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58회 [2부] 79화. 제로스의 계략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06 | 회차평점 0 0

 

 

 

이제 잠시 시계와 달력을 뒤로 돌려보겠다. 지금부터 드러낼 이야기는 또 다른 막후에서 긴박하게 벌어졌던 또 하나의 극본에 관한 것이다.

 

 

이야기는 알렉시스가 깊은 잠에 빠진 것으로 확인되었던 바로 당일부터 시작된다. 비밀 극본의 열쇠를 쥔 최초의 비밀 전달자는 적발의 삼십대 후반의 청년, 로빈 후드 비서관이다. 황태자가 직접 택한 사람답게 영특하고 두뇌가 비상했던 그는 자신이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됨을 인지하자마자 지혜롭게 분별력을 발휘한다.

 

 

마음에는 여전히 매우 버거운 짐이 얹혀 있었다. 비블로스의 전언이 온전히 다 이해된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이 상황이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과도 같았던 존재, 자신이 모시던 태산같은 상관이 부재 중이다. 자칫 이 시점에서 오판이나 실수를 범했다가 세계 전체에 혼선이 번질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알렉시스는 인재를 키우는 데도 능숙했고 인재를 알아보는 눈에서도 오점이 거의 없었다. 로빈은 이 위태로움에 대처할 재능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몇 년 간 주군에게서 배운 융통성, 자유로운 발상력, 그리고 민첩한 대처 능력이 그의 능력으로 입혀졌다. 그는 이 상황에서 누구를 먼저 찾아가야 할지 사색한 뒤, 오답이 아닌 정답 쪽을 향해 다트를 올바르게 던졌다.

 

 

“그분을 찾는다.”

 

 

비블로스는 분명 황자들 중에서 정답지를 고르도록 권고했다. 이에 답을 직감한 로빈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은밀히 변장한 뒤 트랜스포터 플랫폼과 비블로스의 수송 유닛들의 도움을 받아 어느 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그는 개인 별장에서 유숙 중인 한 청년을 만났다.

 

 

제로스 리바이 브라이틀란트 황자는 낯 익은 손님의 방문에 놀랐다.

 

 

“비서관님?”

 

 

“잠시 은밀히 나눌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합니다.”

 

 

제리는 난데없는 소식에 당황하였다. 하지만 큰형의 비서가 몹시 진지한 기색이었기에 아무 대답 없이 눈치 빠르게 박자를 맞춰주었다. 그는 로빈을 데리고 장소를 재빨리 옮겨 아무에게도 드러나지 않을 자신만의 개인 아지트로 이동했다.

 

 

“비서관님, 알렉 형은, 아니 황태자 전하께서는 별 탈 없으신가요?”

 

 

“오늘 마침 그 이야기를 전하려고 왔습니다.”

 

 

직관력과 상상력의 정점에 달한 인재답게 제리는 이 방문이 알렉시스에게 발생한 문제와 연결된 것임을 눈치 챘고 과연 그 예측은 옳았다. 로빈은 알렉시스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조심스럽게 고하였고 제로스는 어린 시절에 있던 일을 회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겪어본 일이기에 놀랍지는 않았으나 몹시 당혹스러웠다.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불현 듯 임한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역시나 비블로스의 말이 맞았군요. 태자 전하께서는…….”

 

 

“네, 형이 열일곱 살, 그러니까 저는 여덟 살 꼬마였을 때의 일이네요. 그때 있었던 증상이 지금과 거의 비슷해요. 사실 평생 그때와 지금, 딱 두 번 밖에 없었던 일이니 의학적으로 정의할 근거 자체가 미흡한 상태죠.”

 

 

“의학적인 현상이 맞긴 합니까?”

 

 

직설적으로 정곡을 찌르고 들어간 로빈. 애초에 다른 황자보다 먼저 제로스를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비블로스도, 로빈도, 한 가지 사실에서는 동의했다. 알렉시스의 몸과 정신은 마치 단단하고 거대한 히말리야 산맥과도 같아서 질병이나 정신적 충격으로는 무너지지 않는다. 단언컨대 로빈은 제 상관보다 더 강력하고 건강한 육체를 본 적이 없었다. 만일 그럴진대, 이건 자연적인 현상보다는 그 범주 너머의 어떤 이변으로 정의하는 편이 합당치 않을까?

 

 

제로스라면 알 것 같았다. 영적인 현상과 초자연적 현상을 바르게 식별할 줄 아는 지혜를 소유한 자, 상상력과 더불어 올곧은 분별력을 소유한 황자. 황실의 자손들 가운데 알렉시스 다음으로 영적인 이해력이 출중한 사람. 그런 자가 제로스이니 대화가 통하는 부분이 있겠지. 자문을 구할 가치가 있었다.

 

 

“실례지만, 혹시 이것이 초상 현상이냐고 묻는 겁니까?”

 

 

“네.”

 

 

“과연 형이 많고 많은 유능한 인재들을 두고 당신을 택한 이유를 알겠네요.”

 

 

현실주의자이지만 그와 동시에 사고의 틀이 유연하다. 로빈에 대해 더 호평해도 좋겠다는 감상이 들었다.

 

 

“불완전하고 제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형이 열일곱 살 때 체험한 현상은 물질계 너머에서부터 이뤄진 간섭이라고 봐요. 그게 아니고서는 자연계 안에서는 형을 그렇게 오랫동안 묶어둘 권능은 없어요.”

 

 

로빈은 마른침을 목구멍 뒤로 넘겼다.

 

 

“그러면 그 정체는?”

 

 

“모르죠. 우리는 초자연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요.”

 

 

“작가님, 아니 황자님, 당신은 거의 모든 신학자들을 능가할 정도로 성경에 대해 박식하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마지막 때와 영적 현상에 대한 이해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고 들었죠. 그런 당신이라면 뭔가 단서를…….”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비서관님.”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영계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하는가. 하나님이 계시고 천사들이 존재하며 사탄과 그의 타천사들이 존재한다. 둘째 하늘이라는 권역들이 있으며 공중이라는 권역이 있고 셋째 하늘과 보좌가 존재한다. 성경은 딱 여기까지만 말하고 있다. 그 구조가 구체적으로 어떠하며 어떤 계층으로, 어떠한 병렬 연결과 직렬 연결로 이뤄졌는지, 차원의 수는 어떠하며 복잡성과 다양성은 어떤지, 그리고 상상하는 자들이 흔히 말하는 평행 우주나 상위 차원은 어떤 형식으로 존재하는지, 시간축의 구조는 어떠한지, 아무도 증명할 길이 없었다. 알렉시스에게 어떤 차원의 존재가 간섭해왔는지 누가 알겠는가. 아마 체험하는 당사자인 황태자도 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를 깨우는 일보다 더 급한 논의가 있었다.

 

 

“비서관님, 오늘부터 당신은 누구와도 접촉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로스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걱정스레 제안을 던졌다.

 

 

“알겠습니다. 따르겠습니다.”

 

 

로빈은 의외로 흔쾌히, 그의 지시에 동참하였다.

 

 

 

 

 

 

 

 

 

 

 

*

 

 

 

 

 

비밀리에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한 두 사람. 로빈은 숙소에서 머무르며 잠잠히 모든 전자 기기를 반납한 채 마음을 가다듬고 기다렸다. 제로스가 어떤 책략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믿는 수 밖에 없었다.

 

 

한편, 그가 반납한 장비 중에는 비블로스와의 연결을 위한 단말기도 있었다. 그것을 충분히 입증해본 뒤 제리는 다시 로빈에게 다가왔다. 둘은 단말기를 몸에 착용하였고 임시적으로 뇌파 연결을 가동하였다. 마침 제리의 아지트에는 이것을 도울 보조 장비들이 있었는데 이는 알렉시스가 사전에 마련해준 것이었다.

 

 

한참을 외부망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연동 작업을 한 끝에, 마침내 제로스는 로빈을 매개로 비블로스와 연결되었다. 당장 비블로스는 직접 대화에 응해주지는 않았다. 대신에 연결을 성공했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심어둔 녹화 메시지들이 제로스의 뇌리로 스며들었다. 오로지 알렉시스가 신뢰할 만한 사람을 위해서만 예비된 히든카드들이었다.

 

 

“그렇군. 이제 좀 감이 잡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연한 갈색 머리 젊은이는 깊이 사색하였다.

 

 

“황자님,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비블로스는 어떤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그의 메시지에 따르면 곧 인류가 큰 혼란을 마주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로서는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슬람도 제거된 지금 도대체 어떤 위험 세력이 숨어있다는 것이죠?”

 

 

“설명드리려면 길다만, 짧게 말씀드리죠.”

 

 

제리는 황실의 오랜 숙적에 대해 알려주었다. 비밀스러운 세계, 그림자 정부라고도 불려던 자들, 신세계 질서의 구축을 긴 세월 획책했으나 브리튼의 부국강병으로 인해 패하고 숨어든 자들, 영적인 용어로는 두로와 후손, 곧 카르타고의 씨앗. 이런 이야기가 세상에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었기에 로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했고 엄청난 음모론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상대가 세상에서 제일 유능한 소설가라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괴리감이 느껴졌다.

 

 

“믿기지 않네요.”

 

 

“이해해요.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이야기죠. 하지만 현실이란 것이 본디 그런 것이죠. 가장 기발한 픽션보다 더 충격적인 일들로 가득합니다.”

 

 

앞뒤를 맞춰보니 비블로스가 준 전언과 한 치의 모순도 없었다. 제로스는 역사 기록을 뒤져 여러 데이터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좀 더 강화하였다. 시간이 촉박하기에 로빈은 이 말들을 신뢰해보기로 결단하였다.

 

 

“황자님도 저들이 이 때를 노릴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적 견해로는, 네, 그렇게 봅니다.”

 

 

“만일 그렇다면 저쪽의 사람들은 얼마나 깊숙이 숨어 있을까요? 그 정도로 영향력이 강하고 역사가 오래된 무리라면, 사회 각층에 첩자들을 두고 있겠죠?”

 

 

“그 범위는 확실히 몰라요. 워쳐들이라면 모를까?”

 

 

“워쳐라면 혹시?”

 

 

“형이 그 비블로스라는 완전체 유닛과 자주 함께 지냈죠?”

 

 

“네, 맞습니다.”

 

 

“아마도 그 목적 중 워쳐들에 대한 컨트롤도 있었을 겁니다.”

 

 

제로스는 워쳐들에 관하여도 일러주었다.

 

 

“최근 저도 그들 중 일부와 접촉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저와 협상을 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정황상 제 쌍둥이 형제인 펠렌드로크와 협맹을 맺은 모양이에요. 그렇기에 그들과는 안전하게 작전을 공유하기가 어렵습니다.”

 

 

로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펠렌드로크 황자님을 신뢰하지 않으시는군요.”

 

 

“동지일 때는 가장 도움이 되는 녀석이죠. 실제로 이슬람과의 결전 때는 두뇌와 정보를 공유해서 한 팀을 이뤘죠. 펠렌드로크 쪽에서 제게 먼저 손을 내밀긴 했지만, 나름 저와는 혈육의 정이 가장 짙은 녀석이라 받아주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함께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로빈도 알렉시스에게 건너 들어 아는 바가 있었는데 제로스와 펠렌드로크는 같은 날 태어난 짝꿍임에도 영혼의 성정이 정반대에 가깝다고 하였다. 손발을 맞출 때는 누구보다도 강력한 듀오가 되겠지만, 그런 상태가 항상 유지되기란 어려울 듯 했다. 일단 가치관도 다르고 일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니까.

 

 

 

 

 

“그 부분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황자님, 일이 만일 벌어진다면 싸움의 범위는 어느 수준으로 번지겠습니까?”

 

 

“미래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저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기회에 행동을 한다면 어차피 꼬리가 잡힐 바에 가볍게 간만 보지는 않을 것 같네요.”

 

 

“싸움은 길어질까요?”

 

 

“그럴수도 있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형이 너무 늦게 깨거나 깨지 못한다면 다시금 수백 년의 지지부진한 진지전이 개시될 지도 모르죠.”

 

 

“이미 오래 전에 향방은 기운 것 아니었습니까?”

 

 

“인간의 역사를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단순하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비서관님. 앗시리아 제국은 자신이 식민 통치하던 바빌론의 손에 함락되었어요. 바빌론은 페르시아에게, 페르시아는 그토록 무시하던 그리스에게, 그리스는 변방의 로마에게 밀려났죠.

 

 

역사란 돌고 도는 법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패권을 쥐었어도 인간은 언제든 마음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신의를 배신하기 쉽습니다. 저들이 만일 지혜롭게 시간을 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적어도 다음 세대의 마음을 훔쳐 우리로부터 떠나게 만들 수 있죠.”

 

 

“그렇군요.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싸움에서는 브리튼 황실이 승리하겠죠? 제가 그 부분에서는 안심해도 좋을지 여쭙습니다.”

 

 

“제 의견도 같아요. 전면전에서라면 당연히 우리가 이길 겁니다. 적어도 지금의 힘의 구도에서는요.”

 

 

하지만 제로스는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는 잠잠히 생각을 정리하며 하나님께 기도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여쭤보았다. 이 사안을 편하게 생각해도 될지, 아니면 신속하게 대비에 나서야 할지, 그로서는 깊은 딜레마였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주님께서는 이미 답을 알고 계시겠죠.’

 

 

분명한 직통 계시로서의 응답은 없기에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항상 이런 식이셨다. 마음 속에 소원과 감동을 주시기는 해도 은밀한 방식으로 섭리로서 인도하실 뿐, 어떠한 정확한 목적성을 인위적으로 일러주시지는 않는다. 구약 시대처럼 그분께서 육성으로 들리는 음성으로 구체적 길을 알려주시면 좋으련만.

 

 

아무리 고민해고 기도해봐도 제로스의 마음 한켠에는 가시 같은 불편감과 부담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조급하게, 경솔하게 행동하여 일을 그르치고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 과연 정답일지, 의문도 들었다. 이미 자신에게는 몇 가지 답들이 주어졌다. 그것을 결단할 용기가 있는가. 정말로 이 길을 가도 될지 확신을 얻고 싶었다.

 

 

‘아무래도 이건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날 일로 보이지 않아.’

 

 

적의 수중에 정말 치명적이고 위험한 무언가가 숨어 있으리라는 동물적 직감이 그를 괴롭혔다.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불확실도가 너무 높았다. 앞으로의 싸움이 얼마나 길게, 얼마나 복잡하게 이어질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역병과의 싸움과도 같았다. 당장은 승세를 보인다고 해도 그 역병이 기묘히 자신을 숨기고 변이를 거듭한다면, 장차의 싸움은 보장할 수 없다.

 

 

큰형은 이미 그런 싸움에서 한 번 승리했다. 하지만 동생인 자신과 그 형제들은 아직 역량이 미흡했다. 과연 그 위험한 키메라와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최선의 방어는 곧 공격이라는 말이 있어요.”

 

 

조심스럽게 제로스가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최대의 위기가 곧 최대의 기회라는 말이 있죠.”

 

 

그는 로빈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이동한 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였다. 이후 그는 다시 한 번 이마를 찌푸리며 눈을 감은 채 쇼파에 앉아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발상력의 달인이 뭔가 중요한 해답에 이른 것일까? 로빈은 인내심을 갖고 기대하며 잠잠히 기다려주었다.

 

 

“솔직히 이게 답을 줄지 확신은 없지만.”

 

 

제로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때로는 과감한 행동력이 필요하죠.”

 

 

“그 말씀인즉.”

 

 

“놔둬도 반드시 큰 위협은 곧 위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싸움이 한없이 길어질 가능성도 존재하죠. 그러면 난장판이 되고 진흙탕이 됩니다. 인류는 정신적 역병의 괴롭힘에 거듭 노출될 겁니다. 저들은 기회를 얻을 때마다 수시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 테고요.”

 

 

알렉시스가 죽은 뒤의 세상에까지 그 위협들이 잔존한다면? 알렉시스는 자손을 얻기 어려운 몸이니 후계가 보장되지도 않는다. 그자들이 그때까지 꿋꿋이 살아남아 다시 세상의 패권을 탈취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하나님의 종말의 시간표는 잘 진행되겠지만, 솔직히 그들이 인내의 열매로 승승장구하며 악과 혼돈을 퍼뜨리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다음 세대에 다른 악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브리튼의 낡은 숙적은 브리튼의 힘이 아직 건재할 때 무저갱으로 데려가는 편이 맞다.

 

 

“해봅시다. 제가 미리 구축해둔 작전이 있는데, 실행해보죠.”

 

 

결의를 굳힌 갈색머리의 미남자. 로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잠히 다음 대목을 기다렸다.

 

 

“일단 동지들을 만나서 이야기하죠, 비서관님.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으니 오늘 바로 가동할 겁니다.”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157회 [2부] 78화. 부림절
등록일 2025-07-06 | 조회수 72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159회 [2부] 80화. 가짜의 가짜 (1)
등록일 2025-07-09 | 조회수 44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