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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57회 [2부] 78화. 부림절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06 | 회차평점 0 0

 

 

 

부림절을 아는가? 그날은 역전의 날이요, 유대인들이 원수들로부터 구원을 얻은 날이요, 그들을 죽이려 했던 대적들을 되려 멸하였던 날이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그날의 기억이 흐릿해졌으나 지금도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기억하는 자들은 매해 부림의 날을 기념하며 묵상한다. 그들에게 이 날은 멸망으로부터 건짐을 얻은 선물이요 하나님께서 만물 위에서 섭리하시며 선하고 신실하신 손을 그들의 머리 위에 두셨음을 증언받은 날이다.

 

 

오래 전, 하만이라는 이름의 원수가 있었다. 그가 손을 들어 히브리 민족의 피를 지상에서 끊고자 하였다. 그때 모르드개라는 한 이름 없는 유대인이 용기를 내었고 그의 사촌인 한 왕비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삶을 큰 뜻에 내어 맡겼다. 그들은 동포들의 생명을 건졌으며 자신들의 생명도 얻었고 유대인들의 큰 기쁨을 하나님 앞에 드렸다.

 

 

 

 

 

 

 

 

*

 

 

 

 

 

기류의 바뀜은 순식간이었다. 애초에 이 날에 대한 각본은 지혜로운 자들의 수첩 위에 낱낱이 기획된 것으로 결과는 이미 확정된 것이었다.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 임하는 듯하였으나 그 위에 또다른 예상 밖의 기류가 더해졌고 결과는 다시 원래의 예정된 방향으로 회귀하였다.

 

 

내란에 부역한 자들, 그에 가담한 자들, 이 기회를 틈 타 부당한 유익을 얻으려 했던 불의한 자들, 그 모두는 곧 당황하였다. 신속하게 밀물이 빠지듯 매우 민첩하게 모든 것이 변하였다. 자본의 흐름도, 긴급하게 회전하는 정치적 기류도, 군대의 움직임도, 첩보 상황도, 민간 세계와 공공 영역의 모든 부분이 마치 개미지옥의 덫처럼 살아움직여 악인들에게 지옥의 옥죔이 되는 방향으로 재배열되었다.

 

 

 

 

 

기업들이 미리 이 일을 예측하기라도 한 것마냥 일제히 계획적으로 행동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비상 프로토콜을 연거푸 가동하더니 이 기회를 역이용해 개혁적인 개편을 공격적으로 가동하였다. 원래라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명분을 얻어 행할 일들이었는데 마침 비상 사태로 명분이 마련된 바람에 신속 진행이 가능케 되었다. 미리 여러 번의 리허설로 준비된 작업이었기에 오차도 없이 전개되었다.

 

 

기업체들의 공격적인 자가 개변에 주역을 담당한 주체는 당연히 커버넌트 그룹이었다. 전 세계 경제력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거대한 공룡이기에 그런 포지션을 맡을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커버넌트 그룹 내부에서도 상당한 양의 반란과 내분과 범죄가 일어났는데도 그 모두를 반나절 만에 진압하고 곧 연합된 노선으로 회선했다는 점이었다.

 

 

내란이 일어나자마자 충정을 버리지 않은 자들은 선제적으로 회의를 소집하였고 배신자들을 배제한 채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의제들을 결정하였다. 주요 배신자들의 해임과 처벌, 자본의 안전 동결, 비상 대책 프로세스 가동, 그리고 기업 구조의 혁신적 개편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동시에 정부 기관과의 협의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배신자들에 대한 정보 제출, 연루된 자들과 조직들의 자산 동결 프로세스가 오류 없이 착착 시행되었다.

 

 

대대적인 구조 조정이 시행되었다. 이어서 횡령과 경제 사범 행위를 통해 우회로로 탈출되었던 자본의 빠른 수복과 안정화가 이뤄졌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조력이 큰 몫을 하였다. 또한 이미 비가역적으로 망가진 경제 구조들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리셋 프로토콜을 통한 정화와 교정이 가동되었다.

 

 

반란자들은 충분히 치밀하게 음모를 기획하지 못했다. 그자들은 세계 제 3차 대전 이후 브리튼 제국 중심으로 화폐 통일을 행할 때 커버넌트 그룹과 그 선구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일궈 놓은 세계 경제 체계의 회복 탄력성을 너무도 과소평가했다. 장차 다가올 수백 종류의 불안정성 요인에 대비한 대책 알고리즘이 이미 사전에 확립된 상태였다. 이슬람과의 내전 때도 커버넌트 그룹은 그 방책들을 통해 세계 경제의 안전망 노릇을 톡톡히 했었다. 이번 반란도 어렵지 않은 위기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울러 반역자들은 ‘투기’가 아닌 ‘청지기 정신’에 기반하여 재건된 브리튼의 단단한 경제 관념과 그 위에 세워진 현대식 경제 시스템의 복원력을 무시했다. 만약 현 경제 시스템이 자본 투기와 빚 놀이에 의존하던 모래성과 같았다면 이번 반란으로 함락시킬 수도 있었으리라. 순식간에 나비 효과가 일어나 도미노처럼 모든 모래성들이 무너졌을 테고 경제 대공황으로 이어졌으리라.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법일 뿐이었다. 내란 성립 불가의 법칙이라는 초자연적 규율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여전히 가동되는 중이었다.

 

 

커버넌트 그룹이 앞장서 자정 작용을 감당하자 곧 이어 타 대기업들과 중소 기업들과 국가 금융 기관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조력하며 체계적으로 힘을 보태었다. 회복의 대열이 늘어나면서 급진적인 경제 개혁도 가속도를 얻었다. 명분은 완비되었고 실행력도 충원되었으며 가동할 실행자들의 손발도 착착 맞았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민간인들과 기관들의 경제 피해가 복구되었다. 해킹 테러와 자본 범죄에 휘말려 재산 피해를 입은 수많은 시민들, 그들은 발만 동동 구르면서 탄식하던 중 달콤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듯 회복의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안도하며 기뻐하였다. 그들의 자산(資産)이 다시 그들의 은행으로 돌아왔다. 시장의 붕괴도 중도에 차단되었으며 무너져내릴 듯했던 경제 지표도 새로운 개편 프로세스와 더불어 빠르게 원위치로 되돌아갔다.

 

 

반대로 반역 부역자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빼돌린 돈에 대한 빚이 모조리 부역자들의 머리 위에 부과되었다. 이미 모든 주요 범죄 소굴들과 반국가 세력이 중앙정보국의 손에 청소된 지금, 검은 돈이 안전하게 숨을 곳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부정하게 훔친 재산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회수될 수 있었다. 회수된 자본들은 국가의 손을 거쳐 채무자들과 채권자들에게 바르게 반납되었고 억울한 채무 문제들이 원 위치로 복귀되었다. 범죄에 가담한 자들과 여기에 연루된 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형벌적 벌금과 빚에 대한 책무가 이중 삼중으로 씌워졌다.

 

 

이로써 내란 사태에 동참한 모든 자들, 곧 큰 자부터 작은 자까지, 자유자부터 노예이 이르기까지, 고위 관료부터 하위 졸개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가 한 명도 빠짐 없이 자신들이 만든 올무에 걸렸다. 그들의 계좌는 형벌적으로 파괴되었고 모든 자산은 비자금을 포함하여 남김없이 압류되었다. 이는 개인 단위 뿐 아니라 조직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여섯 대조직과 상관은 없으나 이번 혼란을 틈탔던 다른 범죄 조직과 부도덕한 자들도 함께 엄청난 피해에 휘말렸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는데, 이는 체포 작전이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속수무책으로 용의자들 전부가 당국의 손에 확보되었다. 물론 그들이 빼돌린 정보들, 중요 물건들, 데이터와 보고서들과 불법 자본들과 더불어 범죄 물증들도 함께.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보통의 회사원부터 회장급에 이르기까지 숱한 이들이 현행범으로 잡혀 수갑을 찼다. 이미 그들에 대한 해임과 자산 동결은 완료된 상태였고 그들은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공공 기관 내에서도 배신자들의 색출과 체포 작업이 순조하게 이뤄졌다. 군 내에서는 배신자들의 현장 제압이 이뤄졌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 범죄를 현장에서 꾀하던 경우는 즉결 사살되었다.

 

 

 

 

 

의회들의 반란도 하루를 넘기지 못한 채 일일천하로 마무리되었다. 시민들은 그들의 반란에도, 독립선언서에도, 선동에도 휘둘리지 않았다. 일부 선동된 자들이라고는 원래부터 내란 세력과 연루되었던 폭도들 뿐이었는데 그들은 일반 대중의 버림을 받았고 곧 폭력에 연루된 죄목으로 제압되었다.

 

 

더 결정적으로는 대의회의 지혜로운 판단이 매우 핵심적인 결정타를 날렸다. 반란에 동조하지 않은 의원들은 미리 이런 사태를 예측하기라도 한 듯 질서정연하고 신속하게 비밀 연합을 맺었다. 그들은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다. 황실과의 힘의 균형 질서를 잠시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브리튼 내 전체 의회들에 대한 일시적 동결 및 해산 명령을 가동하였다. 말하자면 자발적으로 의회의 견제력을 무효화한 것이었는데, 황제가 한없이 선에 가까운 양심적인 성군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택하기 어려운 카드였다.

 

 

이 일을 기획한 의회 내의 주역들은 의외로 젊은 층으로 그 중 중심은 레이븐과 엘리어트 황자였다. 말하자면 이들이 미리 이런 일을 내다보고 신속하게 이 방향으로 흐름을 이끈 셈인데, 어떻게 해서 정확하게 미래를 예언할 수 있었는지는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했다.

 

 

여하튼 이 칙령이 가동되는 바람에 의회들과 의원들이 일으킨 각종 반란과 혼란의 행태들은 실행력과 명분을 상실한 채 허공으로 분산되었다. 한 마디로 그들 모두가 반국가 범죄자가 되었다는 뜻인데 경찰들이 무방비한 사냥감이 된 그들은 인수하였다. 일부 행동 예측이 되지 않는 위험 정치범들은 에쉬튼 휘하의 최정예 요원들이 체포하였다. 이어서 공범자들에 대한 자백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고 합법적인 체포가 추가로 쇄도하였다.

 

 

 

 

 

 

 

 

*

 

 

 

 

 

세르빈은 이번 사태 때 기업 주도 하에 이뤄진 대규모 경제 개혁의 지혜로운 주역으로 활약하였다. 사실 그 한 명만의 공로는 아니었다. 알렉시스에게 충성스럽게 신의를 바쳤던 많은 유능한 기업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동맹하여 발과 손을 맞춰 슬기롭게 사태를 해결하였다. 다만, 세르빈이 미리 앞날에 대한 예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피해를 최소화하지는 못했다.

 

 

아울러 미리 알렉시스가 자신의 행동 불능을 포함한 온갖 사변 시나리오에 대비해 마련해놓은 대책 알고리즘 중 최적의 것을 고른 주역도 세르빈이었다. 그 대책들을 연습하고 준비한 주체는 충성스러운 기업인들 모두였고 그들의 공로는 분명히 공평하게 평가되어야 하리라. 다만, 하루라는 짧은 시간만에 올바른 선택을 하기란 쉬운 임무가 아니었고 여기에는 세르빈의 순발력이 공이 컸다.

 

 

무엇보다 그가 미리 기업 내 배신자들의 목록을 예언하고 그들이 행할 범죄와 행했던 범죄의 목록을 ‘예언’해준 것은 전략상 상당한 고지를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세르빈 본인과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의형제인 유타만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배신자들이 사전에 해임되고 국가에 보고되어 권리를 잃었다. 그들의 행동 반경도 미리 예측하되었고 덕분에 피해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일을 기회로 그에 대한 임원들의 신뢰는 대단히 높아졌다.

 

 

 

 

 

그리고 유타도 이번 일을 해결함에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는 시민들의 뇌를 정체불명의 ‘사념파’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해냈다. 이 작업은 12월 31일 때 폭발한 전면전 이전부터 완수된 것이었다.

 

 

“형은 역시 대단하네.”

 

 

유타는 자신이 여전히 그 큰 인물의 위대한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실을 생각하며 실소하였다. 세르빈 같으면 자신이 큰형의 그늘 아래에 있다는 그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유타는 아니었다. 그는 이 그늘이 자랑스러웠다.

 

 

과연 황태자가 청년 시절에 남겨둔 유산은 강력했다. 그의 유산이라 함은 바로 대전쟁 당시에 완비해둔 ‘대(對)-사상조작병기’ 프로토콜이었다. 라지쿠마르 박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천재들이 알렉시스를 기치로 연합하여 당시의 최대 위협이었던 커뮤니스트 연방의 최종 병기를 훼파하였다. 그때 확립된 모든 노하우와 테크놀로지는 고스란히 커버넌트 그룹 내 중진들에게 계승되었다. 결코 배신에 가담하지 않을 소수의 신실한 자들만이 그 지식에 대한 책무를 얻었다. 유타는 그의 동생으로서 그중 단연 중심이었다.

 

 

“설마하니 저쪽에서 ‘그 병기’를 다시 가동할 줄이야. 이건 악몽이군.”

 

 

그는 의로운 분노를 머금으며 혀를 찼다. 다행히 계획대로 전세가 승리로 기운 덕에 안도감이 들긴 했으나 그 병기의 끔찍함을 다시금 묵상하니 온 몸에서 소름이 끼쳤다. 내란이 마무리되면 가담된 모두를 잡아내어 철저한 형벌로 문책해야만 하리라. 사상조작병기에 다시금 손을 댔다는 것만으로도 관련 기술에 연루된 자들이 전부 최대 사형, 최소 무기징역을 당하리라.

 

 

만일 나스루딘 박사와 미리 협업하여 ‘마인드 퓨리파이어’들의 최종 모듈을 새롭게 교정하여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했으리라. 그 최종 모듈이란 바로 알렉시스가 전쟁 때 확립한 대-사상조작병기 프로토콜을 최종 양산 버전으로 개량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렇다. 마인드 퓨리파이어들이 오작동을 일으켰던 것처럼 보였던 그날, 사실 그 기현상은 애초에 폭주도 오류도 해킹도 아니었다. 초자연적인 이변도 아니었다. 내란의 조짐이 나타나기 한참 전부터, 처음부터 기획된 비상대책 훈련이자 범 지구 규모의 인구 집단에 대한 ‘마인드 백신’ 투여였다. 만에 하나 배신자들에게 이 대비책을 들킬 것을 염려하여 기습적으로, 비밀리에, 이런 기괴한 방식으로 가동된 것이었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 아군도 속이고 시민도 속이고 적들까지 속인 고육지책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시점에 이미 브리튼의 무고한 시민들은 사상조작병기의 가동에 대한 면역 능력을 획득하였다. 완벽한 수준의 면역까지는 아니어도 희석된 광역 공격에는 충분히 방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설마 이 대책이 이번 내란 때 엄청난 도움이 될 줄은 유타도 알지 못했다. 원래는 내란 세력과는 상관 없이 미래에 대한 방비로서 준비된, 커버넌트 그룹 주도 하의 인류 보호 계획이었다. 유타는 큰형의 신변이 불분명해진 뒤 전국에서 배신의 흐름이 짙게 나타나자 직감적 확신을 얻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 계획은 이번 시점에 선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믿을 만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전문가들이 이 의견에 동조하였다. 아울러 또다른 신뢰할 만한 사람들도 그의 제안에 동의하였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모두의 안일함을 깨고 사상조작병기의 가동이 수십 년만에 재개되었고 그 오발탄은 하마터면 시민들에까지 영향을 줄 뻔했다. 그러나 백신의 효력으로 위험은 상쇄되었다. 오로지 처음부터 어둠과 한 패였던 자들만이 영향을 받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 그와 연루된 동업자들과 하수인들, 시민들 틈에 섞인 가라지들, 모든 가짜 유대인들, 그리고 평소에 브리튼 제국에 해악을 끼치던 모든 범죄 조직과 잔당들까지. 뜻하지 않게 악한 음모가 모든 마피아들을 수면 위로 올려 빛 아래 노출되도록 발가벗겨준 셈이었다.

 

 

 

 

 

모든 흐름이 철저하게 패망을 위해 기획되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이미 두 스테이트에서 벌어진 빌런들의 대대적 반국가 반역은 군에 의해 진압되었다. 다른 지역들에 숨어든 범죄자들도 색출되었고 운 좋게 도망친 자들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검거되었다. 이미 지구 전역이 브리튼령이었고 완전한 치안 체계가 완비되었기에 도망칠 쥐구멍은 없었다.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체포 작전을 벌이던 중앙정보국과 군 특수 부대들과 특공대가 온 전력을 동원하여 참수 작전에 돌입하였다. 이미 전황이 확실하게 뒤집힌 지금 조심스레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쐐기를 박아 단 한 명의 잔당도 남기지 않아야 했다.

 

 

에쉬튼의 부관들은 사회 안의 모든 병충해와 잡초들을 솎아내어 단으로 묶어서 풀무불에 던질 채비를 하였다. 랜슨을 선두로 황제의 칙령을 받은 장교들은 반역의 본진을 부순 뒤 잔당들을 포로로 잡았다. 요크 스테이트와 로마 스테이트에 집결된 반란군들이 절멸되었고 타 지역의 잔존 반란군도 하루를 넘기지 못한 채로 파죽지세로 무너졌다. 이미 서로 거하게 싸우며 자멸하고 공멸하던 판이었기에 결과는 기울어진 판이었다. 여기에 최고의 전술가와 최고의 전략가가 칼을 뽑으니 불이 지푸라기들을 사르듯 결착이 맺어졌다.

 

 

 

 

 

처절하게 패망하고 완전하게 무너지는 와중에도 광기에 휩싸인 반역자들과 폭도들은 어리석음에서 돌이키지 않고 자멸적으로 자신을 내던졌다. 이미 이성을 잃어 최소한의 분별력도 없었던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그들이 믿는 ‘신’에 대한 열정이 눈을 멀게 했다. 힐렐께서 개입하실 것이다. 마신께서 극적으로 큰 일을 일으키실 것이다. 기다리면 큰 반전이 임할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과거 휴거(休居)를 특정 날짜로 지정해놓고 집단 광기에 빠져 그 날을 기다리다가 D-day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자 집단 자살을 한 어떤 기독교 이단들처럼 간절히 앙망하고 있었다. 힐렐 신의 현현을, 계몽자께서 임하여 브리튼을 부수고 모든 적을 전멸시키기를, 알렉시스 황태자의 죽음과 그 뒤에 임할 새로운 황조의 등장을. 기다리면 큰 것이 올 것이라. 그 확신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기에 죽어가며 뇌수를 흘리는 상황이 될 때까지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미 하만에 의해 내려진 유대인 학살 칙령이 기운을 잃었으며, 모르드개에 의해 내려진 유대인 방어 칙령이 가동되었다는 것을 모른채 자살의 길로 나아갔던 많은 원수들처럼, 이번에도 인간의 어리석음은 반복되었다.

 

 

마왕께서 도우시리라. 그런데 어째서인가? 왜 개입하시지 않는 것인가? 왜 우리를 버려두시는 것인가? 패망의 그 순간까지 그들의 뇌리에서 의문이 맴돌았다. 희망은 그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이 붙잡는 불변하는 확실한 ‘소망(所望)’과 달리 그들의 ‘희망(希望)’은 그저 허상과도 같은 그림자였고 잔학한 고문 기구일뿐이었다.

 

 

아, 두로와 에돔의 후손들이여! 그들이 맹렬하게 기다리고 앙망하던 ‘계몽자’, 그것은 호수 위에 드리워진 달 그림자와도 같았거늘. 그 그림자를 잡으려 따라가는 자들은 수몰되어 지면에서 끊어지기 마련이리라. 그들은 모래 위에 성을 쌓았으며, 아마겟돈 전쟁터로 군대를 몰고 간 열국의 군대와도 같았으며, 거룩한 엘리야 선지자에 대적하여 자기 몸을 상하게 하며 자해를 한 열정적인 바알의 선지자들과 같았다. 그들이 이루고 쌓은 해산의 수고는 헛된 자멸이요, 우매함의 극치였다. 그들은 하루 아침에 수백 년간 쌓은 모든 유산을 태워버린 것이다.

 

 

‘힐렐이시여?’

 

 

아마 그들은 마지막까지 어리석음을 깨우치지 못할 것이다. 혹시 죽음으로 결말을 맞이한 뒤에는 알게 될까? 그들이 그토록 앙망하고 찬양하고 기다리던 위대하신 ‘힐렐(Hebrew: Heylel, Latin: Lucifer)’께서 사실은 영원한 불에 던져질 비참한 장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일 죽음 뒤에야 그것을 깨닫게 된다면 너무도 큰 불행이리라. 그런 자들은 필시 그토록 애정하던 힐렐과 함께 영원한 시간을 불 호수 속에서 보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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