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22회 [2부] 43화. Research&Development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5.02 | 회차평점 ![]() |
성경에 ‘악인에게는 평강이 없다’라고 말하였던 것처럼 사악한 자들이 평안도 기쁨도 없이 근심하는 와중, 알렉시스는 나라와 시민들의 일들을 고민하느라 나뉘지 않은 마음으로 매일 매일을 열정적으로 강렬하게 보내는 중이었다. 옛 친구인 랄프의 조언대로 자기 손을 벗어난 일들을 잠시 하나님의 섭리에 맡겨두고 할 수 있는 일들에만 집중하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되려 감소했다. 전보다 육체의 에너지가 넘쳐났으며 논리력도 보다 더 예리한 칼처럼 다듬어졌고 창조적인 생각들도 풍부히 샘솟았다.
이제 20년 가량의 훈련을 통해 정치와 경영에 극도로 노련해진 알렉시스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풍성하게 생산성을 발휘하였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컨퍼런스와 회담과 협상을 이끌며 유의미한 결과들을 산출하였고, 개인 단위와 팀 단위의 연구 및 프로젝트들도 성공적인 방향으로 확장시켜 가는 중이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도 그의 정교한 청사진대로 차근차근 마련되는 중이었다. 먼저는 커버넌트 그룹을 기본 모체로 하여 만들어질 수많은 건강한 차세대 기업체들, 곧 그가 황위에 오르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때 어머니 기업에서 생성되어 나올 젊고 역동적인 딸들이 신개념 차세대 문명의 건설을 감당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적용될 신기술들, 이것들은 곧 문명사적인 변혁의 큰 획을 그음으로써 전에 보지 못한 브리튼 제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뒤를 이을 후배 세대의 인재들의 대대적인 발굴, 이제 이들의 재능과 헌신이 주는 원동력을 바탕으로 더는 인류가 브리튼 황가의 후계자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역사가 완비되리라.
“국가 운영의 비용 소모가 상당히 효율적으로 절감되었어.”
적갈색 머리의 청년은 몹시 고무적인 감정으로 보고서들을 점검하며 평가하였다. 그간 방치되었던 각종 비효율적인 흐름의 대부분이 신중한 가지치기를 통해 큰 부작용 없이 제거되었다. 부정부패 및 병폐들도 이제는 상당부분 청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몇몇 무리의 과거 죄목들을 들춰내는 일은 별개이긴 하나, 그 부분은 중앙정보국에서 알아서 어련히 진행하겠지. 지금은 국가가 하나님의 설계대로 원래 갖춰야 할 정상적인 모습을 찾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제는 생산적인 역할들은 국민들과 인재들에게 돌려주고 국가는 본연의 임무로 복귀할 수 있겠어.”
알렉시스의 국가관은 간단했다. 창세기 말씀과 로마서 말씀에 기록된대로 국가는 선을 행하는 자들을 장려하고 칭찬하고 보호해야 하며, 악을 행하는 자들을 징계하고 교정하고 제거해야 한다. 그 이외의 일은 인간 문명을 구성하는 자유 시민들의 역할이어야 한다. 현재 알렉시스의 손 안에는 바로 이 국가의 역할과 시민들의 역할, 이 두 가지에 대한 카드들이 모두 충분했다. 마스터들과 관료들과 AOPA 출신 통치자들은 전자의 일을, 학자들과 기업가들과 전문가들은 후자의 일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예비된 자원들이다.
“게다가 생산력 증가로 인해 재정이 안정화되었으니 고부가가치 산업과 차세대 문명 산업에 지원할 여유 자원도 늘었지.”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흐름이 나타나 다행이로군요.}
그의 곁에서 모든 일들을 지혜롭게 보조해주는 궁극의 비서, 비블로스가 말했다.
{세입(稅入) 대부분은 커버넌트 코퍼레이션 그룹에서 나온 자본, 그나마도 규제를 높이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사회적 투자 차원에서 낸 세금. 덕분에 일반 시민에 대해서는 감세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죠.}
“뭐, 내 경우는 조금 예외적이니까. 국가 경영자가 따로 시간과 노력을 떼어내어 산업 경제 체계속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경우는 드물거든. 아무래도 내가 최고 경영자이다 보니 마음껏 사회 환원을 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
보통의 경우처럼 국가와 기업들이 경쟁 구도로 힘의 균형을 논하며 줄다리기를 하는 관계라면 아마 큰 딜레마가 따랐을 것이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에게 큰 자유와 권한을 허락하면 문명의 생산성은 증대되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복지의 균형을 담당할 힘은 감소한다.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면 자유로운 시장 체계의 생태계 균형 붕괴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한다.
그렇다고 아예 국가와 기업들을 일원화하면 커뮤니스트 연방이나 다름없이 압제적인 디스토피아 체계로 변해버리겠지.
반면, 브리튼과 알렉시스의 경우는 특수했다. 기업과 정부와 역할이 명확히 분리된 자유로운 경제 체계 속에서, 한 특별한 개인이 순수한 본인의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의 경영과 시장 속의 생산을 독립적으로 동시에 감당하는 체계. 이것은 체계로서의 특별함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특별함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예외적인 축복의 허락에 가까웠다. 아마도 다음 세대에서는 이 같은 요행이 인류에게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어쨌건 공적 역할과 사적 역할을 동시에 맡은 한 인간의 존재감 덕분에 이번 세대에서만큼은 기업의 이익은 곧 국가의 유익과 직결되고, 국가의 유익은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상관관계가 형성되었다. 쉽게 말해서 알렉시스 본인이 스스로 민간에 뛰어들어 생산성을 직접 증대시킨 뒤 그 재원을 바탕으로 본인이 직접 풍족한 세금을 냄으로써 국고를 채우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채워진 재정적 풍부함에 더해 국가 운영의 불필요한 군더더기의 절삭을 이룬 덕분에 미래를 준비할 씨앗에 투자할 여력들이 생겨났다.
{연구 투자금을 인상하실 생각입니까?}
“그래야지. 국가 차원에서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다른 영역이야 몰라도 우리의 미래를 건설해낼 힘은 아낌없이 키워내야 하거든.”
비블로스의 시선에 비친 주인은 여러모로 신기한 인간이었다. 지치지 않는 열정과 마르지 않은 정신적 에너지. 인간의 청춘에 담긴 끓어오르는 혈기만으로는 설명되기 힘든, 보다 더 깊은 차원의 힘이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기계인 자신도 노고로 인해 소모되기 마련이거늘, 알렉시스는 어째서 끝없이 도전하고 시도하고 노력하고 성취하고도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을까.
{문명 건설과 과학 혁신에 진심인 인간이로군. 그러면서도 책임감 있고 규모 있는 방식으로 절제된 질서와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어. 과학 문명에 집어삼켜지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비블로스 자신의 원본인 로빈은 자기 상사의 이런 지혜롭고 독창적인 면모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겠지만, 정작 과학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얕고 과문한 탓에 알렉시스의 그 엄청난 정신 에너지의 위력을 온전히 체감하지는 못했다. 반면, 비블로스는 자신 속의 가디언엔젤 비서들을 깨우기 위해 잠시 동면에 드는 때를 제외하면, 매순간 생생히 이 인간을 관찰하며 흥미진진한 학습을 하였다. 그것은 기계의 인지력의 한계를 넘어선 짜릿함과 자극을 주는 경험이었다.
{이 사람이 건설할 세계를 구경해보고 싶군.}
현재 알렉시스는 국가의 황태자로서, 세계 최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그리고 그를 떠나 한 개인으로서 숱한 석학들과 천재들과 현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과학 분야는 특히나 더욱 그러했는데, 유난히 시대를 앞선 천재들이 많이 속출한 현 괴물급 세대 가운데서도 쓸만한 자는 모조리 그가 소유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알렉시스 휘하에서 몇 개의 강력한 드림팀을 이루었는데, 하나하나가 한 세기를 바꾸는 저력을 지녔다. 각 팀 안에는 최상위의 발명가와 공학자, 순수학문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명석한 경영인들, 시세를 아는 분석가들, 미래 예견에 능통한 지식인들, 오피니언 리더들, 산업 변천에 민감한 유능한 정치인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기계 공학, 컴퓨터 공학, 사이버월드 구축과 인공지능 기술의 정점인 팀 아르다에 대해서는 이미 온 세상에 그 존재감과 명성이 알려졌다. 그 멤버들은 전문 과학자가 아닌 다른 역할을 맡은 기업인이나 정치인이라 해도 아마추어로서 보통의 과학자들을 능가하는 지성을 갖추었고, 전문가는 하나하나가 자기 분야에서 현 시대 정점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러 히든카드 중 하나일뿐, 유일한 카드는 아니었다.
우주 공학과 항공 공학, 천체물리학에 특화되어 우주 산업과 함선 제조에 선두를 달리는 리더는 ‘팀 제즈리엘(Team-Jezreel)’이었다. 최첨단 함선 아이언로드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걸작들이 설계부터 보정과 완성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손을 거쳤다. 현재 이들은 인공위성을 넘어 태양계 개척을 위한 차세대 계획을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중이었다.
한편, ‘팀 베델(Team-Bethel)’은 입자 물리학, 최신 현대물리학, 초끈 이론, 양자 역학 및 차원 물리학과 그것들의 공학적 응용의 전문가들이 모인 드림팀이었다. 세계의 물리적 원리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이들의 이해를 따라갈 이들이 없었다. 현재 세계 각지의 수백 기의 입자가속기들이 이들에 의해 경영되는 중이었고, 알렉시스 황태자의 지원 하에 시대를 바꿀 여러 기술들을 쉴새없이 창조해내는 중이었다.
미시 레벨의 공학, 나노 과학, 신소재 및 신물질 관련 물리화학을 이끌어나가는 선두주자는 ‘팀 사이나이(Team Sinai)’였다. 과장을 약간 섞어서 인류가 만들어낸 독창적 발명 물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 최상위 80%는 이들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팀 사이나이는 현재 각종 나노머신을 발명하여 의학 및 기계 공학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중이었다.
에너지 공학, 실용적인 화학과 물리학, 각종 생산 인프라 구축을 기획하는 발명가들은 ‘팀 나르니아(Team-Narnia)’. 이들이 바로 현재 거의 상용화 직전까지 온 저온 핵융합 및 상온 초전도체를 구축해온 공신들이었다.
한편, ‘팀 원더랜드(Team-Wonderland)’는 생명공학과 의학, 생물학 및 각종 차세대 나노생물 공학의 리더였는데, 알렉시스가 몹시 아끼는 의학계의 최고 리더들인 신의(神醫)들 중 반 이상이 팀의 명예 멤버들이었다. 황태자에게 유용한 기술력을 제공한 앨리스도 전직 팀 원더랜드 출신으로 지금은 독립적으로 자신의 연구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규모 면에서나 인재풀 면에서나 가장 탁월하며 가장 수수께끼에 싸인 황태자의 히든카드는 ‘팀 에덴(Team-Eden)’이라 불렸다. 이들은 산업과 순수과학과 공학의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들의 모임으로 탁월한 협응력과 연합력 덕분에 하나의 유기체와도 같았다. 개개인 단위라면 몰라도 팀 단위에서는 독창성, 창조성, 건설성 면에서 이들을 따라올 팀이 없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황태자의 권위를 철저히 인정하고 복종한다는 점인데, 이는 사실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하는 천재가 여럿 모인 팀들이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괴짜들이 잔뜩 모인 집단이며 그런만큼 컨트롤이 어려웠다. 브리튼이 힘으로 전문가들을 찍어누르는 국가도 아니고 우수한 인재라면 감싸고 돌며 과도할 정도로 우대하는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일곱 팀의 멤버들 모두 프라이드가 강했고 권력자와 관료의 통제에 수긍하지도 않았다. 아마 상대가 황제여도 자신들의 과학자로서의 신념에 어긋나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유일하게 황태자에게만 대우가 달랐는데, 이는 그들의 동류로 인정할 수준의 재능을 지니기도 했을뿐더러 천재들의 각종 탐구욕과 성취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잘 충족시켜주는 위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너그럽고 후한 지원과 후원이라던가.
물론 예지력은 어찌나 귀신 같이 탁월한 지 어떠한 연구가 미래를 바꿀지, 어떤 것이 실패로 끝날지를 너무도 기가 막히게 잘 예측해내는 황태자는 한정된 자원을 올바르게 분배할 줄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능성을 항상 무시하지 않았고 아무리 사소해보이고 무시될 만한 것도 그 잠재력을 알아보았다. 그 덕에 경이로운 성취를 이뤄내어 세계적 발명가 혹은 학자로 발돋움을 한 후배들이 그야말로 한 트럭이었다.
장차 신(新) 문명 질서를 짓되 건전한 방향성을 갖춰 온건한 방식으로 지을 꿈을 품은 지금, 알렉시스에게는 이들 지혜자들과 천재들이 낳을 창조적 성취의 연쇄가 매우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섰다. 국가 재정의 안정화를 통해 얻은 여유 분량, 그리고 4차/5차 산업혁명의 혁신으로 얻은 자원 절약 및 환경보호의 성취를 디딤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리라. 그래서 폭력과 전쟁을 위한 기술 문명이 아닌 온전히 인간에게 유익이 되는 문명으로 진입하여 이전 세대의 수치들을 씻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였다.
“내 시대에 그 꿈이 이뤄질지, 아닐지는 몰라. 우리 시대 뒤에 어떤 사람이 올지도 감히 예측할 수 없지. 다음 세대에 올 이가 지혜로운 사람일지 어리석은 사람일지 그 누가 알겠어? (전 2:19) 어쩌면 우리 유산을 어리석게 남용하는 세대가 올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의 일에 손을 놓을 필요는 없지.”
{흠, 그렇습니까?}
솔직히 기계인 비블로스는 이러한 주인의 사고방식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죽음 이후에 인간은 이 세상의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 이후에 올 세상에 대한 통제권도 없고 그것의 운명을 좌우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하러 그토록 자기 세대에 후대를 위한 좋은 세상을 건설하려고 노력한단 말인가. 이름을 남기려는 명예욕 때문인가. 하지만 그러한 저급한 가치들에 의해 움직이기에는 알렉시스의 정신은 너무도 고상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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