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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37회 [2부] 58화. 동녘의 땅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6.09 | 회차평점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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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로 아시아 극동부의 이 작은 반도가 모든 위대한 유력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내내 버려진 땅으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이 땅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다. 뛰어난 실력이나 눈에 띄는 영향력과 지혜가 없을지라도, 이 땅을 돌아보며 헌신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빛도 없이 영광도 없이 묵묵히 이타적으로 자신을 내주었다.

 

 

그들 중 적잖은 수는 선교사 출신이거나 다른 직분으로 이 땅에 와서 선교의 직을 같이 겸한 경우였다. 가진 자원과 능력이 제한적인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었다. 주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맨땅에서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사람 구실 하도록 돕는 일이 그들의 몫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씨앗을 심기 전 땅을 기경하는 매우 중대한 사명이었다. 만약 그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후일 많은 수의 무리가 건너와 원조와 재건의 손길을 베풀었을 때 제대로 된 수확을 얻기 어려웠으리라.

 

 

한반도에 들어온 전대 세대의 브리튼인들은 후세대에 앞서 이 땅을 기도와 사랑으로 갈고 닦았다. 학교나 병원을 지을 변변한 자본력도 없었으나 조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최선을 다했다. 현지인들에게 위생과 보건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쳤으며 노동의 윤리를 교육하였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부터 성실하게 시작하도록 사람들을 격려하였다. 고아들과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교회당을 통해 배고픈 이들에게 작은 대접을 베풀었고 사랑을 알려주었다.

 

 

올해 테서렉틴을 따라서 이 땅에 들어온 브리튼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한반도 선교 1세대의 후배 격으로 2세대 후발대라고 볼 수 있었다.

 

 

2세대는 1세대와 비교했을 때 수적으로 배는 많았고 질적으로도 다양한 우수 인재를 두루 함유한 강력한 집단이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2세대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1세대와 브리튼 내의 여러 기독교인 및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테서렉틴은 비록 신입 정치인이었으나 능력이 매우 출중했으며 여러 실력자들과 두루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무려 황자 출신이었고 황태자와 황제에게 가장 신뢰 받는 황족이었기에 인맥 면에서도, 인망 면에서도 고지에 있었다. 그의 죽마고우들이나 가까운 인연 가운데 브리튼의 촉망 받는 인재들이 여럿 있었고 그들을 통해서 연결되는 다른 인재들도 수두룩했다.

 

 

그리고 그런 인재들 중 일부는 기독교 신앙을 가졌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주변에 독실한 그리스도인을 지인으로 둔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런 기독교인들은 또한 서로서로 공동체적 연결 관계가 긴밀했으며 다양한 선교 조직을 통해 협력하는 체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다른 대륙의 여러 교회 단체와 긴밀하게 묶여 있었다.

 

 

한반도 지역에 파견된 1세대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에 연이 맞닿아 있었다. 그들의 제자 중에서도 뜻이 깊고 사명감이 깊은 청년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이들 중에는 자신만의 전문적 실력과 커리어를 갖춘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이렇게 신앙심의 끈과 세속적 인맥의 끈과 전문성의 네트워크가 삼중으로 얽혔고 여기에 테서렉틴이라는 걸출한 거물이 구심점이 되었다. 세 종류의 실로 짜인 그물은 서로를 촘촘히 옭아매며 견인하였다. 이에 하늘의 섭리가 순탄한 순풍을 허락한 모양인지 일들이 술술 풀렸다. 테서렉틴의 포부 가득한 원정에 여러 크고 작은 단체들과 개인들이 같이 엮여들었다.

 

 

이리하여 1세대 선교사들의 오랜 땀과 염원은 마침내 빛을 보았다. 본국에 있던 경건한 제자 세대가 어르신들의 선한 소명에 합류하였다. 덤으로 여러 비기독교인들과 일반 단체들도 같이 엮여 유용한 도움을 주었다. 단번에 엄청난 양의 자본과 인재들과 기업들과 국가급 지원과 시스템적 조력이 공급되었고, 이것은 스테이트 재건 및 사회문화적 기틀 복원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1세대 선교사들 중에는 바로 이 땅 민족의 혈통을 이은 사람도 하나 있었다. 그는 원래 전쟁 이전 공산 치하에서 살던 사람으로 공산권을 탈출하여 수만 킬로미터의 우회로를 통과해 자유 진영에 귀순한 자였다. 그는 자신과 비슷하게 공산권에서 달아난 탈출민 출신 중 한 여인을 만나 타지에서 혼인하였고 그곳에서 한 딸을 얻었다.

 

 

전쟁이 끝나고 한반도가 상처뿐인 정치적 해방을 얻었을 때, 그는 깊은 마음의 부담에 눌렸다고 한다. 혈육인 동족을 뒤로 하고 혼자 자유를 얻으려 탈출했던 일에 미안함을 느꼈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은 알았다. 결과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한 그 도박은 값진 보상으로 돌아왔고 자신은 억눌림과 속박에서 벗어나 새 삶을 얻었다. 그 뒤에 홀로서기를 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으나 가축보다 못한 노예로 사는 것보다는 나았다. 덕분에 가정도 이루었고 새 이름도 얻었고, 무엇보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땅에 온 덕에 주님을 믿게 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렇게 믿음을 갖고 마음의 변화가 생기고 나니, 자신의 이기심이 주님 앞에 비춰졌고 부끄러움이 생겼다. 자신의 고향 땅에 있던 이들은 억눌림과 공산주의의 폭압 속에서 자유를 잃은 채, 참된 신을 알 기회도 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땅에서는 지옥 같은 인생을 살다가 죽어서는 정말로 지옥에 떨어질 불쌍한 인생들. 자신도 하마터면 그렇게 인생을 마감할뻔 했었지.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고심과 오랜 기도 끝에 양심과 소명의 목소리에 이끌려 세상 사람들 보기에 어리석게 보일 선택을 취했다. 힘겹게 노력해서 일군 정착의 삶을 뒤로 하고 볼모지인 고향 땅으로 돌아갔다. 선교사로서 남은 일생을 드리고 지난 날들의 마음의 빚을 갚겠다는 각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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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부부의 딸은 매우 영특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한민족의 피를 이어받았으나 출생지는 드넓은 외국 땅이었다. 이로 인해 그녀의 혼은 두 세계의 얼을 함께 계승하였고 이로써 보통의 또래보다 더 풍부한 내적 자원을 내포하게 되었다. 예로부터 유전되어 온, 하늘을 경외하고 사람을 사랑하려는 민족 정신, 그리고 그 정신의 참된 본체를 거울처럼 맑게 비쳐줄 진리의 가르침까지, 그녀는 장래를 위해 준비된 이 시대의 씨앗이었다.

 

 

만약 그녀의 동족과 함께 좁고 척박한 그 땅에 갇혀서만 지냈더라면 그녀는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깨워내지 못햇으리라. 자유롭고 광활한 타지의 터전은 어린 시절의 그녀가 영혼의 억눌림 없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뻗어내는 데 보탬이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그분들의 하나님에 대해 배웠고 어려서부터 성경을 배웠으며 동시에 발전된 문물을 보고 들으며 견문의 폭을 확장하였다.

 

 

그녀가 아직 열 살도 되기 이전, 브리튼 제국과 범 커뮤니스트 연방 사이의 대전쟁이 일어나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두고 온 고향의 소식을 듣고는 철렁 가라앉은 가슴을 안고 탄식하였다. 아직 어렸던 그녀는 그분들의 그 마음을 온전히 체감하지 못했다. 아직은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다 자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다행히 전쟁은 제국의 승리로 종결되었으나 두 사람의 고향은 파괴되었고 다시는 소생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종전 후 상황이 안정되자마자 선교사 부부는 손해를 감수하고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고 이를 자신의 딸에게도 전하였다. 부부는 외국인 출신이라 브리튼 내에서 기반이 튼튼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편이 아니었으며 지인도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고로 딸을 따로 맡길 장소란 없었고 부부의 사명이란 곧 딸을 동반자로 삼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결단은 딸에게 있어서 편안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보통의 아이였더라면 선교사의 자녀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겪는, ‘손해를 감수하는 미지의 삶’에 부담감이나 두려움 내지는 억울해하는 심정을 토로했으리라. 그녀라고 그런 복잡미묘한 심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녀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뒤쳐지는 해도 브리튼 제국에서의 안전한 삶과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의 밑바닥에서의 도전이 같은 선 상에서 비교될 수는 없었다. 마음이 무겁게 누렸고 불만과 착잡함과 우울함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나선 것은 단순히 부모님의 선택으로 인한 상황의 불가피함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했던 깊은 내면의 울림과 부름이 작동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당시 열 살이었던 그녀는 그것을 온전히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 없이 울먹거리며 우울한 마음으로 공항 한쪽 구석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렸다. 부모님 앞에서 울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홀로 스스로를 달래며 시간이 감정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우연의 장난인지 때마침 같은 시각에 같은 공항에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가 있었는데 그 항공편을 기다리던 다른 가족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 한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었는데, 마침 그 아들도 항공을 기다리던 중 몰래 바람을 쐬러 홀로 서성이던 중이었다.

 

 

소녀와 소년. 그 날은 두 사람의 첫 조우의 시작이었다. 배경도 다르고 민족도 다른 두 십대 초반 아이. 소녀는 그때 열 살쯤이었고 소년은 네 살 정도 더 많은 오빠뻘이었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는 어떤 기류에 이끌려 소녀에게 말을 걸었고 작고 소소한 선물로 그녀의 우울함을 달래주었다. 그녀는 이유 모를 위로에 마법처럼 눈물을 그쳤고 선물을 자신의 징표로 간직하였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소녀는 부모님과 함께 한반도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1세대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 입학해 교육을 받았다. 머리가 좋았던 그녀는 민첩한 속도로 많은 유익한 것들을 익혔고 날로 영특함과 현명함이 늘어갔다.

 

 

처음에는 황량해진 부모님의 고향땅과 그곳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인하여 마음이 짓눌리고 괴로웠다. 철들지 못한 마음에 어떤 때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외면하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그녀에게 소망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모든 것을 잃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님을 의지하며 매일의 삶을 감당해내는 현지 사람들,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녀는 자기 연민의 늪에서 벗어났다. 세상적으로 보면 아무런 희망도 없어보이는 가난한 삶이거늘 어찌 그들은 그렇게도 밝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중대한 기회였다.

 

 

자신의 뿌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그 땅.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소망의 숨결을 발견하였다. 자신이 한민족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의 의미가 새로운 차원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단지 물보다 진한 피의 끌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적인 차원의 공명. 어린 시절에는 알지도 못했던, 자신의 뿌리가 된 저 연약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베풀 선교의 대상으로 자신에게 새로이 주어지자 그간 알지 못했던 내면의 깊은 열정이 뜨겁게 용솟음쳤다.

 

 

십대 시절의 그녀는 그렇게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체험했고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달아나가게 되었다. 올바른 교육을 통해 이 땅을 새로운 부활의 땅으로 변화시킬 초석을 쌓는 것, 그것이 주께서 주신 그녀의 임무가 되었다.

 

 

이를 위해 그녀는 성실히 공부하였고 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깊이 연구하였으며 묵상을 통해 진리의 말씀의 가르침을 새겨나갔다. 동족들과 교류하며 그들과 뿌리깊은 유대를 형성하였으며 여러 후배들을 발굴하여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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