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86회 [2부] 7화. 에쉬튼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1.27 | 회차평점 ![]() |
브리튼 제국의 경찰력의 히든카드요 정보력의 중심은 단연 중앙정보국이다.
그곳은 전 세계 모든 민족 가운데 최고의 요원들만을 모아놓은 드림 팀이다.
중앙정보국에 입사하려는 자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고학력, IQ 150 이상의 두뇌에 더하여 한없이 완벽에 가까운 신체 능력과 운동 신경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다양한 분야의 석학급 권위와 학식을 갖추었다.
현실 감각, 순간 판단력, 위기 대응 능력 및 일머리는 그보다 더 뛰어났다.
이러한 우수한 멤버들에 더해 조직 구성 또한 체계적이고 탄탄했다.
또한 모든 시스템이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외부에서의 침투나 첩보는 불가능했다.
반대로 중앙정보국은 세상 그 어떤 집단으로도 침투할 수 있었다.
브리튼 정부 입장에서 중앙정보국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요긴하게 휘두를 수 있는 비기였다.
이미 1차 대전 이전부터 설립되었던 이 집단은 세 차례의 대전쟁에서 매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었다.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브리튼 측에 승리의 열쇠를 가져다주었다.
이들 덕에 물리전보다 더 중요하다던 정보전에서 늘 브리튼은 고지를 점했다.
첩보에 있어서도 중앙정보국은 적국보다 늘 몇 수 앞서 행동하였다.
유럽과 근동을 상대로 2차 대전을 치르던 당시에는 이들의 첩보술이 하이드라의 파시스트 세계와 오토만 제국을 패망시키는 데 20% 정도 기여도를 차지했다.
3차 대전 때에도 중앙정보국은 커뮤니스트 연방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일에 큰 역할을 하였다.
최근까지도 제국의 이 강력한 무기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스스로를 갈고 닦아 진화를 거듭하였다.
첨단 기술력과 신식 교육으로 옷을 입고 더욱 강력히 무장되었다.
아울러 브리튼이 세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었다.
전에는 적국에 간섭할 때 제한적인 형태로만 힘을 미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세계 전체가 홈그라운드가 되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브리튼은 전후 십수 년간 세계에 암약하던 남은 범죄 집단 대부분을 뿌리뽑을 수 있었다.
아울러 잠정적인 위험 세력들까지도.
이슬람교와 같이 황태자의 직접적인 개입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전 지구적 권세가 아니면 대부분의 반국가 세력은 이들 선에서 컨트롤이 가능했다.
이러한 근래 약진에는 두 가지의 혁신적 모멘텀이 작용하였다.
첫 번째는 유능한 원군(援軍)과의 협동 체계 설립이었다.
근 수년 간 중앙정보국은 용병왕 일당의 세력과 연합하여 일들을 추진하였다.
주로 중앙정보국이 배후 지원 및 정보 제공을 담당한다면 용병왕과 그의 비정규 연합 세력은 실질적 행동 대원을 맡는 식이었다.
보안은 철저히 이뤄졌고 얼핏 보기에는 두 세력 사이의 연대가 없어보였다.
덕분에 두 세력의 동맹은 물밑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하였다.
두 번째 모멘텀은 지도층에서의 건강한 세대 교체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쯤, 중앙정보국에는 새로운 국장이 취임하였다.
유례없이 젊은 나이의 취임이었기에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하지만 오로지 능력만으로 판단한다는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았다.
새 국장은 몇 차례의 작전만으로 실로 경이로운 성과를 거두었다.
전후에 뿌리뽑힌 범죄 집단 및 카르텔의 무려 25% 이상이 새 국장의 지휘 아래 소탕되거나 그의 간접적 개입으로 몰락 일로를 걸을 정도였다.
결국, 깐깐하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원로급의 백전노장들마저 그 젊은이를 리더로 오롯이 인정하게 되었다.
오해할까봐 미리 말해두지만, 그의 승진은 딱히 그의 배경과는 관련 없었다.
많은 중앙정보국 멤버들이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오해를 하곤 했다.
사실 그렇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국장직에 오른 에쉬튼이라는 이름의 청년은 황족 방계 출생이었다.
더 정확히는 8살 이후로는 정식으로 황제 부부에게 입양되었으니 현재 공식적인 신분은 황자였다.
직계 혈통이 아니다보니 황가에서 에쉬튼은 입지는 애매했다.
뛰어난 형제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지키려면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는 머리가 매우 똑똑했기에 진로만 잘 택해서 부단히 노력하면 자신의 쓸모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애초에 황자들 못지 않은 자질을 지닌 새싹이라 입양될 수 있던 것이기도 했고.
그렇게 그가 결정한 길이 지금의 진로였다.
어린 시절부터 착실히 공부하고 실력을 갖춘 그는 조기 졸업으로 학위를 모두 받은 뒤 본격적으로 실무를 시작하였다.
이후 이례적인 진급 속도로 커리어를 쌓은 그는 스무살 무렵에는 중앙정보국에 당당히 입사하였다.
그때부터 각종 맹활약을 거두어 업계의 주목을 끌어모았다.
수많은 성과를 통해 그는 정상 레벨의 능력치를 모두에게 선보였다.
불과 4년 만에 국장직으로 승진한 것은 바로 그 비상한 실력 덕택이었다.
*
제도(帝都)에서는 새해맞이 축제가 한창인 동안,
파견 근무 중이던 에쉬튼 쪽 현지 시각은 오후 일곱시 가량이었다.
아무리 내일이 휴일이고 가족 행사라고는 해도 오늘 임무에는 면제가 없는 법.
야근이 일상인 직종답게 그는 오늘도 업무실에서 시간을 떼웠다.
대부분의 요원들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퇴근하였다.
하지만 책임자는 몸소 모범을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
특히 요새는 이것저것 고민하고 전략을 조성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리더인 자신이 맡은 책임이기에 분위기에 마냥 들떠 일을 제치긴 어려웠다.
“거참 못해먹겠구먼.”
흑색에 가까운 고동색 머리카락의 청년은 툴툴거렸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눈과 머리는 열심히 양자컴퓨터와 연동된 홀로그램 모니터들과 더불어 씨름하는 중이었다.
수많은 정보의 편린들이 그의 뇌세포들 속을 스쳐가며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그의 곁에는 그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부관, 마크 맥라렌이 있었다.
백금발에 맑은 색채의 벽안을 소유한 키가 훤칠한 사나이인 마크는 에쉬튼이 가장 신뢰하는 부하였다.
그는 세계 전반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요원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민첩한 두뇌와 뛰어난 신체 능력을 비롯해 요원에게 필요한 자질은 모두 갖춘 인재였다.
에쉬튼이 전략가라면 마크는 그의 행동 대장이었다.
그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충견이기도 했다.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군말 않고 해결해내는 해결사.
“새해 전날까지 부려먹어서 미안하네, 마크.”
“국장님을 보좌하는 업무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어 기쁠 뿐입니다.”
“어우, 오글거리니까 그런 말은 할 필요없다. 뭐, 그래도 유능한만큼 부려먹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나도 염치는 안단 말이지.”
그러나 마크는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눈초리였다.
이렇게 과도한 충성심이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 너밖에 없다. 그래도 되도록 빨리 간략하게 끝내자고. 와이프랑 자식들이 기다리겠다. 홀몸인 내가 괜히 챙길 식구들 있는 사람 시간 뺏으면 안 되지.”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책무는 제때 다 마치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류 작업 및 주요 정보 관련 검색과 논의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크가 보조자가 되어 핵심 사항들을 보고하면 에쉬튼은 중요 안건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전략을 세웠다.
중간 중간 졸음기를 쫓기 위해 에쉬튼은 잡담을 섞어 넣었다.
“내일 어디 놀러가?”
“아이들 데리고 국립 공원을 견학할 계획입니다.”
“오오, 그거 좋지. 큰 애가 다섯 살이었던가?”
“맞습니다.”
“아무튼 다들 하루 정도는 푹 쉬자고. 그간 당직이며 비밀 근무며 주말 밤낮 없이 일했으니까. 이 기회에 가족들이랑도 추억을 쌓고.”
“국장님께서는 중요한 가족 행사를 챙겨야 하지 않습니까?”
“아아, 그렇지.”
에쉬튼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주 중대한 행사지. 원래라면 제국 전체의 축제일이어야 했는데, 그 양반들이 그런 날은 또 귀찮은 걸 싫어하셔서. 대신 나처럼 가문의 일원이라면 뭐.”
옅은 자색 기운이 감도는 흑갈색의 동공이 피곤으로 물들었다.
“꼼짝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붙어있어야지.”
부하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막역한 친구였던 마크는 에쉬튼의 범상치 않은 가정 배경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자기 가문에 지워진 명성과 책무를 얼마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일원으로서 제 값을 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는지를.
‘입양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평생 묵묵히 그림자로 헌신하셨다.’
하지만 에쉬튼이 그 집안에서 찬밥 신세인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그건 또 그렇지가 않았다.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는, 혹은 찬란히 빛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워낙에 지나치게 잘난 형들과 동생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차별받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았다.
아마 애매한 위치 때문에 본인 스스로 집안 한 가운데서 은근한 부담감과 거리감을 느꼈을 뿐이리라.
천덕꾸러기 동생 노릇을 할 여유와 입장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위축되어 이런 저런 피곤한 인생을 자처한 것이겠지.
하지만 마크가 생각하기에 에쉬튼은 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을 듯했다.
애초에 에쉬튼의 재능도 결코 평범한 축이 아니지만, 설령 집안 내에서 상대적으로 평범한 축이라고 한들 어떠한가.
그것을 용납해주지 못할 그분들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황태자 전하께서는 국장님을 각별히 아끼시지 않습니까?”
마크는 에쉬튼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일부러 우호적인 인물을 거론했다.
“어우, 그 형님은 정말 무섭지.”
“무섭다니요?”
“아, 엄격하다는 게 아니라, 부담스러워서. 나만 만나면 맨날 다짜고짜 부둥켜안고 애정 표현을 남발하니까.”
“그건 국장님이 가족들과 자주 못 보니까 반가워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 본인도 그렇다고 말은 하는데, 그 덩치로 꽉 끌어안으면 뼈고 뭐고 다 부러진다고. 근력은 용병왕 그 근육 괴물보다도 더 하다니까. 저번엔 정말 탈골되는 줄 알았다구.”
“그만큼 애정이 진하고 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휴, 말이나 못하면.”
에쉬튼은 툴툴거렸다.
“그래 맞아, 큰형님은 다정하시지. 특히나 나처럼 방계 출신이거나 입양아 출신이면 의도적으로 더욱 노골적으로 챙겨주신단 말이지. 우리가 자칫 소속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래, 아마도 그런 차원의 배려이리라.
황후의 자녀들이자 정통인 그 일곱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부러 가장 높으신 형님께서 눈여겨 보신 것이겠지.
그러면 형님이라면 죽고 못사는 그 일곱도 자연스레 입양아들의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계산이 아니었을까?
“괜히 그래서 내일 같은 날은 부담된단 말이야. 빚진 건 많은데 딱히 해드릴 수 있는 건 없고.”
“그저 국장님께서 진심으로 형제애를 표현하시는 것만으로도 뿌듯해하고 고마워하실 것입니다.”
“크큭.”
잠시 쉬어가는 김에 둘은 제도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틀었다.
공교롭게도 연예인 시상식 방송이 눈에 들어왔고 때마침 최고의 영예를 수여하는 순서였다.
언제나 그랬듯 모든 스타들 위의 스타가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에쉬튼은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씁쓸했다.
그래, 저런 것이야말로 진짜 브리튼 제국의 황자다운 잘난 인간의 표상이지.
“자알~생기기도 했네. 하긴 우리 요원들도 이안만 보면 다 좋아 죽더라.”
“확실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요새는 남자들도 죄다 저 친구 팬이라며? 재능은 재능이야.”
“국장님도 객관적으로 상당히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립서비스는 됐어. 내가 무슨. 형제들 사이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지.”
흥미를 잃은 에쉬튼은 TV를 껐다.
둘은 이제 오늘의 마무리 작업으로 내년부터 진행될 가장 중요한 기밀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외부 유출은 극도로 주의하도록.”
평상시의 가볍고 호쾌한 성격과 달리 임무를 대할 때만은 에쉬튼의 태도도 항상 무한히 무겁고 진중했다.
직전까지 웃고 떠들던 가벼운 젊은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무시무시한 계산력, 치밀한 정신, 그리고 여러 수를 계획하는 교활함까지, 에쉬튼이라는 인간의 본연의 색채는 이런 쪽에 더 가까웠다.
사색하며 전략을 구상하는 그에게서 전해지는 짙은 위화감,
절친인 마크마저 긴장으로 움츠러들게 할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그들을 도마 위에 올릴 생각이야.”
지금껏 수많은 범죄 조직을 상대로 승리해왔던 중앙정보국이었다.
이슬람처럼 논외의 규모를 지닌 권세야 예외로 친다 해도, 나머지 악당 무리에게는 지금껏 싸움의 주도권을 내준 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맞상대할 적들은 다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어둠의 카르텔을 상대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악마숭배자들.’
인류의 적폐청산과 브리튼 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할 무리.
그러나 그 신비주의적 성향과 치밀한 위장 능력, 교묘한 침투 실력으로 인해 여태 꼬리를 잡지 못한 자들.
본질은 사악하나 법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기는 몹시 애매한 자들이다.
게다가 용의자들만 있을뿐 아직 누가 진범이며 누가 정말로 그들의 일원인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작업부터가 만만치 않은 표적물이었다.
“오기가 생기네. 승부욕을 자극하는 사냥감이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재계 및 정계 중앙에 포진한 인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황실의 힘이 절대적으로 더 강하긴 했지만, 수색하여 토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제대로 해내야지. 아무도 숨지 못하도록. 신중히 유인해서 결정적 순간에 모조리 끝장을 내야지.”
에쉬튼 카드모스 브라이틀란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굳이 그런 저열한 무리를 상대하는 데 황태자까지 손 더럽힐 이유는 없다.
고래를 잡는 데는 고래 잡는 칼이, 닭을 잡는 데는 닭 잡는 칼이 필요한 법.
이번 문제는 큰 손에게 힘을 벌리지 말고 형제들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
황후의 자녀들도 분명 그렇게 기대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자신도 한 일원으로서 그 기대에 부응해줘야겠지.
‘올해는 큰 걸 준비하긴 어렵겠지만, 이왕 내년 1월 1일에는 거한 선물을 드리게 되었으면 좋겠네.’
황태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생일 선물이 있을까?
그분의 친어머니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한 그자들,
헛된 야망에 사로잡힌 세계정부주의자들과 사탄숭배자들,
곧 두로(Tyre)와 바빌론(Babylon)과 에돔(Edom)의 영적 후예들.
그들을 희생 제물로 드린다면, 모르긴 해도 형님도 꽤 흡족해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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