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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51회 [2부] 72화. 주술적 내란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01 | 회차평점 0 0

 

 

 

 

 

 

12월 29일.

 

 

신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정체불명의 사건들의 연발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하게 쳇바퀴처럼 흘러갔다. 평소처럼 근무하고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귀가하여 평소의 생활 습관대로 그저 그런 저녁을 보냈다.

 

 

그러나 물 밑에서는 은밀한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

 

 

기괴하면서도 의미를 모를 이상한 흐름을 제일 먼저 탐지한 곳은 기업들이었다. 대기업부터 시작해서 중소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러했다. 특별히 기업의 상단부에서 사원들과 사업의 흐름을 총괄하는 관리자들은 위화감을 느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어딘가 모르게 어긋난 자금 운용 현황과 자본 흐름의 왜곡이었다. 갑작스럽게 세계 경제 지표에 묘한 난기류가 감지될 정도의 이변이었다. 심증적으로는 필시 음지에서 어떤 불법적인 흐름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으나 겉으로는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

 

 

검은 돈의 움직임일까? 대규모 횡령 사태일까? 불법적인 자금의 움직임과 돈 세탁? 이미 지난 20년 간 그런 행악된 관습을 뿌리뽑았다고 여겼거늘, 이 시점에서 왜 이상한 흐름이 다시 포착되는가.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양지와 음지 모두에서 상당히 많은 이들이 가담하여 떳떳하지 않은 일을 위해 떳떳하지 않은 방식으로 떳떳하지 않은 행태를 벌이거나 획책하는 중이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어느 한 범죄 조직이나 탈세자, 혹은 경제 사범의 행동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광범위했고 은밀했으며 조직적이었다.

 

 

이것이 정말 경제 범죄의 동시다발적 준동일까? 만일 그렇다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범죄들이 너무도 정교한 미세 조정에 의해 조화되어 마치 오케스트라의 음악처럼 잘 조화되는 연유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만일 이것이 한 계획에서 나온 잔가지들이라면, 세계적인 규모의 음모를 획책하고 실행할 거대 조직이라도 존재한단 말인가? 당췌 설명하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정작 따로 있었다. 무슨 연유로 뻔히 눈에 드러나는 방식으로 지금 시점에 일을 벌였냐는 점이었다. 브리튼 제국의 여러 건강한 시스템들이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 치안도 완벽하며 군부는 강대하고 행정 조직들은 체계적이며 법치는 탄탄하게 준수되고 있다. 황제는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아직 전성기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그를 돕는 세력은 많다. 만일 지하에서 어떤 불온한 권세가 움직이는 것이 맞다면 그들은 타이밍을 잘못 계산한 셈이다. 뻔히 수면 위에서 커다란 포식자가 대기하는 가운데 물 위로 튀어올라온 어리석은 물고기와도 같은 자들이다.

 

 

그런데 두 번째 변화는 한 술 더 이상했으며 이성적으로나 합리적으로나 설명이 되지 않았다. 세계 여러 주요 기업들의 내부에서 퇴사자, 휴직자, 그리고 실종자들이 속출하였다. 그것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날 한 시에. 그 가운데는 중요 업무에 관여하는 전문가들도, 높은 직위의 결정권자들도 더러 적잖이 포함되었다. 이 같은 일이 장소를 막론하고 각종 기업의 모회사와 자회사들 모두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세계의 경제를 지탱하며 산업을 창조하는 커버넌트 그룹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그 그룹 내부에서 가장 이변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종자들 중에는 산업 스파이로 의심되는 이들도 상당했다. 그들이 잠적하면서 무언가를 들고 도망쳤다는 징조도 꽤 많이 포착되었다. 그 무언가란 정보이기도 했고 중요한 데이터나 파일이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자본이나 자산인 경우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첫 번째 이변인 ‘경제 지표의 기이한 왜곡’과 연관성이 깊었고 어쩌면 인과 관계를 유추할 수도 있었다.

 

 

“이상한 일이로군.”

 

 

경영진 혹은 주요 관리자들은 실종자들의 명단, 느닷없이 휴직이나 연가를 신청하여 도망치듯 행적을 감춘 직원들의 명단, 그리고 산업 스파이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의 명단을 빠르게 확인하였다. 그들의 근무 행태를 미리 기록된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서 이중으로 검증해보았다. 수상쩍은 징조와 징후들이 많이 포착되었다.

 

 

심지어 용의자나 실종자가 상위 경영자 내지는 이사진인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큰 경제 범죄의 냄새도 풍겼다.

 

 

“왜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성과 합리가 설명되지 않는 어떤 ‘비합리의 영역’에 대한 악취가 느껴졌다. 말하자면 주술적인 행태랄까. 경영자들은 차분히, 그러나 신속하게 데이터를 모으며 증거들을 물색하였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토록 많은 ‘수상쩍은 이’들이 완벽히 평범한 모습을 연기하며 물 밑에 숨어 있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야 재검토해보니 그 역겨움에 소름이 돋았다.

 

 

‘역사의 왼쪽 날개가 행했던 방식보다 훨씬 더 깊숙한 진지전(陣地戰)이었군.’

 

 

공산주의자들은 과거 브리튼을 무력으로 이기는 일이 불가능함을 알고 냉전 내내 첩자들을 심어 사회 각계각층과 문화 영역을 침식하는 ‘진지전’을 구축하였다. 그들의 계획과 오랜 세월을 들여 쌓은 공든탑은 황가의 활약으로 무너졌다. 그런데 이런 공산주의자들보다 더 오래전부터 은밀하게 더 깊은 뿌리를 내리며 암약하였던 무리가 존재했단 말인가?

 

 

기업들과 경제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기현상을 제일 빠르게 포착하여 가장 기민하게 분석과 행동에 돌입한 인물은 세르빈 황자였다. 그는 워쳐들과의 계약으로 얻은 정보들을 지금 수면 위로 드러난 현상과 대조하여 퍼즐을 맞춰보았다. 과연 모든 것에 예측했던 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준비되었습니다, 사장님.”

 

 

“고마워.”

 

 

밀실에서 카밀라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조사한 모든 내부망 정보를 요약하였다. 아울러 현 계획의 진척 상황에 대해 보고하였다. 세르빈은 수많은 데이터에 반응하여 신속하게 여러 가지 판단을 내렸고 카밀라는 인공지능들의 도움을 받아 이 명령들을 믿을 만한 측근들에게 교묘한 방식으로 전달하였다.

 

 

“곧 대규모 숙청극이 펼쳐지겠군.”

 

 

세르빈의 비밀 데이터베이스 내부로 온갖 중요 기밀 정보들이 흘러들어가 한 데로 모였다. 워쳐들이 각종 전자전 방식을 통해 획득한 각종 음모들의 증거 정보들, 세르빈과 유타와 그들의 사업 파트너들이 수집한 각 기업의 비리 데이터들, 그 외에도 최근 며칠 간의 이변적 흐름에 대응하여 모인 정보들까지. 지금부터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모인 정보들을 활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때에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리라.

 

 

‘이런 흐름은 이상해. 이런 건 사실상 자폭이나 다름 없다.’

 

 

카밀라는 탁월한 두뇌로 이 모든 상황의 보조 조율자로서 활약하는 와중에도 의문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어째서 이런 비합리적이고 정신 나간 내란적 움직임이 기업 안팎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갑자기 어떤 집단적 광기라도 발생한 것일까? 그것이 그간 심해에서 암약하던 불온분자들을 한꺼번에 끓어오르도록 강력한 동기란 말인가?

 

 

이상하게도 다른 동료 경영자들이 당황하는 와중에도 세르빈만은 이런 일이 당연히 발생하리라고 예견했던 것마냥 차분했다. 마치 영화에서 혼란스러운 반전들이 임하는 와중에도 결말을 미리 아는 사람만은 담담한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세르빈은 가장 신임하고 친애하는 최측근인 카밀라에게조차 자신이 아는 어떤 정답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기색이었다.

 

 

‘사장님께서는 어디까지 가늠하고 계신 것이지?’

 

 

단순히 유능해서 미래를 다 내다보는 것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세르빈에 버금가는 재능을 지닌 자들도 지금의 혼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가 황자라는 점에서 어떤 힌트를 찾아야 하려나?

 

 

‘황자님들 사이에서 어떤 비밀스러운 정보 공유나 논의가 있었던 걸까?’

 

 

 

 

 

한편, 기묘한 이변의 준동으로 혼란스럽게 된 영역은 기업들만이 아니었다. 각종 공공 기관들 내부에서도 집단적, 산발적 지능 범죄의 조짐들이 돌발하였다. 브리튼의 경찰력 전체가 이에 반응하여 움직였는데, 문제는 치안 관리 당국이나 군부 내부에도 수상쩍은 흐름이 탐지된다는 점이었다. 총성은 없었으나 모든 곳에서 상황이 긴박하게 흘렀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내부 혼란이 임한 영역은 의회들이었다. 프로빈스나 스테이트 단위에서 활동하는 지방 의회들과 그것들의 연합 의회들이 가장 그러하였다.

 

 

브리튼은 기본적으로 중앙 권력이 강하게 작동하기는 하나 통치 범위가 전 지구이다 보니 지방 행정 구역의 자치권도 강하다. 특히 최근까지 적국이었던 영토는 더더욱 통제권이 약하다. 그러므로 어느 시점에서는 브리튼 통치에 대한 반발을 드러내는 행정 구역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었다. 시민들의 민심이 브리튼 중앙 정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황실의 인기가 높기에 독립의 욕구가 억제되었을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서른 곳도 넘는 스테이트와 수백 프로빈스들에서 아무 예고도 없이 의원들의 공식 모임이 속행되었다. 대략 절반 정도의 의원들만이 참석하였는데 그들은 마치 사전에 모의라도 한 것마냥 일사불란하게 한 장소에 모였다. 반면, 나머지 의원들은 어떤 방해 공작에라도 걸린 듯 정보를 차단당하거나 이동하지 못하도록 발이 묶였다.

 

 

영 심상치가 않았다. 어느 누가 보아도 분리 독립을 노골적으로 획책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것도 불법적이고 민심에 심히 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무리한 시도였다.

 

 

“조만간 배신자들이 백일하에 드러나겠군.”

 

 

대의회 본 건물에서 대기 중인 엘리어트 황자. 그는 언제든 상황이 무르익으면 의결 추진을 속행하도록 당원들과 의원들의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중이었다. 그는 대의회부터 시작해서 지방 의회들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세계 규모 의결 기구들의 집합체를 모니터링하는 중이었다. 워쳐들이 장렬하게 전사하기 전에 넘겨준 정보들이 유용성을 입증하였다.

 

 

“놈들이 무얼 계획하고 행동하건 훼방해주마.”

 

 

일단 그들의 허탄하고 어리석은 전복 계획들을 모두 분쇄하고 나면 남은 작업은 사법관들과 수색자들의 몫이 된다. 국가를 뒤흔들고 선전 선동이나 범죄로 질서를 흔드는 이들을 법의 엄중함 앞에 세운다. 공적인 의회부터 시작해서 자유로운 민간 세계인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서 꿈틀거리던 암세포들과 기생충들을 모조리 드러내어 영원히 권세를 빼앗는다. 엘리어트의 행동 목표는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목표점은 그의 형제들도 모두 동일했다.

 

 

 

 

 

한편, 각 기업들과 공공 기관, 그리고 의회들의 구성원들 중 적잖은 수가 행방불명이 되었고 그 중 상당수가 신분을 감추거나 행로를 숨긴 채 특정 스테이트들로 몰려든다는 흐름이 첩보망에 포착되었다. 심지어 이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인 이들 중에는 군과 정부 당국 관계자들과 행정관들도 있었다.

 

 

군부에서 여기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이슬람과의 내전 당시처럼 적법한 계엄령의 틀이 확립된 것도 아니었으며 군부부터가 내부의 이탈적 행태로 소란스러운 탓도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는 작전 수행을 위해 구태여 많은 군사들이 필요치 않다. 드론과 물리계 AI가 이미 인간 군사의 몫을 해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자동화된 기계들의 이점을 무너뜨릴 어떤 카드가 있음을 자신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어떤 자신감으로 경솔하게 행동에 나선 것인지는 몰라도 이미 이 불온분자들을 감시하는 무인 군단은 보이지 않게 대응에 돌입했다.

 

 

그리고 매복한 이 감시 군단을 지휘하는 장교는 치밀한 첩보력과 정보망의 도움을 받아 해당 스테이트를 송두리째 살피는 중이었다. 사실상 해당 권역의 모든 전자 장비의 정보가 그에게로 수집되는 중이었다. 언제든 어디든 소리 소문 없이 기습할 수 있도록. 경우에 따라서는 군부의 배신자들마저 제압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네, 폐하. 아직은 공개적인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 젊은 장교는 황제의 비밀 칙령 하에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는 은신처에 숨어 아무도 모르게 작전 수행을 A부터 Z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였다. 어떤 정보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세계군 최고 통수권자와 실시간으로 교류하였다.

 

 

“그대를 신임하네. 실수 없이 수행하도록 하게.”

 

 

황제는 자신의 숨겨진 비밀 병기, 곧 자신의 피를 직접 물려 받은 강력한 전사 겸 지장(智將)에게 어떤 명을 내렸다. 공적인 작전을 감당하는 이 순간,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닌, 명령자와 충성스러운 집행관의 관계였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 랜슨 준장. 주님께서 그대와 부하들을 지켜주시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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