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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66회 탑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9.15 | 회차평점 0 0

 

 

 

그가 거기에서 벧엘로 올라가는 데 그가 길에서 올라갈 때에 어린아이들이 도시에서 나와 그를 조롱하여 그에게 이르되, 너 대머리여 올라가라. 너 대머리여 올라가라, 하므로 그가 돌이켜서 그들을 보고 주의 이름으로 그들을 저주하매 숲에서 암곰 두 마리가 나와 그 아이들 중의 마흔두 명을 찢었더라 (열왕기하 2:23-24)

 

 

 

 

 

 

 

 

 

 

 

*

 

 

 

 

 

42층에 올라온 공략대 제7팀. 그들은 미리 준비해둔 비기와 오의로 적의 본대 중앙을 부순 후 보스 어비씨언 앞에 섰다. 42층의 주인인 그 존재는 거대한 괴물의 모양을 띠었는데 마치 두 개의 괴물곰이 결합된 형태를 지녔고 머리가 둘이었다. 한 머리는 북극곰의 모양이요, 다른 하나는 그리즐리 베어의 형태였다. 쌍두웅(雙頭熊)은 헌터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인간들이여, 감히 너희의 더러운 발을 이 성역에 들여놓다니, 무엄하도다.-

 

 

42층의 주인은 자신의 군대가 겁에 질려 물러난 것을 보고 일부러 위엄을 잃지 않고자 큰소리를 쳤다. 헌터들이 이 42층에 들어서자마자 사용한 기괴한 오의, 그 힘의 정체는 어비씨언들과 헬게이트들에게 익히 알려진 것이었다. 모든 상성에 우위를 갖는 그 특수한 이능을 1대 다수의 싸움에 적합하게 미리 준비해둔 인간들의 솜씨, 경각심을 늦출 수 없었다.

 

 

-그 힘은 원래 너희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대들이 되도 않게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쓰는 것을 보니 곧 그대들의 패배가 눈에 선하도다.-

 

 

일반적인 안티-게이팅 에너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백색 파동. 이제껏 어비씨언들은 흑재규어 이외에 그 힘을 다룰 수 있는 자를 보지 못했다. 대체 그 인간이 어떤 묘수를 부렸기에 자기의 힘을 다른 이에게도 보편화하였는가.

 

 

-너희의 것이 아니니 공급량에는 한정이 있겠지. 사전에 저축해둔 힘을 소모하는 방식으로만 싸울 수 있을테지. 이미 내 군대를 도륙하는 과정에서 비축분을 거의 날려먹은 듯 한데 설마 내세울 힘이란 게 그것뿐인가?-

 

 

헌터들은 무응답으로 응수했다.

 

 

-자, 그러면 너희 실력을 보도록 하지.-

 

 

괴물이 거대한 앞발을 움직였다. 괴물의 등에는 뱀의 형태를 띤 수십 개의 꼬리가 있었는데 그것들이 채찍처럼 길게 늘어나 춤사위를 그렸다. 이윽고 곰의 등에서 수천 개의 가시들이 돋아났고 그것들은 나무가 자라듯 빠르게 증가하여 수많은 잔가지들을 생성했다. 가지 하나하나에 녹색의 구체 형태 에너지원들이 박혀 있었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가 전류 형태로 검은 가시 전반에 흘렀다. 다이아몬드도 두부처럼 잘라낼 매우 위험한 검날이었다. 가시들은 초음속으로 기동하였다. 괴물과 스무 명의 전사들은 치열하게 혈투를 벌였다.

 

 

단순히 물리적인 역량으로 치면 일개 인간인 헌터들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안티-게이팅 파워와 더불어 라이텔바흐의 ‘사건의 지평선’이 그들의 망토에 심겨진 덕분에 파워 밸런스는 얼추 그런대로 맞았다. 괴물의 공격 대부분이 헌터들에게 닿을 때는 90% 이상 감쇠하였고 반대로 헌터들의 공격은 더욱 배가되어 큰 데미지를 주었다.

 

 

우두머리 격인 라파엘 협회장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40층부터는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군.”

 

 

1층부터 40층까지의 보스 레벨은 선형 함수에 비례하여 점차 늘어난다면 40층부터는 기류가 달라졌다. 주인의 강함이 층 수의 제곱, 아니 지수함수에 비례하는 분위기였다. 매 층마다 전력을 다해야 겨우 비길 수 있는 헌터들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헌터들의 능력치 성장이라 함은 충분한 휴식과 엘릭서를 통한 정화 작업을 거친 뒤에야 이뤄지는 것이다. 마치 운동 후 근육이 단숨에 붙지 않고 식사와 잠을 통해서 회복을 거치면서 이뤄지듯이. 지금의 탑 공략 과정은 그런 식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탑의 주인이나 다른 어비씨언들은 죽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탑 자체의 권능으로 말미암아 부활하는 특성을 지녔다. 그러니 한 층을 부순 후에 이어서 다른 층을 곧바로 공략해야만 했다.

 

 

과연 1층부터 100층까지 한 치도 쉬지 않고 재충전도 거치지 않은 채 연속해서 올라간다는 것이 가능키나 한 일인가. 소설에서나 나오는 ‘게임식 시스템’을 통한 레벨업 같은 반칙이라도 존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겠지.

 

 

다만, 라이텔바흐 협회장은 기묘한 방법으로 이 ‘보급의 딜레마’를 해결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무한대의 보급원으로 삼는 것이었다.

 

 

‘각 팀의 할당량은 한 번에 세 층을 연달아 올라가는 것, 그러니 이번 텀에서는 우리가 42층을 공략하면 다음 팀으로의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준비해둔 것이 바로 ‘아리아드네의 미로 공략용 실’이었다. 고대 설화의 유명한 아티펙트를 본따서 명명한 보물로 라이텔바흐가 발명해낸 기괴한 신소재 헌터 웨폰이었는데 그 용도에 있어서 전투보다는 ‘백업을 가능케하는 반칙’에 가까웠다.

 

 

라파엘은 지금껏 세 층을 연달아 싸우느라 에너지를 너무 소모한 것을 아쉬워했다. 자신을 제외한 여섯 명의 S급 헌터 협회장들과 AAA급 길드장들은 현재 전력을 다해 쌍두웅과 전쟁 중이었다. 다른 어비씨언들은 아까 오의 발동에 공포에 질렸는지 참전하지 않았으나 쌍두웅 한 마리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다. 오의에 백색 파동을 모두 소모하지만 않았다면 쉽게 제압할 수도 있었는데. 하긴 그랬더라면 다수의 군대를 직접 상대하면서 소모되었을 테니 더 불리했겠지만.

 

 

 

 

 

“라이텔바흐 씨, 이대로 100층까지 올라가면서 한 명의 사상자도 없게 하겠다는 약속, 지킬 수 있는 것이겠죠?”

 

 

한편으로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강력한 주인들이 또 나타날지를 예상하니 불안하기도 했다.

 

 

“일단은 당신의 말을 믿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공략된 서쪽의 바벨탑에 처음 발을 디딜 때도, 탑의 성질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기에 헌터들은 우려를 표하였다. 그때 라이텔바흐는 자신의 전략에 허점이 없음을 자신하며 호언장담했다. 어떤 위급함에 이르러도 즉시 백업할 것이며 난이도가 아무리 증가해도 그에 걸맞게 전력 공급을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남쪽과 서쪽의 탑을 공략할 때는 그런대로 일이 순탄히 풀렸다. 하지만 이번 동쪽의 탑은 그 난이도 면에 있어서 앞선 두 탑과는 많이 달랐다.

 

 

‘절대적인 난이도 자체나 패턴은 전과 비슷하다만.’

 

 

문제는 바로 외부 지원군의 개입이 얼마나 자유롭냐에 있었다. 이전에 공략했던 탑들도 아랫층부터 순차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특징에서는 같았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의 동쪽 탑보다 더 위험한 요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 안에는 층에서 층을 건너뛸 여러 가지 지름길이 많았었다. 그랬기에 탈출도 용이했고 라이텔바흐의 즉각적 지원 사격도 쉬웠다.

 

 

반면 이곳 동쪽의 탑은 아리아드네의 실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고서는 층과 층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것이 극히 어려웠다. 더욱이 각 층의 보스가 시간이 지나면 부활하는 특성은 대단한 골칫거리였다. 정석적인 공략으로 한다면 한 팀이 중간에 탑을 내려가지 않고 쉴새 없이 끝까지 올라야 하는 난점이 있으며, 그나마 아리아드네의 실 같은 반칙을 쓴다고 해도 바통 터치가 오차 없이 이뤄져야 하니 여러 위험 요인이 즐비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단 라이텔바흐 본인도 그렇고 공략대도 그렇고 지난 번 두 개의 탑 공략을 통해서 이전보다는 확실히 더 강하게 성장했다. 경험도 축적되었고, 지혜도 늘었다. 라이텔바흐로부터 특수한 이능을 공급 받는 보급 체계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졌으니 이제는 더 어려운 탑이라고 해도 충분히 솟아날 구멍이 생겼다.

 

 

 

 

 

-성가시군.-

 

 

42층의 주인은 마침내 열두 쌍의 날개를 펼쳤다. 괴물은 땅 위로 솟아올라 하늘에서부터 요격을 개시했다. 날개들과 가시들과 꼬리들이 흑파와 어비쓰론 입자들을 응축하여 SS급 이상의 위력의 포격을 비처럼 쏟아부었다. 헌터들은 망토에 깃들인 사건의 지평선을 활용해 겨우 겨우 막아내었다.

 

 

“백파(白波)를 쓰지 않고서는 어렵겠군요.”

 

 

“아무래도 우리는 랭킹 제로처럼 섬멸물질을 원거리에서 조작할 수 없으니까 그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

 

 

두 명의 협회장 사이에서 이 딜레마 상황을 어찌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오갔다.

 

 

“하지만 남은 분량의 백파는 마지막 확인 사살용 타격을 날리는데 쓰기에도 빠듯해. 적이 아래로 내려오기 전에 원거리에서 낭비할 수는 없다.”

 

 

헌터들은 각자 헌터 웨폰을 들고서 자신의 안티-게이팅 에너지와 빌린 힘인 섬멸물질을 섞어 포격을 튕겨내는 동시에 탄환을 날렸다. 워낙에 한정된 양인지라 근거리 싸움에 냉병기 형태로 써서 소모량을 최소화해야 할 힘이다. 그렇기에 마음대로 펑펑 탄환으로 소모할 수는 없었다. 충분한 명중률이 확보되어 42층 보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때에는 아끼고 또 아꼈다.

 

 

몇 발의 탄환은 쌍두웅의 커다란 근육질 몸체에 깊이 박혀 들었다. 맵집이 강한 탓에 그 공격에도 버티긴 했으나 조금씩 능력이 감쇠하는 효과는 나타났다. 경계심이 높아진 42층의 주인은 더 거리를 벌렸다.

 

 

-크큭, 나를 죽이고 43층으로 올라가기를 원하는가?-

 

 

어비씨언은 사악하게 조소하며 벌레 같은 작은 인간들을 향해 도발했다.

 

 

-올라가보거라, 가소로운 벌레들이여. 올라가보거라. 너희 알량한 그 힘으로 어디 한 번 올라가보거라.-

 

 

아리아드네의 실을 굳게 붙잡고 있던 라파엘 협회장의 이마에 찌푸림의 주름이 잡혔다.

 

 

-내가 너희가 가게될 길을 가르쳐주지, 인간들. 너희는 번제 제물이 되어 토막이 날 것이다. 내가 손수 내 발톱으로 너희를 각을 뜬 뒤 가죽을 벗기고 내장과 고기를 잘라내어 번제단 위에 올려둘 것이다.-

 

 

괴물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인간들을 그렇게 죽이기를 바랐다.

 

 

-네놈들, 혹시 ‘홀로코스트’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그 익숙한 낱말을 듣자마자 헌터들은 싸우던 중 멈칫하였다. 가면을 썼기에 얼굴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싸늘하게 공기가 얼어붙었다.

 

 

-크큭.-

 

 

괴물은 자신이 저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을 감지하고는 더욱 기세를 등등하게 높였다. 그렇구나. 어머니들인 유사-심연들에게서 전해 들은 인간 세계의 일들이 과연 거짓되지 않았다. 인간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막장이라고 하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어비씨언들보다도 더 말이다.

 

 

-홀로코스트라 함은 바로 ‘번제 제물’을 의미하는 것이지. 모조리 자르고 쪼개고 부수어 전체를 송두리째 태워 바치는 인신 공양. 멋지지 않은가.-

 

 

라파엘은 자신이 쥔 아리아드네의 실이 갑작스레 심상치 않게 진동하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행여나 놓칠까 노심초사하며 더욱 확고하게 주먹을 쥐어 실을 붙들었다.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올 듯한 기세였다.

 

 

‘저 멍청한 괴물 녀석이 쓸데없는 말을 떠들어대는 바람에 하필!’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괴물 주제에 그저 동물처럼 울부짖다가 장렬히 전사할 것이지, 왜 하필 잠잠히 있던 자의 진노를 일으킨단 말인가. 이 아리아드네의 실은 강력한 파동 전달 매질이기 때문에 흑파를 매개로 이뤄지는 탑 안에서의 소리 현상은 모조리 아래층의 ‘다른쪽 끝자락’에도 전달된단 말이다. 즉 1층에서 대기 중인 사람이 42층의 주인의 망언을 모두 들었다는 뜻이다.

 

 

-너희와 아래층의 너희 동료들도 다 같이 태워서 연기로 만든 뒤 너희를 외면하는 저 하늘 위의 높으신 분께 인신 공양으로 드려주마!-

 

 

 

 

 

바로 그 순간 땅이 갈라지며 격렬한 폭풍이 드릴처럼 솟구쳤다. 다색의 불처럼 생긴 어떤 파동 현상이 맹렬하게 스파크를 튀기면서 회오리바람처럼 기둥 형태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충격파와 스파크와 열기만으로 42층의 군단 80% 이상이 그대로 뼈까지 태워져 재가 되었다. 놀랍게도 정작 헌터들은 옷깃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내가 사방에서 그녀를 위한 불 성벽이 되리라 (스가랴서 2:5)]

 

 

 

 

 

 

 

 

불의 기둥의 발원지는 1층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축은 바로 아리아드네의 실이었다. 이 미로를 편리하게 공략하고자 고안해낸 라이텔바흐의 반칙 웨폰. 이 실은 강력한 ‘백색 파동’의 농축탄을 흩어지지 않게 고농도로 밀집시켜 유사 고형물의 형태로 유지시키는 힘이었다.

 

 

아울러 이 실은 한 번 한 층을 통과하면 층간 차원문이 닫히더라도 끊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성질이 있었다. 또한 어떤 어비씨언의 강력한 힘으로도 이것을 파괴할 수 없었다. 설령 역대 최강인 ‘그 어비씨언’, 곧 라이텔바흐의 숙적이 온다고 해도 불가능하리라.

 

 

아리아드네의 실을 매질로 백파의 불기둥이 생성되자 그 충격파로 1층부터 42층까지 거하던 모든 어비씨언들에게 불벼락이 떨어졌다. 막 부활했던 어비씨언 대다수가 떼 죽음을 당하였다. 그런데 그 불기둥은 바깥 방향으로는 격하게 타올랐으나 정작 안쪽에는 빈 공간이 형성되었다. 그 빈 공간은 공기의 진동조차 없이 안정적이었으며 열기도 거의 없었다. 헌터들은 그 내부의 빈 공간을 따라 딱딱하게 굳은 불기둥을 밟고서 위층과 아래층 사이를 왕래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급 문제를 해결해낸 기발한 반칙의 정체였다.

 

 

“지원 들어갑니다.”

 

 

막 휴식과 재충전을 마치고 충분한 새 이능 자원을 채워온 제1팀이 진격하였다. 그들은 1층에서부터 42층까지 아무런 방해도 없이 그대로 달려서 올라갔다. 아리아드네의 실을 올려두기 위해서는 첫 단계의 공략은 반드시 직접 싸워서 쟁취해야 하지만 한 번 공략해둔 층은 이야기가 다르다. 실을 중심으로 방출되는 백파의 화염이 부활한 어비씨언들도 모조리 태워 접근하지 못하게 해줄테니 이미 뚫어놓은 길들을 다시 갈 때는 그저 걸어가면 그만이었다.

 

 

제1팀은 몇 분 만에 제7팀이 거하는 42층에 당도했다. 그들은 백색 파동을 응축해서 오의를 날렸다. 검격에 의해 쌍두웅의 날개들과 꼬리들이 절단되었다. 땅으로 추락한 괴물을 향해 제1팀과 제7팀 모두의 비장의 공격들이 쇄도했다. 마흔두 명의 전사들이 날린 안티-게이팅 에너지와 백파가 섞인 거대한 검격이 공간을 가르고 진격하여 괴물을 사방에서 절단하였다.

 

 

-꿰에에에엑!-

 

 

42층의 주인은 자신이 말한 그대로 자신이 일을 당하였다. 마치 번제 제물이 수십 토막으로 찢기듯, 마치 짖궂고 폭력적인 아이가 칼로 곰인형을 잘라 넝마조각을 만들 듯, 두 머리의 곰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굳이 안 도와줘도 이길 수 있었는데.”

 

 

라파엘은 아쉬워하며 투덜거렸다.

 

 

“아슬아슬하게 힘을 다 소모했던 주제에 큰 소리는.”

 

 

제1팀의 리더 격인 비올레타 협회장이 받아쳤다.

 

 

“약속대로 43층부터 45층까지는 다시 우리가 간다.”

 

 

현재 제1팀부터 제7팀까지는 이런 식의 전략 하에서 움직였다.

 

 

세 개의 층을 한 팀이 연달아 공격한다. 그리고 그 뒤에 아리아드네의 실을 통해 맨 아래층에서 다음 팀이 올라와 바통 터치를 받고 그 다음 세 층을 연달아 공략한다. 그때 한 텀을 마친 팀은 아리아드네의 실과 화염의 기둥을 타고 땅에 내려와 휴식을 취한다. 이 휴식 때 엘릭서를 통한 신체 회복은 물론, 소모되었던 특수 이능을 더욱 풍부하게 채우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이렇게 제자들이 실습 훈련을 갖는 동안 땅에서는 사령관이 상황을 관망하면서 필요한 모든 힘의 공급원이 되어준다. 대략 이런 전략이었다.

 

 

원래라면 이번 42층의 주인도 7팀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화염의 기둥이 솟구친 건 사령관의 사소한 변덕이었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냉철한 그라지만 때로는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라.”

 

 

퇴각하기 전에 라파엘은 비올레타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한 층을 오를 때마다 거의 갑절로 난이도가 증가할 거다.”

 

 

“알고 있어.”

 

 

이미 서쪽과 남쪽의 탑을 공략할 때도 비슷한 패턴을 겪어봤기에 각오는 되어 있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라이텔바흐에게서 빌린 이 힘은 그 주인과 성질이 비슷해서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그 위력이 증대되니까.

 

 

“여차하면 여러 팀이서 같이 공략하면 되지 뭐.”

 

 

모르긴 해도 98층까지는 그런 식으로 온갖 고생을 하면 그런대로 버틸 수 있으리라. 일곱 팀 모두가 잘 단합하여 단번에 모든 힘을 농축해 쏟아부으면 운 좋게 어찌어찌 98층 주인까지는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문제는 그 다음이겠지만, 그런 상황이 오면 저 엉덩이 무거운 얄미운 에이스가 직접 움직이겠지.

 

 

힘겹겠지만 승부욕을 돋구기에는 나쁘지 않은 모험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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