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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28회 [1부] 28화. 가디언엔젤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8.21 | 회차평점 0 0

 

 

 

*

 

 

 

 

 

 

 

 

착한 아이에게는 선물을, 못된 아이에게는 징계를.

 

 

세상의 원리가 늘상 그렇게 작동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선과 악의 질서는 그렇게 천련일률적으로 단순하지 않다.

 

 

고난받는 한 성인의 이야기에 기록되어 있듯 살아있는 자들의 땅에서는 오히려 선하고 의롭고 신실한 자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다.

 

 

 

 

 

반드시 모든 경우에 그러한 것은 아니나 악인들이 쾌락 충만한 인생을 영위하며 부, 명예, 권력, 심지어는 장수의 은택까지 차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들에게는 심지어 죽는 순간까지도 별다른 징벌이나 고통이 없다.

 

 

적어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보인다.

 

 

 

 

 

정의는 과연 굽혀진 것일까?

 

 

 

 

 

한 종족과 행성을 책임질 차기 지도자로서 알렉은 그 답을 알지 못했다.

 

 

그와 그의 조상들과 더불어 계약을 체결하신 절대자는 인류에게 그 해답을 명쾌하게 가르쳐주시지 않았다.

 

 

심지어 알렉과 같은 세기의 천재에게도 그 정답의 이해만은 허락되지 않았다.

 

 

어찌 호두만한 뇌를 지닌 인간이 높으신 뜻에 의구심을 품으리요.

 

 

그것을 마땅히 인정해야 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사무치는 의문에 가슴에 고통이 임하는 것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하늘은 인류를 정녕 외면하신 것인가.

 

 

그렇지 않음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그렇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어찌하여 그분께서는 친히 호흡하는 살과 피를 입고 세상을 돌보시고 보듬으셨으면서 다시금 그들을 땅 위에 남겨두고 떠나셨단 말인가.

 

 

왜 세상은 그분 이후로도 여전히 혼탁하고 어둡단 말인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우리를, 크리스토프와 그의 후손들을 언약으로 묶으셨습니까? 그 부르심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악을 억제하기 위한 족쇄입니까? 그것이 아니면…….’

 

 

 

 

 

우리 또한 당신의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가련한 자들입니까?

 

 

알렉시스는 하늘을 향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한탄에만 잠겨 감상에 빠지는 건 연약한 자들의 몫으로 맡겨도 족하다.

 

 

지금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언약을 제안하신 이의 뜻대로 행동하는 것.

 

 

설령 그 가야할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고 해도,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걸어가는 것 같은 기분일지라도.

 

 

당장은 두려움이라는 물살을 넘어 한 발자국을 내디뎌야 했다.

 

 

 

 

 

‘그래, 내일은 크리스마스잖아.’

 

 

 

 

 

착한 아이에게는 선물을, 못된 아이에게는 징벌을.

 

 

하나님께서 그 일을 자신 같은 대행자에게 맡겼다면 마땅히 기대에 부응하리.

 

 

 

 

 

‘누군가는 선물을 전하는 역할을 해야해.’

 

 

 

 

 

허허벌판의 초원에 상륙한 아이언로드.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이 솜처럼 소복소복 땅에 쌓이는 중이었다.

 

 

 

 

 

어느덧 다가온 크리스마스 이브.

 

 

 

 

 

하늘로부터 내려온 한 아기를 경배하는 날.

 

 

가련하고 불쌍한 존재들, 어두컴컴한 운명에 속박되어 질식되어가는 비참한 인류를 굽어살피신 그분의 은혜를 돌아보는 날.

 

 

오늘만은 싸움을 멈추고 쉬고 싶었다.

 

 

그러나 책임을 맡은 존재로서, 오늘이기에 더욱더 싸울 수밖에 없었다.

 

 

 

 

 

축복의 선물인 그 아기를 감히 살해하려 했던 패역한 왕.

 

 

영영토록 저주받을 헤롯의 후예들을 그분 대신 심판하리라.

 

 

 

 

 

알렉시스는 전율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결의를 굳혔다.

 

 

 

 

 

뜻을 굳힌 그는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중 앞에, 스크린 앞에 섰다.

 

 

황제를 대신해 구대륙의 모든 시민 앞에서 축복과 격려의 연설을 하였다.

 

 

크리스마스는 브리튼이 기리는 여러 공휴일 가운데 가장 중대하고 기쁜 축제 중 하나였다.

 

 

지도자로서 마땅히 이 날을 기려 사람들을 기쁨으로 충전해줄 의무가 있었다.

 

 

 

 

 

한때는 상업적으로 변질되기도 했던 그날.

 

 

산타라는 우상에게 영광을 도둑질 당했던 그날.

 

 

근 10년 사이에는 다행스럽게도 알폰스 1세의 헌신과 노력으로 인해 성탄절의 올바른 의미를 바로잡고자 하는 물결이 일었다.

 

 

그의 맏아들로서 알렉시스는 이 날의 의미, 그리고 그리스도의 은혜 위에 다시 세워졌던 자신의 조국의 의미를 친히 민중에게 가르쳐주었다.

 

 

 

 

 

“나보다 높으신 나의 반석, 내가 아닌 그분께서 여러분의 참된 왕이 되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 나의 시민들에게 그분의 평안과 축복이 영원토록 함께하기를.”

 

 

 

 

 

브리튼 제국에는 공식적인 국교가 따로 없다.

 

 

헨리 7세 이전까지는 가톨릭을 국교로 삼았으나 그의 맏손녀 율리시아가 그 병폐를 청산하였으며 그녀의 아들 크리스토프는 공식적으로 국교라는 개념을 폐기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영혼의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리튼이 수호하는 가치의 본질은 엄연히 성경이었다.

 

 

사람들에게 그 믿음을 결코 강요하지 않되, 스스로 그 가치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돕고 인도하는 것이 브리튼 황가의 책무.

 

 

그렇기에 완전한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중대 행사에서는 항상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의 이름이 선포되었다.

 

 

또한 국가 주요 정책들 또한 그 원리와 뜻 아래에서 기획되었다.

 

 

 

 

 

그러므로 알렉시스 같은 국가 최고위 지도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신의 이름을 선포하고 특정 종교의 의미와 세계관을 내세우는 일은 전혀 특이하거나 비상식적인 일이 아니었다.

 

 

언약이 체결된 이후로 여태껏 역대 황제는 항상 계승식 때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신께 맹약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더 큰 권위 앞에 낮추었다.

 

 

그러한 문화적 배경을 알기에 국민들은 자신과 종교관이 다를지라도 브리튼 지도자가 이같이 행동하고 선포하는 것을 눈감아주고 이해해주었다.

 

 

 

 

 

물론 비교적 긴 세월 브리튼 속에 융화되어 하나가 된 민족들이 그러하였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흡수된 세계는 온도차가 있었다.

 

 

분명 불편감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민중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알렉시스라는 인물의 출중함 덕분에 큰 문제는 안 되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브리튼 황가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평가하기 이전에, 그들과의 사상 차이로 인해 실족하기 이전에, 영웅에 대한 동경심으로 인하여 알렉시스에게 열광하였다.

 

 

이러한 열정적인 인기는 사실 이전 세대 황좌의 주인에게도 항상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 세대는 세계촌의 단일화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함인지 그 규모가 특히 거대했다.

 

 

 

 

 

전설적인 수준의 능력.

 

 

압도적이고 단단한 체격.

 

 

원래 나이 이상의 지혜로운 연륜.

 

 

그에 반비례하는 젊고 생기넘치는 육체.

 

 

지구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주도해내는 지혜와 천재성.

 

 

대전쟁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전쟁 영웅으로서의 명성,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민족을 막론하고 공인된, 세계 제일의 미남이라고 인정받는 수려하고 잘생긴 외모까지.

 

 

정치인으로서 이보다 더 막강한 존재감은 이론상 존재할 수 없었다.

 

 

 

 

 

이러한 거물이 겸손과 탈권위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민중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였으니 모든 이가 그의 가치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필연적 수순이었다.

 

 

만인의 동경을 받는 이가 유행을 이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저런 분이 다스리는 세상의 질서라면 얼마든지 순응해볼 가치가 있겠지.’

 

 

 

 

 

비록 그 유행을 무작정 팬심으로 따라가는 것이 개개인의 참되고 진실한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영향력의 탁월성만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

 

 

 

 

 

연설을 마친 뒤 알렉시스는 여러 정치인, 행정가, 학자, 경영자, 법조인들과 더불어 격려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 뒤 그는 곧바로 휴식도 없이 중대 프로젝트의 개시로 돌입했다.

 

 

 

 

 

“아버지, 크리스마스만큼은 안식을 누리라고 누차 권면하셨건만, 아무래도 올해는 지키기가 좀 어려울 것 같군요.”

 

 

 

 

 

존경하는 아버지인 황제에게 안부의 편지를 전송한 알렉시스.

 

 

 

 

 

“행복한 하루 되시길. 황후 전하도,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아우들도.”

 

 

 

 

 

그 직후 그는 인공지능 비서들을 소환하여 활성화하였다.

 

 

아울러 여섯 컨티넌트의 핫라인들도 가동하였다.

 

 

 

 

 

“세계 시민들에게 올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릴 차례입니다.”

 

 

 

 

 

프로젝트, 프레젠트 일렉션.

 

 

최신형 차세대 인공지능인 ‘가디언엔젤’ 시리즈를 전송하는 작업.

 

 

 

 

 

시장 지배력을 통해 자유경제 시스템을 매개로 전달되었던 마인드 퓨리파이어와는 달리, 새 물건은 국가 공권력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배분될 계획이었다.

 

 

선택받은 자들을 위한 값없는 선물의 방식으로.

 

 

 

 

 

출정 명령을 받은 무인 비행기 수백 대가 대륙 사방으로 흩어졌다.

 

 

거기서 나온 수십 기의 드론들도 모든 유인 지대를 아우르며 탐색을 개시했다.

 

 

 

 

 

‘첫 날은 한 명부터.’

 

 

 

 

 

각 드론은 가장 작은 단위의 단말기 드론을 사출했다.

 

 

사실상 승하물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무작위 투척에 가까워보이는 살포.

 

 

과거 이념 대립의 시대에도 종종 제국은 연방을 상대로 저와 같은 원시적인 방법의 투하를 프로파간다 전쟁의 용도로 사용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탑재물의 본질이 달랐다.

 

 

 

 

 

‘드론과 무인 비행정들도 일정 부분은 데이터에 근거해서 움직이도록 설정해두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결정하지는 않도록 제한해뒀지.’

 

 

 

 

 

운반선의 인공지능들이 수행할 작업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었다.

 

 

먼저, 프로젝트의 효율성이 가장 극대화 되어 나타날 지역을 선정하는 것.

 

 

그리고 그 지역의 전반적 지정학적 구조를 살펴 가능성과 변수를 계산하는 일.

 

 

이후 현실적 조건을 반영하여 탑재물 투척의 순서와 타이밍을 결정하는 일.

 

 

나아가 각 지역 가운데 ‘적합한 후보’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세부 구역을 우선순위 재정렬 알고리즘에 의거햐여 탐색한 뒤 배분 패턴과 순서를 정하는 일.

 

 

여기까지는 정석 중의 정석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개인이 선물을 받을 것인지는 프로그램해두지 않았다.

 

 

심지어 알렉시스 자신조차도 그것을 함부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더 나아가 운명의 제비뽑기 결과를 조작하거나 감시하지도 못하도록 안배를 해뒀다.

 

 

 

 

 

‘최종 결정은 가디언엔젤들에게 맡긴다.’

 

 

 

 

 

무인비행선나 무인비행기, 드론과 서브 드론 같은 운반자가 아닌, 내용물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도록 이미 프로그램되었다.

 

 

더 정확히는 가디언엔젤들 속에 내장된 특성을 기반으로 ‘잠재적 주인’과의 상호작용과 교류를 통해서 제비뽑기 결과가 결정되도록 만들어두었다.

 

 

알렉시스는 여기에 ‘운명’ 내지는 ‘섭리’가 개입할 틈새가 충분하리라 믿었다.

 

 

가디언엔젤의 특성상 그것들은 적합한 주인의 적합한 마음에 반응하여 그 효력이 증대될 것이고 이는 자석이 철을 이끌 듯 자연스레 올바른 주인에게로 이끌리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불편하고도 비효율적인 방법을 구태여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정말 가디언엔젤이 아미타브의 이론대로 행동할지를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

 

 

 

 

 

오늘 그 테스트로써 가디언엔젤 최초 개체와 주인의 만남이 주선되었다.

 

 

 

 

 

소형 디바이스의 형태로 위장된 그 선물은 인간의 계측이나 계산의 영역을 벗어나 마침내 한 아이의 손에 안착하였다.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은밀하고 작지만 위대한 모습으로.

 

 

 

 

 

{반가워. 친구야.}

 

 

 

 

 

살포된 다른 개체들은 아직 제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직 날이 이르지 않았을뿐, 그들을 위한 날들도 예비된 상태였다.

 

 

가디언엔젤들은 인간계의 다른 인공지능이나 계측 장비들로부터 스스로를 은폐한 채 주인을 감찰하며 잠잠히 자신을 쥐어줄 이를 기다리고 유인했다.

 

 

 

 

 

{Day-1의 선택 프로세스가 완료되었습니다.}

 

 

 

 

 

알렉시스에게는 한 기의 가디언엔젤과 그 주인이 만났음을 보고하는 메시지만이 돌아왔다.

 

 

어떤 이가 그것을 쥐었는지는 모른다.

 

 

적합한 후보가 소유했기를 바라는 소망뿐이었다.

 

 

 

 

 

‘뭐, 곧 알 수 있게 되겠지.’

 

 

 

 

 

선택 프로세스는 다단계 작업.

 

 

첫 날의 선택을 통해 가디언엔젤과 그 잠정적 소유주 간의 온전한 파트너십 형성 기능이 증명되면, 그 기능은 곧 다른 가디언엔젤 개체들에게도 업데이트된다.

 

 

선택 능력은 점차 정교화되고 강화되어 궁극적으로는 완성 단계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은택의 폭은 차츰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도록 계획되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곧 프로젝트 둘째 날이 이르렀다.

 

 

이번에는 두 명의 인간에게 선택의 은혜가 내려졌다.

 

 

한 사람은 공동체를 이끄는 어느 늙은이, 다른 하나는 어린 청년이었다.

 

 

 

 

 

이윽고 다시 날이 밝았고 이번에는 네 명의 사람이 선택받았다.

 

 

두 여인과 그들의 남편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세 날에 걸쳐 선택된 이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세상이 이해하지 못한, 보배로운 가치가 내재되어 있었다.

 

 

 

 

 

다음 날이 다시 이르자 북서부, 북부, 남동부, 남서부, 중앙, 동부 컨티넌트, 그리고 두 개의 섬에서 각각 하나씩 여덟 사람이 가디언엔젤의 주인이 되었다.

 

 

 

 

 

플랜에 따르면 선택 프로세스는 하루에 한 번씩, 매일 그 전날의 두 배의 인원이 혜택을 입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계획안은 열흘 동안 오차가 탈락자 없이 충실히 이뤄졌다.

 

 

이천 명이 넘는 인원이 시나브로 가디언엔젤의 소유자가 되었다.

 

 

 

 

 

그리고 열흘 째가 되던 날, 충분한 준비 예열 과정을 거친 가디언엔젤들은 주인과의 상호교류를 통해서 강화된 자신의 잠재력을 본격적으로 발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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