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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61회 [2부] 82화. 들릴라를 체포한 삼손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14 | 회차평점 0 0

 

 

 

에드윈은 여복(女福)과 여난(女難)이 심한 편이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이성들이 끊이질 않았다. 정식으로 교제하는 경우도 있고 가볍게 스쳐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화려한 꽃에는 벌들이 많이 깃드는 법이다. 많은 경우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이성 관계를 이어나갔다. 연애하기 직전의 모호한 감정선, 보통은 그 정도 선을 유지하곤 했고 오는 이도 막지 않고 가는 이도 막지 않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무리한 기대를 품다 울며 상처를 받곤 했다.

 

 

일단 워낙 그 곁은 경쟁이 치열한 자리이기에 굉장한 아름다움을 지녔거나 재능과 능력과 배경이 뛰어난 자들이 아니면 기회는 적었다. 그런 조건을 갖췄어도 객관적으로 에드윈에게는 한참을 뒤떨어졌기에 아쉬운 쪽은 늘 여자측이었다. 언제나 그는 무덤덤했고 일정선의 감정 서비스만 베풀뿐 선은 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화려한 이성 관계의 상아탑에 있으면서도 그의 삶은 무료하고 무미건조했으며 심장은 공허했다.

 

 

그가 여자에 약하다는 비난 섞인 풍문도 돌았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사실과는 달랐다. 에드윈은 여인에게 휘둘리지는 않은 채 상대가 흔들리는 모습에서 재미를 느낄 뿐이었다. 이런 건실하지 못한 면모 때문에 보수적인 양부모님과 큰형은 상당히 골치 아파하며 걱정을 했지만 다른 형제들은 그의 자유분방한 인생 방식에 별 개입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수 개월 전 수잔나 이블린이라는 이름의 한 젊은 숙녀가 접근했다. 수잔나는 금발 벽안의 화려한 외모의 25세 여자로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기업체를 경영하는 가문에서 자라난 금수저 상속녀였다. 물론 평소 세계급 여배우부터 정치 명문가의 고명딸까지 온갖 카테고리의 보화들을 체험해본 에드윈 입장에서는 그것이 큰 인상을 줄 요인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두 사람 사이에서는 강한 스파크와 페로몬의 이끌림이 작동하긴 한 모양이다. 에드윈은 그녀에게서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느꼈고 그 끌림을 자각한 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수잔나 역시 그에게서 수컷으로서의 향취와 매혹을 발견한 것이 분명했다. 원래 모름지기 즉흥적인 에로스란 조건도 중요하되 조건만으로 100% 설명할 법칙이 정해져 있지는 않기 마련 아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 둘은 빠르게 진도를 진척시켰고 비밀스러운 연애를 시작하였다. 플라토닉한 성분이 비교적 결핍되었기에 그것을 정식 교제라고 정의하기에는 어설픈 면이 있었다. 그저 강렬한 감정의 끌림에 수반된 가역적인 연합,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분명 그 정서의 농밀함은 진짜였다.

 

 

건실하고 훌륭한 다른 황자들에 비해 망나니로 분류되는 에드윈이라고는 하지만 그에게도 분명 선은 있었다. 아무리 에로스적인 즐거움을 깊게 만끽한다고는 해도 최소한 몸과 몸의 결합을 통해 순결을 더럽히는 일은 감히 범하지 못했다. 그렇게 했다가는 부모님과 형님을 크게 실망시킬 테니까. 그들의 눈치를 적게 보는 에드윈도 최소한의 존경심은 있었고 경멸 어린 눈초리를 받는 것을 무서워했다.

 

 

그러나 혼전순결이라는 최소한의 선을 지킨다고는 해도, 말 그대로 그것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에 열려 있었다. 특별히 수잔나와의 만남은 정말 오래간만에 체험하는, 자신의 현재를 불태우듯 소모할 가치가 느껴지는 진한 교제였다. 정렬적인 키스부터 스킨십에 이르기까지, 둘은 짙은 애정을 서로에게 쏟아부으며 뜨거운 감정적 자극으로 즐거움을 누렸다.

 

 

 

 

 

이런 면에서 에드윈과 정말 닮은 성경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삼손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재능이 비범하며 고귀한 신분을 지녔다. 그리고 여자 문제가 심각한 걸림돌이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수잔나는 들릴라와 같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에드윈을 달콤한 애무와 칭찬과 아부로 유혹했으며 그의 귀를 사탕발린 말로 녹이려 했다. 사실 그녀 스스로도 불순한 의도로 다가온 면이 없잖아 있었으나 그렇다고 에드윈이란 인간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순수한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외적 조건에 대한 끌림은 존재했다. 일단 황자라는 넘을 수 없는 높은 출신부터 해서 경제적인 능력, 최상위의 학력, 무엇보다 넘치는 매력의 얼굴과 몸까지, 탐닉하고 욕망할 이유야 넘쳤다.

 

 

그런데 삼손과 에드윈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으니. 삼손은 육체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에드윈은 두뇌의 은사를 받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에드윈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천재 공학도이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는 영악했다. 자신에게 영악한 의도로 다가온 그 모든 여인들을 능가할 정도로 영악했다. 이것이 그가 숱한 여난에 휘말리면서도 결코 운명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이유였다.

 

 

어느 경점에 이르러 에드윈은 수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그의 두뇌란 참으로 기이한 구조로 이뤄졌는지, 수잔나에게서 분명 강한 에로스적 기쁨을 체험하는 와중에도 이성적인 의심과 판단 기능은 멀쩡하게 작동하였다. 이것이 에드윈이 특이한 이유였다. 일반적인 남자는 이성에게 빠지면 바보가 되기 마련이다. 이 괴짜 황자는 이 법칙에서 예외였다. 아니면 진정한 사랑을 아직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잔나는 교활했다. 그녀는 표리부동하게 자신의 음흉한 속셈을 잘 숨겼고 영리하게 처신했다. 그녀의 교태와 유혹은 너무도 지혜롭게 잘 포장되었기에 웬만한 남자라면 판단력이 좋다고 해도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에덴의 뱀과도 같은 자, 릴리스의 화신. 그러나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고, 에드윈은 그녀보다 더 영리했다. 그녀가 자신의 어두운 생각들을 감춘 채 아름다운 애인을 연기하듯, 에드윈은 그녀의 어둠을 간파하고도 마치 자신이 사랑에 푹 빠져 아무것도 모르는 것마냥 연기하였다.

 

 

 

 

 

수잔나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말로 에드윈이라는 탐스러운 보화를 소유하여 자신의 더러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를 원했다. 그의 매력 넘치는 몸을 원했고 입술을 원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피를 그의 후손에게 섞기를 원했다.

 

 

또 하나의 목표란 가문과 그 배후의 음울한 권세들이 그녀에게 주입해준 사명이었다. 그들은 수잔나라는 매개체를 통해 에드윈에게서 ‘틈새’를 얻길 원했다. 목표물은 당연히 에드윈 정도가 아니라 그 너머였다. 그들은 황가라는 무적의 철옹성을 두른 성벽 중 어느 위치가 가장 취약한지를 잘 알았다.

 

 

그렇다. 수잔나의 본질은 첩자였다. 세계 제일이라 불리는 위대한 브라이틀란트 가문의 고귀함에 흠집을 가하여 그들의 기초석인 ‘언약’의 불변성을 훼손시킬 열쇠를 찾아내고자 파견된 여러 여인 중 하나였다.

 

 

그 사명을 이행하고자 그녀가 택한 일환 중 하나는 바로 ‘약물’이었다. 그녀는 매번 에드윈을 만날 때마다 그와 더불어 식사와 간식으로 교제를 나누었다. 진수성찬의 음식들과 화려한 간식들. 그 어떤 스파이보다도 치밀하게 훈련을 받았던 그녀는 능숙하게 그 음식들에 모종의 ‘물질’을 첨가하였다.

 

 

에드윈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그녀가 무언가를 집어넣은 음식들을 제 입에 집어넣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그녀는 안심하였다. 천천히 중독되리라. 그의 정신과 생각과 육신, 그 모든 차원이 서서히 그녀가 심어놓은 꼭두각시 줄에 엮여 마리오네트가 되어갈 것이다. 그를 자신의 치맛폭 안에 넣고 흔들 생각에 그녀는 흡족해했다.

 

 

수잔나가 사용한 각종 다양한 약물들은 그녀 본인에게는 ‘심신미약을 유발하여 남자를 조종할 수단’이었는데, 그것을 제공한 이들에게는 더 심각한 목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금지 약물류를 넘어 ‘실질적인 주술’의 힘이 깃든 마법약들이었다.

 

 

이성주의자들은 세상에 어떻게 마법약이 존재할 수 있냐며 의문을 품겠지만, 현실을 늘 소설 이상이었다. 부두술사부터 오컬트 의식을 수행하는 사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분명 약을 도구로 사용해왔고 그 효력은 분명 초자연계와의 접속에까지 닿아 있었다. 유체이탈, 정신 조종, 흡혈 본능 자극, 교접, 신접, 이런 류의 현상들이 왜 항상 약물과 깊게 연관되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에드윈은 다시 말하지만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속아주는 척하며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였고 끈기 있게 때를 기다리며 정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이 이르렀다. 수잔나는 깊은 잠을 유발하는 약물을 그에게 먹였다. 그는 그것을 먹고 깊게 잠든 척 연기를 하였고 그것을 모른채 그녀는 그에게 손을 대고자 다가갔다.

 

 

구체적으로 그녀가 그를 향해 어떤 획책을 꾸몄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 일을 시행해보기도 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까.

 

 

의자에 결박되었던 에드윈은 잠든 척 하다가 결정적 순간 몰래 숨겨둔 나이프로 테이프를 끊고는 기습적으로 튀어올라 수잔나의 목을 졸라 제압하였다.

 

 

“끼아악!”

 

 

“기회를 줄 때 순순히 자백해라.”

 

 

항상 녹아내릴 듯 다정하게 말해주던 에드윈이 한순간에 얼음장처럼 냉담한 목소리로 상대를 짓눌렀다. 무시무시하고 서늘한 푸른 눈빛이 엄청난 위압감을 자아내었고 교활한 수잔나는 공포에 질렸다.

 

 

“에, 에드윈, 내, 내가 설명할게요.”

 

 

“나를 묶어서 무슨 짓을 하려고 계획했지? 내 몸 속에 무엇을 주입하려고 했지? 누가 사주했지?”

 

 

완벽하게 계획이 진행 중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다고 반전의 일격에 당한 그녀는 맥을 추리지 못했다. 보아하니 에드윈에게서는 전혀 약물의 효과가 나타난 것 같지 않았다. 지금껏 그가 약물 중독의 효과를 절묘하게 연기해왔기에 속았던 그녀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네가 내게 물질 주입을 수 차례 시도한 증거물은 이미 확보했다.”

 

 

그는 역으로 그녀를 제압한 뒤 수갑에 묶어 자리에 앉혔다. 이후 모든 통신 기구를 압수한 그는 상황이 그간 어떻게 전개된 것인지 진실을 드러냈다.

 

 

“설마 에드윈 당신!”

 

 

“네가 음식과 음료에 약을 탈 때마다 미리 흡약제를 복용했었다. 팀 원더랜드에서 발명한 나노 장치인데 효과가 확실하더군.”

 

 

그는 위장 속에 넣어둔 나노머신형 흡약제를 통해 그녀가 약물을 탄 음식을 모두 분자 결박식으로 봉인하여 제 혈액 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했다. 이후 토사물이나 배설물 속에서 흡약제를 회수하였고 그 가운데서 안정화된 원형 약물 분자를 분리 정제하였다. 범부들로서는 생각도 엄두도 못낼, 발명 실력과 기술 활용의 달인인 천재 공학도이기에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쩌겠는가. 자기 눈으로 분명히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보았으니 누구라도 깜빡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에드윈이 그저 일반인의 상식 너머의 존재였을뿐.

 

 

수잔나는 절망하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하하, 이건 너무하잖아.”

 

 

승리하리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사내놈은 다 같다고 생각하며 자만했었다. 남자를 넘어뜨리는 존재가 여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나 웬걸. 사냥감이었던 에드윈이 되려 사냥꾼이 되어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모든 증거물은 이미 확보되었어. 네가 약물을 주입하는 장면도 옷 속에 감춰둔 초소형 카메라로 기록했다. 네가 어디서 그 물질들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분이 무엇인지의 연구도 진행중이야.”

 

 

에드윈은 단순히 화학 레벨에서만 분석을 마칠 생각이 없었다. 필요하다면 큰형의 권속들인 천재 과학자들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그 본질을 낱낱이 해부할 생각이었다. 가능하다면 그 물질들에 깃든 초자연적인 성질에 대해서도 밝힐 작정이었다. 더 나아가 ‘초자연계’의 실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도 얻길 원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능할지, 현 시대의 과학 수준으로는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점은 네가 막중한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지, 수잔나.”

 

 

위해한 약물, 그것도 정신계에 손상을 입히는 약을 소유한 것만으로도 이미 브리튼 국법으로 엄벌에 처해질 사안이다. 그것을 타인에게 강제로 주입한 것은 더욱 막대한 범죄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황실의 구성원이자 공식적으로 황제의 양아들인 에드윈이라면 그 죄질의 무게는 한없이 증폭된다.

 

 

그런데 만일 그 약물이 단순히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을 넘어 초자연적 성질, 즉 주술적인 성질을 띤 것임이 밝혀진다면? 더 나아가 그 사용 목적이 단순히 한 개인을 넘어뜨리는 것을 넘어서 ‘언약’ 자체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가 섞인 것이라면? 이 경우는 황족시해죄를 넘어서 황실과 국가 전체의 기초석을 파괴하려는 반언약적, 반헌법적 범죄가 된다.

 

 

수잔나의 죄는 이미 증거가 다 확보되었고 그 처우는 사형에 이르기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그녀가 더 두려워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무서운 거지?”

 

 

공포에 질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눈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다가가 눈을 맞춘 에드윈. 그의 얼음장 같은 푸른 눈은 경멸하듯이 그녀를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네가 그들에게 버림받을 것이.”

 

 

“무, 무슨 말씀을 하는 지 모르겠어요.”

 

 

시치미를 떼도 소용은 없었다. 뱀처럼 교활했던 그녀도 이미 이성을 잃은 지라 차분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얼굴 위로 모든 두려움과 불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마도 네 배후들은 너를 잔혹하게 내버리겠지. 어쩌면 너로 인해 중요한 비밀이 노출되지 않도록 너에게 안배를 해뒀을지도. 자칫하면 감옥에 들어가거나 재판을 받기도 전에 네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겠지. 넌 도마뱀의 잘려나간 꼬리처럼 비참히 토사구팽되겠지.”

 

 

유력한 배경에서 자라났다고 해서 예외가 되는 건 아니다. 그들은 악마에 사로잡힌 자들이니 그 어떤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황실에 미인계로 접근시킨 자들이 실패할 경우도 대비하여 어떤 ‘처리 방책’도 마련해두었으리라. 에드윈의 이러한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가 반쯤 찍어서 예상을 던지니 그녀의 얼굴이 새하얐게 질렸다.

 

 

“수잔나, 그가 내게 가식으로나마 애정을 준 보답으로 마지막 기회를 줄게.”

 

 

그는 반어법적인 조롱을 담아 상대를 덫 위에 던졌다.

 

 

“네게 다른 선택지는 많지 않아. 아마도 너는 네 배후에 있는 자들에게 처리되어 죽거나 죽느니만 못한 상태가 되겠지. 그것을 피한다고 해도 결국 너는 법정에 서게 된다. 우리 나라의 형법에 따라 형벌을 받는다. 언약 파괴에 관여했음이 입증된다면 최소 사형, 그리고 공범들이 밝혀진다면 그들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되겠지. 너는 네 일당들 입장에서도 버려져야 할 배신자가 되고 브리튼 제국의 중죄인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는 이유는 하나였다.

 

 

“하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나와 마지막으로 거래를 하는거다. 내가 네 목줄을 쥔 채 너를 이용할 생각이다. 내 말대로 하면 네 목숨만은 보존하게 해주지. 그들이 너를 죽이지 못하도록, 그리고 증거를 폐기하고 법정에서도 유리하게 변호해줘서 가벼운 형을 받도록 해주마.”

 

 

선택지는 없었다. 수잔나는 반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그의 제안에 따랐다. 도중에 배신을 획책한다는 옵션도 없었다. 이미 철저하게 그녀의 생명줄은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무, 무엇을 원하시죠?”

 

 

“너희의 모든 것.”

 

 

“…….”

 

 

“네게 허락된 것들 중 너희의 가장 비밀스러운 재산을 내놔.”

 

 

에드윈은 그날 그녀에게서 핵심 열쇠가 될 보물들을 탈취했다. 그녀가 ‘그들’의 일원임을 알게 된 그는 ‘그들’과의 연결에 필요한 기구들을 발견했다. 그중 일부는 그녀의 체내에 심겨져 있었고 또 다른 것들은 악세사리의 형태로 몸에 부착되어 있었으며 일부는 휴대하는 소유물로 존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그녀 자신까지도 인질로 삼았다. 철저하게 자신이 감시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걸어두어 감시했다. 도망가지도 못하고 저들에게 자백하지도 못하도록 만반의 수를 겹겹이 걸어두었다. 어차피 에드윈의 제안을 저버려봐야 최악의 미래만이 기다릴테니 그녀로서도 허튼 짓을 할 생각은 못했다. 그는 적당히 들키지 않도록 그녀와 연애 관계를 이어가는 척 연기하였다. 그녀를 보낸 이들을 끝까지 속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비밀 소유물들은 에드윈의 연구 재료가 되었다. 여기에 뜻하지 않은 행운들이 겹쳐 에드윈은 의외의 발견들을 이뤄냈다.

 

 

 

 

 

오늘 제로스가 사용하려는 특수 루트의 통신 수단은 바로 에드윈의 발명품이었다. 그 스스로 발명했다고 하기에는 그야말로 요행에 가까우며 불확실도도 높긴 했으나 어쨌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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