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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92회 [2부] 외전 8화. 에디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1.23 | 회차평점 0 0

 

 

 

세계를 발칵 뒤집은 크나큰 사건이, 즉 내란과 사상조작병기 사태가 종결된 이후 이삼 주쯤이 지났을 때, 알렉시스는 조용히 동생을 불렀다. 뻔뻔하기로 이를 데 없는 에드윈이지만 염치로 인해 좌불안석이 되었다. 지은 과오들이 분명히 있기에 고개를 뻣뻣하게 들 수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황자답지 않게 예의가 조금 부족한 편인 에드윈이다. 그런 그도 황태자의 호통이 무서웠는지 기세를 숙이고 비굴하게 태도를 낮추었다.

 

 

“에드윈.”

 

 

“네.”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형이 왜 불렀는지 짐작이 가니?”

 

 

“어느 정도는요.”

 

 

이 자리는 공적인 공간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가족 대 가족으로 대화를 하기 위한 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장자이자 계승자로 알렉시스에게는 매우 강력한 권위가 있다. 입양아에 불과한 에드윈은 자신의 처지를 알았고 자신이 매우 큰 곤경에 처했음을 인지했다.

 

 

“너 그렇게 자기 자신을 함부로 다루면 곤란해.”

 

 

알렉시스는 매우 부드럽게, 상냥하게, 그러나 엄한 사랑을 담아 책망했다.

 

 

“아버지께서는 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셔. 내가 적당히 필요한 부분만 보고했고 디테일은 너와 나 사이에서 회계(會計)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죄책감에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저 잘난 맛에 사는 뛰어난 젊은이가 참으로 오랜만에 위축되었다. 역시 자신보다 몇십 배는 뛰어난 사람에게서 한바탕 훈육을 받아야 사람은 겸손해지는 법이다.

 

 

“형이 너 다쳤을까 봐 많이 염려했다. 개인적으로는 꽤 속상했고.”

 

 

“저는 멀쩡합니다만.”

 

 

“그 이상한 여자한테 독살을 당하고도, 그게 멀쩡하다고?”

 

 

“……독살은 아닙니다만.”

 

 

“그게 그거지.”

 

 

가까스로 초인적으로 분개하는 마음을 통제하는 큰형이었다. 알렉시스가 가장 분노한 부분은 에드윈이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초상물질 연구를 몰래 배후에서 조종한 것도, 제로스와 작당하여 위험한 적진에 침투할 괴병기를 발명한 것도, 이 모든 일을 황태자인 자신 몰래 행한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동생이 어떤 발칙한 미인계에 휘말려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고서 그것을 가족들에게 숨긴 것이 안타까웠다.

 

 

“전부 철저히 계산하고 제 쪽에서 농락한 것이었습니다.”

 

 

에드윈은 힘겹게 변명을 덧붙이며 말을 머뭇거렸다.

 

 

“실제로 제게 신체적인 위해는 남지 않았고 처음부터 그럴 자신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려웠겠죠. 꼬리를 자르고 도망칠 여지도 있었고, 애초에 초상물질이란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그녀를 잡아서 심문을 해야만 더 많은 증거물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에드윈의 영악한 도박이 수확물을 획득한 셈이긴 하다. 그럼에도 알렉시스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은 동생이 자기 자신을 미끼로 사용하여 일부러 위험에 뛰어든 점이었다.

 

 

물론 그런 면에서는 자신도 할 말은 없다. 전쟁 때도 그랬고 이번 내란 때도 그랬고, 자신은 목숨을 걸고 적진에 나섰다. 하지만 그건 공식적인 통치자이자 책임을 짊어진 자로서 의무를 수행한 것이고, 아무 상관 없는 동생이 그런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지.

 

 

“왜 하필 네가 미끼가 되어야 하는데.”

 

 

“하지만.”

 

 

“차라리 처음 낌새를 느꼈을 때 내게 말해주었으면 좋았잖아.”

 

 

“형님 쪽에서 움직임을 보였다면 적들이 너무 빨리 경계 태세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게 네 무모함에 대한 변명은 되지 못해.”

 

 

“압니다. 죄송합니다.”

 

 

한참을 다그친 뒤 알렉시스는 동생 곁에 다가갔다. 뺨을 맞거나 머리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한 것인지 에드윈이 순간 움찔하며 눈을 감았다. 제 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청년이었다. 알렉시스는 의사가 진찰하듯 동생의 몸 상태를 이리저리 살피며 간단한 신체 검진을 통해 이상 징후가 있는지를 파악했다. 자신의 몸을 주무르며 살피는 형의 개입에 동생은 당황했다.

 

 

“저, 저기.”

 

 

“가만히 있어봐. 나도 기본적인 수준의 의술은 배웠어.”

 

 

“정말 저는 괜찮습니다만.”

 

 

“그렇게 말한다고 그냥 넘어가지 않아. 미량의 초상물질이라도 몸에 스며들었다면 어떤 이상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어.”

 

 

물론 초상물질들은 모두 파괴될 계획이고 공명 작용의 여파로 사방에 흩어진 나머지 물질들도 기능을 잃을 것이다. 그래도 혹여 동생이 미량이라도 중독되었다면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불안하다.

 

 

“오늘은 입원해서 얌전히 검사받아. 혹시라도 어떤 변수도 축적되지 않도록 분자 단위로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야. 필요하면 치료도 할 거야.”

 

 

저항하고 싶었으나 지은 죄가 있던 에드윈은 얌전히 수용하였다.

 

 

‘그나저나 열 받네.’

 

 

알렉시스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의분을 억눌렀다.

 

 

“그 수잔나인가 뭔가 하는 그 정신 나간 여자, 그냥 놔둘 수는 없겠는데.”

 

 

그 이름에 움찔하며 반응하는 에드윈. 이미 한참 전에 정리된 악연이라지만 여기서 다시 끄집어져 나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형님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면 정말 일이 피곤해진다. 잠잠히 덮고 싶었는데.

 

 

“이미 그녀는 저번 내란 때 같이 체포되었습니다. 놔두면 어차피 징역형이니 적어도 20년 이상은 마주하게 될 이유가 없겠죠.”

 

 

“그 정도로 끝내기는 곤란해. 황족 시해 미수, 이것만으로도 극형에 해당해. 주술과 마법까지 동원했으니 그 죄악의 무게는 한없이 증폭되겠지.”

 

 

현재 ‘초상물질’을 운용하여 일으킨 그자들의 범죄에 대한 형량은 한없이 무거워진 상태이다. 알렉시스가 직접 나서서 의회를 설득했고 법적으로 문제의 그 ‘초상물질’을 그 어떤 마약보다도 천만 배 이상 극악한 ‘금기’로 규정했다. 마약에 연루되는 죄만으로도 엄벌을 받거늘, 그 천만 배 이상인 초상물질을 다루었던 자들에게 과연 무기징역과 극형 이외에 다른 옵션이 있겠는가.

 

 

“제 명예까지 연루될 수 있으니 부디 온건한 처우를 부탁드립니다.”

 

 

에드윈이 쥐 죽는 소리로 작게 구걸했다. 자신도 이런 비굴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렇네.”

 

 

알렉시스도 분을 삭였다. 그 악독한 여자는 법정 최고형에 처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동생이 불손한 소문으로 명예가 실추된다면 그것은 원치 않는다. 그러니 일을 이 정도 선에서 덮고 그녀에게는 그저 내란에 대한 연대 책임으로서의 형벌을 내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리라.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형님.”

 

 

처음으로 에드윈은 그답지 않게 겸허하게 자백했다.

 

 

“이미 내가 네게 줄 권면은 다 마쳤어. 그러니 너무 자책으로 괴로워하지는 마, 에디. 앞으로 더 잘하면 되잖아.”

 

 

“비단 이번 일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잔나와의 악연을 통해 에드윈도 배운 점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전 생활 방식에 부끄러운 오점이 매우 많이 묻어 있음을 자각했다. 그는 뒤늦게야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자각했다. 어쩌면 양심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나 억지로 누르고 외면해 왔다고 해야 맞으리라.

 

 

“저는 황실의 오점이 맞습니다.”

 

 

항상 제 잘난 맛에 살던 에드윈이었다. 실제로 세상적인 기준에서 잘난 사람이다. 외모로는 세계의 남성 중 한 손안에 드는 미남이며, 육체적으로도 빼어나고 빠르게 성장하는 뛰어난 두뇌와 천재성은 각계 과학자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황실의 입양아로서 아버지께 많은 유업을 받았고 교육 수준도 최고 레벨이며 자수성가하여 발명과 특허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이제 돌아보니 자신은 허영투성이였고 늘 공허했으며 바른 가치관 위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멍청한 사람이었다. 머리만 좋을 뿐 지혜는 없었으며 진지한 면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공과 명예는 쥐었으며 배경도 찬란했으나 그것에 수반되는 책임과 시대적 요청은 감당해 낼 그릇이 못 되었다. 그런 탓에 늘 도망치기만 했고 당장의 육신적인 삶만을 추구했다. 언제나 마음이 공허했으며 돈과 잘난 외모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영혼은 허기졌다.

 

 

그렇게 그는 여성과의 방탕한 삶으로 스스로를 소진했다. 최소한의 억제 장치가 존재한 덕분에 극한의 타락으로 치닫지는 못했으나, 만일 억제가 없었다면 능히 그렇게 되었으리라.

 

 

만약 그가 명석하고 영악한 천재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 들릴라 같은 여자에 의해 패가망신했을 것이며 눈을 뽑힌 삼손처럼 비천한 나락에 떨어졌을 것이다. 형님의 책망을 들음으로써 에드윈은 자신의 한심한 실체와 정직히 마주했다.

 

 

“확실히 제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청년은 회한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에디.”

 

 

그 상한 마음을 느낀 알렉시스는 안쓰러워하는 목소리로 동생을 불렀다.

 

 

“너무 늦지 않게 돌이켜줘서 다행이야.”

 

 

그는 동생에게 희망의 말들을 전해주었다.

 

 

“죄책감에 짓눌리지 마. 너에겐 아직 돌이킬 기회들이 있어.”

 

 

형님은 이전부터 늘 동생에게 경고했었다. 내일 일은 모른다. 사람은 하루 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니 삶을 쾌락과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해서는 안 된다. 주어진 모든 시간에 감사하되 자신을 창조해 주신 하나님의 목적에 합한 삶을 살아야 한다. 돈과 쾌락과 문란한 애정을 따라가면서 인생과 젊음을 낭비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온다.

 

 

그런 경고를 지루한 설교처럼 여기며 늘 한 귀로 흘려왔던 에드윈이었다.

 

 

 

 

 

“형이랑 시간을 좀 내줄 수 있을까?”

 

 

알렉시스의 부탁에 아우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이후 알렉시스는 어느 신실한 노 목사를 불러 동생에 대한 목양과 지도를 부탁했다. 유명한 목사는 아니었으나 브리튼 황실의 구성원들에게 설교하고도 하나님께서 목숨을 거두시지 않은 사람이다. 즉 영적으로 진짜배기였다. 알렉시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목사님께 부탁했다. 아우에게 지혜로운 상담을 베풀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도록 권면을 해달라. 목사는 이를 수락했다.

 

 

이와 같이 며칠에 걸쳐 에드윈은 몸의 치료에 더불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부터 마음이 바로 누그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몇 번 만남이 축적되면서 그의 속 한가운데 어떤 갑갑함이 일어났다. 지금까지와 같은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양심의 책망이었다. 곧바로 극적인 회심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나 그의 안에도 한 방울 한 방울 생명수의 물과 씨앗이 시나브로 뿌려지고 있었다.

 

 

 

 

 

얼마 후, 에드윈은 알렉시스와 함께 부모님께 가서 자신의 이전 삶의 부끄러웠던 모습을 고백했다. 얼마나 복잡한 여자관계가 있었는지, 또한 하마터면 수잔나의 꾐에 빠져 넘어질 뻔했던 일들도. 어느 정도 알렉시스에게 전해들어 알고 있던 알폰스와 세일린은 양아들을 용서하였다. 아울러 그들은 자신들이 에드윈을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친자식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자신이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다고 여기며 포기해 왔던 그는 처음으로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알렉시스가 그를 변호해 준 덕에 에드윈은 크게 혼나지는 않았다.

 

 

동생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발견한 알렉시스는 기뻐하였고 격려와 위로로 동생의 낮아진 자존감을 치유해 주려 노력했다. 이번 기회에 그도 탕자처럼 방탕한 삶을 정리하고 올바른 길에 들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후 4월이 되었을 때, 알렉시스는 동생 에디를 자신의 비장의 카드인 팀 에덴에 정식으로 소개하였고 팀장들과 팀원들은 신입의 성과와 재주를 공정하게 평가한 뒤 자신들의 새 회원으로 고용하였다. 외압과는 전혀 무관한, 순수하게 에드윈의 재능과 천재성에 기반한 평가였다.

 

 

그렇게 현 인류의 모든 융복합 기술의 최절정이라 인정받는, 초천재 과학자/공학자 드림팀에 젊은 황자가 막내 멤버로 합류하였다. 이로써 인류의 과학 기술력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진보할 원동력을 충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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