝내…….”

 

 

결국, 이 자리에서마저 다시금 선과 악을 쪼개는 곡식 타작의 키질이 이뤄졌다. 2차 경합 때 모든 알곡과 가라지가 다 나누어진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남은 일곱 명도 두려운 마음으로 자신의 신앙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나는 과연 올바른 영, 곧 성령님의 인도로 참된 자아의 깨어짐을 경험했을까.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까. 영혼의 구원 여부를 점검하는 문제는 참으로 막중하고 심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이 자리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눈앞에 놓여있었다. 다행히 다섯 명이 다 잠식당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세 명이 QBE에 잠식당해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곱 명은 제2 필드에서의 게임 규칙을 깨달았다. 이번에 뚫고 가야 할 적은 바로 저 잠식당한 세 명이었다. 하나의 독자적 ‘차원’으로 승격된 일곱 명의 후보자에게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그들은 제2 필드의 본질을 이루는 방정식 일부분을 해석해 내고 거기서 나갈 출구를 자신이 직접 생성해 내야 했다.

 

 

물론 의식의 차원이 높아졌기에 억겁의 시간을 들인다면 어떻게든 방정식의 해를 찾아 탈출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 방해가 없는 혼자라는 조건 하에서의 이야기다. 현재 각 후보자에게 임무 성취의 방해가 되는 존재들은 나머지 아홉 명이었다. 각 후보자는 그 자체로 제2 필드의 방정식을 끊임없이 뒤흔들고 변화시키는 불안정한 변수 덩어리이기 때문이었다. 잠식된 세 명도 큰 골칫거리였지만, 잠식되지 않은 일곱도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쟁자나 마찬가지였다.

 

 

열 후보자, 아니 열 개의 차원은 같은 위상에서 겹쳐 있었기에 상호작용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열 차원은 구성 원소도 세계관도 법칙도 테마도 너무도 상이했기에 충돌이 빚이질 수밖에 없었다. 흡사 복잡한 프랙털 형태의 마법진 열 개가 서로 부딪혀 뒤엉키면서 술식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과 유사했다.

 

 

처음에는 일곱이 연합해서 셋에 맞서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이 경합은 수적인 우세로 해결되는 성질이 아니었다. 본래 풍파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서만 제대로 된 수심을 측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후보자와의 충돌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방정식의 해를 찾지 못한다. 더욱이 자의식이 뚜렷한 일곱 명이 제각기 저마다 방정식을 풀려고 애쓰는 바람에 스텝이 꼬여 풍파는 더 거세졌다.

 

 

차원끼리의 격돌은 점점 거세졌다. 아주 작은 충돌만으로도 서로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마당이었다. 이러니 감정적 대립도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방정식을 풀려고 집중하려고 하면 상대의 의도적, 또는 의도치 않은 방해로 인해 무산되었다.

 

 

후보자들은 점점 초조해졌다. 이러다가 영원히 이상한 차원 속에 갇히는 건 아닌지 불안감도 들었다. 어떻게든 잠식당한 셋이라도 제압해 억눌러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차원끼리의 대결에서는 일시적 후퇴나 전진은 있어도 한 차원이 다른 차원을 완벽히 제압하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쪽도 다른 한쪽을 완벽하게 정복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일곱 사이의 희미했던 연합도 뿔뿔이 깨어졌다. 제1 필드를 뛰어넘기 직전에는 완벽한 연합이 이뤄졌건만 이제는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이 형성되고야 말았다. 일곱 명 모두 그리스도인인데도 말이다.

 

 

불행히도 이는 어쩔 도리가 없는 부분이었다. 현실 세계에서도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되면 올바른 신앙을 가진 공동체 내에서도 분열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이곳은 근진계인 RS-필드, 인간의 내면과 본질이 속속들이 벌거벗겨져 들춰지는 곳이었다. 위선의 가면을 통해 그나마 가릴 수 있는 현실 세계보다 ‘의도치 않은 대립 및 충돌’과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발생하므로 훨씬 더 쉬웠다.

 

 

결국, 과거 기독교 국가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전쟁을 벌였던 세계대전 때처럼, 열 명 사이에서도 치열한 대격돌이 벌어졌다. 충돌은 온갖 형태로 빚어졌다. 화신끼리의 결투, 정보전, 세계 공간의 침식 대결, 법칙을 변형시키는 대결, 각자의 본질에 침입하여 왜곡시키는 대결까지 벌어졌다. 차원 그 자체인 존재들끼리 대결을 펼쳤기에 일개 종족 세력끼리의 대전쟁 따위와는 격이 달랐다.

 

 

비극적인 소모전 끝에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로 이 무한한 세월의 세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겠구나. 그들은 자기희생을 실현해야만 했다. 진정한 용서를 실천해야 했다.

 

 

용서에는 뼈아픈 대가가 뒤따르는 법이다. 정말로 누군가를 용서하려면 상대가 자신에게 이미 끼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희생이다. 사람들이 용서하기를 그토록 어려워하는 이유, 용서하려 노력해도 화병이 나버려 실패하는 이유도 이런 탓이리라. 긁지 않고는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증오의 연쇄를 끊지 않으면 고통은 더욱 재생산된다. 가렵다고 거듭 긁으면 더욱 피부병이 악화되어 가려움이 영속되는 것처럼.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해.’

 

 

일곱 명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깨우침을 얻었다.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일곱 중 몇이 자발적으로 희생을 해야 했다. 경주에서 이기는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이지를 잃어버린 세 명을 봉인하기 위해서 세 명의 후보자가 ‘상쇄자’의 임무를 맡아야 했다. 상쇄자 역을 맡은 자가 이지를 잃은 자를 하나씩 맡아 제2 필드의 깊은 심연으로 몸을 투신해야 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풍랑이 잔잔해질 것이며 남은 넷이 힘을 모아 방정식의 해를 찾아낼 가능성이 티끌만큼이라도 발생할 것이다. 크나큰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일곱 명의 후보자는 치열하게 고민했다. 자신이 희생함으로써 뒤에 담아야 할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때 넘버 13이 독특한 의견을 제의했다. 승리하는 자에게 큰 책임을 맡기자는 아이디어였다.

 

 

“어차피 우리가 소원이라는 것의 기회를 차지하려고 경주하는 건 올바른 정의를 이루려는 목적이지 자기 욕망을 이루려는 의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만일 정말로 그 의도가 떳떳하다면 굳이 자기 손으로 직접 소원을 이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에게 그 소원의 제목을 다 맡기면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 자리에서 계약을 맺읍시다.”

 

 

데이빗이 흔쾌히 그 의견을 수용했다. 누구든 이 자리에서 탈락하거든 그자의 소원을 나머지 사람들이 책임지고 짊어지고 가기로 말이다. 그렇게 하면 최종 우승자는 나머지 여섯 후보자의 소원까지 총 일곱 개를 짊어지게 된다.

 

 

‘최종적으로 소원을 비는 자리에서 과연 일곱 개 모두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불확실했다. 애초에 서바이벌 경합을 소개할 때도 시스템은 소원의 개수나 구체적인 범위, 혹은 구현 방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러니 적절한 지혜를 발휘하면 한꺼번에 여러 측면의 소원을 성취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셈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누구의 것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우승자의 지혜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더욱 지혜롭고 올곧은 자가 우승해야 할 당위성이 생긴다.

 

 

다들 넘버 13과 데이빗의 제안에 동의했다. 일곱 모두가 희생자를 자처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공정하게 제비를 뽑아 희생자를 결정했다. 넘버 13, 넘버 37, 넘버 5가 상쇄자 역할에 당첨되었다.

 

 

그들은 즉각 전력을 다하여 넘버 12, 넘버 72, 넘버 103에게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차원 전체를 통째로 상대의 차원과 융합시켜 버렸다. 그 후, 자기 자신을 봉인해 버리고 제2 필드의 깊은 심연으로 차원을 송두리째 내던졌다.

 

 

동료들이 희생한 틈에 나머지 넷은 힘을 모아 방정식의 해(解)를 검색했다. 방해자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서로 간의 충돌로 인해 불안정한 기류의 발생은 남아있었다. 그래도 직전보다는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 억겁에 가까운 세월이 수없이 흐른 뒤에야 넷 모두를 이곳에서 해방할 방정식의 해답을 발견해 냈다.

 

 

‘부탁한다.’

 

 

‘우리 몫까지 지혜롭게 판단해 줘.’

 

 

‘누구든 좋으니 잘 이겨내고 도착점까지 도달해라.’

 

 

심연으로부터 넘버 5, 13, 37의 의지가 발산되어 생존자들에게 당도했다. 그 셋은 각자가 계획했던 소원도 함께 전달해 주었다. 하나님 왕국의 공의를 조금이라도 더 실현하기 위해 이 땅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 이제 이들의 소원은 생존자들의 어깨 위에 추가적인 짐으로 덧씌워졌다. 뼈아픈 이별을 뒤로한 채 넘버 1, 19, 103, 111은 출구를 개방한 뒤 제2 필드를 빠져나갔다.

 

 

한편, 필드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스테판은 깊은 상념에 빠졌다. 제2 필드에서의 시험은 ‘충돌과 대립’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죄의 영향을 받는 불완전한 인간들은 원치 않아도 타인에게 손실을 줄 수밖에 없음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저곳에서 온갖 다양한 충돌이 빚어졌다. 자신도 부득이하게 남에게 피해를 당함과 동시에 남에게 피해를 주고야 말았다.

 

 

‘용서와 화해라…….’

 

 

깊은 부담과 무거운 책임감이 들었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찌해야 인간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구원받은 자가 불신자에게 피해를 본 경우에는 하나님의 공의를 신뢰하고 복수를 포기하면 그만이다. 피해 입힌 그자가 끝까지 회개치 않는다면 심판대에서 그 값을 치를 것이고, 반대로 자신의 죄를 회개한다면 주님께서 그 형벌을 대신 치러주시리라. 어차피 똑같이 하나님의 용서를 필요로 하는 죄인인 처지에서 남을 정죄할 자격은 없다.

 

 

그리스도인이 다른 그리스도인에게 피해를 본 경우는 서로 간의 용서와 화해가 필수적이다. 이 경우는 피해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상대방의 죗값을 치러주셨음을 믿고 그분께 나아가 상처 입은 마음을 보상받을 수 있다. 가해자의 경우, 진심으로 예수님을 믿는 자가 맞다면 언젠가는 성령의 책망을 받아 진정으로 회개하고 기꺼이 피해자에게 진정 어린 위로와 사과와 보상을 하게 되리라.

 

 

‘그런데 신자가 불신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경우는 어떡한단 말이오?’

 

 

마지막으로 남은 이 경우의 수를 생각하니 마음이 턱 막혔다. 가령 누군가가 한 어머니의 아이를 무참히 살해했다고 치자. 그 살인자가 훗날 주님을 만나 진심으로 회심하고 모든 죄를 회개하고 뉘우쳤다고 하자. 그 살인자는 이제 구원을 받아 영생을 얻었다. 하지만 이미 죽여버린 그 아이는 다시 이생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불쌍한 어머니는 그 아이를 돌려받지 못한다. 만일 어머니가 그리스도인이라면 십자가 위에서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달리신 주님을 바라보고 위로라도 얻을 수라도 있지만, 어머니가 만일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자라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녀는 구원의 은혜 바깥에 있기에 죽은 후에도 아이 잃은 상처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더 나아가 만일 죽은 아이가 회계보고를 할 수 있는 나이이며 불신자라면 어떡한단 말인가. 정작 죽인 살인자는 천국에 가는데 그 아이는 심판을 받는다고? 이런 비참한 가정을 묵상하다 보니 심령이 바위에 짓눌린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 그런 경우라면 대체 무슨 수로 그녀를 위로해 준단 말인가.

 

 

‘하나님, 어찌하여 제게 이런 괴로운 고민을 심어주신단 말입니까. 이것이 내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시험과 관련이 있단 말입니까?’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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