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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67회 [2부] 88화. 숨겨진 보물과 숨겨진 비밀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30 | 회차평점 0 0

 

 

 

역사가 변곡점을 맞이하려던 시절, 상부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오, 창조주시여, 당신의 그 선택에 대해 나는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 세상의 임금이 만물의 주인에게 이렇게 청원하였다.

 

 

<<당신께서 이 세상의 민족들을 나누고 그 상속물을 나누실 때에 (신명기 32:8) 당신께서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대한 권리를 넘기셨습니다. 오직 당신의 몫은 야곱의 자손들 뿐이었죠 (신명기 32:9). 그런즉, 이스라엘을 제외한 이 세상 모든 민족들은 우리의 것입니다.>>

 

 

[그렇다, 때가 이르기까지는 그러하겠노라.]

 

 

그 두려운 ‘때’가 언급되자 마왕은 흠칫 전율하였다.

 

 

<<그렇습니다. 당신께서 피로 값을 지불하고 따로 빼낸 ‘개인 단위’의 속량받은 이들을 제외하면, 이스라엘 밖의 모든 민족과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재량과 권리 아래에 지배를 받습니다.>>

 

 

이 말은 분명 사실이었다. 이 세상에는 오로지 한 민족을 제외하고는 국가 단위로 신정 국가로 택정된 민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라는 실체가 존재하긴 하나 그들은 아직 이 시대 동안에는 국가 권력과 구분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한 국가 전체가 거룩하게 신께 봉헌된 경우란 이스라엘이 유일무이하다.

 

 

사탄이 이의를 제기하려는 바가 여기에 있었다.

 

 

<<왜 그대는 때가 이르기 전에 미리 이스라엘 외에 다른 가문을 당신의 전유물로 빼놓은 것입니까?>>

 

 

[어리석구나, 토기장이에게 그릇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더냐? 네가 가진 것 중에 나로부터 받지 않은 것이 무엇이더냐? 모든 것이 내 허락 아래 주어졌고 또 지금도 내 소유이니 내 마음대로 임의로 처분한들 네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이에 반박의 말문이 즉각 막혔다. 그러나 힐렐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길을 생각해내어 대꾸했다.

 

 

<<당신의 때가 이르기 전에 당신의 몫이었던 이스라엘 외에 다른 것을 취하셨으니 내게도 내 소원 한 가지를 이뤄주소서. 당신도 아시거니와 왕국들은 내 것이었고 브리튼도 내 것이라 내가 통치하게 하려 하였으나 그것이 돌려져서 ‘다른 가문’의 것 곧 크리스토프의 후손들의 것이 되었으니, 이는 그것이 주님 당신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니이다. 이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 청원을 하려 하오니, 내 말을 거절하지 마옵소서 (열왕기상 22:15-16).>>

 

 

[말하라.]

 

 

그러자 사탄은 기록된 시편 말씀 하나를 인용하여 제안하였다.

 

 

<<말씀이 기록된바, 오 주여, 또 주의 손이 된 사람들과 이 세상 삶에서 자기 몫을 받은 세상 사람들에게서 내 혼을 건지소서. 주께서 주의 ‘숨긴 보물’로 그들의 배를 채우시니 그들에게는 자녀들이 가득하며 그들은 자기들의 남은 재산을 자기들의 어린 아기들에게 물려주나이다 (시편 17:14) 라고 하였습니다. 그런즉 내가 당신으로부터 당신의 ‘숨긴 보물’들을 요청하오니, 내가 내 아이들에게 당신이 오래 전 감춰둔 보물로부터 유익을 얻도록 공급하는 일을 막지 마소서.>>

 

 

이에 하늘의 왕께서 답하셨으니.

 

 

[네가 요청하는 그 보물은 분명 ‘셋째 날의 돌’과 ‘다섯째 날의 돌’이렸다. 그렇지 아니하더냐?]

 

 

정곡을 찔린 힐렐이 긍정하였다.

 

 

<<그렇습니다. 제1일, 제2일의 돌은 인류가 가공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제4일의 돌은 인류 문명이 손을 댈 수 없는 태양 한 중앙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6일의 돌은 영혼에 담긴 것이니 인류의 기술로는 추출하지 못합니다. 초인들이라도 출현하여 문명 혁신을 일으키지 않는 한 말이죠.>>

 

 

[제3일과 제5일의 돌은 자신이 있다, 이 말이로구나.]

 

 

이에 신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좋다. 청을 허가하겠다. 다만, 창조석은 오롯이 내 소유물이니 그 본체는 네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두 돌의 권능이 마찰하여 생산되는 부산물들, 그것들을 네가 추출하고 가공하는 일을 허락하겠다. 너 자신이 그것을 소유해서는 안되며 인간들에게, 네가 원하는 자에게 줄지어다.]

 

 

이 신적 허락을 계기로 바닷속 깊음의 심장과 땅속의 심연의 심장이 마찰을 일으켰는데 그 과정에서 방대한 에너지 충돌이 벌어졌고 새로운 성질의 물질들이 물리계 속에 연성(鍊成)되었다.

 

 

이 세대의 임금은 자신에게 넘겨진 이 ‘주님의 숨긴 보물’을 취하여 자신이 섬기는 자들의 배를 불려주기로 하였다. 두로의 영적 후손들, 에돔의 후예들, 그리고 바빌론의 수호자들, 그들에게 영적인 계시가 내려졌고 그들은 이 은밀한 보물을 신탁에 의지하여 독차지하게 되었다. 점지를 받은 좌표에 미리 광산을 짓고 채굴권을 선점한 뒤 마신이 인도해주는 대로 자원들을 캐내어 확보하였다.

 

 

그렇게 수백 년에 걸쳐 지표면에 흩어진 모든 ‘주님의 숨긴 보물’은 사탄의 이끌림을 받은 인간들의 수중에 차곡 차곡 쌓였다. 그들은 그 보물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었고 이것은 사악한 영적 행위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되어 대대손손 후손들의 영혼을 마귀의 것으로 종속하였다.

 

 

 

 

 

 

 

 

*

 

 

 

 

 

밀폐된 거대한 동굴을 기초로 건설된 지하 벙커. 이곳은 지하 300미터에 위치한 곳으로 웬만한 폭격으로부터도 안전히 보호될 수 있었다. 물론 아이언로드의 ‘심판의 창’이라면 뚫어내겠지만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피격만 가능할 뿐이다. 천장을 무너뜨릴 경우 그 안에 있는 모든 내용물도 침몰되어 영원히 매장되게 된다. 말하자면 이 안에 인질이라도 잡혀 있는 경우에는 함부로 물리적 타격을 시도할 수도 없다.

 

 

내부에는 인간이 장시간 생활할 수 있도록 여러 생활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씻을 수 있는 시설, 그 외의 각종 도구까지. 하지만 모두 근대 이전 수준의 도구들과 기기들로 지탱되었으며 산업 혁명 이후의 전기 기반 기기는 그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영역은 완전히 외부 문명과 차폐된 곳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전자 계열 또는 그 이상 수준의 문명에서 나온 신호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신비한 차폐막’이 360도 상하 좌우 전후방을 에워두르고 있었다. 전기 신호, 전자파, 뇌파와 사념파, 네트워크를 비롯하여 모든 것의 상호작용이 이 안으로 전혀 침투할 수 없었다. 이는 브리튼의 가장 탁월한 기술력을 동원해도 뚫지 못할 방패였는데 이는 이 차폐막을 생성하는 원천이 인간계 너머에서 기원한 물질이기 때문이었다.

 

 

벙커 전체가 모종의 ‘초자연적 기원의 물질’로 된 막으로 감싸져 있었다. 극소량으로도 천문학적인 가격이거늘, 그것을 천문학적인 규모의 낭비로 소모해버린 격이었다. ‘그들’이 오랫동안 보물처럼 굳게 쥐고 있던 숨긴 보화들을 이렇게 낭비한다는 것은 격노를 일으킬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찌되든 상관 없게 되었다. 어차피 두로와 에돔의 후손들은 사회적으로는 전멸했다. 목숨만 붙었다 뿐이지 모든 소유를 잃었고 앞으로도 영영 바깥 공기를 보지 못할 것이다. 동료들이 다 그렇게 된 바에 남자도 큰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는 사악한 사명감을 이루는 비전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남은 모든 히든카드를 장렬하게 불태워 마지막 승부수를 멋지게 피워내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더라도 브리튼과 함께 묻혀 물귀신이 되는 편이 낫겠지.

 

 

“그분께서 과연 순순히 이 함정에 발을 들이밀지?”

 

 

양복과 코트 차림의 장신의 중년 남성은 발코니에 서서 잠잠히 생각하였다.

 

 

“마지막 도박을 하는 김에 최대한 성공률을 높였으면 하는 데 말이야.”

 

 

그는 곰곰이 현재 놓인 상황의 앞뒤를 따져보았다. 일신의 안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곱게 죽긴 글렀다. 어찌어찌 살아남더라도 평생 양지로는 나오지 못한 채 도피 생활을 하리라. 하지만 만일 승부의 초점을 ‘가치관 전쟁’에 둔다면 아주 절망적인 처지는 아니었다. 오랜 수고와 최근 있었던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과한 덕분에 마침내 승리의 해법에 근접하게 다가갔다. 그 대가로 무려 수백 년의 기반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그야말로 뼈와 살을 다 내주는 큰 비용을 치른 것은 고통스럽긴 했다. 하지만 한때나마 동료였던 우매한 자들을 모두 소모시켜 만든 기회이니 낭비할 수는 없다.

 

 

물론 황태자를 굳이 유인하지 않고도 계획을 시행할 여건은 갖춰졌다. 그렇지만 황태자가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는 순식간에 강력한 권능을 통해 상황을 해결할 것이다. 아이언로드 시리즈, 심판의 창들, 비블로스라는 괴물 기체, 위성 시스템, 그리고 가디언엔젤들까지, 태자의 인프라는 너무도 막강하다. 더욱이 이제 열 명의 마스터들과 대공까지 상대해야 한다. 기껏 최적의 효율을 갖쳐 테러를 준비했는데 그것이 찻잔 속의 태풍처럼 되어 가로막힌다면 억울할 노릇이다.

 

 

“유인할 수단이라고는 당신 뿐인데 말이죠.”

 

 

중년 신사는 교활한 미소를 머금고 뒤편에 선 다른 한 사람을 향해 곁눈질을 하였다. 그 사람은 대답 없이 잠잠히 사내의 얼굴을 주시하였다.

 

 

“황실과의 질긴 술래잡기, 끝내 이런 파탄의 자리까지 이르렀군, 안 그런가?”

 

 

사내는 묵묵히 머물러 있는 그 여인에게 조소하듯 한 어투로 말했다.

 

 

“이본 그 여자의 결말은 한 편의 비극과도 같았지. 그녀는 결국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한 가련한 배신자였다. 이중 첩자, 참으로 식상한 신파극이었어.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뿌리를 버린 자, 그리고 모두에게 버림 받은 여인. 자신이 죽자마자 자신을 잊고 다른 여인에게로 갈 남자에게 목을 매다니. 한심하기 그지없어. 그녀가 떠난 것이 엊그제 같군.”

 

 

사내의 신사처럼 위장된 가식의 가면이 흘러내리며 비열한 본 모습이 흘깃 흘깃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이본이 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혈육이 마침내 이곳으로 온다. 기대되지 않은가, 나의 오랜 동료여?”

 

 

여전히 대답 대신 침묵뿐이었다.

 

 

“흐흐, 이본의 외아들, 그자는 네게 있어 누구보다도 거슬리는 걸림돌이겠지? 나에게도 불구대천의 눈엣가시지만 네게는 어떤 의미일지, 나로서는 가늠이 되질 않는군.”

 

 

사내는 여인 앞으로 다가가 도발하듯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교활함의 색채가 담긴 눈과 얼음처럼 냉랭한 냉기의 눈, 그 둘이 마주쳤다. 기묘한 긴장감이 어색하게 감돌았다.

 

 

“그간 잘 협력해줘서 고마워. 훌륭한 연기력이었어. 대면은 내가 맡지. 그대는 적당히 그자에게 절망감과 충격을 안겨줘. 잘 할 수 있겠지?”

 

 

이에 여인이 대답했다.

 

 

“알아서 잘 할 테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

 

 

“크큭, 역시 고귀하신 레이디답군. 기대하도록 하지. 내 최고의 조력자여.”

 

 

 

 

 

 

 

 

 

 

 

*

 

 

 

 

 

트랜스포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개인용 에어크래프트를 타고 이동하던 중 알렉시스 쪽으로 비밀 메시지가 하나 전달되었다. 송신지는 한반도, 발신자는 총독직에 있는 테서렉틴이었다. 동생의 연락에 알렉시스는 잠시 상념에서 벗어나 신경이 환기되었다.

 

 

{황태자 전하께, 총독께서 긴급히 보고 드릴 바가 있습니다}

 

 

국가 소속 인공지능 비서가 공적인 어투로 요청한 것을 보아 동생으로서 사적인 대화를 원해서 연락한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테서렉틴이다. 아마 뭔가 중대한 보고를 드릴 각오를 하고서 왔으리라.

 

 

“통신 라인, 접속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이내 테서렉틴의 다급해 보이는 표정이 홀로그램 화면 상에 나타났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어이, 테디.”

 

 

오히려 알렉시스 쪽에서 괜한 긴장감이 들었다. 자신에게 늘 친밀한 동생으로서 가까이 다가오며 ‘형님’ 또는 ‘형’이라고 불러줬던 동생을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마주하니 어색했다. 어색함도 문제지만 침착한 동생의 얼굴에 수심이 내려앉은 모습이 선히 보이니 더 우려가 되었다.

 

 

“무슨 일이지?”

 

 

“전하, 긴히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신출내기라지만 한 지역을 통치하는 자답게 테서렉틴은 격식 있는 어조로 지혜롭고 분명하게 의사 전달을 시작하였다. 알렉시스는 내란 사태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아직 보고되지 않은 정보가 있는가 하여 귀를 기울였다.

 

 

“그자가 제 관할 권역을 거쳐 갔었다는 보고를 드리려합니다.”

 

 

알렉시스는 속으로 흠칫 당황하였고 재빨리 그 표정을 포커페이스 속에 숨겼다.

 

 

“그 사람이?”

 

 

둘은 워낙 우애 깊은 형제로서 살아온지라 이심전심이 가능했기에 굳이 고유명사를 붙이지 않아도 지칭하는 대상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현재 알렉시스가 방문하려는 그 사람을 테서렉틴이 언급한 것은 심상치 않은 징조였다.

 

 

“외진 구역의 스테이트를 무슨 목적으로?”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반도 지역이 빠르게 재건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타 지역에 비해 많이 낙후된 편이다. 그곳에 딱히 요긴히 여겨볼 중요 시설이나 인적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테서렉틴 정도가 그자 입장에서 요주 인물이기는 한데 문맥을 보건대 아무래도 직접 황자와 접촉할 목적으로 찾아간 것은 아닌 듯했다.

 

 

“그가 그곳에서 무엇을 획책했는지 파악했다면 알려줄 수 있겠어?”

 

 

“그것이…….”

 

 

형의 요청에 동생은 걱정스럽게 말끝을 흐렸다.

 

 

“아직 명확하게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한창 조사 중에 있지만 확실히 탈취되거나 손상된 것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테서렉틴은 ‘그자’가 얼마 전 내란의 움직임이 준동하던 몇주 전쯤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한반도 지역에 몰래 방문했음을 증거하는 증거물들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가 접근한 목적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후보들도 제안했다. 그중 어떤 것이 진상인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의 저의를 밝히려면 그를 직접 체포해봐야 하겠지만…….”

 

 

아우는 한참 고민하더니 불확실의 영역에 있는 자신의 추측성 사견을 밝혔다.

 

 

“외람되오나, 추정컨대 제 판단에는 ‘파인웨스트’의 시스템에 대한 단서를 노리고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정왕을?”

 

 

알렉시스는 속으로 아뿔싸 하고 탄식했다. 다른 모든 어둠의 장로들이야 별 볼 일 없는 조무래기들이라지만 그자만은 다르기에 주의했어야 했거늘. 우려했던 바가 성큼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마스터라서 그런지 격이 다른가?’

 

 

하지만 다행히 테서렉틴의 보고를 면밀히 살펴보니 그자가 나름 중요한 정답지에 가까이 다가간 것은 사실이나 그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한 듯했다. 무엇을 취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감시로 인해 불발 시도가 되었으리라.

 

 

‘내 발명품인 블랙스미스 플랫폼으로부터 뭔가 중요한 열쇠를 탈취하려 했던 것일까?’

 

 

만일 그 기술 중 일부라도 유출되어 그의 손에서 유익하게 쓰인다면 장기적으로 큰 위협이 될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그자는 혹시나 있을 장기전을 예비할 심산으로 나름 안배를 두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안배를 위해 알렉시스가 확립한 삼대 요정왕 시스템의 핵심 기술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기전으로 갔을 경우의 문제다. 설령 그가 운 좋게 기술 일부를 탈취했다고 해도 그것을 사용하려면 최소 수십 년은 걸리리라. 본인도 그렇게까지 시간이 많이 허락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으리라. 알렉시스 역시 이렇게 상황이 흘러간 마당에 마무리를 길게 끌거나 후손에게로 남은 숙제를 넘길 의향은 추호도 없었다.

 

 

‘한반도는 비록 개발도상국이지만 그 안에는 3대 요정왕이 생산한 중요 열쇠 격 인프라가 제법 많이 설치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3대 플랫폼이 얼마나 큰 능력으로 인류 문명을 변혁할 수 있을지, 그 잠재력을 시험해보기 위한 땅 중 하나가 바로 동생이 관할하는 한반도였다. 주목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곳에 가치들을 심어뒀거늘, 그것을 알아채고 노린다면 일이 골치 아파진다. 부디 적이 큰 유익을 취하지 못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오늘 확실히 정리해야겠군.’

 

 

굳게 결의한 알렉시스. 그는 동생과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며 현 상황에 대해 낱낱이 파악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관리자인 테서렉틴이 유능해서인지 그자가 몰래 들어오긴 했어도 자신의 맘대로 뜻을 다 펼치지는 못한 모양이다. 적임자에게 잘 맡겨두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되었다.

 

 

“고맙다, 총독. 수고 많았다. 추후 새롭게 조사한 내용이 있으면 즉각 나와 아버지께 전달하도록.”

 

 

“감사합니다, 전하.”

 

 

머리가 지끈거렸다. 간만에 깨어나서 가족들과 안락하게 마음의 휴식을 누리지도 못한 채 사태들을 해결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일이 잘 정리되면 가족들과 시간을 공유하며 격려와 위로를 나누고 싶다. 그간 너무 일에 치여 가족들과의 오붓한 대화가 부족했다는 생각에 후회감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내용을 내게 처음 보고한 건가?’

 

 

문득 궁금증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잠든 동안에 확인된 정보라면 당연히 아버지께 보고될 내용일텐데?’

 

 

테디가 왜 이 사안을 제일 먼저 막 깨어난 자신에게 전한 것인지 의아했다. 잠시 고민한 뒤에 알렉시스는 불길한 가설을 하나 떠올렸다. 황실 내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인건가?

 

 

‘그렇게 보면 퍼즐이 들어맞는군.’

 

 

그자의 메시지 속에 제시된 그 ‘인질’. 자신도 역시 불길한 직감으로 인해 그 사실을 가족들과 공유하지 못한 채 혼자서 해결하려고 지금 몰래 감찰을 나온 것이 아닌가. 테서렉틴도 어쩌면 심상치 않은 황실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감지하거나 발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확고히 믿기 어려웠기에 유일하게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큰형을 찾은 것일테지.

 

 

‘진상을 확인해야 해.’

 

 

잘 됐다. 이번 기회에 황가와 그 어둠의 세력 사이에 놓인 은밀하고 불쾌한 연결 고리, 곧 과거의 신파극들을 낱낱이 드러내어 밝히리라. 그 진실이 불편하다 할지라도 더는 도피하지 않겠다. 미싱링크를 찾아낸 뒤 어두운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 밝은 곳에 드러나도록, 모든 감춰진 비밀을 들추리라.

 

 

‘그리고 내 어머니에 대한 비밀도.’

 

 

늘 담대했던 알렉시스의 가슴이 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요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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